신의비서 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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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96화
제9장 실수 (1)
“으음…….”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뜨자 온몸이 욱신거리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그 때문에 잠시 몸을 부르르 떨다가 아주 약간 진정이 되자 일어나 앉아 주위를 둘러봤다.
익숙지 않은 방이었다. 열린 창문을 통해 밖을 보니 넒은 공터가 보였다.
‘여기가 어디지?’
일어나서 나가보려고 했으나 몸이 욱신거려서 무리였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누웠다. 그리고 내공을 끌어올려 천천히 몸을 살폈다.
늑골에 금이 가고 왼팔이 골절되었다. 거기다 내상의 흔적도 약간 있었고, 무엇보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독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때 문이 덜컥 열리면서 방향이 풍겨왔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상대가 여자라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어? 일어났네.”
발랄한 목소리였다. 한데 어째 귀에 익숙했다. 누군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여자의 얼굴이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괜찮아?”
“하아…… 너였구나.”
조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있는 건 포위를 풀기 위해 인질로 잡았던 여자였다.
“상처가 심해. 늑골하고 팔이 상했고, 내상도 좀 입었데. 독도 아직 해독되지 않았고.”
여자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조윤은 조용히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여긴 어디지?”
“호북으로 가기 전에 잠깐 들른 곳이야. 네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쉬어야 한다더라고.”
“호북으로 간다고?”
“응. 거기에 우리 집이 있거든.”
“나를 왜 데려가는 거냐?”
“그건…….”
여자가 대답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조윤은 자신이 끌려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우선 인질은 아니었다. 당문과 연관이 많았지만 인질로서의 가치는 적었다.
다른 경우는 저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데려간다는 거였다. 그 생각이 들자 짚이는 것이 있었다.
“혹시 아픈 사람이 있는 거냐?”
“어? 하하, 알아냈네. 맞아. 네가 치료해줘야 할 사람이 있어. 솔직히 말하면 그게 널 살렸어. 네가 나한테 한 행동을 생각하면 당장에 찢어 죽이고 싶지만 그것 때문에 참고 있는 거야.”
“치료해야 할 사람이 누군데?”
“내 동생.”
“무슨 병인데?”
“구음절맥.”
‘그랬군.’
그제야 조윤은 그녀의 말이 이해가 갔다. 천하에 명의는 많지만 구음절맥은 오대신의가 온다 해도 치료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조윤만이 가능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독에 중독된 것 같은데 해독제는?”
“이미 먹였어. 한 이틀 정도는 계속 머리가 아플 거래.”
“무슨 독을 쓴 거지?”
“칠상독.”
이름을 듣고 조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칠상독은 중독되면 서서히 장기가 썩어 들어가는 독이었다. 구하기도 어려웠지만 해독제가 잘 듣지 않아서 대부분 쓰기를 꺼려했다.
“처방을 적어줄 테니까 가서 약을 지어와.”
“뭐?”
“동생을 치료해야 한다면서?”
“응.”
“내 상태가 멀쩡해야 치료든 뭐든 할 거 아냐?
“그렇지.”
“알아들었으면 받아 적어.”
“어? 어.”
그녀는 얼결에 대답을 하고 탁자 위에 있던 먹을 갈다가 갑자기 조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런데 너 왜 계속 반말이야?”
“소리 지르지 마라. 머리 울린다. 이러다 내가 구음절맥을 치료하는 방법을 까먹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아, 미안.”
“어서 적기나 해.”
조윤은 기억을 더듬어서 기라독해의 내용을 떠올렸다. 거기에는 칠상독을 치료하는 방법이 무려 세 가지나 적혀 있었다. 어느 것이 효과가 있을지 모르니 전부 먹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어라? 일어났네.”
여자가 처방을 거의 다 적을 때쯤 사내 한 명이 들어왔다. 조윤이 여자를 인질로 잡았을 때 틈을 노려 공격을 했던 그 사내였다.
“잘 왔어. 가서 약 좀 지어와.”
“네?”
“칠상독의 해독제가 잘 안 듣나봐. 이거 가져가서 새로 지어 와.”
“알겠습니다. 아참. 능 공자가 마중 나온다고 합니다.”
“뭐? 왜 하필 그 자식이 와?”
“왜 나오겠습니까? 아가씨가 온다니까 그러는 거죠.”
“흥! 분수를 알아야지. 나는 나보다 약한 놈한테는 관심 없어.”
“그래도 그때처럼 주먹질은 하지 마십시오.”
“생각해보고. 빨리 가서 약이나 지어와.”
“알겠습니다.”
사내가 나가고 나자 여자가 살짝 굳은 얼굴로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조윤은 그런 여자를 천천히 뜯어봤다. 낙소문 정도의 뛰어난 미인은 아니었으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얼굴이 갸름해서 제법 예쁜 편이었다. 더구나 이야기를 잠깐 나눠보니 성격이 털털한 것 같았다.
“이름이 뭐야?”
“어?”
“이름말이야.”
“금태희인데.”
“잘 부탁해.”
“하하. 너 의외로 재미있네. 네 이름은 단목조윤이지?”
“응.”
“나도 잘 부탁해.”
금태희가 하는 말에 조윤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 * *
해독제를 먹은 조윤은 머리가 개운해지자 좀 살 것 같았다. 늑골과 팔의 골절상은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라서 당장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그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야만 했다.
금태희 외에도 검기를 쓰는 실력자들이 두 명이나 있었다. 금태희가 인질로 잡혔을 때 따라왔던 사내의 이름은 중엽이었고, 함께 있는 사내는 백석이었다. 그들 외에 짐을 들고 잡일을 맡아서 하는 하인이 한 명 더 있었다.
그렇게 일행은 조윤을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었다. 이틀 뒤, 백석이 마차를 구해오자 곧 그곳을 떠났다. 원래는 금태희와 하인도 말을 타고 이동했었으나 조윤이 부상을 당해서 마차를 구해온 것이다.
마차는 하인이 몰랐고, 조윤과 금태희가 탔다. 그리고 중엽과 백석은 말을 타고 따라왔다.
사천을 벗어나는 며칠 동안 조윤은 마차 안에서 금태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들이 사천에 온 목적은 조윤 때문이었다.
금태희의 동생인 금시시는 구음절맥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치료할 길이 없어서 포기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 조윤의 명성이 천하로 퍼져나가면서 당효주의 구음절맥을 치료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금태희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중엽과 백석을 데리고 사천으로 온 것이다.
처음에는 조윤에게 금시시의 치료를 정중하게 부탁하려고 했었다.
인성이 바르고 곧아서 한때 소청신의라고까지 불렸다고 하니 자신들이 마교라고 해도 거절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흑천회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이 말하기를 당문이 마교를 상대하기 위해 정의맹을 만들었고 조윤이 거기에 속해 있으니 부탁을 들어줄 리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당수백을 암살하는데 도움을 주면 조윤을 납치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사실 금태희는 자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당문이 정의맹을 만들었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들이 하지도 않은 짓을 핑계대고 있었다. 그런 당수백을 해치우고 조윤까지 데려올 수 있다고 하니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승낙을 한 것이다.
그걸 들으면서 조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듯 뜻하지 않게 얽히고설키는 것이 사람 일이었다. 자칫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거나 평생을 후회하며 살 수도 있었다.
“동생의 상태는 직접 봐야 치료를 할 수 있을지 판단을 할 수가 있어.”
“그래서 지금 가고 있잖아.”
“우선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야 해. 지금쯤 나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거야.”
“그건 안 돼.”
“너를 따라가고 있는 건 숨길게. 내가 무사하다는 것만 알리면 돼. 안 그럼 계속 나를 찾다가 마교과 관여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 그리고 만약 네 동생을 치료하게 되면 나 혼자서는 어려워. 거기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해.”
“좋아. 대신에 서찰의 내용을 내가 확인할 거야.”
“상관없어.”
조윤은 그 즉시 당자휘에게 보낼 서찰을 썼다. 자신은 무사히 빠져나왔고, 우연찮게 구음절맥에 걸린 사람을 알게 되어 치료하고 간다는 내용이었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금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었고, 특별한 내용도 없었다. 그저 안부를 전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서찰을 보내도 괜찮을 거라 여겼다.
“백석! 가서 이 서찰을 공손세가로 보내고 와.”
“그리로 가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백석이 서찰을 가지고 나갔다가 한참 만에 돌아왔다. 다행히 그리로 가는 사람이 있어 돈을 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다시 마차를 타고 호북으로 향했다. 조윤은 이렇게까지 멀리 와본 것은 처음이라 약간 두려우면서도 흥분이 되었다. 듣기로는 호북 서남쪽의 형문산이 목적지라고 했다.
호북에 들어서자 일행은 배로 갈아탔다. 장강을 따라서 배로 가면 훨씬 빠르게 갈 수가 있었다.
나루터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중 한 사내가 금태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왔다.
“왔구나. 금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