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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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95화
제8장 이해 (2)
“말해봐라.”
“제가 적들을 유인할 게요. 그동안 가주님은 공손세가로 가세요.”
“네가 어떻게 그들을 유인하겠다는 거냐?”
“옷을 벗어서 주세요.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잘 알아보지 못할 거예요.”
“그들은 나를 죽이기 위해 왔다. 네가 상대하기에 버거울 게다.”
“괜찮아요. 최근 내공을 거의 되찾았어요. 그리고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도망만 다니면 되니까 문제없어요.”
당수백은 썩 내키지 않았으나 조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있다가 적들에게 들키면 둘 다 위험해진다.
“알았다. 그럼 그렇게 하자꾸나.”
당수백이 옷을 벗어주자 조윤이 자신의 옷을 벗고 그걸 입었다. 생각보다 무거워서 왜 그런지 봤더니 옷 안쪽에 암기가 잔뜩 꽂혀 있었다.
“그 옷은 평범한 옷이 아니다. 당문의 가주만 입을 수가 있다.”
“그런 줄은 몰랐어요.”
“괜찮다. 알고 한 말이 아니었을 테니. 간간히 암기를 한 번씩 던지도록 해라. 그럼 나라고 생각할 거다.”
덩치가 조금 차이 났으나 밤이라서 어둡고, 빠르게 움직이면 쉽게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가져가거라.”
당수백이 내민 것은 손바닥 크기만 한 길이의 대나무 통이었다. 조윤이 그걸 받아들자 당수백이 용도를 설명해줬다.
“그건 폭우침이라고 한다. 뒷부분을 잡고 돌리면 극독이 묻어 있는 침이 적에게 쏟아져 나간다. 일장의 거리에서는 그 누구도 피할 수가 없을 게다.”
폭우침은 당문의 삼대병기 중 하나였다. 조윤도 들어본 적이 있는 무기라서 품에 잘 챙겨 넣었다.
“공손세가에 도착하면 예상 누이에게 진맥을 받고 환심해독단(歡心解毒丹)을 만들어 달라고 하세요.”
“환심해독단이라니 처음 드는구나.”
“오대신의 중 한 명인 남독신의 기라가 가르쳐준 겁니다. 필시 효과가 좋을 겁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 조심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정체를 내보이거라. 그럼 끈질기게 추격을 하지는 않을 게다.”
“네. 걱정 마세요.”
조윤은 여유롭게 한 번 웃어 보인 후에 몸을 날렸다. 당수백은 자신을 위해 저리 애를 쓰는 조윤이 고마웠다. 만약 살아서 돌아온다면 그가 원하는 건 뭐든 해주리라 마음먹었다.
* * *
당수백과 헤어지고 촌각도 되지 않아 적들이 따라붙었다. 조윤은 내공을 끌어올려 좀 더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거리를 두고 조금씩 따라붙던 자들이 뒤로 쳐졌다.
그때 바로 앞에서 다섯 명이 칼을 휘두르면서 위로 솟구쳐 올랐다. 조윤은 비연팔식을 펼쳐 두 명을 베고, 한 명의 머리를 발로 찼다. 그리고 그 반동을 이용해서 방향을 틀은 후에 앞으로 내달렸다.
몇 번 더 그 같은 기습이 있었으나 조윤은 능숙하게 대처하며 빠져나갔다. 그러면서 간간히 암기를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일각 정도를 달리자 앞에 숲이 나타났다. 조윤은 잘되었다 싶어 그리로 가려고 했다. 숲은 몸을 숨기기에 좋았다. 이렇게 드러내놓고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이로웠다.
쉭!
순간 짧은 파공음이 들렸다. 그걸 듣는 순간 조윤은 본능적으로 허공으로 뛰어올라 몸을 비틀었다. 그러자 검기가 옷을 스치고 지나갔다.
땅으로 내려서려는 찰나 이번에는 양쪽에서 검기가 날아왔다. 그대로 착지를 하면 검기에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윤은 백아로 땅을 찍어 그 반탄력으로 다시 날아올랐다. 그러면서 검기가 날아온 방향으로 백아를 휘둘러 검기를 날렸다.
쾅!
검기가 박히자 낡은 창고의 문이 갈라졌다. 반대편에서는 아름드리나무가 잘려져 나갔다.
‘위!’
머리 위에서 압도적인 기운이 느껴지자 조윤은 앞으로 몸을 날리며 한손으로 땅을 짚고 우측으로 움직였다. 아주 약간의 차이로 방금까지 조윤이 있던 곳이 깊숙이 파이며 흙먼지가 일었다.
적은 세 명이었고, 전부 검기를 능수능란하게 쓰는 자들이었다.
조윤은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검기가 날아오자 창문이 박살이 나면서 벽에 금이 쫙 갔다.
좌측에 있던 문이 부서지면서 사내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날렵하게 움직이며 조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따다다다땅!
조윤은 뒤로 물러나며 사내의 공격을 백아로 막아내다가 벽을 차고 거꾸로 서서 이번에는 천장을 발로 찼다. 그 와중에도 사내의 검과 백아는 계속 부딪쳤다.
사내의 머리를 넘어 입구 쪽에 내려선 조윤은 앞으로 백아를 쭉 찔러 넣었다. 사내가 검을 세워 백아를 쳐내려다가 흠칫 하더니 옆으로 몸을 굴렸다.
파앙!
‘쳇!’
이번 수는 노리고 한 공격이었다. 일정한 정도로 내공을 실어서 공격을 하다가 마지막에 강맹한 공격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본능적으로 그걸 알아보고 몸을 날려 피했다. 무공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실전경험도 많다는 뜻이었다.
그때 창문을 통해 또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좁은 공간에서 다수를 상대하는 것은 어려웠다. 조윤은 뒤로 몸을 날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한 명이 기습을 해왔다. 조윤은 목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검을 피하면서 팔을 휘둘러 그의 머리를 쳤다. 이어서 몸을 웅크려 발로 차고 다시 한 번 얼굴을 찼다.
파파파팡!
얼결에 조윤의 공격을 막은 사내는 팔이 찌릿하니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 때문에 아주 잠시 멈칫했고, 조윤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쉭!
“크윽!”
팔을 베인 사내가 짧게 신음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 집안에 있던 두 명의 사내가 밖으로 나왔다.
조윤은 그들을 향해 검기를 마구 날렸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은 나오다 말고 다시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조윤은 다친 사내를 향해 매서운 공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집안에서 나오려는 두 사람을 향해 검기를 날렸다. 내공소모가 심했으나 지금은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챙!
순간 앞에 있던 사내의 검이 튕겨졌다. 다친 상태에서 조윤의 공격을 받아내다 보니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조윤은 백아를 그대로 뻗어 사내의 목에 댐과 동시에 팔꿈치로 가슴을 찍어 눌러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러자 사내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벽에 등을 부딪쳤다.
쾅!
“헉! 아가씨!”
“이 자식!”
그제야 집에서 나온 두 명의 사내들이 조윤을 향해 재차 달려들었다. 하지만 조윤은 그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붙잡고 있던 사내를 빙글 돌려세웠다. 그러자 역시나 두 명의 사내들은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췄다.
조윤은 앞에 있는 사내를 뒤에서 껴안고 목에 검을 댄 상태에서 두 명을 노려봤다.
“넌 누구냐?”
생각지도 않게 얇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조윤이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인질로 안고 있는 게 사내가 아니라 여자였다. 그러고 보니 손에 푹신푹신한 감촉이 있었다. 이에 손을 조금 움직이자 이번에는 팔에 그 감촉이 느껴졌다.
“뭐, 뭐하는 거야?”
여자가 조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면서 몸을 틀려고 하자 조윤이 더 꽉 조이면서 검을 목에 바짝 댔다.
“먼저 묻자. 너희들 마교냐? 아니면 흑천회냐?”
조윤의 물음에 사내 둘이 서로를 봤다. 그러더니 한 명이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마교다.”
“마교와 당문은 원한이 없는데 왜 끼어든 거지?”
“흥! 당문이 먼저 우리에게 엉뚱한 누명을 씌우고 적대시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그걸 응징하고자 왔을 뿐이다.”
“그럼 오늘 온 자들은 전부 마교겠군.”
“그렇지는 않아. 마교에서 온 건 우리 셋뿐이다. 만약 마교에서 직접 나섰다면 너나 당 가주는 벌써 시체가 되었을 거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이 여자는 누구냐? 너희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걸 보니 신분이 높은 것 같은데.”
“그걸 말해줄 것 같으냐?”
“말해야 할 걸. 안 그럼 옷을 하나씩 벗기겠다.”
“무, 무슨 짓이야?”
여자가 놀라서 소리쳤다. 조윤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은 것을 보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옷을 다 벗긴 다음에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겁탈을 해주지. 그런 다음에는…….”
“그만! 알았다. 다 말하겠다.”
사내 한 명이 이를 뿌드득 갈면서 조윤을 노려봤다. 그러나 조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다시 물었다.
“이 여자의 신분이 뭐냐?”
“아가씨는 마교의 장로이신 금공의 손녀다.”
금공은 잔혹마인이라 불리며 흑마장이 유명했다. 흑마장에 맞으면 손도장이 찍혀 검게 변하면서 썩어 들어간다. 그런 뚜렷한 특징 때문에 당수백이 정의맹을 결성하기 위해서 부하들이 당한 것을 그의 소행으로 몬 것이다. 한데 공교롭게도 그의 손녀는 물론이고 부하들까지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조윤은 그런 속사정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에 무표정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여자는 인질로 잡아가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랬다가는 가만두지 않겠다!”
두 사람이 으르렁거렸으나 조윤은 코웃음을 쳤다.
“안 그럼 어쩔 건데?”
“너같은 놈에게 잡혀가서 능욕을 당하느니 여기에서 죽는 게 나아.”
여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혀를 깨물려고 했다. 그걸 알아차린 조윤이 그녀를 안고 있던 손으로 턱을 잡고 손가락을 입에 넣어 혀를 깨물지 못하게 했다.
“으…….”
여자가 수치심에 버둥거렸으나 조윤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조윤은 일단 그녀의 마혈과 아혈을 짚었다. 마혈을 짚으면 잠시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게 되고, 아혈을 짚으면 턱이 움직이지 않아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내가 이 여자를 데려가는 동안 너희들은 포위를 풀어.”
“그렇게 둘까보냐?”
“다시 한 번 말하지. 안 그럼 어쩔 건데?”
“음…….”
“아가씨를 풀어줘라. 그럼 오늘은 더 이상 너를 추격하지 않겠다. 우리는 당 가주를 죽이러 온 거지 너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니다.”
조윤은 잠시 시간을 가늠해봤다. 당수백과 헤어진 지 얼추 반 시진이 지난 것 같았다. 그 정도면 당수백이 공손세가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럼 한 명은 가서 포위를 풀고, 한 명은 따라와라. 적당히 이곳을 벗어나면 이 여자를 풀어주겠다.”
조윤이 타협점을 제시하자 두 사람이 서로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조윤은 여자를 끌고 천천히 움직였다. 혹여 숨어있는 자들이 공격을 해올 수도 있고, 죽일 듯이 노려보는 사내가 틈을 놀려 달려들 수도 있었다. 이에 최대한 조심하며 걸었다.
그렇게 대로로 나왔을 때였다. 멀리서 점 하나가 빠르게 다가왔다. 화살이었다.
보통 화살이었다면 백아로 쳐냈을 것이다. 하지만 거리가 있는데도 무시무시한 파공음이 들릴 정도로 강한 위력이 실려 있는 화살이었다.
쳐내기보다는 피하는 것이 좋았다.
콰앙!
화살이 땅에 박히면서 흙먼지가 확 일었다. 찰나에 목이 따끔했다. 뭔가 싶어 손을 대보니 머리카락처럼 얇은 침이 박혀 있었다.
‘당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재빨리 내공을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까지 조용히 따라오면서 기회를 보던 사내가 어느새 바짝 접근해 있었다.
파앙!
다리와 어깨를 맞고 비틀거리자 사내가 여자를 당겨서 데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조윤이 한 팔을 잡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다시 당겨오려고 하는데 아까 날아왔던 화살이 또 날아왔다.
그대로 여자를 당기면 팔이 뜯겨나갈 상황이라 조윤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놓고 뒤로 몸을 날렸다.
콰앙!
날아온 화살이 뒤에 있던 벽을 박살내면서 계속 쭉 뻗어나갔다. 그제야 누가 화살을 쏘는지 확인을 해보니 아주 멀리 떨어진 전각의 지붕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저 거리에서 쏜 건가?’
도저히 화살이 닿을 수 없는 거리였다. 한데 여기까지 날아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위력 또한 굉장했다.
다시 뒤로 물러나 벽으로 붙은 조윤은 그대로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가 핑 돌면서 어지러움이 느껴지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까 당한 침에는 독이 발라져 있었는데 그게 이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조윤은 넘어지지 않으려고 손으로 벽을 짚었다. 그때 누군가가 다가와 사정없이 옆구리를 찼다.
“헉!”
숨이 턱하니 막혀오며 몸이 붕 떴다. 이어서 등에 충격이 오면서 땅으로 뚝 떨어져내렸다.
콰앙!
“흥! 버러지 같은 놈이 감히 누굴 희롱해. 팔다리를 잘라서 개처럼 질질 끌고 다닐 테다.”
듣기에도 오싹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건 조윤에게 인질로 잡혔었던 바로 그 여인이었다. 그녀는 조윤을 몇 번 더 걷어차다가 얼굴을 발로 밟았다.
“이대로 머리를 터트려줄까?”
“어? 아가씨, 잠시만요.”
“뭐야?”
함께 있던 사내가 말리자 여자가 확 짜증을 냈다. 그러나 사내는 상관 않고 쭈그리고 앉더니 조윤의 얼굴을 확인했다.
“맞구나! 이런 젠장! 아가씨. 발 떼세요.”
“왜?”
“이 녀석 소청신의입니다.”
“뭐?”
“신진사룡 중 한 명인 의룡이라고요.”
사내가 알아듣게 설명했으나 여자는 선뜻 이해하지 못하고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러다 발을 떼고 조윤의 얼굴을 확인했다.
“어?”
사내의 말대로 의룡이 확실했다. 구침지회를 할 때 봤던 그 얼굴이었다.
그녀는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사내를 봤다. 그러자 사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일단 데려가서 치료하죠.”
우선은 그래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