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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92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92화

제7장 시합 (1)

 

 

조윤과 진위가 내일 시합을 한다는 사실이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그렇잖아도 조윤에게 관심이 많았던 터라 사람들은 흥미를 갖고 시합을 기대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진위는 속이 탔다. 신의문에서 이십 년을 있었다지만 실제로 의술을 배운 건 오 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이 년은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거라서 정식으로 배운 것은 겨우 삼 년이었다.

 

물론 침을 놓는 법도 배우기는 배웠다. 그러나 닭에게 침을 놔본 적은 없었다.

 

진위는 조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당자휘는 하루의 여유를 줬다. 그러니 밤새 연습을 하면 조윤을 이기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우선 닭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침을 꽂으면 고통 때문에 시끄럽게 울어대서 부리는 물론 머리를 아예 천으로 칭칭 감아놓고 해야 했다.

 

더구나 계속 몸부림을 쳐서 침을 깊이 꽂는 것도 어려웠다. 두 번째 침까지는 억지로 꽂을 수가 있었지만 세 번째를 꽂으려고 하면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죽어 버렸다. 침이 꽂힌 상태에서 사정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금방 죽는 것이다.

 

‘뭐가 문제지?’

 

한참을 고민하던 진위는 닭에게도 혈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닭도 인간처럼 뼈와 살로 이루어진 동물이었다. 피가 흐르고 기가 흐른다. 당연히 혈도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 하듯이 혈을 찾아 꽂으면 고통이 덜 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침도 두꺼운 것이 아니라 얇은 것으로 해야 했다.

 

두 시진 넘게 진위는 실험을 하느라 무려 스무 마리가 넘는 닭은 죽였다. 이제는 닭이 없어서 인근에 가서 사 와야 했다. 죽은 닭들도 처리를 해야 했기에 그는 자루에 모두 쓸어 담고 몰래 밖으로 나갔다.

 

나름 성과가 있었다. 침을 세 개까지는 꽂을 수가 있었다. 밤새 연습을 하면 아홉 개까지 가능할 지도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조윤에게 시비를 건 것은 어린 나이에 의술이 뛰어나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것이 샘이 나고 질투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걸로 면박을 주려고 했었다.

 

원래 성품이 크게 악하지 않아서 단지 그럴 생각만 했었다. 한데 생각지도 않게 당자휘가 나타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

 

여기에서 자칫 실력을 보이지 못하면 개망신을 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목숨까지 위태로웠다. 당문 사람들이 얼마나 지독한지는 사천에 사는 사람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만약 조윤을 이긴다면 소청신의를 이겼다는 명성을 얻게 된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그는 의술의 명문가인 신의문에서 배운 실력이 있었다. 비록 오 년밖에 안 되지만 신의문은 집 지키는 개도 약을 쓰고 침을 놓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의술이 굉장했다.

 

그날 진위는 닭을 스무 마리나 더 사 왔다. 그리고 밤새도록 침을 놓으면서 어떻게 아홉 개의 침을 꽂을지 연구를 했다.

 

아침이 되자 어제 함께 했던 의원들이 찾아왔다. 준비가 잘되가나 궁금해서 찾아온 것이다.

 

“험! 무슨 일들이오?”

 

“아, 진 의원님. 일어나셨군요. 하하. 그냥 지나가던 차에 들렸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이곳을 지나갈 일이 없었다. 진위도 그걸 알고 있었으나 모르는 척하면서 말했다.

 

“그렇구려. 마침 잘 왔소.”

 

“무슨 일이 있습니까?”

 

“혹시 그자에게 가봤소?”

 

“조윤 말입니까?”

 

“그렇소.”

 

“실은 오기 전에 잠깐 들렀었습니다.”

 

의원 하나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러자 진위가 반색을 하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렇소? 그는 어떻소?”

 

“글쎄요. 어제와 별다른 점이 없더군요.”

 

“조급해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소?”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나에 대해서 물었소?”

 

“아닙니다. 그냥 차만 한 잔 얻어 마시고 왔습니다.”

 

“음…….”

 

진위가 의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혹시 조윤이 보내서 온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원은 평소에도 워낙 둔한 편이라 진위가 왜 그러는지 몰랐다.

 

“조금 후면 시합이 시작될 텐데 자신은 있으십니까?”

 

“흐흐. 물론이오.”

 

진위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그는 밤을 홀딱 새면서 연습을 한 덕분에 무려 여섯 개의 침을 꽂을 수가 있었다.

 

조윤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도 여섯 개까지는 무리일 것이다. 진위는 이미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 * *

 

정오가 넘자 넓은 공터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윤과 진위의 시합을 보기 위해서였다.

 

먼저 나온 것은 진위였다. 그는 몇몇 의원들과 함께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후 조윤이 왔다.

 

“두 사람 다 왔군. 그럼 시작하지. 공정성을 위해 닭과 침은 내가 다 준비를 했다. 이의 없겠지?”

 

당자휘의 말에 진위는 속으로 약간 당황했다. 닭이야 어떤 걸 가져오던 상관없었지만 침은 아니었다. 그는 평소에 쓰던 것보다 훨씬 얇은 걸로 연습을 했었다.

 

하지만 조윤이 먼저 대답을 하자 얼결에 따라서 대답을 했다.

 

“네.”

 

“없습니다.”

 

“좋다. 그럼 누가 먼저 할 텐가?”

 

“먼저 하지 그래?”

 

진위가 비웃는 얼굴로 조윤에게 말했다. 그러자 조윤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먼저 하세요.”

 

“그래? 그럼 내가 먼저 하지.”

 

진위는 후에 하는 것보다 먼저 하는 것이 낫다 여겼다. 만약 조윤이 침을 여섯 개 이상 꽂으면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지 않다 해도 조윤이 하는 것을 보면 떨려서 실수를 할 수도 있었다.

 

“후우…….”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진위가 양손으로 닭을 잡았다. 그리고 밤새도록 파악한 혈의 위치를 빠르게 훑어봤다. 인근에 있는 닭을 잡아와서인지 연습을 했던 닭과 크기가 비슷했다.

 

침은 모두 아홉 개가 있었는데 전부 크기와 길이가 일정했다. 그중 하나를 집어든 진위가 당자휘를 향해 말했다.

 

“시작하겠습니다.”

 

일순 주위가 조용해졌다. 닭에 침을 꽂는 것은 그들도 처음 본다.

 

침을 맞을 때 사람들은 약간 아파도 그냥 참는다. 그러나 동물은 참을성이 없다. 침이 들어가면 고통에 몸부림을 친다. 한데 침을 아홉 개나 꽂는다고 한다. 그게 정말 가능할지 다들 눈을 빛내며 진위를 봤다.

 

첫 번째 침을 꽂은 진위는 닭이 가만히 있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침이 약간 굵은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니 어제 혼자 연습할 때와 달리 긴장이 많이 되었다. 땀을 한 번 훔친 진위는 두 번째, 세 번째까지도 무사히 침을 꽂았다. 하지만 네 번째 침을 꽂을 때 손이 살짝 떨리는 바람에 닭이 화들짝 놀라면서 몸부림을 쳤다.

 

찰나에 진위는 재빨리 하나를 더 꽂았다. 이번에는 혈이고 뭐고 찾을 틈이 없이 꽂은 거라 닭이 더 난리를 쳤다.

 

진위가 잡고 있었지만 하도 푸드득 거리니 더 이상은 무리였다. 그러다 닭의 반응이 서서히 줄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죽은 것이다.

 

“다섯 개까지 꽂았군.”

 

당자휘의 말에 진위는 아쉬움을 달래지 못했다. 연습한 것보다 하나 덜 꽂았기 때문이다.

 

“원래는 일곱 개까지 꽂을 수가 있지만 보는 사람들이 많아 긴장이 되어 실수를 했습니다.”

 

진위가 만약을 위해 변명을 하며 말했다. 사실 그는 여섯 개까지 가능했으나 하나 더 말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여겼다.

 

모두에게 인사를 하자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이제는 조윤차례였다. 당자휘를 그를 보며 말했다.

 

“이제 네 차례로군.”

 

조윤이 나섰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 정의맹이 결성되고 공손세가를 상대하면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 몇 명 있었다.

 

한 명은 청성파의 현진이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뛰어난 무위를 보였다. 동료들의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홀로 뛰어들어 백여 명을 상대했다.

 

또 한 명은 아미파의 낙소문이었다. 그녀는 그렇잖아도 외모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는데, 무공 또한 뛰어나니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검이 춤을 출 때마다 쓰러진 자들이 몇이던가?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녀의 무용을 이야기하니 자연히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는 당자휘였다. 원래는 당신우가 되었어야 했건만 공손융보를 거의 죽음까지 몰아넣었으나 팔을 잃는 바람에 그는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에 당수백이 공손융보를 죽이고 그를 데리고 자리를 뜨자 모두를 진두지휘하며 뒷수습을 했던 것이 바로 당자휘였다. 그는 나이답지 않게 침착했으면 수완이 뛰어났다.

 

인원들을 적제적소에 보내 해야 할 일을 지시하는데 막힘이 없었다. 마치 나이 많은 노강호의 관록을 대하는 것 같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조윤이었다. 조윤은 싸움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가 무공을 할 줄 안다는 건 극소수만이 아는 일이었다.

 

하지만 조윤의 의술 덕분에 죽다 살아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더구나 당신우의 잘린 팔을 붙였다. 그건 지금껏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막사에서 흑묘와 나눴던 이야기를 들은 이들이 조윤의 참된 마음을 알고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모아 칭송을 하는 바람에 그의 이름이 가장 높았다.

 

사람들은 그들 네 사람을 사람들은 신진사룡(新進四龍)이라 불렀다. 청성파의 현진은 무룡(武龍)이라 불렀고, 아미파의 낙소문은 화룡(花龍)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당문의 당자휘는 지룡(智龍)이라 불렀고, 마지막으로 조윤은 의룡(醫龍)이라 불렀다.

 

* * *

 

사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조윤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닭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내가 이런 걸 하게 될 줄은 몰랐군.’

 

어제도 한 생각이었으나 막상 이렇게 하게 되자 같은 생각이 또 들었다.

 

구침지회란 실상 화타가 제자들에게 한 번씩 보여주던 침술의 극치였다. 침을 아홉 개나 꽂았는데도 닭이 아픔을 전혀 느끼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었다고 한다.

 

이게 한국에서도 크게 두각 된 적이 있다. 바로 유의태와 양예수의 대결이다. 두 사람 다 조선 시대의 인물들로 유의태는 시골의 의원이었고, 양예수는 내의원의 수장이었다.

 

유의태가 수도로 상경해서 내의원 시험을 봤는데 합격을 할 점수인데도 불구하고 떨어진다. 이에 원인을 알아보니 양예수가 손을 쓴 것이었다.

 

그래서 양예수와 구침지회로 대결을 해서 이긴다. 하지만 관직에 환멸을 느낀 유의태는 시골로 돌아온다. 그리고 후진을 양성하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그 유명한 허준이다.

 

아들인 유도지가 그릇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의태는 자신의 모든 비전을 허준에게 물려준다. 그건 너무나 유명한 일화고 한때 한의학도 공부를 했었기에 조윤도 익히 알고 있는 일이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조윤이 침을 들었다. 그러자 진위가 침을 꽂을 때처럼 주위가 일시에 조용해졌다. 조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조윤은 침을 꽂기 전에 잠시 당자휘를 봤다. 어젯밤 늦은 시간에 당자휘가 방으로 찾아왔었다. 낮의 일 때문이었다.

 

그는 조윤더러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다시 한 번 의술을 증명하라고 했다. 마침 구실이 생겨 일부러 진위를 자극했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명성이 더 올라야 당수백이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한다. 애초에 흑묘가 계획하면서 이야기했던 것과 완전히 같았다. 당자휘도 조윤이 자유로워질 수 있으려면 명성이 올라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또한 그렇게 신경써주는 것이 고마웠다. 이에 조윤은 닭을 한 마리 잡아다가 해부를 했다.

 

침을 아홉 개나 꽂을 때까지 닭이 죽지 않도록 하려면 닭의 근육과 신경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아야 했다. 그러나 해부를 해서 안을 살피던 조윤은 곧 그게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겨우 하루 만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방법을 고민하던 조윤은 곧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사람은 뇌로 정보를 전하는 신경계 중 한 곳을 건드리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과거 그러한 방법으로 군인들을 양성한 예가 있었다.

 

사람이 그렇다면 닭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이에 닭을 한 마리 가져다가 실험을 해봤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신경을 끊었다. 그러자 닭이 그대로 죽어 버렸다. 몇 번 더 실험을 했다.

 

그 많은 신경 중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만 찾아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윤은 결국 해냈다.

 

‘처음에 신경을 끊어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은 조윤은 침을 꽂았다. 순간 닭의 눈이 반짝 했으나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신경이 끊기자 이후부터는 쉬웠다.

 

조윤은 빠르게 침을 꽂았다. 그걸 보고 진위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침을 저리 빨리 꽂는데도 닭이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었다. 뭔가가 이상했다. 저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여섯 개 이상의 침을 꽂을 것 같았다. 진위는 그걸 막고자 일부러 재채기를 했다. 조윤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는 한편 닭이 놀라게 하기 위해서였다.

 

“엣취!”

 

조용한 상황에서 그렇게 재채기를 하자 사람들이 안 좋은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진위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미안한 얼굴을 했다. 그러면서 조윤을 보니 여전히 침착하게 침을 꽂고 있었다. 닭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진위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조윤은 아홉 개의 침을 완전히 꽂아 넣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역시 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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