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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90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90화

제6장 부탁 (1)

 

 

“하아…….”

 

조윤은 벌써 두 시진 가까이 수술을 하고 있었다. 이번이 몇 명째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한 명을 치료하고 나면 바로 다음 사람이 들어왔고, 그 사람을 치료하면 또 새로운 환자가 들어왔다. 장시간 그렇게 집중을 하다 보니 정신은 물론이고 몸도 힘들었다.

 

더구나 도움을 주는 흑묘가 의술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 거의 모든 일을 혼자서 하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내공이 늘어서 기운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다룰 수 있게 된 것이 지금은 오히려 나쁘게 작용하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포기했을 환자도 치료가 가능하다 여겨지니 내공을 마구 소모해가면서까지 수술을 하고 있었다.

 

“가주님, 이제 조금 쉬세요.”

 

가슴을 칼에 찔린 환자의 치료가 끝나자 흑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옆에서 계속 봐왔기 때문에 조윤이 무리를 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가주라고 부르지 마. 쑥스럽잖아.”

 

“소가주님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

 

“그냥 조윤이라고 불러.”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럼 나도 흑묘 누이라고 부를 거야. 말도 높일 거고.”

 

“안 돼요!”

 

흑묘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자 조윤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를 봤다.

 

“알았어요. 그럼 주인님이라고 부를 게요. 저도 더 이상은 양보 못해요.”

 

“그게 뭐야? 주인님이라니?”

 

“가서 차를 좀 끓여 올게요. 잠깐 운기조식이라도 하세요. 안 그럼 주인님이 먼저 쓰러지겠어요.”

 

“알았어. 그럼 잠깐만 쉴게.”

 

“기다리세요.”

 

흑묘가 밖으로 나가자 조윤은 피 묻은 장갑을 벗고 입을 가리고 있던 천을 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운기조식을 했다.

 

잠시 그러고 있는데 밖에서 다급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과 환자들을 통제하던 곽우가 말릴 사이도 없이 그는 조윤이 있는 수술실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외부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면 세균감염의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그럼 수술실을 따로 분리해놓은 의미가 없었다. 이에 조윤은 그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밖으로 나갔다.

 

“조윤! 여기에 있었구나.”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당수백이었다. 그는 당신우를 안고 사람들을 밀쳐내며 다가왔다.

 

“신우가, 신우가 다쳤다. 어서 치료를 해라! 이대로 놔두면 신우가 죽는다!”

 

“우선 좀 진정하십시오.”

 

“조윤!”

 

“가주님!”

 

좀처럼 진정될 것 같지가 않자 조윤이 당수백의 어깨를 잡아 누르면서 소리쳤다. 마치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기세에 당수백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진정하세요. 그리고 소가주를 이리 주세요. 흑묘. 가서 예상 누이를 불러와.”

 

“네.”

 

흑묘가 가는 것을 보면서 조윤은 당신우를 안아들었다. 당수백이 걱정이 되어 따라 들어오려고 했다.

 

“안 됩니다. 치료에 방해가 됩니다. 여기에서 기다리십시오.”

 

“살릴 수 있는 거냐?”

 

“모릅니다. 상태를 봐야 압니다.”

 

“꼭 살려라. 살리지 못하면 너도 죽이겠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렇잖아도 지치고 피곤한 상태였던 조윤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

 

“그럼 데리고 가십시오. 치료하지 않겠습니다.”

 

“뭐?”

 

“못 들으셨습니까? 치료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여기에는 소가주보다 상처가 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누구도 가주님처럼 고압적이지 않습니다.”

 

조윤이 그런 말을 할 줄은 예상치 못한 터라 당수백은 멍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검을 뽑아서 목에 겨눴다.

 

“정녕 죽고 싶은 거냐?”

 

“죽이십시오. 그래도 치료는 안 할 겁니다.”

 

“너…….”

 

당수백이 화를 참지 못하고 검을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조윤이 한시도 쉬지 않고 환자들을 치료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들 대부분이 조윤 덕에 목숨을 구했다. 상황이 급한 건 알지만 와서 다짜고짜 소리부터 지르는 당수백의 태도가 썩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당신우가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그 모습을 보자 당수백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내가 말이 심했다. 이렇게 부탁하마. 아들을, 신우를 치료해주게.”

 

당수백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당문의 가주이자 정의맹의 맹주였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를 듯 했으나 아들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더 앞섰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제야 마음이 좀 누그러진 조윤은 마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흑묘가 당예상과 함께 들어왔다.

 

“신우 오라버니!”

 

당예상이 놀라서 당신우를 불렀다. 그러자 조윤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진정해, 예상 누이. 가서 흑묘랑 함께 수술 준비하고 와.”

 

“어? 어. 알았어.”

 

두 사람이 나가있는 동안 조윤은 당신우의 상태를 살폈다. 팔이 깔끔하게 잘려나가 있었다. 검에 당한 상처가 아니었다.

 

‘검기인가?’

 

당수백이 얼결에 잘려진 팔을 들고 오기는 했으나 그걸 이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잘린 팔을 잇는 것은 현대에서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나마 잘린 부분이 깔끔해서 아주 약간의 가능성이 더해지기는 했으나 그뿐이었다.

 

더구나 피를 많이 흘린 상황에서 장시간 수술을 하면 살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죽을 수가 있었다. 이대로 지혈을 하고 치료만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당신우는 외팔이가 된다. 그럼 다음 대의 가주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능력이 좋고 장자라고 해도 몸이 이러면 가주가 되지 못한다.

 

조윤은 고민했다. 팔을 이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두고 치료를 해야 할지.

 

“상태가 어때?”

 

당예상이 흑묘와 함께 들어와 물었다. 조윤은 침을 꽂으면서 두 사람에게 당신우의 상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계속 지시를 내렸다.

 

“여기를 계속 지혈하고 있어요.”

 

“응.”

 

“잠깐 나갔다 올게요.”

 

“어디를?”

 

“금방이면 되요.”

 

조윤이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당수백이 다가왔다. 거기에는 당자휘도 와있었다.

 

“어떤가? 신우는? 괜찮은가?”

 

“살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보다 상의를 드릴 일이 있습니다.”

 

“뭔가? 혹시 필요한 게 있나? 그럼 뭐든 말만 하게.”

 

“우선 약재가 필요합니다.”

 

“어떤 게 필요하나? 인근의 약방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오겠네.”

 

“흑묘에게 이야기를 할 테니 구해다 주십시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약재들도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말게.”

 

“그리고 소가주의 팔을 이어 붙일지 말지 결정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뭐?”

 

당수백이 뭔 말이냐는 듯이 쳐다봤다. 그러자 조윤이 이해하기 쉽도록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지금 소가주는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곧바로 치료를 해야 하는데 팔을 이어 붙일지 말지 결정을 해야 합니다. 팔을 이어 붙일 경우 예전처럼 쓸 수 있을 확률은 굉장히 적습니다. 어쩌면 다시 팔을 잘라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 그게 가능한가?”

 

“힘들기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장시간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팔을 봉합할 경우 살 수 있는 확률이 조금 더 높습니다만 외팔이로 살아야 합니다. 제가 결정을 할 일이 아니라서 가주님에게 묻는 겁니다.”

 

당수백은 미간을 좁히며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당신우는 그의 뒤를 이어 다음 대의 가주가 되어야 했다. 또한 정의맹의 맹주가 되어야 했다. 그러자면 몸이 온전해야 했다.

 

“불구로 살 게 할 수는 없지. 팔을 붙여주게. 신우는 이겨낼 수 있을 걸세.”

 

“알겠습니다. 혹여 피가 부족하면 수혈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때 부를 테니까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으세요.”

 

그렇게 말하고 수술실로 들어가던 조윤은 당자휘를 힐끗 봤다. 그는 늘 그렇듯 무표정했다.

 

* * *

 

수술은 장시간 지속되었다. 뼈를 붙이고 혈관과 신경을 일일이 봉합한다는 것은 웬만한 실력으로는 어려웠다. 이 시대에는 아예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조윤은 현대에서 직접은 아니어도 어시스턴트로 수술에 참여를 한 적이 있었다. 더구나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었다.

 

우선 검에 당한 것이 아니라 검기에 당했기 때문에 잘린 면이 깔끔했다. 또한 당수백이 곧바로 데리고 와서 시간도 많이 경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윤은 내공을 아주 세밀하고 정교하게 다룰 수가 있었다.

 

수술 환경이 열악했지만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조윤은 빠르게 손을 놀리면서 수술에 집중했다. 잠깐 쉬었던 덕분인지 정신이 맑았다. 피로도 조금 가신 상태였다.

 

흑묘와 당예상은 조윤이 치료하는 걸 지켜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공을 한다고 해도 저렇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 같았다.

 

보기에는 단지 손가락을 꿈틀꿈틀 거리는 것 같았으나 어느새 그 얇은 혈관이 하나둘씩 봉합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당효주를 치료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신의(神醫)!’

 

그 말 말고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천하에 다섯 명의 신의가 있어 오대신의라고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육대신의로 말이다.

 

저런 의술을 가진 사람이 신의가 아니라면 누구를 신의라고 할 것인가?

 

조윤이 극도로 집중을 한 상태에서 수술을 하자 두 사람은 혹여 숨소리마저 방해가 될까봐 조심을 했다. 중간에 피가 부족해서 당수백을 불러다가 수혈을 했다. 두 사람은 부자였고, 다행히 혈액형이 같았다.

 

이후로도 수술은 계속 되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하아…….”

 

크게 한숨을 내쉬는 조윤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러자 흑묘가 수건으로 땀을 닦아줬다.

 

“끝난 거예요?”

 

“일단은.”

 

조윤의 말에 흑묘와 당예상이 깔끔하게 붙어있는 당신우의 팔을 봤다. 설마하면서 지켜봤지만 정말 잘린 팔을 붙였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고하셨어요.”

 

“수고했어, 조윤. 정말 대단해. 네 의술은 정말…….”

 

당예상은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 평생에 이런 걸 볼 줄이야.

 

그녀는 감동을 억누르지 못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천하에서 가장 의술이 대단하다는 신의문에 갔을 때도 이런 치료는 보지 못했었다. 아니,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쉬고 싶다.”

 

“어서 쉬어요, 주인님.”

 

“그래. 많이 피곤하지?”

 

흑묘와 당예상이 그렇게 말했으나 조윤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밖에 나가면 환자들이 가득할 걸.”

 

“그건 그렇지만…….”

 

“주인님이 쓰러지면 남은 사람들을 누가 치료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치료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남은 사람들을 다 치료한다고 주인님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대가를 받는 것도 아니고. 이제 그만 쉬세요.”

 

“흑묘.”

 

“네.”

 

“나는 의원이야. 환자가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모른 척해. 그리고 대가를 보고 치료를 한다면 그건 의원으로서 실격이야.”

 

“하지만 무림은 그렇지 않아요. 은혜를 베풀어도 원수로 갚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당 가주님만 해도 그래요. 효주 아가씨를 치료해줬는데 주인님을 의심하고 붙잡아 두려고 하잖아요. 소가주님을 이렇게 치료해줬어도 똑같을 걸요. 주인님을 잡아 두고 이용하려고 할 거예요.”

 

“하하.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어. 그런데 효주를 걱정하는 가주님을 보니까 생각을 달리하게 되더라. 효주가 아직 완치된 것이 아니잖아. 그런 상황이라면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그래도 전 싫어요.”

 

“가주님은 당문을 이끌어야 하잖아. 그런 자리에 있다 보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개인의 감정이나 이득보다는 가문을 위해서 생각하고 움직이게 되지. 가주님도 그랬을 뿐이야. 그건 너도 알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날 걱정해서 그러는 걸 알아. 네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차 한 잔 마실 정도만 쉴게. 그럼 되지?”

 

“네.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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