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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89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8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89화

제5장 대가 (3)

 

 

조윤은 이화와 흑묘, 등에게 다시 한 번 응급처치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완전히 숙지를 한 상태였으나 조윤이 이야기를 하니 또 들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특별히 할 일도 없었다.

 

“누가 옵니다.”

 

곽우의 말에 모두가 그쪽을 봤다. 그러자 당문 사람 한 명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여기 계셨군요. 이 공자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급히 오시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죽었나요?”

 

“피해가 큽니다. 정문이 뚫렸으나 더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았어요. 가요.”

 

조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모두 함께 움직였다.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 공손세가로 갈수록 처참한 광경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팔다리가 잘려서 죽은 사람들은 예사였다. 차마 보지 못할 정도로 엉망으로 죽은 사람들도 많았다.

 

“왔구나.”

 

“네.”

 

“부상자가 많다.”

 

“언제 다시 공격하죠?”

 

“우선 반 시진 정도는 휴식을 취할 것 같다.”

 

“그럼 저쪽에 천막을 치겠습니다. 부상이 심한 사람들은 먼저 안으로 들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밖에 있도록 해주십시오.”

 

“알았다.”

 

당자휘가 순순히 대답을 하자 조윤은 공소를 향해 말했다.

 

“공소 님은 가서 천막 치는 것을 지시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곽우 님은 환자들의 경중을 살펴서 들여보내되 혼란스럽지 않도록 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예상 누이는 이화 누이와 함께 부상이 가벼운 사람들을 치료해. 흑묘는 나를 따라오고.”

 

“알았어.”

 

“네.”

 

조윤은 그렇게 빠르게 지시를 내리고 천막을 치는 곳으로 향했다. 무공이 뛰어난 자들이 움직이니 금방 커다란 천막이 세워졌다. 안에 수술실을 따로 마련한 조윤은 부상이 심한 사람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서역도호부에 있을 때 이미 지겹게 겪었던 일이라 막힘이 없었다. 다만 당예상 말고는 의술을 아는 이들이 없어서 일손이 달렸다. 보다 못한 조윤은 당자휘를 불렀다.

 

“무슨 일이냐?”

 

“일손이 부족합니다. 당문의 무사들은 어느 정도 의술을 알고 있으니까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보내주십시오.”

 

“언제 다시 싸워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 사람들을 이쪽으로 뺄 수가 없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몇 명이나 필요한 거냐?”

 

“많으면 좋지만 아쉬운 대로 대여섯 명이라도 보내주십시오.”

 

“알았다. 일단 아버님에게 이야기를 해보겠다.”

 

“네.”

 

잠시 후, 당자휘가 보냈다면서 사람들이 왔다. 모두 일곱 명이었다. 이야기했던 사람 수보다 두 명이 더 많았다. 당자휘가 나름 신경을 써준 것이다.

 

반 시진이 지났다. 다른 이들은 그동안 휴식을 취했으나 조윤과 의료막사에 있는 사람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신음 소리와 비명 소리가 계속 울렸고, 치료를 하는 와중에도 몇 명씩 죽어나갔다. 다함께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노력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곧 다시 공손세가를 공격할 거라는 연락이 왔다. 그 말을 듣고 조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도 이런데 환자들이 늘면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도 지쳤고 준비한 약재도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그때 폭죽이 하늘로 올라가더니 녹색의 연기가 확 퍼졌다. 공격신호였다.

 

함성과 함께 일제히 공격이 시작되었다. 기린단과 현무단이 정면을 맡았고, 청룡단이 좌측, 백호단이 우측, 그리고 주작단이 뒤를 맡아서 공격했다.

 

그렇게 사방에서 일시에 공격을 하자 공손세가에서 크게 당황했다. 사람 수가 많은 장점을 살리려면 뭉쳐서 함께 공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당수백은 그 이점을 버리고 세력을 나눠서 공격한 것이다.

 

공손세가는 계속 그들의 공격에 밀렸다. 이를 악물고 버티며 분전을 했으나 활로를 만들 수가 없었다.

 

“과연 당수백이로군.”

 

상황을 지켜보던 공손융보가 허탈한 듯이 말했다. 무려 십 년을 계획한 일이었다. 오로지 당문을 넘어서고자 했건만 그 벽이 너무 높았다.

 

이미 일가족과 무공을 모르는 자들을 전부 피신을 시킨 상태였다. 하지만 공손세가가 이대로 무너지면 차후 그들은 전부 죽게 된다.

 

당문에서 후환을 남겨둘 리가 없다. 마지막 단 한 명까지 찾아내서 죽이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려면 시간을 벌어 주어야 했다.

 

“아버님.”

 

아들인 공손익수가 부르자 공손융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때가 되었구나. 네게는 참으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그저 아버님이 이루려고 했던 일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네게 더 큰 세상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늘.”

 

“여전히 아버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허, 녀석.”

 

“하면 소자가 먼저 가겠습니다.”

 

“그래. 그리 해라.”

 

공손익수가 공손융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사라졌다.

 

공손융보는 검을 뽑아들고 천천히 걸었다. 마치 산보를 가는 것 같이 발걸음이 가벼웠다.

 

당수백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당수백을 죽여 봤자 얻는 것이 없었다.

 

목표는 당신우였다. 공손융보는 당수백에게 아들을 잃은 고통을 맛보게 해줄 생각이었다.

 

곧 자신의 부하들을 베어 넘기는 당신우가 보였다. 공손융보는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콰콰콰쾅!

 

검기가 날아가며 폭음이 일었다. 공손융보는 죽을 각오로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신우는 크게 놀랐으나 반응은 빨랐다. 검기를 피하면서 공손융보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허공을 격하면서 날카로운 기운이 날아갔다.

 

그걸 보고 공손융보가 재차 검을 휘둘렀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약 삼 장의 거리가 있었다. 도저히 검이 닿을 수가 없는 거리였다. 그러나 검기가 닿기에는 충분했다.

 

홀로 연공을 하듯 두 사람은 날고뛰면서 검을 휘두르고 찔렀다. 그때마다 검을 따라 검기가 뻗어나가 상대를 공격했다.

 

그 같은 광경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넋을 놓고 쳐다봤다. 저런 싸움은 평생에 몇 번 보기 힘들었다. 검기를 쓰는 실력자들이 비무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언제 또 그러한 걸 보겠는가?

 

계속 거리를 두고 검기를 날리던 공손융보가 갑자기 앞으로 치달리기 시작했다. 날카롭게 파공음을 내며 날아오는 검기가 그의 팔다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마다 고통이 일며 피가 튀었으나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자잘한 부상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중상을 당할 만한 공격만 피하면서 당신우와 거리를 좁혔다.

 

멀리서 그걸 보고 있던 당수백이 놀라서 소리쳤다.

 

“조심해라!”

 

그 외침이 당신우의 귓가에 닿는 것과 동시에 왼팔이 하늘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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