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8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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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88화
제5장 대가 (2)
“다시 한 번 말한다. 공을 세우려고 하지 마라. 독자적인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옆에서 뭘 하는지 항상 확인하고 함께 움직여라. 알아들었나?”
“네!”
“조윤. 너는 단목세가 사람들과 함께 뒤에서 따라와.”
“알겠습니다.”
잠시 후, 당수백이 단상에서 일장연설을 했다. 그러자 분위기가 고양되면서 모두들 마교 타도를 외쳤다.
곧 이동이 시작되었다. 조윤은 보따리와 검을 챙겨 들고 사람들과 함께 걸었다.
“다함께 가는 게 아니네요.”
“그럼 관청의 눈에 띄잖아.”
조윤이 궁금해 하며 묻자 이화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차피 공손세가와 싸우게 되면 다 알게 되잖아요.”
“그건 당 가주가 이미 손을 썼으니 관청에서도 눈감아 줄 걸. 하지만 이쪽에서도 조심할 건 조심해야지. 관에서는 무림인들을 좋게 보지 않아. 그런데 삼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동을 해봐. 어떻겠어?”
“이해가 안 돼요. 지금은 마교와 싸우는 것이 더 큰 문제 아닌가요?”
“관청에서는 무림인들의 일에 대해서는 가급적 개입을 안 하려고 해.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이 이동을 하면 역모니 반역이니 해서 몰릴 수가 있어. 하지만 문파 간의 싸움은 달라. 단지 이권을 위해서 싸우는 거라 생각하니까.”
“뭔가 알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단목세가를 재건할 거라면 그런 것도 잘 알아둬야지.”
“네.”
조윤이 웃으면서 대답하자 이화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한 건 원래 가주가 되기 전에 배우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단목세가에서 교육을 받은 기간이 짧아 조윤은 배우지 못했었다.
“그런데 관청에서도 알고 있을 정도면 마교에서 알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겠지.”
“그럼 도망을 치지 않을까요?”
“도망을 치면 다시는 이쪽에 발을 붙이지 못해. 마교라고 해도 그들 역시 무인이거든.”
“체면 때문에요?”
“그래. 무림에서는 한 번 얕잡아 보이면 끝장이야. 만만하다 생각되면 평소에 기가 죽어지내던 자들도 이빨을 드러내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가는 동안 조윤은 계속 궁금한 것들을 물었고, 그때마다 이화는 아는 것을 전부 말해줬다. 뒤따르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설핏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그들도 저런 것들을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밤이 되자 객잔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 다시 이동을 했다. 조윤은 혹여 마교에서 기습을 해오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으나 다른 사람들은 그걸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다.
삼조는 조윤을 비롯한 단목세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당자휘를 따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공을 세워 당자휘가 가주가 되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염려와는 달리 아무 일도 생기지 않고, 다음 날 무사히 공손세가가 있는 곳에 도착을 할 수가 있었다.
당수백이 열 개의 조가 전부 도착한 것을 확인하는데 청룡단과 백호단, 그리고 기린단과 현무단에서 연락이 왔다. 그들 역시 전부 도착해서 대기 중이었다.
“정오에 시작한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연락을 맡은 이들이 경공술을 펼쳐서 달려가자 당수백이 당신우와 당자휘를 불렀다.
“너희도 알겠지만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당문이 얼마나 더 발전해나갈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네,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말아라.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 목숨을 챙겨야 한다.”
“염려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당수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돌려보냈다. 그러다 조윤이 눈에 띄자 손짓을 해서 불렀다.
“너는 여기에 남아서 대기해라.”
“알겠습니다.”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다 너를 위해서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래.”
당수백은 조윤의 어깨를 두어 번 다독여 주고는 자리를 떴다. 사실 그게 조윤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다들 참여하는데 홀로 남겨진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윤은 그런 거에 상관하지 않았다. 이곳 사람들과는 사고방식이 달랐고, 복수는 이미 안 하기로 마음을 정한 상태였다.
“가자!”
당수백이 내공을 실어서 크게 외치자 사람들이 크게 환호하면서 뒤를 따랐다. 그러나 조윤은 단목세가 사람들과 함께 그 자리에 남았다.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당 가주가 이렇게까지 경계를 할 줄은 몰랐군요.”
공소가 불만을 표했다. 곽우도 썩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애초에 우리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여기에 남아 있으라니. 이래서는 저들을 치료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서로 부딪치게 되면 부상자가 나올 테고 그럼 우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때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면 되요.”
조윤이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공손세가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당수백과 당문 사람들이 다가가자 정문이 열리면서 공손융보를 비롯한 공손세가 사람들이 나왔다.
* * *
“오랜만이오, 당 가주.”
당손융보가 먼저 인사를 하자 당수백의 코웃음을 쳤다.
“그동안 숨죽이고 지내느라 힘들었겠군.”
“하하하. 그건 당 가주도 마찬가지 아니요? 하도 웅크리고 있기에 도대체 언제쯤 찾아올까 궁금했었소이다.”
“많이 컸구나, 당손융보. 이젠 내 앞에서 비아냥거릴 줄도 알고.”
“언제까지고 당신 밑에 있을 내가 아니오. 더구나 이렇게 피를 보고자 하는 마당에 거리낄 것이 뭐가 있겠소?”
“그럼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겠군. 다만 한 가지만 묻자.”
“뭐든지 물으시오. 내 가는 길에 보태라고 뭐든 대답을 해드리다.”
“이유가 뭐냐?”
“무슨 이유 말이오? 내가 당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한 이유 말이오?”
“그래. 너나 공손세가는 이미 충분히 누릴 만큼 누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건 너와는 맞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렇소?”
공손융보의 얼굴에 아주 잠시지만 씁쓸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당수백은 뭔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짐작했으나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뭔가를 하기에는 늦었다. 피를 보고 끝을 봐야만 한다.
“마교 때문이냐?”
“마교가 없다는 것은 당신도 알고 있지 않소?”
“헛소리!”
당수백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그러자 공손융보가 안타깝다는 듯이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당신이 존경스럽소. 당문을 지탱하던 단목세가가 무너지고 나마저 돌아선 마당에 당문을 지켜낸 당신의 수완이 놀랍소. 오늘 만약 당신이 승자가 된다면 당문은 더욱 커지겠지.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요. 그동안 나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으니까. 이야기는 이쯤하고 이제 시작해봅시다. 사람들이 기다리는구려.”
“네가 무엇을 하던 나는 용서하려고 했다. 단목세가를 그리 만들었으나 내게 와서 변명이라도 한 마디만 했더라면 용서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마교를 끌어들였다. 그것만큼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다. 오늘 나는 공손세가를 완전히 세상에서 지울 것이다. 풀 한포기 남겨두지 않겠다.”
“사천의 군소문파들을 모아 정의맹을 만들었다는 것을 아오. 내가 그것을 알고도 왜 가만히 있었을 것 같소? 그건 생각해본 적이 없소?”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나는 당신들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거요.”
“어디 그런지 보자.”
할 말 다했다는 듯이 당수백이 몸을 돌렸다. 공손융보는 그런 당수백을 빤히 쳐다보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목세가를 무너트렸을 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있었다. 곧 당문을 넘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 년 동안 정찰만 하면서 몸을 움츠리고 있는 당수백을 보며 더욱이 그 생각에 확신이 생겼다.
당문을 무너트리기 위한 세력을 키우려고 별의별 짓을 다했다. 그러다 수많은 무림인들이 당문으로 모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가 자신이 마교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었으나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문은 단목세가가 무너지고 공손세가가 돌아서는 바람에 세력이 굉장히 약해진 상태였다. 그랬기에 공손융보는 당문을 넘어설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당문을 중심으로 사천의 군소문파들이 대거모여 정의맹이 만들어졌다. 당문은 단목세가와 공손세가가 가신가문으로서 지탱을 하고 있을 때보다 세력이 커졌다. 그리고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이 어이없게도 자신이었다.
“공격 시작을 알려라!”
정오가 되자 당수백이 소리쳤다. 수하 중 한명이 하늘을 향해 폭죽을 쏘아 올렸다. 허공에서 녹색의 연기가 자욱하게 흩어지자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면서 공손세가를 공격했다.
처음에는 양쪽 다 무리를 이뤄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곧 난전이 되었다. 진형을 만들어서 싸우면 적은 수로도 많은 사람들을 상대할 수가 있었다. 그럼 공손세가가 유리했다.
정의맹은 사람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서로 손발을 맞춰서 움직여 본적이 없었다. 이에 당수백이 지시를 내려 난전을 유도한 것이다.
검과 도를 비롯한 온갖 병기가 난무하면서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크게 울렸다. 살이 잘려나가고 피가 튀면서 사상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다.
십 년 이래 이토록 치열하고 대규모적인 전쟁은 없었다. 그렇게 두 시진 가까이 시간이 흐르자 공손세가가 후퇴하면서 정문이 뚫렸다.
하지만 정의맹은 더 이상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공손세가는 세에 밀려서 후퇴하는 척했으나 실상 정의맹을 세가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당수백은 그걸 재빨리 파악했다. 분명 세가 안에 함정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마교로 보이는 자들이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피해가 큰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쫓지 마라! 포위만 한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단에도 그리 전해라.”
연락을 맡은 이들이 달려갔다. 당수백은 당신우와 당자휘를 찾았다. 상황이 좀 진정되자 아들들의 안위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다행히 두 사람 다 무사했다.
“아버님.”
“괜찮은 게냐?”
당자휘가 다가오자 당수백이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할 말이 있느냐?”
“조윤을 불러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를?”
“네. 부상자가 많습니다. 그를 불러서 치료하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럼 사기도 올라 갈 겁니다.”
“음…….”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당수백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조윤이 주목받게 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표정에서 그 생각을 읽은 당자휘가 다시 말했다.
“조윤은 곧 효주와 혼인을 하지 않습니까?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의술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혹여 나중에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네 생각은 어떠냐?”
때마침 당신우가 다가오자 당수백이 그의 의향을 물었다. 당자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자휘의 말이 옳습니다. 본가 사람들이 의술을 배웠다고는 하나 그리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를 불러와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게 해야 합니다.”
“알았다. 하면 그를 불러오도록 해라.”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당자휘가 손짓을 하자 부하 한 명이 나는 듯이 다가왔다.
“가서 조윤을 데려와라. 이곳 상황도 대충 전하고.”
“알겠습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경공을 펼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당수백은 뭔가가 찜찜했다. 분명 옳은 일인데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