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85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1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85화
제4장 무림대회 (2)
아까 청성파의 현진이 단상에 올라왔을 때와 상황이 똑같이 흘러가자 모두들 과연 명문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낙담을 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으나 대부분은 좋게 받아들였다.
곧 있을 마교와의 전쟁 때문이었다. 저렇게 무공이 뛰어난 사람들이 아군이라 생각하니 든든했다.
“이번에는 내가 해보겠소.”
큰 목소리로 외치면서 단상으로 올라온 사람은 소림사의 속가제자였다. 진번표국의 후계자로 실력도 뛰어났지만 잘생긴 외모 덕에 뭇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내였다.
서로 인사가 오고 가고 곧 비무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도 낙소문의 십 초식을 받아내지 못했다.
낙소문은 강했다. 또한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했고 강함에 놀랐다.
더 이상 도전하는 사람이 없자 현진이 그랬듯 낙소문도 단상에서 내려올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낙소문은 내려오지 않고 당문 사람들이 있는 천막을 보며 말했다.
“괜찮다면 다음 도전자를 제가 지목하고 싶군요.”
“오…….”
“그게 누구요?”
“나는 사절이오.”
“하하하.”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를 하자 왁 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서 모두들 당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천막을 봤다. 감히 당수백과 겨루자고 하지는 못할 테니, 당장에 떠오르는 사람은 당문의 소가주인 당신우나 차남인 당자휘였다.
두 사람도 그걸 느끼고 웃으면서 서로를 봤다. 그러나 낙소문은 그 두 사람이 아니라 조윤을 지목했다.
“조윤 공자. 나는 당신과 겨루고 싶어요.”
사람들은 조윤이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당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천막을 봤다. 당수백의 가족 외에 낯선 사람이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당효령의 남편이자 미가장의 후계자인 미소무였고, 또 한 명은 조윤이었다.
조윤은 낙소문이 지목을 할 줄은 생각지 못하고 있던 터라 크게 당황했다. 더구나 자신을 보는 당수백의 시선이 좋지 않았다. 이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포권을 하며 말했다.
“낙 소저가 저와 겨루고 싶다하니 영광입니다. 하지만 앞서 본 낙 소저의 실력으로 보건데 저는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망신을 줄 생각이 아니시라면 정중히 거절을 하고 싶군요.”
어찌 들으면 비굴하다 할 수 있는 변명이었다. 그러나 조윤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그 말은 오히려 내가 하고 싶군요. 나한테 망신을 줄 생각이 아니라면 나오세요. 예전의 치욕을 이 자리를 빌려 씻고 싶어요.”
치욕이라는 말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까지 보여준 낙소문의 무위는 굉장히 뛰어났다. 도저히 그 나이 때의 실력이 아니었다. 웬만한 중소문파의 장문인들조차 그녀의 상대는 아니었다.
이름이 알려진 명문이라 하더라도 그녀를 상대로는 힘들었다. 현진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 낙소문에게 치욕을 줬다니 사람들은 다시금 조윤을 눈여겨봤다. 그러다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어? 그러고 보니 소청신의 아니야?”
“뭐야?”
“구음절맥을 치료했다던 그 명의 말이야?”
“오…… 과연…….”
조윤을 알아본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 와중에 조윤이 다시 한 번 포권을 하며 말했다.
“낙 소저. 어렸을 때의 일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지금의 저는 그저 일개 의원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건 검을 맞대보면 알 일이죠. 끝까지 거절하겠다면 나를 무시하는 거라 여기겠어요.”
낙소문이 완고하게 나오자 조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처했다. 그녀와 비무를 하다가 자칫 내공을 완전히 찾은 것이 드러나면 이후 당수백을 속일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맥없이 지면 낙소문이 납득을 하지 못할 것이다.
“조윤! 그대가 나선다면 나 역시 도전을 하겠소!”
지금껏 가만히 있던 현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소리치자 사람들이 모두 그를 봤다. 현진 역시 낙소문과 비견될 정도의 강자였다. 한데 그도 조윤과 겨루기를 원하고 있었다. 도대체 조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그러는지 다들 의문이 들어 빨리 확인을 하고 싶었다.
“사내대장부라면 피하지 마시오.”
“옳소.”
“명성이 자자한 소청신의의 실력을 한 번 봅시다.”
“비무를 받아들이시오.”
현진까지 나서자 사람들이 더욱 흥분해서 소리쳤다. 조윤은 더 이상 안 하겠다고 할 수가 없어서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단상으로 향했다.
* * *
조윤이 단상으로 올라오는 걸 보고 있던 낙소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어렸을 때 조윤에게 패한 이후로 낙소문은 이를 갈며 무공을 연마했었다. 힘이 들어 쉬고 싶을 때면 조윤을 떠올리며 계속 검을 휘둘렀었다.
언제고 다시 만날 날 반드시 설욕을 할 거라 다짐하면서 그렇게 노력했건만, 생각지도 않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아무리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다지만 가슴을 보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조윤이 입까지 댔었다. 객잔에서 그 일이 있은 후 낙소문은 매일 조윤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얼굴이 수시로 확확 달아올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조윤을 찾아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건만 차마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에 한 번쯤 그가 와 주기를 은근히 기대했으나 끝내 오지 않았다.
낙화영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당문의 아가씨를 치료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한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비무 도중에 당문의 직계들만 앉아있는 천막에 조윤이 있는 것을 보자 화가 났다.
당효주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내내 신경에 거슬렸다. 그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검이 날카로워졌고, 이에 모두들 십 초식을 버티지 못했다.
끝내 그 감정을 누르지 못한 낙소문은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윤을 불러냈다.
“단목세가의 조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조윤이 포권을 하면서 먼저 예의를 취했다. 그러자 낙소문이 빤히 그를 쳐다보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미파의 낙소문이에요.”
방금까지만 해도 화가 났었는데 조윤의 목소리를 듣자 이상하게 기분이 붕 뜨는 느낌이었다. 동시에 얼굴도 살짝 달아오르는 것 같아서 그것을 감추느라 자신도 모르게 짜증스럽게 말이 나갔다. 뒤늦게 그걸 후회하면서 조윤을 힐끗 봤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낙소문이 먼저 검을 뽑았다. 그러나 먼저 공격할 의사는 없었다. 이에 지긋이 조윤을 노려보기만 했다.
‘왜 저러지? 무시하는 건가?’
백아를 뽑아든 조윤은 예전에 낙소문과 겨루던 것을 떠올렸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었으나 기억이 선명했다. 그때에 비해 낙소문은 굉장히 강했다. 전력을 다하지 않는데도 십 초식을 받아내는 사람이 없었다.
조윤은 백아를 늘어트리고 언제든지 앞으로 뛰어나갈 자세를 취했다.
‘좋은 생각이로군.’
지켜보고 있던 현진은 조윤의 생각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 말고도 무공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자신들이 낙소문을 상대로 싸운다 해도 그런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아미파의 검술은 다양하고 빠른 변화가 특징이었다. 그 때문에 정상적인 공격을 하면 방어에 급급하다 결국 지고 만다. 결국 변칙적인 공격을 하거나 저렇게 받아치는 것이 가장 좋았다.
“가요.”
낙소문이 선공을 하자, 찰나에 조윤이 앞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비연상승과 비연하강을 펼쳤다.
백아가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면서 낙소문의 옆구리에서부터 사선으로 올라갔다가 급격히 방향을 틀어 뚝 떨어져 내렸다. 내공을 많이 실지는 않았으나 적절한 때에 빠르게 펼친 검식이라 막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낙소문은 옆으로 두어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 조윤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검을 맞대어 타고 들어가면서 찌르기를 했다.
쉭!
조윤이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 머리카락 몇 올이 잘려나갔다. 방금 낙소문이 쓴 초식은 살수였다. 그래서 이런 비무에서는 잘 쓰지 않았다.
그걸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으나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조윤이 별 탈 없이 잘 받아냈기 때문이다.
따당! 땅!
조윤은 낙소문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계속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갑자기 밑에서부터 위로 검이 올라오자 깜짝 놀라서 몸을 비틀었다.
쉭!
낙소문의 검이 귓가를 지나쳐가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조금만 늦었어도 얼굴을 베였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거 장난이 아닌 걸.’
낙소문의 검을 받아치려고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빠르기도 빨랐지만 변화가 심해서 검로를 읽기가 쉽지 않았다.
조윤은 한 번 더 뒤로 물러났다가 낙소문에게 바싹 다가붙었다. 그걸 보고 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상황이었다면 자신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상대의 검을 읽을 수 없다면 지금 조윤이 한 것처럼 아예 검을 휘두를 거리를 없애기 위해서 달라붙는 수밖에 없었다.
파팡! 팡!
조윤이 낙소문의 팔을 붙잡으면서 다리를 찼다. 그리고 옆으로 돌며 다시 다리를 차고 어깨로 들이받았다. 물이 흐르듯이 유연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낙소문은 그쯤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어렵지 않게 전부 받아냈다. 그러더니 검을 빙글빙글 돌려 조윤의 몸에 붙이려고 했다.
거리가 가까워서 크게 휘두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찌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검을 붙이면 베는 것이 가능했다. 조윤은 백아로 그녀의 검을 막았다.
카가가가각!
두 사람의 검이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면서 어지럽게 자리이동을 했다. 그 와중에 조윤은 쉬지 않고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낙소문은 팔꿈치와 다리로 조윤의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허!”
“대단하군!”
두 사람의 비무를 보던 사람들이 크게 감탄을 하며 소리쳤다. 저런 근접전은 무공이 뛰어난 고수들도 굉장히 꺼려했다. 저렇게 싸우면 초식이나 내공의 우위보다는 실전감각이 우선되기 때문이었다.
멀리서 검기를 날리는 안전한 방법을 놔두고 상대에게 맞춰서 싸울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잠깐의 실수가 곧바로 죽음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비무에서조차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방식이었다.
팡!
“큭!”
찰나에 낙소문의 장이 조윤의 가슴을 때렸다. 팔로 밀어내면서 후려친 거라 위력은 약했으나 숨이 턱하니 막혀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낙소문은 맞대고 있던 검에 내공을 실어 조윤을 멀리 밀어냈다.
촤아아아악!
땅에 내려서면서 중심을 잡자 발이 길게 미끄러졌다. 그때 낙소문이 공격을 해왔다면 도리 없이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낙소문은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는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조윤을 노려봤다.
“왜 진심으로 싸우지 않는 거죠?”
‘들켰나?’
이래서 나오지 않으려고 했건만 조윤은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힐끗 당수백을 쳐다봤다. 역시나 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