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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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81화
제3장 수술 (1)
별채에 들어서자 당수백이 당문의 무사들 수십 명과 함께 와 있었다. 풍기는 기도로 보아 단련이 잘된 정예들이 분명했다. 수술을 하는 동안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경계를 서 달라고 부탁을 해서 온 자들이었다. 조금 과하지 않나 싶지만 나쁠 건 없었다.
“왔느냐?”
“네.”
“준비는 다 되었고?”
“네.”
대답을 하며 조윤은 당문의 무사들을 힐끗 한 번 쳐다보았다.
“수술이 끝날 때까지는 누구도 들어와서는 안 됩니다. 워낙에 집중력을 요하는 치료라서 혹여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걱정 말거라. 이들은 전부 당문의 정예들이다.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게 하겠다.”
“믿겠습니다. 그럼 저들을 담장 밖으로 물러주십시오.”
“그렇게 하마.”
“잘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당수백을 향해 조윤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이화와 흑묘, 당예상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먼저 온 제갈지인이 당효주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와 계셨군요.”
“아, 어서 오게나.”
제갈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윤을 반겼다. 당문의 안주인인 그녀가 먼저 그러는 경우는 흔하지가 않았다. 그러나 딸아이를 생각하면 체면 따위야 얼마든지 버릴 수가 있었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잘 부탁하네.”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말하는 제갈지인을 보며 조윤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런 건 현대에서도 많이 겪었었다. 큰 수술을 할 때면 가족들이 항상 저런 모습을 보였었다.
처음에는 그게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몇 번의 수술을 실패 없이 성공하자 자신감이 생겼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갈지인이 방을 나가자 조윤은 당효주를 봤다. 그녀는 의외로 차분하니 조금도 걱정을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이제 치료를 할 거야.”
“알아요.”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어.”
“믿을 게요.”
“이리 와. 한 번 안아보자.”
조윤은 하연이가 생각났다. 그래서 당효주를 품에 꼭 안고 용기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알리가 없는 당효주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잘될 거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마.”
“네. 그럴 게요.”
조윤은 당효주와 함께 수술준비를 해둔 옆방으로 갔다. 거기는 침대 위에 흰색의 깨끗한 천을 깔고, 그 주위에 휘장을 둘러놓았다.
또한 수술을 돕기 위해서 온 이화와 흑묘, 당예상은 당문의 공방에서 제작한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머리에는 두건을 둘렀다. 수술복 역시 특수 제작한 것이었다.
“옷을 벗고 여기에 누워.”
당효주가 옷을 벗는 동안 조윤은 밖에서 수술준비를 했다. 방으로 돌아오자 당효주가 부끄러움에 몸을 움츠렸으나 조윤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이제 시작합니다.”
조윤의 말에 이화와 흑묘, 당예상이 살짝 긴장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윤은 마취산과 침으로 당효주를 마취했다. 그리고 내공을 끌어올려서 혈이 막혀있는 정확한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구음절맥은 말 그래도 아홉 군데의 맥(脈)이 끊겨 있다는 뜻이었다. 맥이란 기가 흐르는 통로다. 그게 막혀 있으니 오래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병든 병아리처럼 비실비실하다가 대부분 열다섯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좀 오래 산다고 해도 스무 살을 넘기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치료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기는 혈을 따라 흐른다.’
조윤은 거기에서 구음절맥을 치료하기 위한 실마리를 얻었다. 맥이 끊겼다는 것은 기가 정체되어 있다는 뜻이고, 이는 혈이 막혔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막힌 혈을 찾아서 뚫으면 되는 것이다.
명의라 불리는 사람들도 거기까지는 알아냈다. 그러나 치료 방법을 찾지 못했다. 자신들의 의술로는 막힌 혈관을 뚫을 방법이 없었다.
내공을 이용해서 막힌 맥을 뚫으려면 문제가 많다. 우선 그러자면 혈을 타고 막대한 양의 내공이 돌아야 하는데, 그럼 당효주의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
당효주가 내공을 쌓아서 뚫는 방법도 무리였다. 맥이 막혀있기 때문에 애초에 내공을 쌓는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유일한 방법은 전설로 내려오는 만년산삼이나 공청석유, 등을 복용해서 몸의 전체적인 능력을 높임과 동시에 내공이 뛰어난 자가 진기도인을 해서 막힌 맥을 뚫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도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만년산삼이나 공청석유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영약은 돈으로도 살 수가 없어서 있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넘기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영약을 구한다고 해도 그 기운을 미세하게 통제할 만큼 내공이 대단한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런 경지에까지 이른 사람이 피 같은 내공을 소모해가면서 도움을 줄 리가 없었다. 혹여 잘못되기라도 하면 괜히 내공만 소모하고 욕을 먹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껏 구음절맥은 치료 불가능한 난치병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조윤은 현대에서 아주 정교한 수술을 몇 번이나 했었고, 공부도 많이 했었다. 이에 막힌 혈관을 뚫을 것이 아니라 아예 잘라서 이을 생각을 한 것이다.
솔직히 그건 도박이었다. 그렇게 해서 막힌 맥이 뚫린다는 보장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조윤의 생각일 뿐이었으나 해보지 않고는 몰랐다.
“절개할 거야.”
마취가 제대로 되었는지 다시 확인을 한 후에 조윤이 말했다. 그러자 당예상이 날카로운 얇은 단검을 내밀었다.
잠시 심호흡을 한 조윤이 당효주의 몸을 갈랐다. 옆에서 흑묘가 피를 닦아냈고, 이화가 집게로 갈라진 부위를 붙잡았다. 어제 몇 시진에 걸쳐서 연습을 했기에 세 사람 잘 짜인 대련을 하는 것처럼 손발을 맞춰서 움직였다.
조윤은 머리에 걸쳐뒀던 확대경을 내려서 막힌 혈관을 찾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정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계속 시간을 낭비할 수가 없어서 은은하게 기운을 흘렸다. 그러자 곧 기가 정체되는 곳이 잡혔다. 확대경으로 그곳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무슨 이유에서인지 혈관이 쪼그라들어서 내벽에 붙어있었다.
“찾았어.”
조윤의 말에 이화와 흑묘, 당예상의 눈에 안도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첫 번째 혈관을 이어붙인 후에 기가 흐른다면 조윤의 가설이 맞는다는 뜻이다. 그럼 구음절맥의 치료가 가능해진다.
* * *
조윤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 확대경의 배율을 조절해서 혈관을 더 자세하게 살펴봤다. 그리고 혈관의 뒤쪽을 눌러서 잠시 피가 통하지 않게 한 후에 검기를 써서 깔끔하게 잘라냈다.
순간 약간의 피가 흘러나오려고 했으나 재빨리 그걸 잡아서 막고 반대쪽도 똑같이 했다. 그런 후에 혈관을 서로 잇기 시작했다.
하지만 확대경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현대의 내시경만큼 정밀하지가 못해서 선명하지가 않았다. 이에 조윤은 반쯤은 감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게 혈관을 잇고 잠시 기다리자 아주 미세하게나마 정체되어 있던 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기가 흐른다는 건 피가 흐른다는 뜻이었다. 혈관봉합술이 제대로 된 것이다.
“후우, 성공이야.”
수술을 돕던 세 사람은 조윤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 될 줄은 몰랐다. 새삼 조윤이 대단해 보였다.
이후 조윤은 두 시진에 걸쳐 수술을 진행하며 여섯 개의 혈관을 무사히 봉합했다. 전부 경우가 다르게 혈관이 막혀 있었지만 첫 번째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은 터라 별 탈 없이 해냈다.
이제 남은 건 두 개였다. 한데 문제가 생겼다. 여덟 번째 막힌 혈의 위치는 가슴 부위에 있었다. 그 때문에 그렇잖아도 쉽지가 않았는데 설상가상으로 당효주의 맥이 급작스럽게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맥이 너무 약해지고 있어.”
“호흡! 호흡은?”
조윤이 다급하게 묻자 이화가 재빨리 당효주의 호흡을 살폈다.
“아직까지는 괜찮아.”
장시간 수술이 계속되다 보니 병약한 몸으로 버티는데 한계가 온 것이다.
조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남은 두 개의 맥을 마저 뚫는다면 완치가 가능했지만 당효주가 더 버티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고 지금 수술을 끝내면 당장에는 괜찮지만 완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에 다시 수술을 해야 한다. 문제는 그때까지 당효주가 계속 병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당효주의 나이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이런 고민 없이 계속 수술을 진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효주는 곧 열아홉 살이 된다. 구음절맥에 걸리면 대부분 열다섯 살을 넘기지 못하는데 이미 삼 년 가까이 더 살았다. 당연히 몸이 그만큼 안 좋았다.
조윤의 이마로 땀이 흘러내렸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흑묘가 재빨리 수건으로 땀을 닦아냈다.
“공자님.”
흑묘가 조용한 목소리로 조윤을 불렀다. 이에 그녀를 보자 생긋 미소를 지었다.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저는 끝까지 공자님과 함께할 거예요.”
“나도.”
당효주의 맥과 호흡을 계속 살피던 이화가 툭 한마디 던지며 끼어들었다. 그에 질세라 당예상도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너랑 함께하고 싶어.”
조윤은 세 사람을 보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결심을 한 듯 말했다.
“지금 상태로는 두 개를 전부 수술하지 못해요. 그러니 하나만 더 하고 수술을 끝낼 겁니다.”
“남은 하나는? 나중에 할 수 없을 지도 모르잖아.”
“맞아. 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야. 일단 수술을 끝낸 후에 경과를 지켜보고 다시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알았어.”
“그렇게 해요.”
“다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도와줘.”
조윤의 말에 세 사람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조윤은 한 군데를 더 수술하고 마무리를 했다. 다행히 당효주는 그때까지는 버텨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맥이 약하고 호흡이 불안했다. 조윤은 아주 조금씩 당효주의 몸에 내공을 흘려보내서 임맥과 독맥을 따라 계속 돌렸다.
장시간 수술을 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그렇게 세밀하게 내공을 운용하려니 굉장히 힘이 들었지만 해야만 했다. 뭐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결국 조윤은 무려 반 시진을 그러고 나서야 손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