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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75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75화

제9장 결심 (3)

 

 

제갈지인은 잘 꾸며진 아담한 정원에 위치한 별채로 조윤과 막요요를 데리고 갔다.

 

거기가 당효주가 지내는 곳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던 탓에 그녀는 그곳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열린 문으로 다소곳이 앉아있는 소녀가 보였다.

 

조윤은 그녀를 보는 순간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하연이…….”

 

당효주는 정하연과 너무도 똑같이 생겼다. 마치 현대에 있던 정하연이 그대로 이곳으로 옮겨온 것 같았다.

 

“어머니.”

 

“그래. 앉아있는 것을 보니 오늘은 몸이 좀 괜찮은가 보구나.”

 

“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어요.”

 

“네가 오늘 찾아올 귀객을 알고 있었나 보구나.”

 

“귀객이라니요?”

 

당효주가 그렇게 말하면서 조윤과 막요요를 봤다. 그러자 제갈지인이 두 사람을 소개해줬다.

 

“이야기는 들었지? 어서 인사하거라. 네 병을 고쳐줄 의원이시다.”

 

“아!”

 

제갈지인의 말에 당효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당수백과 제갈지인이 포기를 했듯이 그녀 역시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한데 당수백이 찾아와서 어찌나 흥분을 하며 이야기를 하던지, 그 때문에 약간이나마 다시 기대를 하게 되었다.

 

더구나 자신을 치료해줄 의원이 굉장히 젊다고 한다. 치료가 끝나면 그와 혼인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면서 한 번 찾아오기를 내내 기다렸었다.

 

“네가 효주구나. 조윤이라고 한다.”

 

조윤이 바짝 다가가 앉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하자 당효주의 얼굴이 홍시처럼 새빨개졌다.

 

그녀는 사람을 대한 적이 많지 않았다. 남자는 더욱이 그랬다. 그래서 아버지인 당수백 말고는 이렇게 신체적인 접촉을 해본 적이 아예 없었다.

 

조윤은 예전에 하연이에게 하듯이 무심코 하다가 뒤늦게 그걸 깨닫고 손을 뗐다.

 

“아, 미안.”

 

“후후. 우리 효주가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아주 예쁜 따님을 두셨습니다.”

 

“아부도 잘하는구나. 호호.”

 

제갈지인은 기분이 좋았다. 당효주를 치료하는 것은 찬성했지만 혼인을 시켜야 한다는 말에는 반대를 했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고, 애써 치료를 해서 기껏 의원나부랭이와 혼인을 시킨다는 사실이 마음이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 조윤의 뒷조사를 했더니 생각보다 대단했다.

 

사천에는 이미 소청신의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더구나 이렇게 보니 인물도 준수하고 사람됨도 좋아 보였다. 그런데 사람을 즐겁게 하는 재주까지 있었다. 보면 볼수록 괜찮아서 마음이 흡족했다.

 

무엇보다 당효주가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람을 많이 대해보지 않아서 어색할 텐데도 조윤이 부드럽게 잘 다가가고 있었다.

 

“잠깐 진맥을 할 건데, 괜찮지?”

 

“네? 네. 괜찮아요.”

 

조윤은 당효주의 손을 잡고 진맥을 했다. 예전 같았으면 단전의 기운을 밀어 넣어서 기진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공이 흩어져서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단순히 맥만 잡아서는 어려웠다.

 

“잠깐 누워볼래?”

 

“네.”

 

당효주가 똑바로 눕자 조윤은 몇몇 혈도를 누르면서 아픈지를 물었다.

 

그녀는 조윤이 자꾸 몸을 만지자 얼굴이 빨개져서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아주 작게 대답했다.

 

조윤은 그녀를 엎드리게 한 후에도 의심이 되는 곳을 짚으며 아픈지를 물었다. 그리고 그동안 어떻게 생활해왔는지를 묻고, 아플 때의 증상에 대해서도 물었다.

 

대체적으로 증상이 심장병과 같았다. 그러나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구음절맥은 말 그대로 아홉 군데의 맥이 막혀서 생기는 증상이었다.

 

기는 정체하지 않고 흘러야 한다. 막히면 병이 생기고 심한 경우 죽는다.

 

“어떤가? 치료가 가능한가?”

 

“혹시 전에 찾아왔던 의사들이 어디가 막혀 있는지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까?”

 

“물론일세. 그건 하도 들어서 상공이나 나도 알고 있다네. 하지만 효주의 몸이 워낙에 약해서 타인의 내공으로는 뚫을 수가 없다네. 그랬다가는 혈맥이 터져서 죽고 말지. 효주가 내공을 익혀서 뚫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맥이 막혀서 불가능하네. 그래서 치료를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것일세.”

 

“지금 저는 내공을 잃어서 기진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림짐작으로 알아내는 수밖에 없는데 잘되었군요. 저한테 그걸 말해주시면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하면 아직 치료방법을 모른다는 것인가?”

 

제갈지인이 불안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조윤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치료방법이 있다고 해서 모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먼저 효주에게 적용이 될지를 판단하려는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네. 그럼 내가 알고 있는 걸 모두 알려주겠네. 그리고 상공에게도 말을 해놓겠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하게나.”

 

“제 거처를 이곳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혹여 효주의 상태가 나빠지면 제가 옆에 있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그도 그렇군. 알겠네. 그렇게 하게나.”

 

제갈지인은 이미 조윤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어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승낙했다.

 

조윤은 그날로 당효주가 있는 별채로 거처를 옮겨왔다. 그리고 매일 당효주의 몸을 살피면서 구음절맥을 치료할 방법을 찾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당수백이 찾아왔다.

 

“아버님.”

 

“그래. 얼굴이 아주 좋아졌구나.”

 

당효주는 실제로 얼굴이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늘 시중을 드는 하녀와 지내다가 최근 조윤과 함께 지내니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두근거림도 좋았고, 조윤이 들려주는 세상사도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막요요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막요요는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고 그녀는 여기에서 갇혀 지냈으나 병을 앓아온 것은 같았기에 서로 마음을 나눌 수가 있었다.

 

한마디로 또래의 친구가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몸이 조금 좋아진 것이다.

 

당수백은 당효주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지 않게 놀랐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즐거워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허허. 그렇구나. 알았다. 이제 나는 가봐야겠구나. 몸조리 잘하거라.”

 

“네. 아버님.”

 

이렇게 간다고 하면 예전에는 침울해하던 당효주가 생긋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그걸 보자 마음이 뭉클했으나 당수백은 당효주를 품에 안고 등을 다독여줬다. 그리고 조윤을 정원으로 불러 당효주의 상태를 물었다.

 

“어떠냐? 장담한 것처럼 치료가 가능한 거냐?”

 

“지금은 반반입니다.”

 

“음…….”

 

당수백은 내심 놀랐다. 솔직히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다.

 

지금껏 수많은 명의들이 다 찾아왔었지만 단 한 명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모두들 조금의 가능성조차 찾아내지 못했었다.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내공을 잃어서 기진을 하지 못합니다. 가주님과 어머님에게 막힌 혈의 위치를 들었지만 제가 직접 느끼지 못해 확신을 할 수가 없습니다.”

 

“허, 그게 이유였더냐?”

 

당수백은 성급하게 조윤의 내공을 없앤 걸 약간 후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윤의 말을 들으니 다시금 후회가 들었다.

 

“그렇습니다. 구음절맥은 맥이 막혀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다시 말해 그것만 뚫으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못해도 저라면 가능합니다. 다만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지 못하면 치료를 하지 못합니다.”

 

“그렇게까지 확신을 하는 이유가 뭐냐? 외부에서 내공을 밀어 넣어도 안 되고, 효주가 내공을 익힐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영약을 복용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 기운을 효주가 버티지 못한다.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는 거냐?”

 

당수백은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난다 긴다 하는 명의들도 포기를 했었다.

 

한데 조윤이 너무나 확신을 하니 어떤 방법으로 치료를 하려는지 알고 싶었다.

 

“수술을 할 겁니다. 맥이 막혔다는 것은 혈관이 막혀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걸 수술을 해서 뚫을 겁니다.”

 

“수술이 어떤 방법이냐?”

 

“칼로 혈관을 자른 후에 다시 잇는 겁니다.”

 

조윤이 간단히 설명하자 당수백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혈관을 잘라서 잇는다니, 그런 건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 그게 가능한 거냐?”

 

“가능합니다.”

 

“그렇게까지 확신을 하는 이유가 뭐냐?”

 

“수술을 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런 걸 해봤다고?”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고 장담은 못합니다. 수술 도중에 효주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뿐입니다.”

 

“음…… 예전에 남독신의 기라하고 신수신의 이자림을 만났었다고 했지? 혹시 그들이 알려준 방법이냐?”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그들에게 가르쳐줬던 방법입니다.”

 

“그러한 치료방법은 어디에서 배운 거냐?”

 

“저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서역도호부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이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했었습니다. 검증은 이미 마쳤습니다. 일전에 말씀했었죠. 효주가 죽으면 저도 죽이겠다고요. 저 역시 목숨을 걸고 치료를 하려는 겁니다. 선택은 가주님이 하십시오.”

 

“이제 와서 선택을 하고 말 게 뭐가 있겠느냐? 내가 도와줄 것만 말을 하거라.”

 

“당문은 암기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빌려주십시오.”

 

당문의 암기제작기술은 극비 중의 극비였다. 장인들은 전부 직계들이었고, 기술도 친자식들에게만 전했다. 그들을 내줬다가 암기제작기술이 새어나가면 문제가 컸다.

 

“뭐를 하려는 거냐?”

 

“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 공방에서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기술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내가 지켜보는 장소에서라면 허락하겠다.”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도와줄 사람이 세 명 필요합니다.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제 말에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며, 대여섯 시진 정도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또한 병을 가지고 있어도 안 되고요. 사람들을 골라주시면 제가 보고 결정을 하겠습니다.”

 

“알았다. 그 외에 또 필요한 것은 없느냐?”

 

“없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언제쯤 수술을 할 생각이냐?”

 

“준비가 끝나는 대로 날짜를 잡겠습니다.”

 

“알았다.”

 

당수백이 가고 나자 조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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