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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74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9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74화

제9장 결심 (2)

 

 

사흘이 지나자 조금 움직일 정도가 되었다. 당예상이 산공독 대신에 몸을 보하는 약을 꾸준히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내공이 없어져서 여전히 몸이 묵직했지만 기분은 훨씬 좋았다.

 

점심을 먹고 쉬는데 막강과 막요요가 찾아왔었다.

 

막요요는 조윤을 보자마자 울 것 같이 눈물부터 글썽거렸다.

 

“조윤 오라버니.”

 

“잘 지냈어?”

 

“네. 잘 지내요. 사람들이 오라버니를 못 만나게 해서 걱정했어요.”

 

당수백의 지시였다. 독에 중독된 걸 치료해야 한다면서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했었다.

 

“그랬구나. 이제는 괜찮아.”

 

“얼굴이 아직도 안 좋아요.”

 

“곧 건강해질 거야.”

 

“정말 괜찮은 거냐?”

 

막강이 묻는 말에 조윤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조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조윤이 잘못되어 막요요를 치료하지 못 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걱정 마세요. 몸이 낫는 대로 요요를 치료할 테니까요. 가주님에게 당문의 약재를 마음껏 써도 된다는 허락도 받아놓았어요.”

 

원래는 당효주를 치료하기 위해 허락한 것이었으나 굳이 그런 것까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알았다.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라.”

 

“네. 그럴게요.”

 

두 사람이 가고 나자 청성파의 도간과 현진, 등 조윤이 치료를 해줬던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미리 저에 대해서 알렸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기분이 나빴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닐세. 하하. 못 알아본 내 잘못도 있지.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서 이름조차 묻지를 않았잖은가? 이름을 들었으면 누군지 알았을 테니 명백히 우리 쪽에도 잘못이 있었네. 그러니 그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게나. 더구나 자네에게 도움을 받아 모두 무사하지 않은가? 뭣들 하는 게냐? 어서 인사를 하지 않고.”

 

도간의 말에 청성파의 제자들이 앞다투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현진은 약간 뚱한 표정이었다.

 

설마 조윤을 그렇게 만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조윤이 청성파에 와서 비무를 하고 간 이후로 현진은 그를 목표로 오늘까지 노력을 해왔다.

 

조윤과 다시 만났을 때 옛일을 생각하며 검을 맞대고자 했었다.

 

한데 영 이상한 모양새로 만나게 되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구나 조윤은 그가 마음에 두고 있던 낙소문의 가슴을 본 것으로도 모자라 입으로 쭉쭉 빨았었다.

 

물론 독을 빨아내기 위해서였고, 그 때문에 지금 저러고 있는 거지만 마음에 안 드는 건 안 드는 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신도 의술을 배워둘 걸 하는 후회마저 들었었다.

 

‘날 알아보지도 못하는 건가?’

 

아니었다. 조윤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현진은 언뜻 그때 봤던 얼굴의 윤곽이 남아있었다.

 

다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알은 척을 하기가 그래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현진과는 구면이겠구나. 당 대협과 함께 왔을 때 비무를 했던 걸 기억하지?”

 

“네. 물론입니다.”

 

그제야 조윤은 현진을 봤다. 그러자 현진이 멋쩍어하며 주저하다가 눈을 부릅뜨면서 말했다.

 

“다시 겨루자.”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아, 이 녀석아. 그게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할 소리냐?”

 

“맞아요. 사형! 다짜고짜 겨루자고 하다니 예의가 아니잖아요.”

 

“그러다가 지면 어떻게 하려고요?”

 

“돌아가면 장문인께 이를 겁니다. 하하.”

 

도간은 물론이고 사형제들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그에게 한마디씩 했다. 우직한 성격은 여전한 것 같았다.

 

조금 진정이 되자 현진이 조윤을 향해 다시 말했다.

 

“계속 기다려왔다고.”

 

“그래. 그러자.”

 

조윤이 웃으면서 대답을 하자 현진이 멍하니 쳐다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들이 가고 나자 이번에는 아미파의 제자들이 찾아왔다.

 

아명과 낙화영, 그리고 조윤이 치료를 해 준 여인이 함께 왔다.

 

조윤은 그들에게도 사과를 했다. 그러자 아명이 손사래를 치면서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언니는 부끄러워서 오지 못하겠대요. 그래서 제가 대신 왔어요.”

 

발랄한 성격의 낙화영이 웃으면서 말하자 옆에 있던 아명도 대신 사과를 했다.

 

“그 아이가 그런 성격이 아닌데 미안하군.”

 

“아닙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었다고는 하나 제가 그런 짓을 했으니 얼굴을 보는 것이 편치 않을 겁니다.”

 

“맞아요. 가슴을 보이고 입까지 댔잖아요. 저라도 부끄러워서 못 올 거예요. 그러고 보니 조윤 소협이 이제 언니를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닌가?”

 

“흠,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세나.”

 

아명까지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조윤은 조금 당황했다.

 

낙소문 같은 미인과 함께 하면 좋기는 하지만 지금은 미래가 굉장히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자신이 살길부터 찾아야 하기 때문에 누구를 책임지고 할 여유가 없었다.

 

* * *

 

“이럴 수가!”

 

“허! 정말이었구려.”

 

“아미타불.”

 

어두운 지하에서 시체를 살피던 아명과 도간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그러자 당수백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사람만 당한 것이 아니요. 서른 명 가까이 당했소.”

 

“전부 흑마장에 당한 겁니까?”

 

도간의 물음에 당수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왜 이걸 먼저 보여주지 않은 겁니까?”

 

아명과 도간은 공손세가의 뒤에 마교가 있다는 말을 쉽게 믿지 않았다.

 

당수백의 말 말고는 명백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흑마장(黑魔掌)의 흔적을 보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흑마장은 마교의 장로 중 한 명인 잔혹마인(殘酷魔人) 금공이 쓰던 마공이었다. 맞은 부위가 흑색으로 변하면서 썩어 들어가기 때문에 바로 알아볼 수가 있었다.

 

“당시에는 흑마장의 흔적이 확실했었소. 하지만 지금은 시일이 흘러 확실하지가 않소. 두 분이 내 말을 믿지 않는 상태에서 보여 봐야 의심만 더할 거라고 생각했소.”

 

“음…… 과거에 저는 마교와 상대로 싸운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흑마장에 당한 사람들을 본 적이 있지요.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나 이런 흔적을 남기는 것은 흑마장 말고는 없습니다.”

 

“앞으로가 큰일이오. 마교가 공손세가의 뒤에 있다면 이미 세력을 어느 정도 일궜다는 뜻이 아니오? 우리들만으로는 상대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르오.”

 

“솔직히 말하면 고민을 많이 했었소. 그리고 그들이 마교가 아니기를 바랐소. 그들과 싸우게 되면 많은 이들이 죽고 피를 흘려야 하오. 하지만 이미 그들은 당문을 표적으로 삼고 일을 진행했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조용히 있지만 곧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뜯으려고 할 것이오. 만약 당문이 당한다면 청성파와 아미파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오. 해서 그대들을 부른 것이오.”

 

“무림에 알려야 합니다. 사천의 모든 명문세가에 연락을 해서 사실을 알리고 함께 그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아명사태도 같은 생각이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대는 마교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있으면 도움이 될 테지요. 저는 당장에 장문인께 이 사실을 알리고 사람을 더 보내달라고 하겠습니다.”

 

“나도 청성파에 연락을 해서 그렇게 하겠소. 그들이 몇 명이던 이번에 완전히 뿌리를 뽑아야 하오. 그러자면 많은 인원이 필요할 거요.”

 

“그럼 두 분께서 수고를 좀 해주십시오. 청성파와 아미파의 명성이 높으니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명문세가가 많을 겁니다.”

 

“당문의 명성만 하겠소? 어쨌든 최대한 많이 연락을 해봅시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결정이 되자 당수백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으나 도간과 아명은 보지 못했다.

 

당문과 청성파, 그리고 아미파는 사천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곳이었다. 그들이 뭉쳐서 도움을 청하자 인근에 있는 모든 문파에서 사람들을 보내왔다.

 

마교를 상대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무려 천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그 때문에 당문은 연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조윤은 한가했다. 이제야 좀 움직일 만해져서 막요요와 함께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어? 오라버니. 저기 누가 있어요.”

 

막요요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연못 옆에 있는 팔각정자에 두 명의 여인들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익히 아는 얼굴이라 조윤은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췄다.

 

“왜 그래요? 오라버니. 오라버니.”

 

“어? 아, 하하. 아무것도 아니야. 아는 사람이 있어서. 저쪽으로 가볼까?”

 

“그래요.”

 

조윤은 막요요의 손을 잡고 정자로 향했다. 그러자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당효령이 조윤을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 모습을 보고 함께 있던 중년 여인이 의아해하다가 고개를 돌려 조윤을 봤다.

 

“오랜만이야. 효령 누이.”

 

당효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멍하니 조윤을 쳐다보다가 눈물을 글썽였다.

 

“너…….”

 

“건강해 보이네.”

 

조윤이 웃으면서 말했으나 당효령은 여전히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오 년 동안 조윤이 돌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지 않았다.

 

당수백은 조윤이 죽었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혼인을 하라고 했다.

 

그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옆에서 따뜻하게 대해주던 미가장의 장남과 혼인을 하고 말았다. 서신이라도 한통 보냈더라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서 기다렸을 것이다.

 

한데 이틀 전에 남편을 따라 이곳에 와서 조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공을 잃고 폐인이 되었다고 한다.

 

당효령은 조윤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또한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걸 자각하자 아직까지 조윤을 좋아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은 다른 사람의 아내였다. 그래서 조용히 있다가 가려고 했다. 조윤을 보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보지 않으려고 했다.

 

“누구지? 이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거늘.”

 

단아하게 생긴 중년 여인이 묻는 말에 조윤이 인사를 했다.

 

“조윤이라고 합니다. 몸이 안 좋아 이곳에서 잠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조윤? 그대가 조윤인가요?”

 

“네? 네. 맞습니다.”

 

중년 여인의 반응이 격했다. 왜 그런지 몰라 의아해하면서 대답을 하자 갑자기 손을 잡아끌며 자리에 앉혔다.

 

“이리로 앉아요. 상공에게 이야기는 들었어요. 의술이 그렇게 뛰어나다지요? 아직 어려 보이거늘, 올해 나이가 몇이죠? 아, 내 소개를 안 했군요. 나는 효령의 어미인 제갈지인이에요.”

 

“그러셨군요. 미처 못 알아봤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럴까?”

 

“네. 저도 그게 편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네.”

 

제갈지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고는 조윤 옆에 있는 막요요를 보며 물었다.

 

“소저는 누구지?”

 

“저는 막요요예요.”

 

“제가 치료하고 있는 아이입니다.”

 

“혹시 대력패도 막강 대협의 따님인가?”

 

“네. 맞습니다.”

 

조윤의 대답에 제갈지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조윤을 뜯어보다가 입을 열었다.

 

“효주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었네. 지금껏 구음절맥을 고쳤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미 포기를 하고 있었지.

 

그런데 상공이 그리 들떠서 확신을 하는 모습을 보니 가볍게 여길 수가 없었지. 해서 자네에 대해 나름대로 알아봤다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거늘 사천에 명성이 자자하더군. 다들 포기했다는 막강 대협의 딸까지 치료를 하고 있고. 그래서 다시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네.”

 

“가주님께서 따님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면 저를 죽이겠다고 하시더군요.”

 

사실을 조윤은 아무렇지 않게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자 제갈지인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호호. 상공이 효주를 생각하는 마음이 강해서 그러니 이해해주게나. 여기에서 이럴 게 아니라 함께 효주를 보러 가는 것은 어떤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지?”

 

“네.”

 

“자, 함께 가세나. 막 소저도 함께 가자꾸나.”

 

“네.”

 

제갈지인이 조윤을 잡아끌자 막요요가 따라왔다. 그때까지도 당효령은 내내 조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심장이 너무나 크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억눌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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