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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72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6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72화

제8장 해후 (3)

 

 

사실 조윤은 그들을 모른 척할 생각이 없었다.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나름 인연이 있었기에 치료를 해주려고 했었다.

 

다만 확실하게 해두고 싶어서 이야기를 했던 건데, 아명과 도간이 그걸 껄끄럽게 여기고, 때마침 당자휘와 당예상 등이 오는 바람에 그냥 가려고 했었다.

 

그들이 충분히 치료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윤은 먼저 아미파의 제자들에게 다가갔다.

 

한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고, 또 한 명은 낙소문이었다.

 

먼저 모르는 사람에게 약을 먹이고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팔에서 증상이 나타났다. 단검으로 팔을 긋자 아까 막강이 그랬던 것처럼 새까만 피가 콸콸 흘러나왔다.

 

잠시 후 검은 피가 다 빠지고 빨간 피가 나오자 재빨리 약을 뿌리고 봉합을 했다.

 

그 같은 치료방법과 손놀림을 보고 당자휘와 당예상이 크게 놀랐다.

 

지금 조윤이 하고 있는 치료방법은 굉장히 위험했다.

 

독으로 독을 자극해서 한곳에 모은 후에 그곳을 째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방법이었다. 자칫 그 배합을 잘못 맞췄다가는 독이 온몸에 퍼져서 죽게 된다.

 

“됐어요. 이제는 내공으로 독을 몰아내기가 쉬울 거예요. 탕약을 달이고 있으니까 나중에 그걸 먹어요.”

 

“아.”

 

한 명이 무사히 치료되자 아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조윤은 낙소문에게 약을 먹이고 경과를 지켜봤다. 한데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미간을 좁히며 유심히 낙소문을 보던 조윤은 다급하게 그녀의 옷을 벗겼다.

 

“무, 무슨 짓이냐?”

 

현진이 놀라서 조윤을 말리려고 했다. 그러자 조윤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치료 중이야! 이 여자를 죽이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

 

“그게 무슨…….”

 

조윤의 기백에 현진이 멈칫하자 그사이에 옷을 마구 벗겨냈다. 그러자 낙소문의 뽀얀 가슴이 나왔다. 순간 주위에 있던 사내들이 전부 몸을 돌렸다.

 

조윤은 그녀의 가슴을 칼로 쨌다. 그러자 검은 피와 함께 약간의 붉은 피가 섞여 나왔다.

 

“제길!”

 

독이 하필 가슴에 모였다. 그 때문에 칼로 쨌는데도 한 번에 확 밖으로 밀려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조윤은 입을 떼고 쭉쭉 빨았다. 몇 번을 빨고 뱉기를 반복하자 이내 붉은색 피만 나왔다.

 

조윤은 거기에 약을 뿌리고 재빨리 봉합을 했다. 순간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독에 중독된 것이다.

 

“괜찮아요?”

 

당예상이 다가오면서 묻자 조윤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리고 청성파의 제자들을 마저 치료했다.

 

네 사람 중 두 사람은 독이 팔에 뭉쳤고, 한 명은 배에, 그리고 한 명은 등에 뭉쳤다. 그걸 째서 독을 빼낸 후에 가루약을 뿌리고 봉합을 했다. 그러느라 시간이 지체되자 주위의 사물이 전부 일그러지면서 보였다.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조윤은 재빨리 해독제를 먹고 독이 뭉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머리가 어질어질하더니 치료를 끝내기도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누웠다. 몸이 천근처럼 무거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 일어났어?”

 

옆에 있던 당예상이 조윤이 깨어난 것을 보고 물었다.

 

반말에 따뜻함이 배어 있는 것을 보니 자신이 누군지 아는 것 같았다. 이에 조윤은 멍하니 그녀를 보다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네.”

 

“깜빡 속았어. 왜 그런 장난을 친 거야?”

 

“장난이 아니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아명사태님하고 도간진인도 속았다고 하면서 허탈해하더라. 자휘도 그렇고.”

 

“속일 생각은 없었어. 독탄이 터지기에 천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못 알아보더라고. 중간에 나라는 것을 밝히기가 그래서 치료만 하고 조용히 가려고 했지.”

 

“나중에 만나면 제대로 사과해.”

 

“알았어.”

 

당예상은 조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예전에는 존대를 하면서 조금 벽을 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하니 이야기하기가 수월했다. 더구나 키도 커졌고 얼굴도 잘생겨졌다.

 

“그보다 누이는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신의문에 있어야 하잖아. 스승님은?”

 

“스승님은 조금 더 있다가 올 거야. 일이 있어서 나만 먼저 왔어.”

 

“그랬구나. 스승님은 건강하시지?”

 

“응.”

 

“아, 맞다. 흑묘는? 치료는 다 끝난 거야?”

 

“그래. 올 때 나와 함께 왔어.”

 

“그래? 그럼 여기에 있어?”

 

조윤이 크게 기뻐하면서 묻자 당예상은 조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했다. 달거리를 할 때는 이유 없이 더러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기간이 아니었다. 한데 왜 이런 걸까?

 

당예상이 대답을 않고 멍하니 있자 조윤이 걱정스레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어? 아니. 흑묘는 여기에 없어. 이화하고 어딘가로 갔어.”

 

“이화 누이도 왔구나. 어디로 갔는데?”

 

“그건 모르겠어. 나중에 한 번 들른다고 했으니까 그때 보면 될 거야.”

 

조윤은 모처럼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안 되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아참, 효령 누이는?”

 

“응? 잘 지내.”

 

“그래?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네.”

 

당효령 이야기가 나오자 당예상의 얼굴빛이 살짝 바뀌었으나 조윤은 보지 못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당예상과 좀 더 이야기를 나누던 조윤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이후 조윤은 계속 자다 깨다 자다 깨는 걸 반복했다.

 

깨어있을 때는 항상 당예상이 옆에 있었다. 그녀는 조윤이 눈을 뜨면 먹을 것과 약을 가져다주며 시중을 들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자 조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막강이야 그렇다고 쳐도 막요요가 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당예상에게 물었더니 자신이 완쾌될 때까지 객방에서 기다리게 했다고 한다. 그래도 얼굴을 보고 싶으니까 불러달라고 하자 아직은 안 된다며 우선은 몸을 회복하라고 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사흘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몸이 무거웠다. 지금쯤이면 완전히 해독이 되었어야 정상이었다.

 

그날 밤, 조윤은 잠이 오는 걸 억지로 참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하자 단전에서 찌릿하니 통증이 일었다.

 

“크윽!”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왔다. 조윤은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서 한참동안 배를 잡고 웅크리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단전에 가득 차 있어야 할 내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공이 없어졌다.

 

잠시 이유를 생각하던 조윤은 문득 짚이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그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제길!”

 

다음 날 조윤은 당예상이 주는 약을 먹고 자는 척을 하다가 전부 뱉어냈다. 그러자 잠이 오지도 않았고, 단전에 의식을 집중해도 통증이 생기지 않았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당예상이 산공독을 먹인 것이다.

 

산공독은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내공을 전부 흩어버렸다. 그래서 무인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만약 일시적으로 독성이 작용을 하는 거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영영 내공을 못 쓰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앞이 깜깜했다.

 

밤이 되자 당예상이 다시 찾아왔다. 조윤이 안 자고 있자 그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랬어?”

 

“어?”

 

“나한테 왜 그랬어?”

 

“나, 나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줘.”

 

당예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힘없이 털썩 자리에 앉았다.

 

“가주님이 너를 죽이려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

 

“가주님이 왜?”

 

“방해가 되니까.”

 

“뭐가?”

 

“공손세가가 단목세가를 멸문시킬 때 뒤를 받쳐줬던 세력이 마교야. 그 사실을 알고 가주님은 청성파와 아미파에 도움을 청하고, 인근의 군소문파들을 모아서 사천무림맹을 만들려 하고 있어. 당신우와 당자휘를 중심으로 맹주가 되려는데 네가 돌아온 거야.”

 

“이해가 안 돼. 가주님이 맹주가 되는 걸 내가 방해할 거라 생각한 거야?”

 

“맞아.”

 

“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

 

“알아.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네가 복수를 하기 위해서 왔다고 생각하니까. 가주님도 예전에 한 이야기가 있으니 너를 도와줄 수밖에 없지.”

 

“그럼 그렇게 하면 되잖아. 단목세가가 지금은 없지만 그래도 당문소속이었잖아.”

 

조윤이 묻자 당예상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조윤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당효령은 일 년 전에 혼인을 했어.”

 

“뭐?”

 

잠시 멍하니 있던 조윤은 가주인 당수백이 왜 그랬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조윤이 앞장서서 공손세가를 치고 마교까지 몰아내면 그 이후는 뻔했다.

 

다들 조윤을 중심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윤은 당문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당효령이 혼인을 하지 않았다면 데릴사위로 들여서 묶어놓을 수가 있었을 것이나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죽이고자 한 것이다.

 

당예상은 그걸 막기 위해서 내공을 없애 폐인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고.

 

“이대로 따라줘. 내공을 쓰지 못하면 가주님도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을 거야. 사람들은 네가 칠사연화독 때문에 내공을 잃었다고 생각할 거고.”

 

“예전이었다면 그랬을 거야.”

 

그랬다. 예전이었다면 이깟 무공 없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고인이 된 당황학 때문에라도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의 내공에는 기라의 수고도 들어 있었다.

 

지난 몇 년간의 인연과 노력을 이렇게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가주님과 싸우는 것은 무모해.”

 

“싸우지 않아. 그냥 조용히 떠날 거야.”

 

“가주님이 보내주지 않을 거야.”

 

“아니. 보내줘야만 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조윤이 눈을 빛내면서 그렇게 말하자 당예상은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가 저런 사람이었던가?

 

예전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고,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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