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71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71화
제8장 해후 (2)
“됐어요. 독이 거의 다 빠졌어요.”
“으……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되긴요. 죽다 살아났죠. 나한테 목숨 하나 빚진 거예요.”
막강이 정신을 차리면서 묻자 조윤이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막요요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막강에게 안겼다.
“운기조식을 해서 남은 독을 마저 몰아내세요. 그리고 지금 달이고 있는 탕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알았다.”
치료과정을 보고 있던 도간과 아명은 서로를 봤다.
방법이 기이했지만 확실하게 치료가 된 것 같았다.
“대단하군. 어서 저쪽에 가서 우리도 해독을 해주게.”
아명이 다급한 마음에 그렇게 말하자 조윤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물었다.
“왜요?”
“응?”
“왜 제가 도와줘야 하죠?”
“그거야…….”
아명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보니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생판 모르는 남이 아니던가?
도간 역시 이는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조윤이 독을 쓴 자들과 한패라고 여기고 있었다.
뭐가 목적인지는 몰라도 자신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당연히 치료를 해줄 줄 알았다. 한데 그게 아니란 말인가?
“자네는 의원이 아닌가? 환자가 눈앞에 있는데 어찌 모른 척을 하려는가?”
아명이 타이르듯이 말하자 조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리 말하시니 치료를 하겠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도간은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잘못 볼 리가 없었다.
“말해보시게.”
“우선 돈을 주십시오. 저기에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려면 적지 않은 약재가 듭니다. 하지만 그건 원래 여기에 있는 요요를 치료하기 위해 사둔 약재입니다.”
“알겠네. 그렇게 하겠네. 돈은 얼마든지 주겠네. 또 원하는 것이 있는가?”
“아까도 말했듯이 제가 알아낸 독성분은 세 가지입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편법을 썼고 그게 운이 좋아 막 대협에게는 먹혔습니다. 하지만 저 사람들도 그럴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은 해독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단 말인가?”
“네. 그럴 경우 제 목숨을 보장해주십시오.”
“허! 우리를 흑도문파나 시정잡배로 보고 있는 건가? 우리는 청성파와 아미파의 제자들이다.”
참다못한 도간이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자 조윤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처음 본 사람은 더더욱 믿지 않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치료를 하다가 저들이 죽으면 그 원망을 누구한테 돌릴지. 먼저는 독을 쓴 자들일 테고, 그다음은 저일 테지요.”
“음…….”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었다. 도를 깨우치기 위해 수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명과 도간은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자네에게 해가 갈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하네.”
“차라리 당문에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립시다. 이제 올 때가 다 되었소.”
도간이 아명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아명이 잠깐 흔들리는 기색을 보였다.
“그렇게 하세요.”
조윤은 미련 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약재며 도구를 챙겼다. 그러자 아명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닐세. 도움을 받겠네. 그러니까…….”
“사부님! 당문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때마침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아명과 도간이 그쪽을 봤다.
거기에는 청성파의 제자와 함께 당문에서 온 사람들이 서 있었다.
조윤은 그들 중에 섞여 있는 여인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적인 얼굴에 짙은 녹색의 궁장을 입고 있는 여자는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예상 누이?’
* * *
조윤이 알기로 당예상은 당자기와 함께 신의문에 있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와 있는 걸까?
“두 분께서 오셨군요. 도간진인과 아명사태를 뵙습니다.”
“오…… 당 공자이시구려.”
도간이 당자휘를 반기면서 말했다. 당자휘는 당문의 문주인 당수백의 차남이었다.
당연히 당문의 비전을 이어받고 있었다. 하니 제자들을 바로 해독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이에 도간은 조윤을 무시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아명도 잠시 망설이다가 조윤에게 살짝 눈인사를 하고는 당자휘에게 갔다.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이 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저희가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아니오. 그게 어찌 당 공자의 잘못이겠소. 우리가 그들에게 틈을 내준 것이 이유겠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아이들을 좀 봐주시게나.”
“알겠습니다.”
당자휘가 그렇게 말하면서 독에 중독된 청성파와 아미파의 제자들을 살폈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당예상을 불렀다.
“예상 누이.”
“응.”
“한번 보세요.”
당자휘의 말에 그들의 상태를 살피던 당예상이 미간을 살짝 좁히면서 인상을 썼다.
지금까지 독은 많이 다뤄봤지만 무슨 독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당자휘도 그래서 자신더러 한번 보라고 한 것이리라.
당예상이 고개를 젓자 당자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아하니 자신이 오기를 기다린 것 같은데 무슨 독인지 모른다고 하면 당문에 대한 신의가 떨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 약이나 먹일 수도 없었다.
피독환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건 독에 중독이 되는 순간 바로 복용을 해야 효과를 볼 수가 있었다.
“왜 그러는가? 혹시 무슨 독인지 알아내기 어려워서 그러는가? 저기에 있는 젊은 의원이 칠사연화독이라고 하던데.”
“칠사연화독이요?”
아명이 하는 말을 듣고 당자휘가 조윤을 쳐다봤다. 하지만 뒷모습만 보여서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나 당예상이 알아내지 못한 걸 알아냈다니 도대체 누구일까?
“칠사연화독은 독성이 강한 독사 일곱 마리로 만드는 독입니다. 어떤 독사를 썼는지만 알면 해독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저 사람도 그런 말을 하더군. 그러면서 세 가지는 알아냈지만 나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했네. 그런데도 해독약을 만들어서 저기에 있는 사람을 치료했지.”
“그가 어떤 방법을 썼습니까?”
당자휘가 묻자 아명은 아까 조윤이 했던 것을 전부 말했다.
그걸 듣고 당자휘는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독성분을 그 자리에서 알아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지도 않았다.
자신이 칠사연화독의 독성분을 알아내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걸린다.
그건 당문의 그 누가 와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겨우 세 가지 성분만 알아냈는데도 치료가 가능했다고 한다.
당예상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참지 못하고 조윤에게 다가갔다.
“잠시만요.”
“네?”
조윤이 몸을 돌리자 그녀는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천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칠사연화독을 해독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요.”
“아직 중독된 사람들이 있으니 도와주세요.”
“싫습니다.”
“이유가 뭐죠?”
“그건 저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조윤이 아명과 도간을 가리키자 당예상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자 도간이 당예상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 건가? 혹시 해독이 어려워서 그러는 건가?”
“맞아요. 칠사연화독은 독성분만 알면 바로 해독이 가능해요. 하지만 그걸 알아내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걸려요. 그동안 저 사람들은 전부 죽을 거예요. 지금 상태로는 그때까지 버티지 못해요.”
“이런…….”
도간과 아명은 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조윤에게 계속 부탁할 것을 그랬다.
당문에서 사람이 왔다고 해서 치료를 거절해놓고 이제 와서 다시 부탁을 하자니 겸연쩍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그러시죠? 우리가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하아…… 실은 젊은이가 도움을 주겠다는 걸 우리가 거절을 했네. 해독을 하는 데 위험이 따른다고 하기에 망설이던 차에 자네들이 왔기 때문이지.”
“그랬군요.”
당예상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윤을 봤다. 그리고 아무런 사심 없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저분들이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니 해독을 도와주세요. 그럼 당문에서 충분히 사례를 하겠어요.”
“이미 알고 있듯이 칠사연화독의 독성분 중에서 내가 알아낸 건 세 가지뿐이에요. 치료를 하다가 저들이 죽을 수도 있어요.”
“어차피 이대로 놔둬도 죽어요. 그러니 치료를 해주세요.”
“흠. 좋아요. 그럼 당문에 있는 약재를 줘요.”
“필요한 게 뭐죠?”
“그건 나중에 말할게요. 다만 내가 원하는 건 무조건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다면 치료를 하죠.”
당예상이 대답 대신 당자휘를 봤다. 그녀는 당문에서 그리 지위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약속을 할 수 없었지만 당자휘는 달랐다.
“도와만 준다면 그렇게 하겠소. 뭐든 원하는 것을 내주겠소.”
“그게 당의환이라고 해도 준다는 겁니까?”
당자휘는 조윤이 당의환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당의환을 아는 건 당문 내에서도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만큼 만들기가 까다롭고 귀한 영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윤이 뭐를 원하든 들어줘야만 했다.
청성파와 아미파가 당문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당했다는 소문이 돌면 어디든 도움을 주기를 꺼리게 된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물론이오.”
“좋습니다. 그럼 치료를 하죠.”
조윤은 짐 보따리에서 아까 만들어 놓은 해독제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