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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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69화
제7장 명성 (3)
“뭐냐?”
“요요를 치료하려면 약재가 많이 필요해요. 그걸 저 혼자 구하려면 시간도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요. 그러니까 저 사람들에게 구해오게 하면 어떨까요?”
역시나 막강은 막요요에게 약했다. 그녀 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수그러들었다.
“그럼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막강은 모든 걸 조윤에게 맡기고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유개염이 조윤에게 포권을 하면서 말했다.
“도움을 주셔서 고맙소. 소협.”
“아닙니다.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죠. 뭐. 그보다 약재를 좀 구해주세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뭐든 말을 하십시오.”
“잠깐만 기다리세요.”
조윤은 방으로 가서 필요한 약재를 적어서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유개염에게 건네주면서 당부를 했다.
“구할 수 있는 것만 구해주세요.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전부 돈을 주고 정당한 방법으로 구해야 합니다. 막 대협이 당신들을 시켜서 부당하게 약재를 구했다고 소문이 나면, 그때는 저도 어떻게 하지 못해요.”
“물론입니다. 그 점은 염려 마십시오. 반드시 돈을 내고 사오겠습니다.”
“기한은 얼마나 드릴까요?”
“인원이 많으니 하루면 충분합니다.”
“그럼 부탁드려요.”
“염려 놓으십시오. 그리고 이건 제 짐작입니다만…….”
“뭐가요?”
“요즘 명성이 자자한 소청신의 아니십니까?”
“저를 아세요?”
“역시나 그랬군요. 막 대협의 따님이 아픈 건 소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웬만한 명의가 아니고서는 따님을 맡길 리가 없는데 이리 젊으니 딱 생각나는 사람이 소청신의였습니다.”
“그랬군요.”
조윤은 생각보다 자신이 많이 알려졌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소문이라는 건 말 그대로 정말 소문이었다. 입에서 입을 통해 전달이 될 텐데 그 속도가 놀랍도록 빨랐다.
“약재는 질이 최고로 좋은 걸로 구해오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기에 있는 걸 전부 구하려면 바쁘게 뛰어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유개염은 그때까지도 무릎을 꿇고 눈치를 살피던 주곤과 흑문방의 방도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 * *
다음 날 저녁때가 되자 유개염이 주곤과 부방주, 등과 함께 약재를 가지고 찾아왔다. 조윤이 그걸 살펴보니 유개염이 장담한대로 대부분 제법 질이 좋았다.
“여기 몇 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좀 더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아닙니다. 이 정도만 해도 됩니다.”
“그리고 이건 약소하나마 저희의 성의입니다.”
유개염이 그렇게 말하면서 금자가 든 주머니를 내밀었다.
너무 많이 주면 화를 내고, 그렇다고 너무 적게 주면 의미가 없었다. 자칫 상대를 무시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적당히 쓸 만큼만 넣었다.
조윤은 그걸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잖아도 나머지 약재를 구하려면 돈이 필요했었다.
“고맙습니다. 유용하게 잘 쓰겠습니다.”
“그럼, 또 인연이 되면 뵙겠습니다.”
유개염과 주곤 등이 인사를 하고 객잔을 나가자 조윤이 막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약재를 잔뜩 구했네요.”
“너 때문에 저놈들을 살려둔 거다. 그런데도 요요를 치료하지 못한다면 가만 두지 않겠다.”
“알았으니까 함께 당문으로 가요.”
“거긴 왜 가려는 거냐?”
“원래 제 목적지가 당문이었어요. 그리고 몇 가지 약재는 거기에 가야만 구할 수가 있어요.”
“알았다.”
“그럼 짐 챙겨서 바로 가죠.”
조윤은 방으로 가서 어제 하루 종일 적어놓은 것들을 모두 챙겼다. 그러다 이대로 가져가는 것보다는 책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구멍을 뚫고 끈으로 묶었다.
‘제목도 붙일까?’
잠시 생각하던 조윤은 조윤의학서라고 겉에 적었다.
예전에 기라와 이자림이 책이나 약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고 유치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자신도 하려니까 똑같았다.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오자 막강과 막요요가 기다리고 있었다.
조윤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막요요를 태우고 막강과 함께 천천히 걸었다.
지금까지는 혼자였으나 일행이 있어 여행이 덜 지루했다.
더구나 막강은 든든한 호위역할까지 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웬만한 사람들은 눈치만 살피다가 가버렸다.
당문이 있는 성도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성도라 사람이 많은 건 당연했지만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북적대지는 않았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걷고 있는데 한 무리의 도사들이 사람들을 가르면서 당당하게 걸어왔다. 감색의 도복에 관을 쓰고, 등 뒤에는 송문고검을 차고 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그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가자 누군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들려왔다.
“청성파의 도사들인가?”
“직접 보기는 처음이군.”
“이번에 당문에서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야.”
“그러게 말일세.”
조윤은 당문에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에 바로 당문으로 가지 않고 청성파의 도사들이 들어간 객잔으로 갔다. 그러자 막강이 인상을 살짝 쓰면서 물었다.
“왜 객잔으로 가는 거냐?”
“네? 아, 배가 고파서요. 뭐 좀 먹고 가죠.”
“당문에 가서 먹어도 된다.”
“나도 배고파요.”
막요요의 한마디에 막강은 군말 없이 조윤과 함께 객잔으로 갔다.
점심때라 그런지 객잔 안은 사람들이 많았다.
막강의 큰 체구와 험악한 인상 때문에 잠시 시선이 모였지만 곧 신경을 끊었다.
성도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고, 괜한 관심으로 인해 시비가 일어나면 칼부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걸 알기에 자신의 일이 아니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청성파의 도사들은 이 층의 창가 쪽에 앉아있었다.
조윤은 거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이곳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를 시켰다. 그리고 막요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하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도사들은 조용히 밥만 먹을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무려 열두 명이나 있는데도 젓가락질 하는 소리 말고만 들려왔다.
‘이럼 안 되는데.’
조윤이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객잔 안이 크게 술렁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보니까 아리따운 여인들이 비구니들과 함께 입구에 서 있었다.
젊은 여인들이 그렇게 많이 몰려다니는 경우는 흔치가 않았다.
더구나 눈이 호강을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미인들이 몇 명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식사를 하실 겁니까?”
“우리가 앉을 자리가 있나?”
중년으로 보이는 비구니가 묻자 점소이가 이 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위에 자리가 있습니다.”
“안내하게.”
“네.”
점소이를 따라 이 층으로 올라오던 여인들은 먼저 와 있던 청성파의 도사들을 보고 멈칫했다.
그러더니 점소이와 대화를 나눴던 비구니가 그들을 향해 합장을 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도간진인.”
“허, 누군가 했더니 아명사태였구려. 진인이라니, 당치도 않소이다.”
“그 말은 제가 할 말입니다. 사태라니요.”
두 사람이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자 함께 있던 제자들도 서로 알은 척을 했다. 그 와중에 낯익은 이름이 들려오자 조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오랜만입니다. 낙 소저. 그간 별일 없으셨는지요?”
“네.”
낙소문은 차갑게 한마디 하고는 말았다. 그 모습이 굉장히 예의가 없어 보였으나 현진은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차가운 성정은 여전하시군요.”
“현진 도사님 눈에는 저는 안 보이고 언니만 보이나 보네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현진은 낙화영에게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조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자 예전에 당황학을 따라서 청성파와 아미파에 들렀을 때가 생각났다.
현진은 청성파에서 비무를 했던 그 꼬맹이였고, 낙소문은 아미파에서 비무를 했던 그 차가운 소녀였다. 그녀의 동생인 낙화영의 다리가 부러져서 치료를 해줬던 일이 생각나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디 얼마나 컸는지 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자 눈이 훤해지는 미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낙소문이었다. 그녀는 차가운 인상 때문에 냉기가 풀풀 날렸으나 오히려 그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옆에는 그녀와는 달리 생글생글 귀여운 인상의 낙화영이 있었고, 앞에는 다부진 체구의 현진이 서 있었다.
세 사람은 서로 친분이 있는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걸 보고 있던 조윤은 낙소문의 머리에 꽂혀 있는 비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비무를 할 때 비녀를 망가트리는 바람에 준 것이었는데 아직도 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보세요?”
“어? 아니야. 아무것도. 다 먹었어?”
“네. 배불러요.”
“조금만 더 있다가 가자. 아직 시간이 일러.”
“그래요.”
막요요가 그렇게 결정을 하자 막강도 별말 없이 따랐다. 조윤은 음식을 깨작거리면서 청성파와 아미파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당문에서 아미파에도 도움을 청했을 줄은 몰랐소.”
“사람이 직접 찾아왔었어요.”
“공손세가가 그리 위협적으로 성장을 했으니 부담스러울 만도 할 거요.”
“당문에서 말하기를 마교가 뒤에서 개입하고 있다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도우는 것이 옳아요.”
“아직 그 진실여부를 모르지 않소?”
“그 자존심이 높던 당문에서 도움을 청했어요. 그것만도 흔한 일이 아니죠. 그런데 마교까지 언급을 했잖아요. 본문의 장문인께서는 이번 사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음……. 하긴, 다른 곳도 아니고 마교이니 사안이 민감하지.”
조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황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를 했다. 당문에서는 그동안 공손세가의 뒤를 봐주는 세력이 어딘지를 몰라 섣불리 공격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들이 마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교는 당문 홀로 상대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었다. 이에 청성파와 아미파에 도움을 청했고, 그래서 저들이 온 것이다.
“이제 가요.”
지금 가서 도움이 될지는 몰랐으나 어쨌든 가기는 가야 했다.
가서 당황학의 유골을 전해야 했다. 그리고 당수백과 그 전에 한 약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조윤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그때까지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던 사내가 갑자기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서 던졌다. 그러자 녹색의 독연기가 확 일면서 주위를 순식간에 덮쳐갔다.
“헉! 독이다!”
“피해!”
청성파와 아미파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치며 몸을 날렸으나 이미 독연기가 그들 근처까지 접근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