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68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68화
제7장 명성 (2)
“제길! 힘만 센 놈일 뿐이다. 저런다고 칼 안 들어 가냐? 다 같이 죽여!”
이괴걸이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들고 소리쳤다. 그러자 부하들이 무기를 꺼내들고 막강에게 우르르 덤벼들었다.
마치 불나방이 자신이 죽을 것도 모르고 불로 뛰어드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걸 보고 조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기회는 이미 한 번 줬다. 살길을 열어줬건만 그걸 거절한 건 그들이었다.
그들은 목이 꺾이고 머리가 터져서 나뒹굴었다.
한 사람당 정확히 딱 한 방씩이었다. 보기에 끔찍했으나 막요요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그동안 저런 걸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조윤은 막요요가 계속 보지 않기를 원했다. 이에 그녀를 안고 방으로 올라갔다.
“우리 아빠 강하죠?”
“그래. 너무 강해서 탈이다.”
“왜요?”
“세상에는 네 아빠보다 강한 사람들이 많거든.”
“조윤 오라버니처럼요?”
“응? 그렇지. 뭐.”
“풋!”
막요요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곧 죽어도 제 아빠가 천하에서 제일 강하다고 믿고 있었다.
방에서 막요요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데 막강이 들어왔다.
그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조윤을 보다가 막요요를 볼 때는 인상이 싹 풀렸다.
‘딸 바보로군.’
막강은 하는 행동이 딱 그랬다. 하긴, 그러니까 막요요를 치료 못하는 의원들을 때려죽였겠지.
“나 오늘 조윤 오라버니랑 잘래.”
“헉!”
막요요의 폭탄발언에 막강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단지 조윤과 밤새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으나 막강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치료고 뭐고 막강이 죽이려고 덤벼들 것 같아 조윤은 선수를 쳤다.
“남녀가 함께 자면 안 돼.”
“왜요? 나는 아빠랑 자는데.”
“그러니까 가족 말고 다른 사람 말이야.”
“흐응. 그거 나도 아는데.”
막요요가 눈을 새치름하게 뜨면서 조윤을 보더니 상상도 못할 말을 했다.
“남자랑 자면 혼인해야 하는 거죠? 그럼 조윤 오라버니랑 혼인하면 되죠.”
“아니! 그건 안 돼. 혼인은 나이가 차야 하는 거야. 너는 아직 어려.”
“나 열다섯 살인데요.”
“뭐?”
“조금 어려 보이지만 열다섯 살이에요.”
조금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조윤은 막요요가 열 살 안팎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누가 봐도 그랬다. 그만큼 막요요는 체구가 작고 동안이었다.
“정말 열다섯 살이야?”
“네.”
조윤이 막강을 봤다. 그는 괴상망측한 표정으로 막요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조윤은 그 표정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아빠만 최고예요, 커서 아빠랑 혼인할래요, 하던 딸내미가 어느 날 부쩍 커서는 남자를 데리고 왔을 때의 기분이리라.
“하하. 나는 밤에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어서 가.”
“같이 하면 안 돼요?”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대화가 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에 더 당황한 조윤은 결국 막무가내로 막강과 막요요를 방에서 내보냈다.
“나는 치료방법을 찾아야 하니까 어서 가. 막 대협도 나가세요.”
* * *
아침 일찍 눈을 뜬 조윤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명상을 하다가 종이를 꺼내 그간 떠올린 것들을 전부 적기 시작했다.
“조윤 오라버니. 아침 안 먹어요?”
식사 때가 지나도 오지 않자 막요요가 의아해하며 찾아왔다. 그러자 먼저 와 있던 막강이 막요요를 말렸다.
“쉿!”
“왜요?”
“지금 방해하면 안 된다. 밥은 우리끼리 먹자.”
“조윤 오라버니는요?”
“내려가서 이야기하자.”
막강이 그렇게 말하면서 막요요를 번쩍 안아들었다.
오늘이 막요요의 치료법을 찾겠다고 약속한 삼 일째였다. 그래서 막강은 아침 일찍 조윤을 찾아왔었다.
한데 조윤은 그가 온 것도 모르고 뭔가를 계속 적고 있었다.
처음에는 일부러 그러는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었다.
뭔가를 적는 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위에서 뭘 하든 전혀 의식을 못하고 있었다.
그 같은 모습을 보자 막강은 조윤이 치료방법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에 빽빽하게 적어내고 있는 것들이 그 증거였다.
무인들도 가끔 저런 때가 있었다.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았을 때 미친 듯이 주먹을 내지르거나 검을 휘두른다. 그래야 깨달은 것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그래서 혹여 중간에 방해를 하면 집중이 깨져서 깨달음을 놓칠 수도 있었다. 그걸 알기에 막강은 막요요가 방해를 못하게 한 것이다.
점심때가 지나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조윤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막강이 궁금해서 슬쩍 가보니 여전히 뭔가를 적고 있었다.
벌써 반나절이 지났건만 저렇게까지 집중력을 보일 수 있다니, 막강은 처음으로 조윤에게 감탄을 했다.
“음…….”
조윤은 아침부터 한 번도 놓지 않았던 붓을 처음으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 배운 것들을 떠올려 적기는 했는데 뭔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았다.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게 뭔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이에 최대한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밖에서 흉흉한 기운이 느껴졌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적어도 서른, 아니, 오십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창문을 열고 밖을 살피니 역시나, 칼을 든 사내들이 객잔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방을 나와 찌뿌듯한 몸을 이리저리 풀면서 묻자 막강이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흥, 어제 찾아왔던 놈들의 패거리다.”
“아, 그 흑문방인가, 어디인가 하는 곳이요?”
“그래. 그보다 요요의 치료방법은 찾은 거냐?”
“어느 정도는요. 집중이 깨지는 바람에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지만 어떻게든 될 거 같아요.”
“저놈들 때문이로군.”
화가 난 막강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그는 막요요를 조윤에게 맡겨놓고 객잔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흑문방의 부방주가 방주를 보며 말했다.
“어? 놈이 나오는데요. 처리할까요?”
“기다려.”
방주인 주곤이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있는 사내를 힐끗 봤다.
좌수일살(左手一殺) 유개염이라고 하면 인근에서는 알아주는 고수였다. 그는 특이하게 왼손잡이였고, 일단 검을 뽑았다 하면 반드시 누군가를 죽였다. 절대로 그냥 검을 거두는 법이 없었다.
처음에 당한 부하들이 다섯 명이고, 그다음에 간 놈들이 무려 이십 명이었다. 한데 모두 죽었다.
알아보니 한 명한테 그렇게 당했다고 한다. 고수가 분명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나면 부하들의 원망은 둘째치고라도 어디에 가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한다. 몰살을 하더라도 일단 부딪쳐야 했다.
더구나 놈은 여전히 객잔에 머물고 있었다. 이는 완전히 흑문방을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결국 주곤은 자신이 아는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서 좌수일살 유개염을 데리고 왔다. 그 때문에 막대한 돈이 들어갔지만 이번 일을 잘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는 흑문방의 방주인 주곤이라고 하오. 그대는 누구이기에 흑문방의 방도들을 마구 죽인 것이오?”
주곤이 예의를 갖추면서 물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여 유개염조차도 상대가 안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살길은 열어두자는 생각이었다.
“가소로운 것들이 죽여 달라고 덤비는데 가만히 있는 멍청이가 어디에 있나?”
명백한 도발이었다. 주곤은 나름대로 예의를 갖췄는데 완전히 무시를 당하자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한마디 하려는데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유개염이 슥 앞으로 나섰다.
“검을 나누기 전에 통성명부터 합시다. 본인은 좌수일살 유개염이라고 하오. 뜻하지 않게 이들의 도움으로 오게 되었소.”
“흥. 나는 막강이다. 계집처럼 쫑알거리지 말고 할 거면 빨리 덤벼라.”
“뭐야? 계집? 뭐하나! 당장에 저놈을…….”
“잠깐!”
주곤이 화를 참지 못하고 공격하라고 명령을 내리려다가 유개염이 말리자 멈칫했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잠깐 기다리시오.”
유개염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뭔가를 골몰히 생각하다가 막강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리고 유심히 그를 쳐다보다가 물었다.
“혹시 대력패도라 불리는 분입니까?”
“맞다.”
“평소 명성은 귀가 따갑게 듣고 있었습니다.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실례를 했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유개염이 갑자기 포권을 하면서 극진하게 예의를 갖추면서 말하자 주곤은 멍하니 할 말을 잊었다.
그는 대력패도라는 별호를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에 옆에 있던 부방주에게 슬쩍 귓속말로 물었다.
“대력패도가 누구냐?”
“아, 왜 그 있잖습니까? 소림사의 사대금강을 처발랐다는 사람이요. 성질이 더러워서 수틀리면 다 때려죽인다고 하던데, 오늘 잘하면 방주님이나 저나 여기에 뼈를 묻게 생겼습니다.”
그제야 대력패도가 누군지 생각이 난 주곤은 자신도 모르게 꼴깍 침을 삼켰다.
저런 거물이 왜 이런 촌구석에 와서 자신의 부하들을 패죽였단 말인가?
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당장에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지, 그것부터 생각을 해야 했다.
“네놈들이 방해를 하는 바람에 지금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어서 덤벼라.”
“저나 여기에 있는 자들은 대협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죽일 가치조차도 없습니다. 하니 굳이 손에 피를 묻히지 마시고 원하시는 것을 이야기하시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마, 맞습니다. 저희가 하늘같은 대협을 몰라보고 실수를 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기회를 보던 주곤이 넙죽 엎드려서 애원을 하자 바로 무릎을 꿇었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던 부하들이 두 사람을 보고 얼결에 같이 무릎을 꿇었다.
뭐가 뭔지는 몰라도 방주하고 부방주가 저리 저자세로 구니 따라야 했다.
‘그러니까 상대를 잘 알아보고 일을 진행할 것이지는.’
유개염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곤을 내려다봤다. 생각 같아서는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다. 그저 힘 좀 쓰는 놈이라고 하기에 가볍게 생각하고 왔건만, 상대가 대력패도 막강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막 대협. 저렇게 애원하는데 그냥 보내시지요.”
상황을 지켜보던 조윤이 밖으로 나와서 말했다. 그러자 막강이 코웃음을 쳤다.
“이대로 보내면 나중에 반드시 더러운 수작질을 할 거다.”
“아닙니다.”
“아닙니다요.”
주곤과 부방주가 보기에 애처로울 정도로 머리를 땅에 쿵쿵 찧으면서 말했다.
“막 대협. 혹여 이자들이 그런 마음을 먹는다면 제가 모두 죽이겠습니다. 그러니 아량을 베풀어주십시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귀찮게 일을 처리한 적이 없다.”
막강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걸 보고 조윤이 다급하게 그를 불러 세웠다.
“기다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