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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65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65화

제6장 막강 (2)

 

 

“어? 아직 있었군요.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이자림은 놀랍게도 탁자에 앉아 뭔가를 적고 있었다. 그러다 조윤을 보더니 반가운 얼굴을 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지금 인근의 부족들이 연합을 해서 쳐들어왔어요. 어서 여기에서 나가야 해요.”

 

“알고 있습니다. 우선 이것부터 받으십시오.”

 

이자림은 방금까지 기록을 하던 책을 조윤에게 넘겼다.

 

거기에는 이자림이 그동안 연구해온 의술이 전부 적혀 있었다.

 

“이건…….”

 

“제목은 시간이 없어서 짓지를 못했습니다. 스승님이 붙여주십시오. 그리고 이건 자조신단입니다.”

 

“자조신단이요?”

 

“기라독해를 보고 뭐든 해독을 할 수 있는 해독제를 만들어 봤습니다. 중독되자마자 바로 죽는 극독이 아닌 이상 웬만한 독은 전부 해독이 될 겁니다.”

 

“이걸 왜 저한테 주는 거죠?”

 

“처음부터 스승님께 드리려고 만든 겁니다. 그러니 받아주십시오.”

 

이자림이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에 있던 조윤의 수술도구를 우르르 모아서 보따리에 쌌다.

 

“먼저 나가십시오. 저는 이도를 찾아보겠습니다.”

 

“함께 찾아요.”

 

“아닙니다. 먼저 가십시오. 다 함께 움직이면 적들의 눈에 뜨입니다. 차후에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하지만…….”

 

“어서 가십시오.”

 

이자림이 밀어내자 조윤은 얼결에 밖으로 나왔다. 그걸 보고 방소교가 잡아끌었다.

 

“지금 가야 해.”

 

“함께 가야지.”

 

“방금 스승님이 한 이야기 못 들었어? 빨리…… 꺄악!”

 

이야기를 하던 방소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언제 왔는지 호족으로 보이는 사내들 다섯 명이 무기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조윤은 보따리를 고쳐 매고 백아를 뽑았다. 그리고 방소교를 향해 나직이 말했다.

 

“내가 길을 뚫을 테니까 꼭 붙어서 따라와.”

 

“응.”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던 조윤은 백아를 휘둘러 앞서 오던 두 명의 호족 사내들을 베어 넘겼다.

 

이어서 한 명의 팔을 쳐서 날리고, 그를 방패삼아 남은 두 명에게 밀어붙였다. 그 때문에 그들이 주춤하자 방패로 삼았던 사내를 지나쳐서 바짝 접근했다.

 

파가가가각!

 

앞에 있던 두 사람의 목을 베고 몸을 돌려 방패로 삼았던 사내를 쓰러트렸다. 그러자 놀란 눈으로 서 있는 방소교가 보였다.

 

“가자.”

 

조윤은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엉켜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어두운 밤이라서 적군과 아군의 구별조차도 힘들었다.

 

“이리로.”

 

조윤은 건물을 따라가면서 앞에서 덤벼드는 자들을 차례차례 쓰러트렸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쪽에는 길이 없어. 성벽이잖아.”

 

“괜찮으니까 달려!”

 

조윤이 앞장서서 잡아끌자 방소교는 길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공터를 가로질러서 달리자 근처에 있던 흉족과 호족 병사들이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덤벼들었다.

 

조윤은 달리는 와중에 방소교를 등에 업었다. 그리고 단전의 내공을 끌어올려 검기를 날렸다.

 

순간 하나의 선이 수평으로 생겼다가 사라졌다.

 

동시에 앞에서 달려들던 십여 명의 몸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타핫!”

 

도움닫기를 하던 조윤이 힘껏 날아올랐다. 등에 업혀 있던 방소교는 갑자기 몸이 붕 뜨자 화들짝 놀라면서 조윤을 꽉 끌어안았다.

 

벽을 박찬 조윤은 단숨에 위로 치솟았다. 그리고 계속 벽을 차며 올라가 성벽 위에 섰다. 밑에서 그걸 보고 있던 적들이 뭐라고 소리를 질렀다.

 

조윤은 그들을 개의치 않고 밑으로 뛰어내렸다.

 

놀란 방소교가 뒤에서 다시 꽉 끌어안았다. 땅에 착지해서 주위를 살폈으나 다행히 이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서 조금만 더 가면 방소교의 알몸을 봤던 호수가 나온다. 그곳은 수풀이 우거져서 혹여 적들이 쫓아온다고 해도 충분히 몸을 숨길 수가 있었다.

 

조윤은 방소교를 업은 채 그리로 달렸다.

 

호숫가의 수풀에 도착하자 조윤은 그제야 방소교를 내려놓았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

 

“어? 어. 괜찮아. 너는?”

 

방소교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되물었다. 조윤은 그런 방소교가 낯설었다.

 

평소 그녀는 워낙에 까칠해서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 않았었다.

 

“멀쩡해. 여기에서 잠시만 쉬다가 마을로 가자.”

 

“응.”

 

뭐라고 한마디 받아쳐야 정상이건만 방소교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조윤은 그녀가 놀라서 그러는 줄로만 알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을 하자 정신이 맑아졌다.

 

방상과 이자림이 무사히 빠져나왔는지 걱정이 되었으나 지금은 알 길이 없었다.

 

“가자.”

 

조윤은 방소교의 손을 잡고 마을로 향했다. 방소교는 얼결에 잡힌 손이 계속 의식되었지만 조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걸었다.

 

가는 도중에 해가 떴다. 조윤과 방소교는 배가 고팠지만 먹을 것을 구할 수가 없어서 꾹 참아야만 했다.

 

하루를 꼬박 걸어가자 드디어 마을이 나왔다.

 

서역도호부는 그 난리가 났는데 마을은 평온했다. 그 때문에 새벽에 겪은 일이 전부 꿈처럼 느껴졌다.

 

조윤은 정소여가 있는 객잔으로 갔다.

 

“아, 오셨군요.”

 

“응.”

 

“세상에, 옷이 피가 잔뜩 묻어 있어요. 뒤에 아가씨도 그렇고요.”

 

“목욕을 하고 싶으니까 준비 좀 해줘. 갈아입을 옷도 좀 가져다주고.”

 

“알았어요. 일단 방에 올라가 계세요. 전에 쓰시던 방으로 가시면 되요.”

 

“응.”

 

조윤이 방으로 가자 방소교가 뒤를 따라왔다.

 

그녀는 침상에 얌전히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조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당분간은 여기에 있자.”

 

“그들이 여기까지 오지 않을까?”

 

“아직은 몰라. 조금 쉬고 난 후에 그리로 다시 가볼게.”

 

“응.”

 

대화가 끊기자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때마침 정소여가 옷을 가지고 왔다.

 

“목욕물도 준비 다 해놓았어요.”

 

“어. 고마워.”

 

“천만에요.”

 

정소여가 생긋 미소를 지으면서 나가자 조윤이 방소교를 봤다.

 

“먼저 씻어.”

 

“아니. 네가 먼저 씻어. 피가 많이 묻었어.”

 

“그럼 잠깐 기다려.”

 

조윤은 뒤뜰로 가서 목욕을 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서역도호부는 실크로드를 지키면서 여러 부족 간의 전쟁을 중재해 왔다.

 

그들을 모두 없앨 수가 없으니 나름대로 생각해낸 고육지책이었다.

 

한데 그 서역도호부가 무너졌으니 인근의 부족들이 이곳까지 들이닥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분명 그래야 했다. 그러나 조윤은 만 하루 동안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뒤따라오는 부족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들이 말을 타고 쫓아온다면 충분히 따라잡힐 수 있는 거리건만 뭔가가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그때의 일을 생각하다 보니 사람을 죽인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도 계속 제정신이었다. 어찌 된 일일까?

 

예전에 이자림이 말하기를 그런 증상이 생긴 건 스스로 자꾸 도망을 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러면서 굳이 치료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놔두면 자연히 없어질 거라고 했었다.

 

그때는 그 말을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같은 증상이 없어졌다.

 

이유를 생각하던 조윤은 짚이는 것이 있었다. 그동안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봐 왔다. 그러다 보니 죽음에 초연해진 것이다.

 

살릴 수 있으면 살린다. 죽여야 한다면 죽인다. 다만 죽이지 않기 노력한다. 조윤은 앞으로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기분이 홀가분했다.

 

방으로 돌아가니 방소교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새벽에 잠도 자지 못하고 그 난리를 당하고 하루를 꼬박 걸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조윤은 조심스레 그녀를 침상에 눕히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말을 한 마리 사서 서역도호부로 향했다.

 

한참을 달리자 멀리에 서역도호부가 보였다. 숲으로 가서 말을 숨겨놓은 조윤은 거기서부터 경공술을 펼쳐서 달렸다.

 

가면서 보니 곳곳에 시체가 널려있었다. 인근의 부족민들이었다. 여기에서 한차례 전투가 있었던 것 같았다.

 

서역도호부 안은 휑하니 아무도 없고 시체만 가득했다. 그중에는 부족민들이 가장 많았다. 그제야 조윤은 그들이 왜 쫓아오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서역도호부를 점령하기 위해 여러 부족이 연합을 했지만 그게 오래갈 리가 없었다. 서역도호부가 무너지자 자기들끼리 서로 싸운 것이다.

 

아마도 식량과 물품을 쟁탈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들은 자급자족을 하기보다는 약탈을 일삼는 부족들이었다.

 

조윤은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방상과 이자림을 찾아봤다. 그러나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시체를 살피며 다녔으나 마찬가지였다.

 

어딘가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방으로 가서 평소 쓰던 물건들을 챙겼다. 거기도 한바탕 뒤지고 갔는지 난장판이었으나 다행히 가져간 물건은 없었다.

 

서역도호부를 나와 말을 타고 다시 객잔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밤이었다. 아직 방소교가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 볼일을 보러 간 건가 싶어서 기다려봤지만 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어디를 간 걸까?

 

그러다 문득 짐 보따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에는 의료기구들은 물론이고 이자림이 지금껏 기록을 해온 책이 있었다.

 

‘설마…….’

 

조윤은 방을 나가 정소여를 찾았다. 주방에서 그릇을 씻던 그녀는 조윤이 부르자 쪼르르 밖으로 나왔다.

 

“나랑 같이 있던 여자가 나가는 거 봤어?”

 

“네? 같이 온 아가씨요? 점심때 나갔는데요.”

 

“어디로 간다는 말은 안 하고?”

 

“네. 손님에게 그런 걸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그럼 혹시 작은 보따리를 들고 있지 않았어?”

 

“음…… 그랬던 거 같아요.”

 

“하.”

 

조윤은 기가 찼다. 아니기를 바랐는데 그게 맞았다.

 

돌이켜보면 그녀는 의술에 대한 욕심이 컸다. 마치 이자림처럼 말이다. 그래서 평소 까칠하게 대하면서도 궁금한 것을 계속 질문해올 때가 많았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기로 서니 도둑질이라니, 더구나 그녀의 아버지를 찾으러 간 사이에 말이다.

 

조윤은 화가 나면서도 어이가 없어서 허탈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자림이 만든 자조신단은 품 안에 넣고 다녔기에 무사했다.

 

* * *

 

조윤은 객잔에서 며칠을 더 머물렀다. 혹시 방소교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오지 않았다.

 

그사이에 서역도호부가 무너진 것을 알고 마을이 크게 술렁거렸으나 그뿐이었다.

 

사람들은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다만 서역도호부에 있던 사람들의 가족들만이 눈물을 흘렸을 뿐이다.

 

조윤은 짐을 챙겨서 정소여에게 인사를 하고 객잔을 나왔다.

 

생각해보니 이곳에 꽤 오래 있었다. 당수백이 기한을 준 건 열다섯 살, 성년이 될 때까지였다. 그 안에 돌아와서 복수를 하면 전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효령과 혼인까지 시켜준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열일곱 살이었다. 무려 이 년이나 늦은 것이다.

 

‘돌아갈까?’

 

지금에 와서는 복수가 무의미했다. 그동안 당황학을 따라 새외를 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이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죽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컸다.

 

정신적으로 성장을 한 것이다. 예전과 달리 생각의 크기가 깊고 넓어졌다.

 

조윤은 말을 타고 느긋하게 사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곳에 올 때처럼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치료했다.

 

서역도호부에서 했던 수많은 수술이 도움이 되었다. 예전이라면 생각도 못할 수술을 거뜬히 해냈다. 그러자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때가 되면 장소를 옮기는데도 그랬다. 결국 조윤은 한 곳에서 여비를 두둑이 모은 후에 한동안 의료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져서 소청신의(小淸神醫)란 별호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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