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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60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60화

제4장 방상 (2)

 

 

병사가 그렇게 말하면서 앞장서자 조윤은 잰걸음을 놀려 뒤를 따라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공터가 나왔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는 병사들이 보였다.

 

“마침 저기에 계시는군.”

 

그와 조윤이 다가가자 병사들이 훈련하는 것을 지켜보던 사내가 시선을 돌렸다. 그는 제법 잘생긴 사내였다. 그러나 얼굴에 검상이 길게 나 있어서 흉포한 느낌을 줬다. 그렇게 보이는 데는 경갑을 두르고 검을 차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뭐냐?”

 

“충! 여기 젊은 친구가 기도위님을 찾아왔습니다.”

 

방상이 조윤을 봤다.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냐?”

 

“조윤이라고 합니다. 사부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네 사부가 누군데?”

 

“성함이 당황학이십니다.”

 

당황학이라는 이름을 듣자 방상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생각하기 싫은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성벽수리를 관리하고 있는 관 부교위를 불러와서 저들을 훈련시키라고 해라.”

 

“충!”

 

“너는 날 따라와라.”

 

조윤은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을 하면서 방상을 따라갔다.

 

건물 안에 있는 집무실로 들어간 방상은 조윤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아라.”

 

“네.”

 

“사부가 보냈다고?”

 

“네?”

 

“사부가 보냈냐고 물었다.”

 

“그럼 혹시 제 사형인 겁니까?”

 

“그것도 모르고 온 거냐?”

 

“네. 그건 말씀을 안 해주셨어요.”

 

“그러고도 남을 늙은이지. 아직 살아있는 거냐?”

 

“돌아가셨습니다.”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방상은 설마 당황학이 죽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천군만마가 덤벼든다고 해도 홀로 살아남을 것 같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어떻게 돌아가신 거냐?”

 

조윤은 당황학이 죽게 된 경위를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한마디도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방상이 갑자기 몸을 휙 돌렸다.

 

“북해면 이쪽이겠군.”

 

방향을 확인한 방상이 넙죽 엎드려서 절을 두 번 했다.

 

그가 뭘 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조윤은 그제야 방상이 뭘 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그는 나름대로 당황학의 죽음에 조의를 표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말투나 행동은 거칠지만 당황학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솔한 것 같았다.

 

“사부님에게는 일곱 명의 제자가 있다. 나는 그중 넷째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단목조윤이 넷째 사형을 뵙습니다.”

 

조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하면서 예의를 갖췄다. 그러자 방상이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됐다. 앉아라.”

 

“예.”

 

“알고 있겠지만 사부님은 독한 분이셨다. 무공을 배우다가 죽인 제자만 해도 서른 명이 넘는다. 한데도 버틴 것을 보니 제법 근성이 있구나.”

 

조윤은 말없이 웃었다. 당황학이 예전에 제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그다지 없었다. 다만 수십 명이 수련을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더구나 당황학은 조윤을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 이전에 가르친 제자들과는 다르게 마치 손자를 대하듯이, 그렇게 했었다.

 

“사부님이 너를 네게 보낸 뜻을 알고 있느냐?”

 

“제가 지닌 문제 때문인 건 알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면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고 했던가?”

 

“네.”

 

“상대와 마주했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해야 한다. 설령 팔다리가 잘려나간다고 해도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찰나에 승부가 갈리는 상황에서 냉정함과 침착함을 잃는다는 건 곧 목숨을 내놓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면 칼을 놓고 무림을 떠나야 한다. 수행을 하는 소림사나 무당파의 제자들조차도 살인을 피하지 못한다.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무엇보다 어설프게 손을 써서 상대를 살려서 보내면 나중에 복수를 당한다. 그게 너만 당하는 거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가족이나 친척, 또는 친구들까지 화를 입게 된다.”

 

구구절절 전부 옳은 말이었다. 이 세계는 원시적이고 포악하다. 법은 한없이 멀고 칼과 주먹이 가깝다. 힘이 있는 강자는 많은 것을 누리고, 약자는 착취를 당한다. 어디 깊은 산속에 가서 홀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려면, 그러한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무엇보다 조윤은 싫든 좋든 무인이었다. 무공을 익혔고, 사람을 죽였으며, 적지 않은 원한을 맺었다. 여기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도망을 칠 것인가? 하는.

 

방상 역시 그것을 물어왔다.

 

“묻자. 네 문제를 극복할 테냐? 아니면 포기를 할 테냐? 만약 포기를 할 거면 지금 떠나라. 뭐를 하든 다시는 무림에 발을 들여놓지 말거라.”

 

“아닙니다. 넷째 사형을 찾아온 건 꼭 사부님의 명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가 가진 문제점을 알기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온 겁니다. 방법을 알고 있다면 도와주십시오.”

 

조윤이 하는 말을 듣고 방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나만 더 묻겠다. 나를 믿고 내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할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다면 나는 네게 도움을 줄 수가 없다.”

 

“따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정말 그럴 수 있겠느냐?”

 

“네.”

 

“내가 아무 죄 없는 아녀자들을 죽이라고 해도?”

 

조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설마 그런 걸 시킬 생각인가?

 

“하하하. 됐다. 웃자고 한 소리다. 네 성정을 어느 정도 알 것 같구나. 지금부터 너는 서역도호부의 병사다. 누가 묻거든 내 친척동생이라고 해라.”

 

“네?”

 

“뭘 그리 놀라느냐? 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곳에서 지내야 할 것 아니냐?”

 

“알겠습니다. 그럼 짐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래.”

 

조윤이 방을 나가자 방상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 * *

 

객잔에서 짐을 챙겨서 나오자 정소여가 아쉬워하면서 따라 나왔다.

 

“또 와야 돼요.”

 

“응. 서역도호부에 있을 거니까 혹시나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와.”

 

“네. 그럴게요.”

 

정소여와 인사를 나눈 조윤은 곧바로 서역도호부로 향했다.

 

방상의 지시를 받고 기다리고 있던 병사가 조윤을 반겼다. 비쩍 마른 체구의 사내였는데, 올해 스무 살이고, 이름은 종성이었다.

 

그를 따라가서 장부에 출신과 이름, 등을 기재한 후에 숙소에 짐을 풀고 신병훈련을 받았다. 신병은 조윤 말고도 다섯 명이 더 있었다.

 

조윤은 그동안 꾸준히 무공을 익혔기 때문에 훈련은 힘들지 않았다. 다만 자유가 구속되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 불편했다.

 

“오늘은 방진(防陣)을 연습한다.”

 

방진이란 여섯 명이 한 조가 되어서 적을 상대하는 진법이었다. 세 명은 방패수, 둘은 공격수, 마지막 한 명은 조장이었다. 방패수는 앞에서 적의 공격을 막고, 공격수는 그 틈에 좌우로 돌아 공격을 한다. 그리고 조장은 상황에 따라 방어나 공격, 어느 쪽이든 가담을 할 수가 있었다.

 

조윤이 맡은 건 공격수였다. 방패수는 보통 덩치가 좋은 사람들이 한다. 그래서 제외되었고, 조장은 관록이 있어야 했다. 또한 무공을 익혀서 동작이 날렵했기에 공격수에 적합했다.

 

훈련은 생각보다 거칠었다.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무기는 기본적으로 직도와 팔뚝에 대는 작은 방패였다. 지금은 목검을 들고 하고 있었는데, 상대는 방진을 익힌 고참들이었다.

 

무지막지하게 힘을 써대면서 밀어붙이니 전부 맥없니 나가떨어졌다. 더구나 고참들은 교대를 하면서 상대를 했기 때문에 신병들은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서 나중에는 서 있기도 힘들었다.

 

오로지 조윤만 멀쩡했다. 그러자 고참들이 더욱이 강도를 높였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야, 너 잘난 건 알겠는데 적당히 좀 해라. 너 때문에 우리 모두 힘들어 죽겠다. 그렇게 눈치가 없냐?”

 

훈련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진척이 화를 내면서 말했다. 조윤은 그가 왜 그러는지 몰라 멍하니 있다가 이유를 물었다.

 

“내가 뭘 어쨌다고?”

 

“몰라서 묻는 거냐? 앙!”

 

진척이 금방이라도 한대 칠 것 같이 조윤을 노려봤다. 그러나 조윤은 물러서지 않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진척은 거칠게 살아왔지만 제대로 무공을 배운 적은 없었다. 또한 사람을 죽인 적도 없었다. 그 때문에 조윤의 기세에 눌려 더 이상 불만을 토로하지 못했다.

 

“젠장! 앞으로 조심해라.”

 

기껏 그 한마디를 하고는 자리로 가서 털썩 누워버렸다.

 

조윤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몰라 살짝 인상을 쓰다가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조장인 석몽이 뒤따라 나왔다. 그는 올해 스물네 살로 신병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았고, 그래서 조장이 되었다.

 

“진척이 성격이 좀 거칠어서 그런 거니 신경 쓰지 마라.”

 

“네.”

 

“혹시 전에 무공을 배웠었냐? 내가 보니까 어영부영 배운 것 같지가 않던데.”

 

“사 년 정도 배웠어요.”

 

“혹시 명문가에서 배운 거냐?”

 

“당문에서요.”

 

“역시 그랬구나.”

 

석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낮에 방진 연습을 할 때 보인 움직임이 뛰어나기에 무공을 익혔다는 것은 짐작을 했었다.

 

하지만 설마 당문 출신일 줄은 몰랐다. 당문은 사천제일세가가 아니던가?

 

“여기까지 왜 왔는지 사연은 묻지 않으마. 대신에 당문 출신이라는 건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마라.”

 

“왜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삼류거든. 그래서 네가 당문 출신이라는 걸 알면 시기심과 질투심 때문에 자꾸 배척하려고 할 거다. 아까 진척도 그래서 화를 낸 거야.”

 

“그랬군요.”

 

조윤은 그제야 깨닫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그는 빨리 여기에서 나가고 싶었다. 방상이 병사로 있으라니까 따르고는 있었지만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간에 그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건 변함이 없었다. 조금 더 신경 쓰고 배려를 해야 했다.

 

다음 날 훈련 때부터 조윤은 내공을 쓰지 않았다. 오로지 체력만으로 훈련을 버텨냈다. 그러자 방진훈련 때는 게거품을 물었다.

 

덕분에 훈련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그대로 뻗어버렸고 그런 생활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랬더니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어린놈이 이 악물고 버티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첫날 뭐라고 했던 진척도 힘내라고 격려를 해줬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드디어 신병훈련이 끝났다.

 

조윤과 동료들은 해냈다는 성취감과 해방감에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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