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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55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55화

제2장 혼란 (2)

 

 

조윤은 기라독해와 약재도감을 보느라 밤늦게 잠이 들었다.

 

한데 누군가가 흔들어서 깨우자 쉽게 눈이 떠지지 않았다.

 

“일어나, 조윤.”

 

“누구?”

 

안 떠지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화설린이었다. 그녀는 뭔가에 쫓기듯이 다급해 보였다.

 

“어서 가야 해.”

 

“가다니, 어디로요?”

 

“네 사부님이 있는 곳으로.”

 

“예?”

 

조윤은 당황학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번쩍 떠졌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아버님이 지금 그쪽으로 사람들을 보냈어. 숙부님은 물론이고 네 사부님도 죽을 거야. 가서 막아야 해.”

 

“궁주님이 왜요? 왜 사부님까지 죽이려는 거죠?”

 

“너 때문이야.”

 

“에?”

 

조윤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화설린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를 신궁에 잡아두려는 거야. 네가 사부님 때문에 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잖아. 그러니 사부님이 없으면 남을 거라 생각한 거야.”

 

“말도 안 돼요. 그래도 전 남을 생각이 없어요.”

 

“어쨌든 아버님은 너 몰래 사부님을 죽이고 너를 남게 할 생각이야. 아마 내가 말을 안 했으면 너는 영영 그 사실을 몰랐겠지. 말은 그만하고 빨리 옷부터 입어.”

 

“알았어요.”

 

조윤은 후다닥 옷을 입고 짐을 챙긴 후에 백아를 허리에 찼다.

 

“이쪽이야.”

 

화설린은 조윤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비밀통로를 이용해서 밖으로 나갔다.

 

요 며칠 날씨가 굉장히 추워서 산이 꽁꽁 얼어 있었다. 어두운 밤에 그런 빙판길을 가자니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급했다. 그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고 마강과 당황학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싸움이 한창이었다.

 

화중천이 보낸 자들은 백여 명 가까이 되었다. 그중에는 염장과 화규백도 있었다.

 

두 사람은 부하들이 우노와 마수를 에워싸고 공격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동굴의 입구가 좁아서 우노와 마수가 죽을 각오로 지키니 쉽게 뚫고 갈 수가 없었다. 어쩌다 지나쳐가도 마강의 손에 죽었다.

 

“먼저 갈게요.”

 

조윤은 백아를 뽑아들고 달려가다가 멈칫했다. 사람을 죽이면 또다시 무의식 상태에서 검을 휘두르게 된다. 그럼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었다.

 

조윤은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람을 베는 것은 괜찮았다. 다만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좋아. 할 수 있어.’

 

단전의 내공을 끌어올린 조윤은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갔다.

 

카가가가각!

 

조윤은 순식간에 세 명을 지나쳐가면서 그들의 어깨와 팔, 그리고 옆구리를 베었다. 그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그걸 알기에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타핫!”

 

앞에서 두 명이 칼을 휘둘러왔다. 우측에서도 두 명이 달려들었다.

 

조윤은 비연하강과 비연상승을 펼쳐서 앞에서 오는 두 명의 어깨와 가슴을 베었다. 그러자 우측에서 달려들던 두 명이 뒤쪽에 놓이면서 따라 붙었다.

 

쉬익!

 

허공에 떠올라 몸을 휘돌린 조윤은 뒤따라 붙은 두 명의 목을 베려다가 멈칫했다.

 

‘죽이면 안 돼!’

 

찰나에 한 명이 칼을 들어서 막아내자 힘에 밀려 옆에 있던 동료와 부딪치면서 넘어졌다. 조윤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내려선 순간 뒤에서 한 명이 달려들어 엉겨 붙었다. 그의 뒷덜미를 잡고 땅에 메치자 이번에는 앞에서 세 명이 칼을 휘둘러왔다.

 

그걸 막아내며 뒷걸음질을 치는 와중에 어깨를 베이자 아찔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 때문에 우측에 있던 사내가 내지른 발에 차여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조윤은 재빨리 백아를 휘둘러서 그를 물러나게 한 후에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대로는 당한다. 침착하자.’

 

그동안 일대일의 비무는 많이 해봤어도 이렇게 다수를 상대로 싸워본 적은 거의 없었다.

 

대막에서 마적을 상대했을 때와 이전에 염장과 그의 부하들을 상대했던 것이 다였는데, 그때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검을 휘둘렀었다. 그래서 지금도 제 실력의 반도 못 내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조윤은 당황학에게 배웠던 것을 떠올렸다. 일대일의 싸움에서는 상대의 눈이나 어깨를 보지만 다수를 상대로 싸울 때는 발을 봐야 했다.

 

서너 명이 칼을 휘둘러오자 조윤은 그들의 발을 봤다. 그러자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확연히 드러났다.

 

만약 발을 보지 않았다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든다고 여기고 한꺼번에 상대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창!

 

조윤은 두 사람보다 앞선 사내의 칼을 쳐올리고 다리를 베었다. 그리고 가슴으로 파고들어 사내의 몸을 타고 돌자 뒤이어 공격을 해오던 두 사람이 멈칫했다.

 

앞선 사내가 방해가 되어 조윤을 공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다수를 상대할 때 흔하게 쓰는 방법이었다. 적을 붙잡아서 방패로 삼거나 좋은 위치를 먼저 선점한다. 그럼 동료가 다칠까 봐 섣불리 공격을 해오지 못하고, 그때를 노려 벤다.

 

파가가가각!

 

“으악!”

 

“크아아악!”

 

생각하면서 방법을 찾아가니 의외로 쉽게 풀렸다.

 

조윤의 실력이 그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도 이유였지만 침착하게 대응을 하는 것이 컸다.

 

싸움은 사람을 흥분시킨다. 살과 뼈를 베어 피를 보기에 더욱이 그랬다.

 

그러나 조윤은 어떠한 경우에도 침착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당황학에게 지독하리만치 당하면서 무공을 익혔다. 그간 여러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무를 하면서 얻은 것도 많았다.

 

그러한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결과를 보이고 있었다.

 

조윤은 당문을 나설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

 

“멈춰라!”

 

화규백이 조윤을 알아보고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한창 싸움 중이던 그의 부하들이 일제히 물러났다.

 

우노와 마수를 공격하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칼을 거두고 거리를 뒀다.

 

“여긴 어떻게 온 거냐?”

 

조윤이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그러다 뒤따라 온 화설린을 보자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이 되었다.

 

“너는 또 왜 온 거냐?”

 

화규백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 그러자 조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부님을 죽이려고 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뭔가 오해를 하고 있구나. 우리가 네 사부님을 왜 죽이겠느냐? 우린 마강을 죽이러 왔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조윤 몰래 온 건 마강은 물론이고 당황학도 죽이기 위해서였다. 그럼 조윤이 미련을 버리고 남을 거라 여긴 것이다.

 

“그럼 왜 저한테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거죠?”

 

“그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마강이 있는 곳을 알려준 건 화설린이었다. 그러니 진즉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시간이 없었다니.

 

하지만 조윤은 굳이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뭐가 어찌 되었든 아직 당황학은 살아있었다. 저들이 아직까지 자신에게 우호적인데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었다.

 

“사부님을 모셔 와도 될까요?”

 

화규백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염장과 잠시 시선을 교환하고는 입을 열었다.

 

“가거라. 잠시라면 기다려주겠다.”

 

“고마워요.”

 

조윤은 화규백에게 인사를 하고 당황학이 있는 동굴로 향했다.

 

화설린이 함께 가려고 하자 화규백이 붙잡았다.

 

“너는 기다려.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화설린은 동굴로 가는 조윤을 보고 따라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뭇거리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화규백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 * *

 

“왔구나.”

 

우노가 무표정하니 말했다. 그는 어깨와 다리를 베여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마수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옆구리를 베여 숨을 쉬기도 어려워보였다.

 

“괜찮아요?”

 

조윤이 다가가자 우노와 마수가 경계를 했다.

 

방금 조윤이 화규백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거냐? 저들과 손을 잡은 거냐?”

 

“아니요. 이야기하자면 길어요. 우선 상처부터 봐요.”

 

“이 정도는 괜찮다.”

 

우노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으나 조윤은 상관 않고 상처를 살폈다. 살이 갈라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으나 다행히 뼈나 근은 거의 상하지 않았다.

 

조윤은 지고 있던 보따리에서 금창약을 꺼내서 뿌리고 깨끗한 천을 꺼내 어깨와 다리에 감아줬다. 그리고 마수에게도 똑같이 금창약을 뿌리고 천을 감았다.

 

“이렇게 해놓으면 잠깐은 버틸 수 있을 거예요.”

 

“우린 아직 너를 믿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는 들어가서 해요.”

 

“아니, 저들이 들어오게 할 수는 없다.”

 

우노가 거절의 뜻을 밝혔을 때였다. 동굴 안에서 마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니 들어오너라.”

 

우노가 마수를 봤다. 두 사람 다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남아서 저들이 공격해오는 것을 대비해야 했다.

 

“들어가라.”

 

“그런 소리 마라. 너 혼자는 무리다.”

 

“어쩔 수 없군. 조윤, 너 혼자 들어가라.”

 

“화 공자가 잠시 동안은 시간을 준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저들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냐? 됐으니까 어서 들어가.”

 

두 사람은 완고했다. 조윤은 더 이상 설득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홀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사부님.”

 

당황학은 정신을 차리고 모닥불 옆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마강이 정좌를 하고 있었다.

 

조윤이 다가가자 당황학이 미소를 지었다.

 

“어디를 갔다가 오는 게냐?”

 

“신궁에 갔다 왔어요.”

 

“하면 밖에 와 있는 자들이 너와 연관이 있는 거냐?”

 

“네.”

 

조윤은 북해신궁에 갔다가 화중천을 치료한 일을 전부 이야기했다.

 

또한 마강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말했다. 그런데도 당황학과 마강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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