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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54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54화

제2장 혼란 (1)

 

 

수술 준비를 하는 데 반나절이 걸렸다. 화로에 불을 피워 물을 끓이고 수술 도구로 쓸 만한 것들을 찾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이걸로 코와 입을 가리세요. 머리에도 쓰고요.”

 

“꼭 해야 하는 거냐?”

 

“네. 세균이 옮는 걸 최대한 막아야 해요.”

 

“세균?”

 

“그런 게 있어요.”

 

화규백은 무시를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조윤이 주는 천을 받아서 코와 입을 가리고 머리에 둘렀다.

 

화설린 역시 똑같이 하고 곁으로 오자 조윤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궁주님의 머리를 열 거예요.”

 

“뭐?”

 

사람의 머리를 연다니, 그건 죽이겠다는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게 무슨 말이냐? 머리를 연다니?”

 

“미리 말하면 반대를 할 것 같아서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궁주님의 머리에 있는 어혈을 제거하려면 침이나 약으로는 불가능해요. 머리에 구멍을 내서 빼내야 해요.”

 

그제야 화규백은 조윤이 왜 그런 도구들을 준비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치료를 한다면서 집게나 망치 등 의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도구들을 구하러 다니기에 뭐를 하려나 했었다.

 

“머리에 구멍을 뚫는다니, 그런 치료방법은 들어본 적이 없다.”

 

“말했듯이 아버님을 한 번 치료한 적이 있어요.”

 

“정말 가능한 거냐?”

 

“네. 가능해요. 하지만 두 사람이 도와줘야 돼요. 나 혼자서는 어려워요. 지금부터 치료순서를 설명할 테니까 도와주세요.”

 

화규백이 조윤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화설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화중천은 죽는다. 뭐가 어찌 되었건 지금은 조윤을 믿어야 했다.

 

“좋다. 설명해봐라.”

 

“먼저 해야 할 건…….”

 

조윤은 수술의 순서를 두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뭐를 해야 할지 알려줬다.

 

그걸 들으면서 화규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화설린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믿고 맡기기로 한 이상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알았죠? 두 사람이 잘 도와줘야 치료가 빨리 끝나고, 그럼 그만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다시 한 번 물으마. 정말 가능한 거냐?”

 

“시작할게요.”

 

조윤은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 화중천의 완맥을 잡았다. 그리고 기를 흘려보내 혈종의 위치를 확인한 후에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만약 단목태성과 같은 막하혈종이 아니라 뇌종양이라면 방법이 없었다.

 

막하혈종은 피가 고인 것이기 때문에 그걸 빼낸 후에 봉합을 하면 된다.

 

하지만 종양은 그렇게 간단하게 치료가 되지 않는다.

 

전문적인 의료장비가 없다면 찾아내기도 힘들뿐더러, 어떻게 찾아낸다고 해도 치료가 어려웠다.

 

조윤은 마취산과 침으로 마취를 하고 칼로 화중천의 머리를 갈랐다. 그리고 새빨갛게 달궈진 인두로 지져서 지혈을 한 후에 준비한 쇠꼬챙이로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옆에서 도와주며 그걸 보고 있던 화규백과 화설린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뼈를 갈아내는 소리가 섬뜩해서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쪽에 더 비춰줘요.”

 

조윤의 말에 화설린이 들고 있던 촛불을 더 가까이 가져다 댔다.

 

갈아낸 뼛가루를 긁어낸 조윤은 경막을 절개했다. 그러자 새빨간 피막이 보였다. 예상대로 막하혈종이었다.

 

그때부터는 수술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미 한 번 해봤던 수술이었고 화규백과 화설린이 지시에 잘 따른 덕에 생각보다 일찍 끝낼 수가 있었다.

 

“후우…… 끝났어요. 이제는 경과를 지켜보면 돼요.”

 

“정말 대단하구나. 머리를 열었는데도 아버님이 아직 살아계시다.”

 

“저는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요.”

 

“두 분 덕분에 빨리 끝났어요. 결과가 좋으니까 분명 괜찮아지실 거예요.”

 

“도대체 어디에서 이런 의술을 배운 거냐?”

 

화규백이 묻자 조윤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사실 현대에 있을 때에도 이런 수술은 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어시스턴트로 몇 번 참여를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수술이 가능한 건 남다른 노력과 심상훈련 덕분이었다.

 

수술에 참여할 때면 그에 관계된 자료들을 대거 모아서 하나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정리하며 공부를 했었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면 눈을 감고 당시의 상황을 몇 번이나 되새겼었다.

 

어시스턴트로 참여를 했었어도 직접 집도의가 되어서 과정을 반복하며 심상훈련을 했었다.

 

아버지인 단목태성을 치료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심상훈련을 했었고, 그 때문에 화중천을 수술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 * *

 

삼 일이 지나자 화중천이 눈을 떴다. 그걸 보고 화설린이 눈물을 흘렸다.

 

화규백 역시 마음이 뭉클했으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꾹 눌러 참았다.

 

이틀이 지나자 화중천은 예전과 달리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묵직하지도 않았다. 이에 지난 일을 물었고, 화규백과 화설린이 세세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조윤은 북해신궁의 약재창고에서 기독서신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약재들을 찾고 있었다.

 

북해는 환경이 척박해서 약재가 귀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 것들이 많아서 체면 차리지 않고 잔뜩 챙기는 중이었다.

 

“필요한 것은 다 찾은 거냐?”

 

창고를 관리하는 사람이 손때가 잔뜩 묻은 책자를 들고 다니면서 약재를 확인하다가 조윤을 보고 물었다.

 

“네. 이렇게 약재가 많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하하. 북해의 모든 약재들이 여기에 다 있단다. 물론 값을 따질 수 없는 귀한 영초들은 궁주님이 따로 보관을 하고 있지.”

 

“그런데 그 책은 뭐죠?”

 

“아, 이건 약재들을 기록해놓은 거다.”

 

“그래요?”

 

조윤이 어깨너머로 슬쩍 보니까 그건 단순한 기록장부가 아니었다. 약재의 모양과 효능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는데, 두께로 보건대 웬만한 건 다 기록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약재도감이었다.

 

“그런 책이 또 있나요?”

 

“응?”

 

“그 책 말이에요.”

 

“아, 이거 말이구나. 물론이다. 이곳은 나 말고도 관리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그래서 필사를 해놓은 것이 한 권 더 있다.”

 

“그래요?”

 

조윤이 의미심장하게 눈을 빛내고 있는데 때마침 화설린이 왔다.

 

“여기에 있었네.”

 

“네.”

 

“함께 좀 가자.”

 

“어디를요?”

 

“아버님이 찾아.”

 

“그 전에 이 책자를 하나 얻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무슨 책인데?”

 

“여기에 있는 약재들이 기록되어 있는 책이에요.”

 

“그래?”

 

화설린이 그렇게 말하면서 창고를 관리하는 사람을 봤다. 그러자 그가 흠칫하더니 들고 있던 책을 조윤에게 내밀었다.

 

“가져가거라.”

 

“고마워요.”

 

“아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으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 두꺼운 걸 다시 필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화설린 덕에 약재도감을 얻은 조윤은 기분이 좋았다.

 

함께 화중천이 있는 방에 도착하니 화규백이 먼저 와 있었다. 조윤은 그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화중천에게 다가갔다.

 

“몸은 좀 어떠세요?”

 

“음……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화중천은 대답을 하면서 조윤을 지그시 쳐다봤다.

 

저 어린 나이에 자신을 치료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더구나 머리에 구멍을 뚫었다고 한다. 화중천은 손으로 만져보고 나서야 그 말을 믿었었다.

 

“상처를 좀 볼게요.”

 

조윤은 화중천의 머리에 감아놓은 천을 풀고 상처를 살폈다. 다행히 곪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조윤은 수술을 할 때마다 세균감염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한데 묘하게도 한 번도 그런 경우가 없었다.

 

처음에는 운이 좋아서 그렇다고 여겼다. 한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무인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무인들은 몸을 한계점 이상까지 단련을 시키고, 거기에 더해 내기(內氣)까지 연공을 한다. 그래서 일반인과는 급이 다른 강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치료에도 나타나는 거라 여겨졌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설이었다. 신체가 강하다고 해서 세균감염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웬만한 세균감염쯤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할 뿐이었다.

 

“실도 다 뽑았으니까 이제 삼 일에 한 번씩 소독만 해주면 돼요.”

 

“고맙구나.”

 

“아니에요.”

 

“규백과 설린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네 사부가 마강과 함께 있다고?”

 

화중천의 머리에 다시 천을 감다 말고 조윤이 멈칫했다. 왜 갑자기 당황학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말투로 보건대 그 의도가 좋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나는 마강을 죽일 것이다. 하나 네 사부와는 원한이 없다. 너에게 치료를 받았으니 오히려 은혜를 입은 셈이지. 그래서 네게 기회를 주고 싶구나.”

 

“무슨 기회요?”

 

“신궁에 남거라. 그럼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마. 돈과 여자, 지위, 뭐든 원하는 만큼 주겠다.”

 

이는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화중천이 그런 조건을 제시하면서 조윤을 잡아두려는 것은 그 뛰어난 의술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의원이 그리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일을 겪으면서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저를 높게 봐주신 건 고맙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저는 사부님을 모시고 당문으로 돌아가야 해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거라. 사부의 건강이 안 좋으니 차라리 여기에서 정양을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

 

“죄송해요.”

 

조윤은 씁쓸한 얼굴로 대답하면서 천을 마저 감았다.

 

만약 당황학이 오래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황학은 길어봐야 한 달이었다. 그 안에 어떻게든 당문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무튼 생각해보거라.”

 

“네.”

 

대답은 그렇게 했으나 생각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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