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비서 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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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의비서 51화
제1장 우연 (1)
“뭐냐?”
생각지도 않게 공격이 가로막히자 염장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는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애송이였다. 어떻게 자신의 검격을 막아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연이라 생각하며 조윤을 밀어내려는데 생각지도 않게 검이 칼을 타고 쓱 들어와 목을 찌르려고 했다.
염장이 놀라서 재빨리 고개를 틀자 조윤의 백아가 아슬아슬하게 머리카락 몇 올을 자르고 지나갔다.
염장은 자신이 방심했다는 것을 깨닫고 발로 조윤의 배를 찼다. 그리고 연속으로 세 번 칼을 휘둘러 어깨를 베려고 했다.
하지만 조윤은 능숙하게 뒤로 빠지면서 염장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따당!
서로의 칼이 맞물리는 순간 염장이 주먹을 휘둘러 조윤의 얼굴을 쳤다.
조윤이 팔을 들어 그걸 막자 팔꿈치로 계속 때리면서 밀어붙였다. 그러다 틈이 생기자 내공을 확 끌어올려서 조윤을 멀리 날려버렸다.
파앙!
촤아아아악!
넘어지려는 몸을 바로 세우려고 하자 발이 미끄러지면서 눈이 깊게 파였다.
찰나에 간격을 좁힌 염장이 재차 칼을 휘둘렀다.
따앙!
“큭!”
누가 뒤에서 확 잡아당긴 것처럼 또 한 번 날아간 조윤은 땅을 굴렀다. 순간적으로 당한 공격이라서 아까처럼 몸을 지탱할 수가 없었다.
“타핫!”
염장이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그는 칼을 휘두르지 못했다. 옆에서 갑자기 느껴진 날카로운 기운 때문이었다.
콰앙!
제때에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염장은 허공에서 삼 장 가까이 밀려났다.
이건 검기가 아니었다. 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유형화되어 있었고, 그 위력 또한 굉장했다.
“검강?”
염장이 당황학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당황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긋이 쳐다보기만 했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검기라면 염장도 얼마든지 능숙하게 다룰 수가 있었다. 그러나 검강은 무리였다.
“당신은 누구요?”
염장의 말투가 조금 공손해졌다. 상대는 검강을 쓰는 고수였다.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주위는 이미 소강상태였다. 당황학이 날린 검강 한 방에 다들 싸움을 멈추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당황학이다.”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사부인 마강이 종종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자신과 겨룰 수 있는 최고수는 오로지 당황학뿐이라고.
지금 보니 정말 그랬다. 마강이 검강을 깨우쳤을 때 염장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도전을 했고, 불구로 만들었다.
당시에 마강이 검강을 깨우치기는 했으나 능숙하게 쓸 수 있는 경지는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독에 중독이 되어 있었다.
염장은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그 때문에 굳이 죽이지 않고 팔다리만 자르고 보내줬다.
하지만 염장은 그때의 일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마강을 그때 죽였어야 했다.
“나는 염장이라고 하오.”
“알고 있다. 계속할 텐가? 그럼 나는 전력을 다해 너부터 죽이겠다.”
염장은 잠시 망설였다.
기회가 왔을 때 마강을 죽이고 싶었으나 당황학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검강을 쓰는 고수를 상대하려면 적어도 몇 백 명 정도는 끌고 와서 힘을 빼놓은 후에 덤벼야 했다. 한데 지금 함께 온 부하들은 채 백 명도 되지 않았다. 여유를 부리며 보내준다고 할 때 가는 것이 나았다.
“가겠소.”
염장은 칼을 거뒀다. 자존심이 상했으나 물러나야 했다.
그걸 보고 화진모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무슨 짓이오? 마강을 죽여주기로 했잖소?”
“보시다시피 내 힘으로는 불가능하오.”
“북해의 최고수가 검 한 번 휘둘러보지 않고 물러난단 말이오?”
“그럼 직접 싸워보시든가.”
화진모가 상황도 모르고 속을 긁어대는 소리를 하자 염장이 비릿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염장은 화진모의 부하가 아니었다. 그저 마강을 죽인다기에 함께 왔을 뿐이다.
“철수한다.”
염장이 부하들을 데리고 떠나자 머뭇거리던 화진모도 함께 가버렸다.
“괜찮나?”
마강이 다급하게 부축을 하려는데 당황학이 울컥 피를 토해냈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검강을 썼더니 기혈이 뒤틀리고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다.
염장에게 허세가 먹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고 계속 싸웠으면 일 초식도 받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조윤은 어떤가?”
당황학은 자신의 몸보다 조윤을 먼저 걱정했다. 그가 무리하면서까지 나선 이유는 오로지 조윤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정신을 잃은 조윤의 상태를 살피던 화설린이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당황학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 * *
“으…….”
눈을 뜨니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욱신거렸다. 그 때문에 일어날 수가 없어서 인상을 쓰고 있자 화설린이 부축을 해줬다.
“일어났어?”
“어떻게 된 거죠?”
“기억 안 나?”
“네.”
“정신을 잃고 날뛰다가 염장에게 당했어.”
또 그랬나 보다. 조윤은 미안한 마음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들 무사한가요?”
“응. 당 대협 덕분에 무사해.”
“사부님이요?”
“응.”
조윤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화설린이 당시의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그걸 들은 조윤은 억지로 일어나서 당황학에게 갔다.
“사부님.”
역시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당황학은 언뜻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으나 실상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머리에 손을 대보니 열이 심하고 호흡 또한 거칠었다.
조윤은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해봤다. 기혈이 뒤틀려서 엉망이었다.
이대로라면 금방 죽는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걷기도 힘든 사람이 검강을 썼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던 조윤은 곧 가슴이 미어져왔다. 당황학이 왜 그랬겠는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못난 제자를 살리고자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깎아가며 무리를 한 것이다.
“도와줘요.”
조윤의 외침에 우노가 다가왔다.
그의 도움을 받아 당황학을 똑바로 눕힌 조윤은 짐 보따리에 두었던 침통을 전부 꺼냈다. 그리고 기라독해를 펼쳐 백팔심침법(百八心鍼法)에 대해 기술되어 있는 부분을 다시 한 번 봤다.
당황학을 완쾌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목숨을 조금 더 연장시키는 것은 가능했다.
다만 백팔심침법이 성공을 해야 했고, 서른두 가지의 독과 아홉 개의 약재로 기독서신탕(氣毒棲身湯)을 만들어 꾸준히 복용을 해야 했다.
백팔심침법을 완전히 암기한 조윤은 당황학의 옷을 벗기고 침을 꽂기 시작했다.
곳곳의 혈에 대침과 소침을 꽂다 보니 그 수가 무려 백여 개나 되었다.
그중에는 잘못 건드리면 죽을 수도 있는 사혈도 있건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걸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화설린은 적지 않게 놀랐다.
조윤의 의술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조윤은 침을 모두 꽂고 나자 잠시 기다린 후에 다시 진맥을 했다.
뒤엉켰던 기혈이 어느 정도 제자리로 돌아온 덕에 상태가 많이 안정되어 있었다.
조윤은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수레에 실려 있던 약재를 가져왔다. 그리고 약재를 자르고 빻아서 기독서신탕을 달이기 시작했다.
“내가 도와줄 건 없어?”
“독성이 강하니까 가까이 오면 안 돼요.”
조윤의 말에 화설린이 오던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약간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독성이라니?”
“사부님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해요. 그래서 독을 써서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어요.”
“독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고?”
“치료는 아니고 그저 버티게 하는 것뿐이에요.”
조윤이 시무룩하니 말하자 화설린이 안타까운 눈빛을 했다. 그녀는 조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 역시 아버지의 병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하루하루가 괴롭지 않았던가?
한데 어찌 그 마음을 모를까?
“꼭 당문까지 모셔가고 싶었는데, 그때까지 버티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방법이 없는 거야?”
조윤은 고개를 저었다. 백팔심침법을 하고 기독서신탕을 복용한다고 해도 길어봐야 한 달이었다.
무리를 하지 않았다면 서너 달은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충분히 당문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한데 조윤 때문에 그걸 포기한 것이다.
“지금 떠나거라.”
“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마강이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이에 조윤과 화설린이 동시에 그를 봤다.
“저 친구가 여기까지 온 것은 아마 네 견문을 넓혀주기 위해서였을 거다. 그렇지?”
“네.”
북해는 명예나 체면보다는 자신의 생명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한다.
당황학은 조윤에게 그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또한 마강을 만나 쌍검비격술을 전해 받으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니 그냥 떠나거라.”
조윤도 그러고 싶었으나 지금 당장은 갈 수가 없었다.
기독서신탕을 만들려면 약재가 많이 필요했다. 하지만 북해는 환경이 척박해서 약재를 구하기도 힘들고 값도 굉장히 비쌌다.
더구나 조윤은 신궁에 도착하면 구할 생각으로 객잔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약재를 썼었다. 그리고 상황이 이런데 모른 척하고 그냥 갈 수도 없었다.
당황학이 깨어있었다면 분명 반대를 했을 것이다.
“아까 그 사람들은 누구죠?”
“내 제자다.”
마강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재능이 뛰어나 가장 정성을 쏟았고, 그랬기에 마지막까지 믿었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런 놈이 어떻게 제자란 말입니까?”
“맞습니다. 이제는 내치셔도 됩니다.”
우노와 마수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마강은 염장을 아직까지 파문하지 않은 상태였다.
우노와 마수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염장은 당장에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놈이었다.
어떻게 그동안 보살펴주고 무공을 가르쳐준 사부에게 독을 쓰고 팔다리를 자른단 말인가?
그런데도 마강은 묵묵히 그것을 감내하고 파문조차 시키지 않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보다 어서 떠날 준비를 해라.”
“아니요. 상황이 이런데 그냥 떠날 수는 없어요. 사부님도 그건 원치 않으실 거예요. 그리고 사부님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당장은 가지 못해요.”
“의리가 있구나. 하지만 네가 있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될 일은 없다. 그냥 떠나거라.”
마강의 말을 듣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조윤은 화설린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