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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21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21화

제9장 당효령 (1)

 

 

소가주가 된 조윤의 일상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다만 백모연과 지내는 시간이 줄었다.

 

전에는 백모연이 무공도 가르쳐 주고 글공부도 봐 줬었다. 그런데 이제 무공은 낙성검대의 대장인 단목몽오가 가르쳐 줬고, 글공부는 유명한 문사인 이석경이 와서 가르쳤다.

 

또한 세가의 전반적인 지식과 소가주로서 알아야 할 것은 총관인 단목맹찬이 가르쳤다. 그 모두가 가주인 단목태성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침 수련이 끝나자 단목몽오가 무표정하니 한마디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무공은 제일 먼저 권(拳), 그다음에 각(脚), 이후에는 금나를 배운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좀 놀릴 수 있게 되면 병장기를 배우고, 마지막에는 그동안 꾸준히 수련해 온 내공을 운용하는 법을 배운다.

 

내공은 금방 쌓이지도 않고, 바로 운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동안에 권, 각, 금나, 병기를 배우며 외공을 먼저 익히는 것이다.

 

삼류와 일류, 또는 낭인과 명문의 차이가 거기에 있었다. 같은 주먹이라도 내공을 실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굉장히 컸다. 삼류나 낭인은 내공심법을 배울 길이 없고, 배운다 해도 그 운용법을 알기가 어려워서 외공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명문가에는 내공의 운용법이 전해지기 때문에 노력 여하에 따라 누구나 고수가 될 수 있었다.

 

현재 조윤은 권을 배우고 있었다. 한데 그 속도가 생각보다 너무 빨랐다. 처음에는 백모연이 잘 가르쳐서 그렇다고 여겼었다. 백모연이 누구던가?

 

가주인 단목태성과 비견되는 고수가 아니던가?

 

하지만 곧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열 살이고, 분명 무공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공이 상당히 강했다. 그 정도면 십 년 정도 수련한 세가의 평무사와 비슷했다. 그제야 단목몽오는 조윤이 영약을 먹었다는 것을 짐작하고 수련의 강도를 높였다.

 

“에구.”

 

땀에 흠뻑 젖어 있던 조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단목몽오한테 무공을 배워 보니 아닌 척해도 그동안 백모연이 얼마나 자신의 어리광을 받아준 건지 알 수가 있었다. 어찌나 사람을 굴려 대는지 수련이 끝나면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잠시 쉬다가 간단히 씻고 식사를 하기 위해 가주전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단목태성과 당이주, 백모연, 그리고 단목무호와 단목교연까지 모두가 모여 있었다. 단목태성의 상태가 좋아지면서 매일 아침 식사는 이렇게 가족이 함께했다.

 

“어서 오너라.”

 

당이주가 가장 먼저 조윤을 반겼다. 예전 같았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당이주는 백모연과 친자매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있었고, 이에 조윤을 대하는 태도도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당이주는 바보가 아니었다. 공손미부가 단목순명을 후계자로 만들려다가 그렇게 당하는 것을 봤고, 이미 조윤이 소가주로 정해진 상태였다. 암살이나 독살 같은 방법을 썼다가는 공손미부와 똑같은 꼴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단목무호를 조윤과 정정당당히 경쟁시킬 생각이었다.

 

“조금 늦었습니다.”

 

“땀을 많이 흘렸구나.”

 

백모연이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아 줬다. 조윤은 쑥스러움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고맙습니다.”

 

“어서 먹자.”

 

“네.”

 

식사가 시작되었다. 조윤은 젓가락을 놀려 요리를 조금씩 맛봤다. 현대의 음식과 달리 이 시대의 음식은 굉장히 맵고 짰다. 요리가 한 상 가득 나오기 때문에 전부 맛을 보려면 조금씩 먹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자니 맛을 강하게 냈다.

 

“오라버니, 엄마는 안 와?”

 

한창 식사 중에 단목교연이 묻는 말에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었다. 공손미부는 단목순명만 데리고 갔다. 단목순명은 다른 사내의 자식이었으나 단목교연은 단목태성의 피가 섞여 있었다. 그래서 친자를 확인하려고 할 때에도 단목교연을 내세웠던 것이다.

 

“엄마는 나중에 보게 될 거야. 그러니까 어서 밥 먹어. 알았지?”

 

조윤이 따뜻하게 말하자 단목교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목교연은 올해 다섯 살이었다. 엄마한테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떨어져서 지내야 하니 안타까움이 컸다. 이에 조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놀아 줬다. 단목교연이 조윤을 잘 따르는 이유였다.

 

* * *

 

오전의 글공부가 끝나고 간단히 점심을 먹은 조윤은 흑묘가 있는 방으로 갔다. 그녀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몸의 상태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단목세가의 의원들은 물론이고 당자기와 함께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을 강구하고 시도해 보고 있었지만 크게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몸이 완전히 낫는다고 해도 과연 뇌사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여기에 있었더냐?”

 

“네, 스승님.”

 

당자기가 방으로 들어오자 조윤이 자리를 내줬다. 당자기는 아무 말 없이 흑묘의 상태를 살피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갈수록 기력이 떨어지고 있구나.”

 

“얼마나 버틸 것 같습니까?”

 

“네 생각을 말해 보아라.”

 

“이 상태에서 호전되지 않는다면 석 달이 한계일 것 같습니다.”

 

“잘 봤구나.”

 

“방법이 없겠습니까?”

 

조윤이 애절한 눈빛으로 흑묘를 보며 당자기에게 물었다.

 

“나로서는 부족하구나.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다.”

 

“방법이 있나요?”

 

“천하에는 뛰어난 명의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오대신의(五大神醫)를 뛰어넘는 명성과 실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오대신의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조윤이 되묻자 당자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의술도 그들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장난에 불과하다.”

 

도대체 의술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자존심이 높은 당자기가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걸까?

 

“의술이 그렇게 뛰어납니까?”

 

“그들 손에 죽다 살아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그럼 그들 중 한 명을 데리고 오면 흑묘도 살 수가 있겠군요.”

 

“그럴 게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황궁어의인 우선은 내상을 치료하는 데 탁월하다. 그러나 황궁을 벗어나지 못하니 이곳에 올 수가 없다. 신수신의(神手神醫) 이자림은 외상과 침에 능하나 한곳에 머무르지 않아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남독신의(南毒神醫) 기라는 독술에 능해 독으로 사람을 치료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남만은 워낙에 험지라서 가기도 힘들뿐더러 간다고 해도 그를 찾기가 어렵다. 약선신의(藥仙神醫) 반양은 신의문 출신으로 약을 잘 쓰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신의문에서 쫓겨나 천하를 떠돌고 있다.”

 

벌써 네 명이 언급되었으나 한 명도 이곳으로 데리고 올 수가 없었다. 이에 조윤은 마지막 한 사람에게 기대를 걸었다.

 

“마지막 한 사람은 누굽니까?”

 

“신의문의 문주인 의선(醫仙) 태삼목이다. 그는 내상과 외상은 물론이고 침과 약, 어느 하나 뛰어나지 않은 것이 없다. 해서 모든 의원이 그를 목표로 하고 그를 닮고자 한다.”

 

“그럼 그분에게 부탁해야겠군요.”

 

“불가능하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를 한 번 보기 위해서 줄을 선 사람이 하루에 백 명이 넘는다. 치료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겠느냐? 그에게 진맥을 한 번 받으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아!”

 

그럴 만했다. 다른 네 사람도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한곳에 정착한다면 아마 똑같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한 명마저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듣고 조윤은 크게 낙담했다.

 

“아주 오래전에 이자림과 약간의 친분을 쌓은 적이 있다. 해서 그에게 서찰을 보내 놓았다. 그러나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이라 연락이 닿았는지 모르겠구나. 만약 그가 서찰을 본다면 필시 이곳으로 올 것이다.”

 

“언제 올지는 모르는 거로군요.”

 

“낙담하지 마라.”

 

“어쨌든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스승님.”

 

“아니다. 그렇잖아도 그를 한번 만나려던 참이었다.”

 

“혹여 다른 사람들을 부를 방법은 없을까요?”

 

“말했듯이 우선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어디에 있는지 아는 건 어의인 우선과 신의문의 태삼목뿐이지 않더냐? 하지만 그들이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다. 환자는 그곳에도 넘쳐날 테고, 그들과 안면이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쩌겠느냐?”

 

“그럼 흑묘를 그리로 데리고 가면 어떨까요?”

 

“그 역시 쉽지 않다. 황궁에는 들어갈 수가 없으니 신의문으로 가야 할 텐데, 여기에서 안휘의 합비(合肥)까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흑묘는 너도 알다시피 그렇게 먼 곳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가는 동안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갈래요.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그게 낫잖아요.”

 

“가주가 허락하지 않을 게다.”

 

“아버님을 뵙고 이야기해 볼게요.”

 

조윤은 단목태성에게 사정을 잘 이야기하면 허락을 해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집무실에서 자초지종을 모두 들은 단목태성은 딱 잘라 말했다.

 

“안 된다.”

 

“이유가 뭡니까? 흑묘는 저를 살리려다가 저렇게 되었습니다.”

 

“너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더구나 공손세가에서 너를 곱게 보지 않는데 세가 밖으로 나가면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그건…….”

 

“강호는 은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한번 맺은 원한은 풀기가 쉽지 않다.”

 

조윤은 설마 그들이 복수를 해 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그러나 단목태성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 가능성이 컸다. 애초에 공손미부가 잘못한 것이지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원인이 뭐든 당한 입장에서는 억울한 법이다.

 

“그래도 가야 합니다. 이화 누님의 무공이 뛰어나니 함께 가면 될 겁니다. 스승님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하면 그들만 보내도 되겠구나.”

 

“네?”

 

“굳이 네가 갈 이유가 없지 않느냐? 공손세가에서 노리고 있으니 네가 함께 가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조윤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단목태성이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다시 말했다.

 

“너는 남아 있어라. 모연이 부리던 아이이니 준비를 하라고 하겠다. 달리 할 말이 있느냐?”

 

“아닙니다.”

 

조윤은 그들과 함께 가고 싶었다. 흑묘가 걱정되기도 했고, 명성이 자자한 신의문의 의술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단목태성이 저리 완고하니 뜻을 꺾을 수가 없어 힘없이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다음 날 흑묘를 실은 마차가 단목세가를 떠났다. 당자기와 당예상, 그리고 이화와 세가의 무사 두 명이 함께했다.

 

백모연과 함께 그들을 배웅한 조윤은 아쉬움이 가득했고, 이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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