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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비서 18화

무료소설 신의비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의비서 18화

제7장 총회 (3)

 

 

수술이 끝난 후 조윤은 그 공을 모두 당자기에게 돌렸다. 도움도 많이 받았고, 어린 자신이 치료했다고 하면 신빙성이 없어서 그리한 것인데 당자기가 사실을 다 말해 버린 것이다.

 

“저는 그저 옆에서 도왔을 뿐입니다. 스승님이 모두 하신 일입니다.”

 

조윤이 그렇게 말하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당자기가 겸손해하며 조윤을 들먹인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당자기는 사람들이 진실을 알기를 원했다.

 

자신의 명예가 높아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조윤을 통해 한을 풀고자 했다. 그러려면 조윤의 재능을 감춰서는 안 된다. 더구나 조윤의 이름이 알려지면 자연스레 자신의 명예도 높아진다.

 

“그리 겸손할 필요 없다.”

 

조윤을 보며 당자기가 인자하게 웃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조윤의 말과는 다르오. 오히려 그 반대였소. 치료를 주도한 건 조윤이었고 옆에서 도운 것이 나였소. 제자의 공을 가로챌 만큼 나는 뻔뻔하지 않소이다.”

 

“조윤아, 거짓을 말할 생각 말고 사실대로 말해 보아라. 네가 치료한 것이 맞느냐?”

 

백모연이 약간 노한 음성으로 묻자 조윤이 질책하는 눈초리로 당자기를 봤다. 그러나 당자기는 어서 말하라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사실 제가 치료한 것입니다. 아직 제 나이가 어려 아무도 안 믿어줄 거라 여겨 그리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스승님이 안 계셨다면 절대로 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조윤이 인정하자 모두의 시선에 경악이 서렸다. 정말 저 작은 아이가 치료를 했단 말인가?

 

“하면 어째서 나한테 숨겼던 것이냐?”

 

“당시에는 진실을 몰랐습니다.”

 

“진실?”

 

백모연이 추궁하듯이 묻자 조윤은 단목태성을 봤다. 그 일에 대해서는 단목태성이 직접 이야기해야 했다. 이에 모두의 시선이 단목태성에게 향했다.

 

“흐음. 먼저 부인에게는 사과부터 해야겠구려.”

 

“사과라니요?”

 

“십여 년 전 우리의 아이가 죽었을 때, 나는 그걸 덮고자 했었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언급하자 백모연의 얼굴은 눈에 뜨이게 경직되었다. 그렇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으나 단목태성은 늘 입을 꾹 다물고 그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단목태성은 백모연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게 잠시 기다린 후에 계속 이야기했다.

 

“그대는 이주가 손을 썼을 거라 여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소. 이주는 그렇게 모질지 못하오. 당시에 아이를 죽인 건 미부였소.”

 

“그…… 그게 정말인가요?”

 

“당시에는 심증은 있었으나 증좌가 없어 확신을 할 수가 없었소. 무엇보다 공손세가를 적으로 돌릴 수가 없는 시기였소. 해서 당신이 나를 원망하는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덮을 수밖에 없었소. 후에 당신이 이주를 의심한다는 것을 알았소. 미부를 의심하면 초조해진 그녀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차라리 잘된 일이라 여겨 가만히 나뒀었소.”

 

“제가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를 범할까 두려웠던 건가요?”

 

타초경사란 수풀을 건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단목태성은 백모연이 공손미부를 추궁해서 경각심을 일으키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러면 증거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백모연도 위험해질 수가 있었다.

 

“그렇소.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무호도 죽임을 당했을지 모르오. 미부는 당신이 이주를 의심한다는 것을 알고 안심하며 그 더러운 성정을 드러냈소. 당신 짓인 것처럼 해서 무호를 죽이려고 했지. 미리 미부에게 사람을 붙여 놓았기에 사전에 막을 수가 있었소. 또한 여영을 협박해서 떠나게 만든 것이 바로 미부였소. 다행히 미부는 여영이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지 못했소. 그래서 여영이 떠나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소.”

 

거기까지 말한 단목태성의 얼굴에 회한이 가득했다. 그런 단목태성을 사람들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십 년 동안 그 고충이 어떠했을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후 나는 놀라운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되었소. 순명이 내 아들이 아니라는 거요. 미부를 의심하는 동안 나는 잠자리를 함께한 것이 몇 번 되지 않소. 한데 이주가 무호를 가지자 조급한 마음에 다른 사내와 정을 통한 것이오.”

 

“음…….”

 

여기저기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단목순명은 단목태성을 그리 닮지 않았다. 공손미부를 많이 닮았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부모의 얼굴이 번갈아 가며 나오기 때문에 모두들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누군들 그러한 것을 의심했겠는가?

 

“하지만 그걸 증명할 길이 없었소. 그러다 내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미부가 의심하기 시작했소. 나는 미부가 도망치기 전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소. 한데 생각지도 않게 병에 걸려 쓰러지고 말았소. 간악하게도 미부는 그때를 틈타 내게 조금씩 독을 썼소. 그 때문에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이지가 흐려져 깨어 있을 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소. 그러다 완전히 정신을 놓았고, 이후는 말을 안 해도 알 거요.”

 

단목태성의 말이 끝나자 방 안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공손미부는 공손세가의 여식이었다. 그녀가 홀로 그런 일을 벌였을 가능성은 극히 적었다. 분명 공손세가가 뒤에서 조종했을 것이다.

 

공손세가는 몇 대에 걸쳐 당문을 섬겨 왔다. 그 때문에 가신들 중에서는 세력이 가장 강했다. 그걸 경계하고자 당문에서는 단목세가를 키워서 양립하게 만들었다. 하니 단목세가가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모두가 내가 부덕한 탓이오. 당신의 고통을 알면서도 외면한 나를 이해해주시오. 이 일은 이주도 몰랐었소. 기밀을 위해 오로지 나와 곽우만이 알고 있었소.”

 

그제야 사람들은 왜 곽우가 가주의 방을 그리 철통같이 지켰는지 이해가 되었다. 공손미부로부터 단목태성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백모연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말 지독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십 년이 넘도록 그 사실을 숨길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백모연은 자신 역시 그렇게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증거로 당이주를 십 년 넘게 미워하지 않았던가?

 

백모연은 그 자리에서 당이주를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염치가 없다는 것은 압니다. 그래도 사죄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오해한 것을 용서해 주세요.”

 

“아니에요. 이러지 마세요. 그대가 나를 미워했다고는 하나 실제로 해를 가한 적은 없잖아요. 어서 일어나세요.”

 

당이주가 당황하며 백모연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용서해 주신다면 일어나겠습니다.”

 

“용서하겠어요. 그러니 일어나세요.”

 

“고맙습니다.”

 

“아니요. 사실 나도 용서를 빌 게 있어요. 상공께서 미부를 의심했듯이 나 역시 그랬어요. 하지만 당신은 나를 의심하고 있어서 사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 여겼어요. 그리고 나는 당신이 미부의 술수에 넘어가 서로 손을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미부가 조윤을 데리고 와서 무호에게 해를 가할까 두려웠어요. 조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방해한 것도 그래서였어요. 나는 무호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고마워요.”

 

당이주와 백모연은 서로 손을 꼭 잡고 다독였다. 십 년 동안의 미움과 원망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너에게도 미안하구나.”

 

당이주가 조윤을 보며 말했다. 그녀는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었다.

 

“지난 일이니 마음에 두지 않겠습니다.”

 

어린 조윤이 마치 어른처럼 말하는 모습은 굉장히 귀여웠다. 이에 당이주가 조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 * *

 

“이제 좀 쉬고 싶소. 조윤은 잠시 남고 모두 물러가시오.”

 

사람들이 모두 방을 나가고 조윤 혼자 남자 단목태성이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여영을 많이 닮았구나.”

 

“저는 어머니를 본 적이 없습니다.”

 

단목태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여영은 오랜 타지 생활로 인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몸이 허약했었다. 한데 아이를 낳았으니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일찍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조윤은 대호, 육예와 함께 천민으로 살아왔던 것과 이두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했던 것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조용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단목태성이 크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실력이 범상치 않던데 의술은 어디서 배운 게냐?”

 

“누군지는 저도 모릅니다. 지나가는 말로 화타의 후손이라고만 들었습니다.”

 

“신의문이로군.”

 

아무 생각 없이 한 거짓말이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다행히 신의문은 여기에서 멀리 떨어진 안휘에 있었다. 더구나 의술을 가르쳐 준 사람의 이름을 모른다고 했으니 사실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신의문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화타의 후손이라면 맞을 게다.”

 

“네.”

 

대화가 끊기자 분위기가 어색했다. 천장을 보며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단목태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를 말하는 걸까?

 

뜬금없는 말이었으나 조윤은 곧 이해했다. 스스로 나왔다지만 남궁여영은 내쳐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때문에 일찍 죽었고, 조윤은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천민으로 살아왔었다. 단목태성은 그게 미안한 것이다.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 긴 세월을 버려두었는데도 나는 오히려 네게 도움을 받았구나. 나를 치료한 것도 너고, 공손미부가 죄를 인정하게 만들 방법을 알려준 것도 너다.”

 

사실이 그랬다. 단목태성은 깨어나자마자 당자기를 알아보고 공손미부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했었다. 혹여 또 이지가 흐려질까 걱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치료가 어느 정도 된 상태라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또한 조윤으로부터 친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았다. 덕분에 단목태성은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공손미부가 스스로 죄를 인정하게 만들 수가 있었다.

 

“아비로서 뭔가 해주고 싶구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라. 세가를 물려달라고 하면 그리해 주겠다.”

 

조윤은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세가를 물려받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다만 그리 말하자니 백모연이 마음에 걸렸다.

 

“당장에 생각이 안 나거든 천천히 대답해도 된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나가 봐라.”

 

고개를 살짝 숙이고 밖으로 나오니 백모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말없이 몸을 돌리자 조윤은 잰걸음으로 다가가 옆에서 함께 걸었다.

 

“어째서 미리 말을 안 했던 게냐?”

 

“죄송해요.”

 

“나를 믿지 못했던 거로구나.”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면, 왜 말을 안 했던 것이냐?”

 

백모연이 걸음을 멈추고 조윤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조윤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어머니를 위해서였습니다.”

 

“나를 위해서라고?”

 

“그렇습니다.”

 

잠시 심호흡을 한 조윤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는 인자하고 온화한 분입니다. 한데 복수를 위해 억지로 모질어지려고 하셨습니다. 그게 너무 위태해 보여서 계속 그러다가는 곧 스스로를 망칠 거라 생각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말이 조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자 백모연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자신이 말릴까 봐 조윤이 사전에 말을 안 한 거라 생각했었다. 한데 들어보니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

 

“어머니는 첫째 어머니보다 아버님을 더 미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첫째 어머니께 복수를 한들 의미가 없습니다. 복수를 해도 죽은 아이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버님에 대한 미움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허탈함이 들겠지요. 그로 인해 스스로에게 해를 가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어머니가 그렇게 되지 않을지를.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아버님이 어머니를 이해해주는 것.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아마 그것이었을 겁니다. 그러자면 아버님의 병을 치료해야 했고, 다행히 스승님이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조윤은 철저히 백모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다. 이는 상담치료를 할 때 자주 쓰는 방법이었다. 방금과 같은 경우 당이주의 성정이 그렇게 잔악하지 않으니 아이에게 손을 쓰지 않았을 거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단목태성이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백모연의 입장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래서는 이해를 할망정 납득을 하지는 못한다. 사람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동물이다.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부당해도 한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진심으로 위하고 있다는 마음을 드러내면 대개는 진심이 전해진다.

 

지금의 백모연이 그랬다. 그녀는 조윤이 사전에 말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어미인 자신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일을 진행한 것이 서운했다. 한데 조윤의 말을 듣고 나니 그 마음이 봄눈 녹듯이 사르르 풀려 버렸다.

 

백모연은 한쪽 무릎을 꿇고 조윤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인자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네 어미다. 어떠한 경우에도 네 말을 믿어 줄 것이니 앞으로는 미리 이야기하여라.”

 

“네, 어머니.”

 

백모연은 가만히 조윤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조윤을 처음 데리고 왔을 때만 해도 복수를 위해 이용할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윤을 정말 아들로 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이제는 인정할 수가 있었다. 조윤은 자신의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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