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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222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222화

 

222화

 

 

 

 

 

 

 

힘이 불끈 솟구친 철교랑은 섬전처럼 창을 뻗어서 적 두 명을 더 지옥으로 보냈다.

 

그때 곽전유와 상천군 이십 명이 벽성장으로 날아들었다.

 

설마 적이 또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던 냉호와 철교신이 홱 고개를 돌렸다.

 

“멈춰라!”

 

“저 새끼들은 뭐야?”

 

하지만 곽전유와 상천군은 곧장 내원을 향해 몸을 날렸다.

 

냉호가 먼저 신형을 날려서 뒤를 쫓았다.

 

철교신은 연소랑부터 바라보았다.

 

“소랑! 한쪽으로 가 있어!”

 

“내 걱정 말고 빨리 가 봐!”

 

철교신도 그제야 땅을 박차고 곽전유와 상천군을 쫓아갔다.

 

상천군 중 열 명이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더니 전진을 멈추고 냉호와 철교신의 앞을 막았다.

 

나머지는 내원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삼대세력 무사 이십여 명이 앞을 막았지만 당랑거철이었다.

 

곽전유의 무위는 검왕 백리진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오래전 백리진에게 손가락 하나가 잘린 후 절치부심해서 이제는 질 마음이 없는 그였다.

 

내원의 벽라전 앞에 내려선 그는 찰나도 망설이지 않고 전각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번쩍!

 

검이 먼저 열십자로 번뜩이더니 전각문이 십여 조각으로 갈라졌다.

 

곽전유는 갈라진 전각문을 몸으로 부딪쳐서 날려 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찰나였다.

 

섬광 한 줄기가 곽전유를 향해 뻗어 나갔다.

 

“흥!”

 

냉랭히 코웃음 친 곽전유가 검을 휘둘렀다.

 

쩌정!

 

귀청을 울리는 검명!

 

순간적으로 곽전유의 이마에 주름이 파였다.

 

마주친 일검에는 강력한 위력이 실려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공격한 자의 기척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기감을 극대화하고 진기를 퍼트려서 상대의 기척을 찾았다.

 

순간, 빙글 몸을 돌린 그는 허공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떠더덩!

 

기척도 없이 다가오던 단무영의 공세가 곽전유의 검에 막혀서 불꽃이 튀었다.

 

단무영은 곽전유의 막강한 검력에 충격을 받고 이를 악물었다.

 

적이 다가오는 걸 느끼고 진아를 소이정에게 맡겨서 대피시켰다.

 

그리고 적을 자신이 직접 상대했다.

 

이전의 공력을 모두 되찾은 상태. 그런데도 밀리는 게 느껴졌다.

 

‘한룡과 비룡이 올 때까지 버텨야 돼!’

 

단무영은 유환잠은술(幽幻潛隱術)을 최대한 활용해서 곽전유의 판단을 흐리며 기회가 날 때마다 공격했다.

 

곽전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상대가 강하긴 하나 자신보다는 약했다.

 

그런데 기척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아서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그는 상대를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다.

 

단무영도 그를 따라서 밖으로 나갔다. 그가 다른 짓을 못 하게 붙잡아 두어야 했다.

 

곽전유는 보다 강력하게 단무영을 공격했다.

 

단무영은 유령처럼 움직이며 곽전유의 공격을 피했다.

 

진아를 구하면서 입은 내상이 아직 완벽하게 낫지 않은 상태. 더구나 연속된 충격으로 움직임이 미세하나마 둔해져 있었다.

 

결국 두어 번의 격돌로 충격이 엄습하자, 안색이 해쓱해진 단무영이 모습을 드러내며 뒤로 튕겨 나갔다.

 

“어디 더 도망쳐 봐라!”

 

곽전유가 냉랭하게 소리치며 단무영을 향해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그때였다.

 

섬뜩한 느낌에 오싹한 기분이 든 곽전유가 멈칫했다.

 

순간!

 

콰광!

 

“크억!”

 

“으아악!”

 

기운이 폭발하는 굉음과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오며 상천군 둘이 날아갔다.

 

뒤이어 들리는 목소리.

 

“곽전유,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군!”

 

곽전유는 홱 고개를 돌려서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면산에서 봤던, 꿈속에서 열 번도 더 본 놈이 저만치 내려서고 있었다.

 

북천마제 북궁천이!

 

“하마터면 늦을 뻔했어.”

 

북궁천은 서리가 내릴 것 같은 눈빛으로 곽전유를 노려보았다.

 

천금산을 북쪽으로 돌아가던 중 호양곽과 조우했다.

 

호양곽은 삼대세력 고수들과 상주로 향하던 중 상주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흑운대 대원을 만났다고 했다.

 

흑운대 대원은 천사교의 고수로 보이는 자들 백 수십 명이 은밀하게 금천장을 나와서 상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를 했다.

 

흑운대 대원 말에 의하면, 처음에만 해도 그들이 북쪽으로 돌아서 정파연합을 공격하려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계속 상주로 가는 것이 수상해서 보고를 하기 위해 찾던 중이라고 했다.

 

북궁천의 예상 진로를 알고 있던 호양곽은 급히 방향을 돌렸다.

 

호양곽의 말을 듣고 불길한 느낌이 든 북궁천은 전력을 다해 상주로 달려왔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곽전유를 만났다.

 

“또 네놈이구나!”

 

“다행히 아주 늦지는 않은 것 같군. 단숙은 저 떨거지들이나 처리해. 애들을 납치하는 게 취미인 저런 개새끼는 내가 맡을 테니까.”

 

북궁천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말투로 말하고는 곽전유를 향해 다가갔다.

 

곽전유는 자신에게 욕을 하는 북궁천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마제가 강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 역시 검왕과 비견되는 검의 고수 아닌가.

 

죽을 때 죽더라도 새파란 놈에게 욕먹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치욕이었다.

 

“죽일 놈!”

 

노성을 내지른 그는 땅을 박차고 북궁천을 공격했다.

 

검첨에서 쭉 뻗어 나간 검강이 북궁천을 양단할 것처럼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북궁천은 여전히 곽전유를 노려보며 묵혼을 휘둘렀다.

 

공손설을 납치하려다 실패한 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히 진아를 납치하려고 하다니!

 

분노가 솟구친 그는 십성 공력을 끌어 올렸다.

 

“그딴 검으로!” 

 

쾅!

 

곽전유의 몸이 철벽에 부딪친 것처럼 튕겨 나갔다.

 

북궁천은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가며 뇌정무적세를 펼쳤다.

 

“감히 나를 죽이겠다는 거냐!”

 

곽전유는 눈을 부릅뜨고 전 공력을 끌어 올려서 북궁천의 공격을 막았다.

 

콰과광!

 

“크으으윽.”

 

신음이 절로 나왔다.

 

해쓱해진 안색, 악다문 이 사이로 언뜻 핏물이 보였다.

 

하지만 북궁천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애들이나 납치하는 개새끼는!”

 

쿵!

 

패왕일보를 내딛자 곽전유가 홉뜬 눈을 파르르 떨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순간, 북궁천이 묵혼을 뻗었다.

 

“죽어도 지옥에 처박힐 것이다!”

 

퍽!

 

곽전유의 이마에 한 치 크기의 구멍이 뻥 뚫렸다.

 

검왕에 필적한다는 웅전검호 곽전유가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못 해 보고 죽었다.

 

천하의 누가 오늘의 일을 믿을 것인가!

 

북궁천을 뒤따라와 상천군을 때려잡은 장추람과 임표, 담운은 물론, 한 발 늦게 도착해서 마지막 광경만 본 냉호와 철교신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고개를 돌린 북궁천이 그들을 다그쳤다.

 

“거기서 뭐 해? 어서 다른 곳도 정리해!”

 

그러고는 장추람 등이 엉덩이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달려가자 단무영을 바라보았다.

 

“진아는 어디……?”

 

단무영에게 묻던 북궁천이 벽라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이정이 진아를 안고 문이 부서진 벽라전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 있었어?”

 

“여우는 굴을 아홉 개 파 놓는 법이지. 벽라전이 전 장주의 침실이었으니 뭔가 비상시를 대비한 시설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밀실이 있지 뭐야? 근데 어떻게 된 애가 놀라지도 않지? 누구를 닮은 거야?”

 

그 말에 북궁천은 문득 헌원려려가 떠올랐다.

 

겁이 없는 것은 자신보다 그녀가 더했다.

 

오죽 간이 크면 마제 앞에서 두 눈 똑바로 뜨고 싫다는 말을 했을까?

 

 

 

* * *

 

 

 

석양이 서산머리 위까지 떨어진 시각.

 

금천장을 둘러싼 정파연합은 숨을 가다듬었다.

 

드디어 금천장이 코앞에 있다.

 

이제 마지막 결전만 남은 상태다. 여기서 물러선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기든 지든 결판을 내야 했다.

 

“놈들은 철저히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공격할 겁니다. 모두 단독행동을 자제하고 사슬처럼 연결되어서 움직이며 적을 공격하도록 하십시오!”

 

유원당이 재삼재사 당부했다.

 

피를 말리는 긴장감에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군웅들은 무기를 움켜쥐고 금천장을 노려보았다.

 

오늘 하루, 일천이 넘는 무사들의 주검을 징검다리 삼아서 이곳까지 왔다.

 

그들이 뿌린 피로 피어난 혈화를 헤치며 걸어왔다.

 

죽은 자들의 여망을 헛되이 할 수는 없는 일.

 

“죽더라도 안에서 죽을 각오로 싸웁시다!”

 

“사악한 천사교 놈들에게 사필귀정이 진리임을 알려 줍시다!”

 

“천사교를 물리쳐서 강호에 평화를!”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한마디씩 하며 사기를 북돋웠다.

 

사기가 절정에 이를 무렵!

 

마침내 유원당이 공력을 실어서 소리쳤다.

 

“공격하라!”

 

와아아아아!

 

함성을 내지른 정파연합의 군웅들이 일제히 몸을 날려 금천장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 직후, 섬서연합 무사들이 금천장의 북쪽 담장을 넘어서 내부로 들어섰다.

 

 

 

정파연합과 섬서연합이 금천장 안으로 진입했다는 연락은 즉시 북궁천에게 전해졌다.

 

북궁천은 벽성장 정리를 삼대세력 주인들에게 맡기고 금천장으로 달려갔다.

 

장추람과 적광, 임표, 담운이 동행했다.

 

냉호와 철교신은 연이은 격전으로 부상이 심해져서 이제 고집을 피우고 싶어도 피울 수가 없었다.

 

‘이상하군. 호연도광이 무사들을 안으로 끌어들이다니.’

 

북궁천은 왠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호연도광은 배수의 진을 치고 결사항전의 각오로 싸울 자가 아니었다. 적을 자신의 앞마당으로 끌어들일 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전멸을 하더라도 밖에서 싸우는 것을 택할 자가 그였다. 그래야 불리하다 싶으면 언제든 도주할 수 있으니까.

 

그게 북궁천이 본 호연도광인 것이다.

 

그런데 금천장 안으로 적을 끌어들이다니?

 

금천장 안에 특별한 함정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들락거리며 살펴본 금천장은 그런 시설이 전혀 없었다.

 

기껏해야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싸우겠다는 것일 터. 하지만 그 정도로는 설명이 미진했다.

 

잘해 봐야 양패구상. 결국 도주해야 할 상황이 될 텐데, 왜 위험을 자초한단 말인가?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어.’

 

금천장에 도착한 북궁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장추람과 적광, 임표, 담운이 뒤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정파연합이 진입한 지 일각, 금천장 내부는 수많은 시신에서 흘러나온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외곽 쪽의 격전이 내부로 번졌는지 안쪽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금화전으로 가자!”

 

북궁천은 지체하지 않고 금화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한편, 영허진인은 금화전으로 가려면 거쳐야 하는 용승전 앞마당에서 척발산과 격전을 벌였다.

 

밖에서 내지 못한 승부를 결정 내려는 듯 전력을 다한 그들의 공세는 일대를 폐허로 만들다시피 했다.

 

격전이 너무 험악하다 보니 그들이 싸우는 곳 근처에는 육지광과 천사교의 장로만이 서로를 향해 필사의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때 그곳으로 들어선 목부청이 영허진인 곁으로 다가갔다.

 

“진인, 일단 힘을 합쳐서 척발산부터 제거하고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영허진인은 합공을 한다는 게 마뜩지 않았다. 그러나 정파연합의 군웅들이 죽어 가는 판에 언제까지고 척발산만 상대하고 있을 수도 없는 일.

 

“그렇게 하세. 하늘도 노도의 마음을 이해하겠지.”

 

결정을 내린 영허진인이 앞으로 나아가며 척발산을 향해 검을 뻗었다.

 

찰나였다.

 

푹!

 

한 자루 검이 영허진인의 등을 파고들었다.

 

영허진인은 섬뜩한 느낌이 드는 순간 몸을 틀었지만, 강기가 서린 검을 완전히 피할 순 없었다.

 

“어, 어찌 네가……?”

 

그는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목부청을 바라보았다.

 

목부청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목사인의 아들이다. 하기에 그는 목부청을 친아들처럼 대했다.

 

그런데 그런 목부청의 검이 자신의 옆구리를 꿰뚫고 앞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뚝뚝 핏물이 떨어질 때마다 하늘이 쩍쩍 금 가는 듯했다.

 

“어머니께 어머니와 당신 사이의 이야기를 들었어. 당신은 그 일 이후 죄를 빈다며 도사가 되었다지만, 나는 절대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 그래서 호연도광의 청을 받아들였지.”

 

목부청의 싸늘한 말에 영허진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워, 원시천존이시여…….”

 

단 한 번의 실수. 그것도 오십 년 전의 실수가 이런 식으로 다가올 줄이야.

 

휘청거리던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듯이 무너졌다. 목부청의 검에 서린 검강의 기운이 내부를 파괴해 버린 터라 절대고수인 그조차 견디지 못했다.

 

척발산은 그 광경에 순간적으로 말을 잊었다.

 

그를 향해 목부청이 말했다.

 

“나는 호교일령이오. 저자의 입을 막아야 하오. 어서 죽이시오, 척 형!”

 

그제야 정신이 든 척발산이 현천검 육지광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육지광은 전력을 다해서 상대를 물러서게 만들고는 뒤로 튕기듯이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목부청! 네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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