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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84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84화

 

184화

 

 

 

 

 

 

 

“정파연합이 공격을 시작했소. 이곳에 있어 봐야 아무런 이득도 없다는 것을 당신들이 더 잘 알 거요.”

 

세 사람도 천사교가 대규모로 무사를 요구하는 걸 보고 짐작하고 있던 터였다. 보내는 걸 미적거린 것도 그 때문이고.

 

“그럼 지금 떠나야 하오?”

 

설문은 불안한 표정으로 묻고, 적주원은 갑작스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투덜댔다.

 

“제기랄, 아직 정리가 다 안 끝났는데, 이제부터라도 서둘러야겠군.”

 

그 때 연풍척과 함께 온 연소랑이 물었다.

 

“우리더러 지금 즉시 떠나라고 부른 건 아닌 것 같은데…… 요.”

 

확실히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 눈치가 빨랐다.

 

“맞아. 지금 떠나라는 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지…… 요?”

 

북궁천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냥 평소처럼 말해. 이상하게 말 꼬지 말고.”

 

연소랑이 머쓱한 표정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니 뭐, 그래도 단천이 그 사람일지 몰라서…….”

 

“여기선 그냥 단천이야. 그렇게 알고 말해.”

 

“알았어. 그럼 나도 좋지, 뭐.”

 

연소랑은 즉시 대답하고 후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주원과 설문은 새삼 그녀의 대담함에 놀랐다. 북혈회가 왜 초기에 무너지지 않고 지금처럼 클 수 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연소랑은 그들의 눈빛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궁천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말해 봐. 뭘 바라는 거야?”

 

“당신들이 해 줘야 할 일이 있어. 잘되면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거야.”

 

“좋은 일이 된다? 정파연합이 이길 경우 우리에게 손해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로 들어도 돼?”

 

연소랑과는 확실히 말하기가 편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를 도와줄 경우야. 내가 누군지, 왜 여기에 있는지 들어서 알 거다. 나를 도와주면 최소한 정리해서 떠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그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지지.”

 

“그거 괜찮네. 어느 쪽이 이겨도 나쁜 일만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데?”

 

아무리 급하게 서둘러도 가진 것의 이삼 할을 챙기기 힘든 상황. 그런데 정리할 시간을 준다면 그거야말로 바라던 바다.

 

적주원도 눈빛을 번뜩이며 설문과 연풍척을 둘러보았다.

 

“나는 찬성. 씨발, 죽으면 죽었지 푼돈만 들고 떠날 순 없어.”

 

설문과 연풍척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저도 좋습니다.”

 

“좋네. 그럼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말해 주시게.”

 

“일단 무사들을 천사교로 보내시오.”

 

 

 

* * *

 

 

 

자시 초. 마침내 정파연합 무사들이 협곡으로 들어섰다.

 

사야승은 그들이 협곡을 빠져나오기 직전에 공격 명령을 내렸다.

 

쉬쉬쉬쉭!

 

쏴아아아! 휘리리리링!

 

화살이 날고 암기가 우박처럼 쏟아졌다.

 

싸움이 벌어지면 평무사가 앞장서고 고수들이 뒤에서 지휘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파연합 무사들의 선두에 선 자들은 모두가 각 세력의 내로라하는 고수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서로 간에 상당한 거리를 두고 전진했다.

 

화살과 암기는 그들에 의해 막혀서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야승은 의표를 찌른 적의 행동에 당황했다.

 

‘빌어먹을! 우리가 이곳에서 기다릴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설령 그들이 기다리지 않았다 해도 적의 선두는 곧바로 우영산장까지 달려가서 방어망을 단숨에 무너뜨렸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모사인 사야승의 눈에는 결코 단순하게 보이지 않았다.

 

인간의 보편적인 생각을 역으로 이용한 무서운 계교!

 

두려움에 온몸이 떨릴 정도였다.

 

‘누구냐! 누가 내 생각을 역으로 짚은 거냐!’

 

하지만 그는 놀라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빠르게 협곡을 빠져나온 고수들이 두 번째 벽인 방어진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사야승은 오싹 소름이 끼쳤다.

 

자신이 펼친 진세는 선두에서 살아나온 자들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절정고수도 상대할 수는 있지만, 그 숫자가 평무사에 섞인 소수일 때의 이야기였다.

 

어쩔 수 없었다.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진세를 광범위하게 펼치기에는 인원이 부족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처럼 선두가 모조리 고수들이라면 오래 견딜 수 없었다.

 

‘설마 그것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그것이 바로 그가 몸을 떤 이유였다. 대낮 마당 한가운데에 알몸으로 서 있는 느낌이 든 것이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사실이라면…….

 

‘끝났어.’

 

사야승은 미련을 버리고 뒤로 몸을 뺐다. 그리고 뒤에 있는 사밀영의 일조장 초마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초마, 이 싸움은 가망이 없다. 구황이 저들을 막는 틈을 이용해서 이곳을 빠져나가자.”

 

“교도들을 놔두고 도주하자는 말씀이오?”

 

“살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아니면 우리도 모두 죽어.”

 

나직이 말한 사야승이 고개를 돌린 순간.

 

불로 지지는 것 같은 극통이 그의 몸을 꿰뚫었다.

 

“크억!”

 

사야승은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눈을 파르르 떨었다.

 

초마가 자신의 등을 꿰뚫은 검을 쥐고 있었다.

 

“너……?”

 

“지존에 대한 배신은 오직 죽음뿐.”

 

“나, 난…….”

 

“아니라고 하지 마라. 적을 앞에 두고도 몰래 도주하려는 자는 변명할 자격도 없으니까.”

 

“그, 그렇군. 내가 깜박했어. 너는 내 수하이기 이전에 지존의 수하라는 걸…….”

 

 

 

사야승이 입에서 피를 쏟아 내며 앞으로 꼬꾸라지던 그 시각.

 

정파연합 무사들은 단숨에 협곡을 통과해서 방어진을 덮쳤다.

 

동마신 여립이 이끄는 자들이 이백여 명. 구황이 이끄는 천귀군이 백여 명. 그들은 두 개의 방어진을 펼치고서 해일처럼 밀려드는 정파연합 고수들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들을 공격하는 자들은 대부분이 절정고수였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절대경지에 이른 고수도 몇 명이나 있었다.

 

사야승이 심혈을 기울인 방어진은 나름대로 탄탄했지만 그들을 막아 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두 개의 방어진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외곽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때 선두에 서서 적진으로 뛰어든 백리진이 여립을 보고 노성을 내질렀다.

 

“동마신! 그대는 내가 상대해 주마!”

 

“오냐, 백리진! 얼마든지 덤벼라!”

 

관호명은 구황을 향해 날아갔다.

 

“네가 거령신마 구황이냐!”

 

“와하하하! 오냐 이놈! 내가 바로 구황이니라!”

 

“나는 관호명이라 한다! 네놈의 커다란 대가리를 오늘 내가 부숴 주마!”

 

“오라, 네가 금황신군이란 놈이구나! 어디 오군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보자!”

 

천사교 무리 중에도 고수들이 적지 않았다. 천귀군은 고르고 고른 최고의 정예무사였고.

 

하지만 정파연합에 비하면 전력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났다.

 

게다가 진세가 무너지자 전세가 한순간에 악화되어 버렸다.

 

“방위를 벗어나지 마라!”

 

“목숨을 던져서라도 막아!”

 

천사교 간부들이 악을 쓰며 교도들을 독려 했다.

 

그러나 한번 무너지기 시작한 둑은 거대한 해일을 견뎌 내지 못했다.

 

 

 

정파연합의 고수들이 진세로 뛰어든 지 반 각.

 

천사교 무리 중 이백여 명이 죽어 갔다.

 

정파연합이 일방적으로 우세한 싸움.

 

그럼에도 정파연합 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천사교도 중 죽음을 두려워하며 죽어 가는 자는 많지 않았다. 그들은 팔다리가 잘린 상태에서도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숨만 붙어 있으면, 손발을 움직일 수만 있으면 포기하지 않았다.

 

― 천사의 세상을 위하여!

 

― 저세상에 가면 지존께서 우리를 이끌어 주시리라!

 

절망이 아닌 갈망의 표정을 지으며 죽어 가는 자들.

 

그들의 악착같은 대항에 정파연합의 고수 중 몇 명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부상을 당했다.

 

대부분이 천사교도와 처음으로 싸워 본 사람들이었다.

 

그 후로는 누구도 손속에 사정을 남기지 않았다.

 

동료들이 너무 독하게 손을 쓰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던 자들도 망설이지 않고 천사교도의 목을 쳤다.

 

― 내가 독하게 손을 쓰는 것은 이 땅의 정의를 위함이다!

 

― 사악한 자들을 죽여야 정의를 살릴 수 있다!

 

그렇게 위안하면서.

 

그사이, 백리진은 천절구검을 펼쳐서 여립의 심장을 관통했다.

 

격전을 벌인 지 삼십오 초 만이었다.

 

가슴이 뚫린 여립은 몸을 푸들푸들 떨면서 조소를 지었다.

 

“크, 크, 크, 크. 너무 좋아하지 마라, 백리진. 오늘은 이겼지만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너희는 지존을 몰라도 너무 몰라…….”

 

백리진은 피를 뿜어내는 여립을 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건 너희도 마찬가지다.”

 

스르르 무너지는 여립의 눈에 의혹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내뱉지 못하고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았다.

 

그렇게 여립이 죽자, 관호명과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구황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천사의 교도들이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놈들과 함께 죽어라!”

 

순간, 악착같이 살아남은 천사교도들이 장엄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제히 외치면서 상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내 목숨이 천사의 길에 밑거름이 되리라!”

 

“내 피가 천사의 세상에서 맑은 젖으로 흐르리라!”

 

“지존께서 나를 이끌어 주시리니!”

 

 

 

결국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사공강후가 관호명을 도와 구황을 몰아붙였다.

 

구황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두 사람의 합공을 당해 낼 수는 없었다.

 

십여 초 만에 관호명의 장력이 구황의 어깨를 강타했고, 이삼 초 더 지나서 사공강후의 검이 옆구리를 뚫었다.

 

구황은 그 후로도 발악을 하며 십여 초를 더 버티다가 사공강후의 검에 가슴이 갈라졌다.

 

그렇게 관호명과 사공강후가 구황을 죽였는데도 사람들은 마음이 무거웠다.

 

절대경지의 고수 두 사람이 합공해야 이길 수 있는 자가 천사교를 위해 목숨을 던지고 있었다.

 

천사지존은 도대체 어떤 자이기에 이런 고수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단 말인가!

 

그들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우영산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전쟁은 이제 서막이 올라갔을 뿐.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정파연합의 총인원은 오백에 불과했다.

 

전체 인원의 이 할이 조금 넘는 숫자.

 

 

 

* * *

 

 

 

우영산장에 도착한 정파연합 무사들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산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들을 반긴 것은 연무장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뿐.

 

그런데 그 숫자가 무려 백 명에 가까웠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위효릉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양환이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우리 쪽에서 공격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궁주. 도무지 어떻게 된 것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구양환이 고개를 돌려 제갈상을 바라보았다.

 

“자넨 아는가?”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군요.”

 

그들 주위로 모여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정파연합은 공격하지 않았다. 그럼 누가 이들을 공격했단 말인가?

 

시신의 상태로 봐서는 섬뜩할 정도로 냉혹하게 손을 썼다.

 

정파무사들이 공격한 거라 생각하기에는 많은 점이 눈에 걸렸다.

 

그런데 그 때, 시신을 몇 구 살펴본 관호명이 말했다.

 

“마제 일행이 왔다 간 것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군데군데 그의 흔적이 보입니다.”

 

북궁천과 싸워 본 적이 있는 그였기에 상흔을 알아본 것이다.

 

백리진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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