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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82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82화

 

182화

 

 

 

 

 

 

 

북궁천은 지옥으로 달려가는 그를 놔둔 채 허공을 땅처럼 밟으며 우안각을 향해 날아갔다.

 

우안각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악을 쓰며 뒤로 몸을 날렸다.

 

“아, 안 돼! 다가오지 마라!”

 

자신과 실력 차가 거의 없는 고수들이 손 한 번 못 쓰고 처참하게 죽었다.

 

복면인을 죽여서 그동안 자신들을 무시한 천사교를 비웃으려 했거늘, 알고 보니 상대는 지옥에서 뛰쳐나온 마왕이었다.

 

하지만 그는 혼신의 힘을 다했음에도 지옥마왕의 손을 벗어날 수 없었다.

 

“누구든!”

 

번쩍!

 

“나를 막는 자는 죽는다!”

 

묵혼의 검첨에 맺혔던 검강이 화살처럼 쏘아지며 우안각의 머리를 관통했다.

 

우안각은 비명조치 지르지 못한 채 두어 걸음 앞으로 나아가다 그대로 꼬꾸라졌다.

 

 

 

한편, 자신의 방에서 술을 마시며 분을 삭이던 호연유는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리자 와락 짜증이 났다.

 

“대체 무슨 일이냐?”

 

사야승이 구황과 함께 무사들을 이끌고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적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벌써 그들을 뚫고 이곳까지 왔을 리는 없는 일.

 

더구나 들리는 소리로 봐서는 침입자의 숫자가 많은 것 같지도 않았다.

 

“적이 쳐들어왔습니다, 소존!”

 

“누가 그걸 몰라서 물은 거냐? 어떤 놈들이냔 말이다!”

 

호연유가 버럭 소리치며 방 밖의 호위무사를 다그쳤다.

 

그 때 문이 열리며 혈사령이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들어왔다.

 

“소존, 수상한 자들이 침입했습니다. 숫자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하나같이 강한 자들입니다.”

 

“강한 자들? 흥! 아무리 강하다 해도 마제만 하겠…….”

 

주향을 풀풀 풍기며 벌게진 얼굴로 코웃음 치던 호연유가 말꼬리를 흐리며 충혈된 눈을 파르르 떨었다.

 

“설마……?”

 

“복면을 해서 얼굴을 알아볼 순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그자들 같습니다.”

 

쾅!

 

폭음과 함께 전각이 뒤흔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리고 그 직후, 밖에서는 북궁천에게 혈문과 마종보의 고수들이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죽어 갔다.

 

“가서 알아봐!”

 

손끝이 파르르 떨린 호연유는 혈사령을 다그쳤다.

 

하지만 혈사령이 갈 필요도 없었다. 잠령이 다급하게 달려와서 보고를 올렸다.

 

“우안각과 추안등을 비롯한 혈문과 마종보의 고수 여섯이 한 놈에게 죽었습니다, 소존.”

 

호연유는 그 말을 듣고 술이 확 깼다.

 

“그, 그럼 정말 마제가 왔단 말이냐?”

 

 

 

북궁천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켜져 있던 전각 안의 등잔불이 지금은 꺼져 있었다.

 

안에 있는 자들이 고의로 끈 듯했다.

 

북궁천은 상관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오늘, 마제의 검이 피를 원하고 있다.

 

백 명, 천 명이라 해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그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전각 안을 지키던 호위무사들이 불나방이 되어서 달려들었다.

 

저벅, 저벅.

 

쉬아악! 콰광!

 

저벅, 저벅, 저벅.

 

쩌저저적!

 

북궁천은 호연유가 있는 내실을 향해 걸어가며, 불나방의 날개를 쳐 내고 몸통을 갈랐다.

 

어둠 속에서 피분수가 뿌려지며 자욱한 혈무가 깔렸다.

 

짙은 피비린내가 훅 끼쳐 오며 살심을 부채질했다.

 

천사교 최고의 정예 호위무사 이십여 명을 도륙하며 넓은 회의실을 가로지른 그는 곧장 내실로 통하는 회랑으로 들어섰다.

 

순간, 회랑의 천장에 숨어 있던 귀령이 소리 없이 떨어져 내리며 칼을 내리쳤다.

 

그와 동시, 북궁천이 묵혼을 휘둘러 허공을 갈랐다.

 

쩡!

 

귀청을 울리는 충돌음과 함께 귀령이 회랑 저편으로 날아갔다.

 

북궁천은 그림자처럼 귀령을 따라가며 좌수를 뻗었다.

 

온몸을 뒤흔드는 거센 충격에 이를 악물고 바닥에 내려선 귀령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북궁천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애초부터 그는 북궁천의 상대가 아니었다.

 

쾅!

 

일장에 휘말린 귀령이 다시 뒤로 날아가며 방문을 부쉈다.

 

와장창!

 

방 안쪽으로 떨어진 귀령은 가슴이 등에 붙다시피 함몰된 채 부들부들 떨며 죽어 갔다.

 

그 때 북궁천이 방 안으로 들어서며 묵혼으로 허공을 그었다.

 

쩌저적!

 

문 위의 벽이 종잇장처럼 갈라졌다.

 

벽 안쪽에 숨어서 암습을 노리던 잠령은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들자마자 전력을 다해서 피했다.

 

“흥!”

 

외마디 냉랭한 코웃음.

 

북궁천은 좌수를 들더니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천장을 향해 건곤패력장을 펼쳤다.

 

콰앙!

 

천장을 받치고 있던 단단한 원목이 수수깡처럼 부서지며 직경 다섯 자 크기의 구멍이 뻥 뚫렸다.

 

부서진 파편과 함께 잠령의 몸뚱이가 이 층 저편으로 날아갔다.

 

북궁천은 그에 대해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소존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가 방으로 들어온 순간.

 

“죽어라!”

 

호연유의 앞을 막고 서 있던 혈사령이 몸을 날리며 검을 뻗었다.

 

북궁천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보며 묵혼을 사선으로 그었다.

 

묵혼에서 일어난 강기가 날아드는 검을 옆으로 밀어내고 혈사령을 덮쳤다.

 

혈사령으로서는 죽음을 각오한 공격이었다.

 

마제는 자신의 실력으로 이길 수 없는 자. 목숨을 내던져서 마제에게 약간의 피해라도 입힐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제의 무위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의지만으로는 이겨 낼 수 없었다.

 

퍽!

 

묵빛 검강은 벼락이 되어서 잠령의 가슴을 관통하고, 뒤따라서 뻗어 나간 거력은 혈사령의 몸을 뒤로 날려 버렸다.

 

와직!

 

탁자를 부수고 널브러지는 혈사령에게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호연유는 혈사령에게서 뿜어진 피가 몸을 적시는데도 북궁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두 번이나 북천명왕공을 상대해 본 그는 북궁천의 정체가 마제임을 확신했다.

 

실핏줄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눈으로 북궁천을 노려보던 그는 으드득 이를 갈며 몇 마디 씹어뱉었다.

 

“역시 네놈이구나, 북, 궁, 천!”

 

북궁천은 그에 대한 대답으로 검을 바닥에 꽂고는, 호연유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화가 아니었다.

 

“같이 죽자, 마제!”

 

호연유가 광기 어린 목소리로 소리치며 북궁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음혼혈마공의 음산한 기운이 그의 쌍수에서 쏟아졌다.

 

그러나 북궁천은 같이 죽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미친놈!”

 

냉랭히 일갈을 내지른 그는 앙천회류장으로 음혼혈마공의 기운을 휘감아서 한쪽으로 밀어냈다.

 

호연유가 술에 취했다 하나 절대지경에 이른 고수다. 더구나 그가 펼친 음혼혈마공에는 그의 전 공력이 실려 있었다.

 

그럼에도 북궁천은 조금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호연유의 공세를 자신의 의지대로 틀어 버렸다.

 

가히 전설에서나 나올 법한 무신지경(武神之境)이 아니고 무엇이랴!

 

콰과광!

 

한쪽 벽이 통째로 터져 나가며 건물 전체가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동시에 북궁천이 호연유를 향해 나아가며 양 주먹을 엇갈려 쳐 냈다.

 

후우우웅!

 

전 공력을 쏟아 낸 호연유는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발버둥 치며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대항했다.

 

“죽어! 죽어라, 북궁천! 다가오지 마!”

 

방 안의 모든 기물이 격전의 여파에 휘말려 산산조각 났다. 단단한 벽도 구멍이 뻥뻥 뚫리며 뼈대를 드러내고, 널브러져 있던 혈사령과 귀령도 핏덩이가 되어 한쪽 귀퉁이로 밀려났다.

 

하지만 호연유가 아무리 발악해도, 작정하고 손을 쓴 북궁천의 공세를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가 버틸 수 있는 한계는 단 삼초.

 

퍼버벅!

 

결국은 북두패왕권이 호연유의 몸을 두들겼다.

 

“너는 내가 지금 당장 죽이지 않는 걸 두렵게 여겨야 할 것이다.”

 

“끄어어어…….”

 

 

 

북궁천이 피로 물든 호연유를 옆구리에 끼고 전각을 나왔을 때 밖에서 벌어지던 격전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장추람, 냉호, 철교신. 그리고 북풍사객.

 

그들은 오늘 싸움이 생의 마지막 싸움이기라도 한 것처럼 말 그대로 반쯤 미쳐서 상대를 주살했다.

 

장추람의 거검은 이미 피로 물들어 시뻘겋게 변했고, 냉호의 도 역시 핏물이 혈조(血漕)를 타고 뚝뚝 떨어졌다.

 

철교신의 창은 핏빛 광풍을 일으키며 천사교도들을 휩쓸고 북풍사객 역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살수를 펼쳤다.

 

그들에 의해 쓰러진 자는 칠팔십 명. 아직도 남은 자가 그 이상 되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악착같이 달려드는 자들은 천사교도들뿐. 마종보와 혈문의 무사들을 비롯해서 나중에 합류한 야랑군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눈치만 봤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한 일.

 

북궁천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철수를 명령했다.

 

“그만 가자!”

 

장추람 등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즉시 몸을 뒤로 뺐다.

 

“소존께서 저놈에게 잡히셨다!”

 

“소존을 구해라!”

 

천사교도들이 노성을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숫자는 이십여 명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북궁천 일행이 제발 빨리 떠가기만 바라며 따라가지 않았다.

 

장추람 등은 그들을 모두 쓰러뜨린 후 담장을 넘었다.

 

바로 그 때, 야랑군 쪽에서 한 사람이 한쪽으로 빠지더니 담장을 넘어서 장원을 빠져나갔다.

 

 

 

우영산장을 나온 북궁천 일행은 본래 서 있던 언덕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들이 우영산장에서 오십여 장 멀어졌을 때, 한 사람이 그들을 쫓아오며 소리쳤다.

 

“거기 혹시 송문과 강운이 아닌가?”

 

고개를 돌린 지송문이 그를 알아보았다. 철은보에 들어갈 때 만났던 곽태문이었다.

 

‘눈썰미도 좋군.’

 

하지만 정체를 밝히기도 애매해서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걸음만 늦췄다.

 

그사이 곽태문이 그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조금 전에 종남파의 제자가 잡혀서 뇌옥에 갇혔네. 그를 구해 가시게.”

 

종남파의 제자가?

 

왠지 묘한 느낌이 든 지송문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오?”

 

“종남파 장문인의 제자인 석정산이란 자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장문인의 제자라면 간단히 생각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조금 전에 잡혔다니.

 

지송문은 북궁천을 바라보았다.

 

북궁천 역시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춘 상태였다.

 

“정말 종남파 장문인의 제자요?”

 

곽태문은 지송문을 대할 때와 달리 말을 조심했다.

 

그의 눈에는 단신으로 전각에 들어가서 호연유를 잡은 북궁천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렇소. 때마침 내가 뇌옥을 담당하고 있어서 확실히 알고 있소.”

 

이상했다. 종남파와 화산파는 지금쯤 변성으로 달려가고 있을 텐데 장문인의 제자가 이곳에 잡혀 있다니.

 

“추람, 냉호. 너희 둘이 가서 데려와라.”

 

북궁천은 장추람과 냉호에게 명령을 내리고 곽태문에게 말했다.

 

“당신이 안내해 주시오.”

 

곽태문은 이를 지그시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로선 거절할 수도 없었다.

 

“알았소. 대신 나는 이제 천사교의 반도나 마찬가지가 되었소. 그러니 당신이 나를 받아 주시오.”

 

“당신이 원한다면.”

 

“그럼 두 분은 저를 따라오시오.”

 

 

 

잠시 후.

 

“저자에 대해서 잘 알아?”

 

북궁천이 멀어져 가는 세 사람을 보며 지송문에게 물었다.

 

“곽태문이란 잡니다. 호북에서 살았다는데 실력을 감추고 천사교 야랑군의 일반무사로 들어간 잡니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단 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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