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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63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63화

 

163화

 

 

 

 

 

 

 

더구나 상대 역시 아직 검을 뽑지 않은 상태.

 

도를 뽑고도 진다면 무슨 개망신이란 말인가!

 

“죽기 살기로 싸우자는 것도 아닌데 도를 뽑을 필요까지 있겠나?”

 

곰도 다급해지니 잔머리를 굴릴 줄 알았다.

 

북궁천은 순순히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리 생각하신다면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겠소.”

 

적주원이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군.”

 

“그럼 이제 회주의 의견에 대해서 답을 주시오. 서마련에도 가 봐야 하니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소.”

 

“우리가 돕지 않는다면 동마방 공격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래도 공격할 거요. 단, 그때 가서는 령주께 돌아가는 것이 없을 거요. 대신 서마련이 좀 더 챙길 수 있겠지요.”

 

서마련과 북혈회가 손을 잡으면 동마방을 무너뜨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마련주 홍무수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적주원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죽은 고기나 탐하는 홍무수가 득의만만해하는 꼴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보고 싶지 않았다.

 

“좋네. 가서 말씀드리게. 이 적주원이 한 팔 거들기로 했다고 말이야. 그런데 언제쯤 공격할 건가?”

 

“두 시진 후에.”

 

적주원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반쯤 벌렸다.

 

“그, 그렇게 빨리 말인가?”

 

“마음먹었을 때 해치울 생각이오. 공격 시간이 너무 빨라서 무사를 모집하기 힘들면 지금 말씀해 주시오.”

 

“힘들긴! 내 즉시 준비하겠네.”

 

“역시 화끈하시군요. 정말 마음에 드는 분이오.”

 

“하, 하.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 * *

 

 

 

화정루를 나선 북궁천은 상주 서쪽 외곽의 대원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서마련주 홍무수를 찾아갔다.

 

홍무수를 만나는 일은 적주원을 만날 때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세상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홍무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검색을 철저히 했다.

 

“검을 풀어 놓고 들어가시오.”

 

서마련측은 북궁천이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해검을 요구했다.

 

북궁천은 순순히 검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홍무수가 있는 전각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품속을 수색하려 했다.

 

“양팔을 벌리고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마시오.”

 

북궁천도 그것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내 품은 누구도 뒤질 수 없다.”

 

“흥, 거부하면 련주님을 만날 수 없소.”

 

“만날 수 없다면 별수 없지. 결국 적 령주만 좋아지겠군.”

 

북궁천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 때 전각 안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를 데려와라.”

 

“예, 련주.”

 

북궁천의 앞을 막았던 위사는 즉시 허리를 숙이고는 북궁천을 돌아다보았다.

 

“따라오시오.”

 

북궁천은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뒷짐을 지고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홍무수는 나이가 쉰 살이었는데, 언뜻 봐서는 환갑이 넘은 것처럼 주름이 많았다.

 

그는 한 뼘가량 늘어진 염소수염을 꼬며 북궁천을 맞이했다.

 

“적 령주는 적주원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렇소.”

 

“그의 무엇이 좋아질 거란 말이더냐?”

 

“원래는 남패령과 서마련, 그리고 우리 북혈회가 함께 동마방을 치고 동마방 세력을 나눌 생각이었소. 그런데 서마련이 빠지면 그만큼 얻는 게 많을 테니 당연히 좋아하지 않겠소?”

 

“동마방을 친다? 언제 말인가?”

 

“잠시 후에. 련주도 함께할 생각이 있으면 지금 결정을 내려 주시오.”

 

 

 

* * *

 

 

 

“방주!”

 

악동초는 다급히 들어서는 마혼대주 이면추를 보며 벌게진 눈을 들었다. 그의 앞에는 빈 술병이 두어 개 나뒹굴고 있었는데, 혼자서 그걸 다 마셨는지 숨을 쉴 때마다 주향이 짙게 뿜어졌다.

 

“무슨 일인데 그리 다급한 표정이냐?”

 

“바깥 공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방주.”

 

“무슨 말이야?”

 

“엊그제부터 우리 구역을 기웃거리던 남패령 놈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 그거 잘됐군. 안 그래도 어부지리나 챙기려는 그놈들이 못마땅했는데.”

 

“저, 그게 아니라, 왜 폭풍이 불기 전에 하늘이 더 고요해진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그래서? 남패령 놈들이 우리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 거냐?”

 

“대비는 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흥! 적주원, 그 곰 같은 놈은 겉보기보다 겁이 많은 놈이다. 승산이 확실치 않은 싸움을 먼저 걸어 올 놈이 아니야.”

 

“북혈회가 그들을 꼬드겼을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악동초가 눈을 치켜떴다.

 

이제는 북혈회라는 이름만 들어도 핏대가 솟았다.

 

“그 개새끼들이?”

 

“그동안 눈치만 보던 자들이 북혈회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며칠만 지나면 숫자로도 본 방에 밀리지 않게 될 겁니다.”

 

“빌어먹을!”

 

쾅!

 

술잔을 세차게 내려놓은 악동초가 이를 악물고 전면을 노려보았다.

 

“놈들이 수작을 부린다면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중문.”

 

한쪽에 조용히 서 있던 노중문이 대답했다.

 

“예, 방주.”

 

“천사교가 북혈회에 사람을 파견한 적이 없는 게 확실하다고 했지?”

 

“어르신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좋아, 그럼 네가 가서 다시 어르신을 만나라. 그리고 도움을 요청해.”

 

노중문이 흠칫하며 악동초를 바라보았다.

 

천사교의 도움을 받는 대가가 무엇인지 아는 그로선 악동초의 결정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주…….”

 

“씨발, 이 악동초가 이대로 죽을 줄 알아? 그럴 순 없지. 절대 나 혼자 죽진 않아! 천사교에 모든 걸 넘겨주는 한이 있어도 북혈회 놈들만큼은 가만두지 않을 거다. 뭐 해? 빨리 가 봐!”

 

노중문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방주.”

 

 

 

* * *

 

 

 

상주의 안가에 머물며 마도세력의 움직임을 감시하던 교호명은 수하의 보고를 받고 대경했다.

 

“뭐야? 남패령과 서마련이 무사들을 급히 소집하고 있다고?”

 

“예, 당주.”

 

‘제기랄, 동마방을 공격할 생각인가?’

 

그게 아니면 이 밤중에 갑자기 무사를 소집할 리가 없다.

 

급박한 상황.

 

그런데 어느 쪽에서 주동한 일일까?

 

당장은 북혈회가 가장 의심스럽지만, 그들은 아직 동마방을 칠 힘이 안 된다.

 

반면 남패령주 적주원은 동마방을 칠 배짱이 없고, 홍무수는 지나칠 정도로 소심해서 급박하게 일을 벌이지 못하는 성격이다.

 

‘맞아, 그놈들.’

 

문득 북혈회에 가입했다는 정체불명의 고수들이 떠올랐다.

 

동마방이 짧은 시간에 몰락한 것은 그들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그들이 북혈회주를 움직였다면? 남패령과 서마련을 끌어들였다면?

 

교호명은 일단 수하를 금천장으로 보냈다.

 

“속히 교령께 달려가서 이곳의 상황을 전해라. 나는 동마방으로 가서 싸움을 막으며 시간을 벌 테니까.”

 

“예, 당주!”

 

수하가 방을 박차고 나가자 교호명은 이를 악물고 허공을 노려보았다.

 

‘대체 어떤 놈들인데 그런 능력을…….’

 

그 때였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설마…… 마제……?’

 

교호명의 안색이 돌덩이처럼 딱딱해졌다.

 

“이런 빌어먹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천하제일의 모사라는 사뇌 숙야돈조차 그들이 마제 일행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들 때문에 마음이 급한 마제가 북혈회 같은 작은 단체 밑으로 들어가서 상주의 마도 무리와 노닥거리고 있을 거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확인해 봐야 돼.”

 

마음이 조급해진 그는 급히 밖을 향해 소리쳤다.

 

“적사, 속히 안으로 들어와 봐라.”

 

순간.

 

쾅!

 

방문이 부서지며 한 사람이 안으로 날아들었다.

 

교호명의 측근인 우적사였는데, 목이 괴이하게 꺾어진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죽어 가고 있었다.

 

“웬 놈이냐?”

 

대경한 교호명이 방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커다란 덩치의 장추람이 뒷짐을 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너는 아무 곳도 못 간다, 천사교의 개.”

 

교호명이 떨리는 눈빛으로 장추람을 보며 물었다.

 

“네가 마제냐?”

 

피식, 웃음을 지은 장추람이 뒷짐 진 손을 풀었다.

 

“사람들은 가끔 나와 주군을 착각하더군.”

 

교호명은 상대가 마제의 수하임을 알고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우적사를 단숨에 제거한 실력이라면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자였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자.’

 

그는 결정을 내린 즉시 바닥을 차고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와장창!

 

창문을 부순 그는 어둠 속으로 빨려들었다.

 

하지만 장추람은 그 모습을 보고도 느긋했다.

 

“성질도 급하군. 그쪽으로 나가면 칼잡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려 했는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문 밖에서 격전을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도 않아서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들렸다.

 

“크으윽!”

 

그 직후 부서진 창문을 통해서 교호명이 안으로 날아들었다.

 

장추람은 온몸이 피로 물든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교호명은 목과 가슴이 반쯤 갈라져서 움직일 때마다 피분수가 솟구쳤다.

 

“멍청하긴. 그냥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었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쓸데없이 머리를 굴려서 죽음을 자초해?”

 

동마방이 무너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으면 죽일 이유가 없었다.

 

죽여 봐야 벌집을 건드린 셈이 될 뿐, 북궁천 쪽도 이득 될 것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가 달려가서 천사교의 이름으로 싸움을 말리면 남패령과 서마련은 손을 뺄 가능성이 컸다.

 

벌집을 건드린 셈이 되더라도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장추람이 교호명의 죽음을 확인하고 돌아서는데 밖에서 냉호가 불렀다.

 

“다 정리됐으니 그만 가자, 추람. 공격 시간이 다 됐다.”

 

 

 

 

 

 

 

6장. 개밥으로 주기도 아까운 놈

 

 

 

 

 

동마방 공격은 자정에 시작되었다.

 

북혈회와 남패령, 서마련이 각각 무사 이백오십 명씩 동원했다.

 

그들은 동마방 권역을 삼면에서 압박해 들어가며 벽성장으로 향했다.

 

쏴아아아아.

 

어둠 속에서 밀려가는 그 모습은 해일이 따로 없었다.

 

그야말로 삼각 해일이 동마방을 향해 몰려가는 듯했다.

 

“적이다!”

 

“적이 공격해 온다!”

 

동마방 무사들은 악을 쓰며 악착같이 대항했지만 밀어닥친 해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그들과 같은 마도의 무리 중 목숨 걸고 동마방을 지키기 위해 싸우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싸움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상당수가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거나 도망쳤다.

 

 

 

악동초는 사방에서 적이 공격해 온다는 보고를 받고 악을 쓰며 수하들을 다그쳤다.

 

“모두 나가서 놈들을 막아! 쌍혈신, 당신들도 나가서 놈들을 막으시오!”

 

벽성장 내에 거주하는 무사의 숫자는 이백칠팔십.

 

잠시만 견디면 천사교에서 지원무사들이 올 것이다.

 

그들이 오면 전세를 뒤바꿀 수 있을 터. 악동초는 이를 갈면서 원한이 타오르는 눈빛으로 수하들을 독려 했다.

 

“천사교에서 지원무사들이 올 때까지만 견뎌라! 조금만 견디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동마방 무사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수진을 치고 삼파연합의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한번 기울어진 대세는 시간이 가면서 더욱 빨리 기울어졌다.

 

그리고 올 거라 생각했던 천사교 무사들은 동마방 무사 절반이 죽어 갈 때까지도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생각도 못 했다.

 

천사교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 노중문이 금천장 앞에서 발길을 틀었다는 걸.

 

 

 

한편, 북궁천은 아귀다툼 같은 난전에 끼어들지 않았다.

 

동마방의 괴멸은 그의 목적 중 일부일 뿐이었다.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혼란.

 

천사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

 

더불어 천사교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힘을 최대한 소모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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