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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45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45화

 

145화

 

 

 

 

 

 

 

“흥! 어디를 도망가려고?”

 

등조립은 그를 놓친 게 화가 난 듯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재차 일장을 내리쳤다.

 

임강령이 검을 회수하면서 천사교도의 몸을 살펴보았을 때는 이미 숨이 끊어진 후였다.

 

그가 검을 회수하고 몸을 돌리자, 등조립이 짜증 난 표정으로 말했다.

 

“빌어먹을, 얕보았다가 하마터면 놓칠 뻔했군.”

 

뒤늦게 그곳에 도착한 육지광이 어깨를 으쓱하며 그를 위로했다.

 

“어쨌든 모두 처리했으니 다행이외다. 그만 갑시다. 다른 곳도 지금쯤은 모두 제거되었을 겁니다.”

 

“그럽시다.”

 

등조립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임강령도 묵묵히 검을 검집에 꽂고 돌아섰다.

 

 

 

* * *

 

 

 

해시 초.

 

지붕 위에서 내려온 북궁천은 과거 구양우경과 헌원려려가 지냈던 별원의 뒤쪽 정원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지송문을 기다렸다.

 

어두운 데다 우거진 정원수의 그림자로 인해 억지로 불을 비추지 않으면 사람이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가 그곳에 머무른 지 반 각가량 지났을 때, 누군가가 소리 없이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다.

 

북궁천이 전음으로 그를 불렀다. 지송문이었다. 그는 철은보에 들어올 때부터 북궁천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조금 늦었습니다, 주군.

 

―소존은 은화원에 있나?

 

―소존이 머무는 것은 확실합니다. 군사인 사야승이란 자와 천사교의 장로 둘, 호법 둘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합니다. 그리고 상당한 고수들이 모습을 감춘 채 숨어 있습니다.

 

―진아는?

 

―그게 조금 이상합니다. 아기가 그곳에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가까이 접근해 보고 싶었지만 들키면 일을 그르칠까 봐 참았습니다.

 

―그래? 으음, 들어가 보면 알겠지. 너희는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라.

 

―제가 이곳에서 도와 드리면…….

 

―북쪽으로 가면 삼룡과 임표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들이 외곽을 들쑤실 것이니 합류해서 움직여.

 

―알겠습니다, 주군.

 

 

 

북궁천은 정원에서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문득 지송문의 말이 떠올랐다.

 

아기라고 해서 자주 울라는 법은 없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다면 몇 시진 동안 울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진아가 아픈 몸이기 때문이었다.

 

혹시 발작한 것은 아닐까?

 

그랬다면 저 안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었다.

 

소존은 진아가 멀쩡해야 자신을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북궁천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동안 일각이 흘렀다.

 

나뭇잎 사이로 경비무사들을 본 것만 해도 벌써 열 명이 넘었다.

 

그들은 정원 앞을 지나가면서도 그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열두 번째 경비무사가 갑자기 몸을 틀어서 정원으로 다가왔다.

 

어둠과 동화되어 있던 북궁천은 기척을 완전히 숨겼음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튕겨서 죽일 수 있는 상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절대고수보다 더 껄끄러웠다.

 

소란이 일면 진아를 구하는 일이 틀어질지 모르니까.

 

‘가라, 그냥 가!’

 

하지만 경비무사는 북궁천의 기대를 외면했다.

 

대신 허리춤을 풀고 소변을 누었다.

 

게다가 오줌발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지 멀리 보내려 노력했다.

 

그 바람에 북궁천의 발치 아래까지 오줌이 튀었다.

 

북궁천은 경비무사를 노려보았다.

 

‘그래, 너 힘 좋은 줄 안다. 그러니 그만 싸고 가!’

 

이번에는 경비무사도 북궁천의 기대에 부응했다.

 

“어, 시원하다. 벽까지 쏘아 보려고 했더니 안 되네.”

 

‘네놈 힘없는 게 다행인 줄 알아!’

 

만약 오줌이 자신을 맞혔으면 참지 못하고 손을 썼을지 몰랐다.

 

그런데 바로 그 때, 멀리서 비명이 울렸다.

 

“으아악!”

 

“침입자다!”

 

“놈을 잡아라!”

 

“우하하하! 천사교 놈들아! 본 공자는 이 땅에 정의를 세우러 온 무적공자라는 분이시다! 소존이라는 놈을 잡으러 왔느니라!”

 

경비무사는 후다닥 허리춤을 잡아매고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뭐, 뭐야? 정파 놈들이 쳐들어왔나?”

 

비명이 들린 지 얼마 안 돼서 장원 내에 비상이 걸렸다.

 

삐이이이익!

 

“북쪽 외곽에 침입자가 있다! 놈들을 잡아라!”

 

은화원에서도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사야승이 외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렸다.

 

“무슨 일인지 알아봐라!”

 

직후 세 사람이 은화원을 나와 싸움이 벌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그 와중에도 싸우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잠시 후에는 고수로 보이는 자도 둘이나 나와서 싸움이 벌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은잠한 호위무사들의 숫자도 몇 명 줄어든 듯했다.

 

 

 

북궁천은 은화원에서 더 이상 사람이 나오지 않자 마침내 행동을 개시했다.

 

정원을 나와 주위를 둘러본 그는 유령처럼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은화원의 뒤쪽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는 나무와 담장, 전각에서 뻗어 나온 처마, 그리고 흐릿한 안개까지 철저히 이용해서 전각으로 접근했다.

 

전각에서 오 장 떨어진 곳까지 다가간 그는 걸음을 멈췄다.

 

이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전각에 접근하는 것은 진짜 유령이나 가능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놓은 그는 망설이지 않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은잠해 있는 자들의 간격은 삼 장 정도.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여도 그 거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고수 둘 사이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그 사이를 통과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십 장 높이로 솟구친 북궁천은 자신이 목적한 좌측 전각의 끄트머리 방 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새의 옆구리 깃털처럼 가볍게, 기운을 철저히 감춘 채!

 

그는 지붕과 일 장 거리가 되었을 때 우수를 들어 누르듯이 밑으로 내리쳤다.

 

전각 옆 보 위에 은잠해 있던 무사는 무방비 상태에서 가공할 잠력이 침습하자 눈을 부릅떴다.

 

‘적?’

 

그러나 그는 소리를 지를 새도 없이 뇌가 뒤죽박죽이 되며 즉사해 버렸다.

 

북궁천은 쓰러지는 자를 잡아서 보 위에 걸쳐 놓았다.

 

아직 다른 자들은 밖의 소란에 정신이 팔려서 동료가 죽은 것도 알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북궁천은 처마를 타고 미끄러지듯이 방으로 접근했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진기로 방문을 감싼 그는 재빨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불빛이 없어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 만큼 어두웠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북궁천의 시야를 방해하진 못했다.

 

북궁천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아기들을 위한 강보와 하얀 천이었다.

 

희미한 젖 냄새와 변 냄새.

 

아기의 방이 분명했다. 그런데 정작 아기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 때 밖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누군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어떤 놈들이 이리 소란을 피우는 거냐?”

 

낭랑하면서도 조금은 가냘프게 느껴지는 목소리. 한 번 들어 본 목소리다.

 

‘소존이다!’

 

뒤이어 다른 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여섯 놈이 장원 안으로 들어와서 설치고 있는 모양입니다, 소존!”

 

“여태 못 잡았단 말이냐?”

 

“걱정 마십시오, 고수들이 출동했으니 곧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일 놈들, 한참 중요한 때에 어디서 저런 미친놈들이 나타난 거지? 뭐? 무적공자? 그놈을 잡으면 이리 데려오너라. 상판대기를 좀 봐야겠다.”

 

“예, 소존!”

 

그사이 북궁천은 벽에 손을 대고 공력을 일으켰다.

 

단단한 벽이 모래처럼 부서지고 벽에 한 자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북궁천은 구멍을 통해서 건너편 방 안을 살펴보았다.

 

그 방에도 아기는 없었다.

 

대체 아기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 때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소존은 왜 아기에게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걸까?

 

아기가 중요하다면, 누군가가 장원에 침입했을 때 아기를 챙기는 것이 먼저 아닌가?

 

북궁천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 옆방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가 곧 구멍을 발견할 터. 북궁천은 생각을 접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동시에 옆방에 들어온 자가 고함을 내질렀다.

 

“침입자다!”

 

굳이 그가 소리를 지를 것도 없이 밖으로 나간 북궁천은 한 사람과 마주쳤다.

 

“웬 놈이냐?”

 

북궁천은 대답 대신 우수를 뻗었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탈출하려는 상황.

 

우수에서 펼쳐진 건곤패력장의 위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상대는 반사적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장력이 그의 몸을 두들긴 후였다.

 

쾅!

 

이 장을 날아간 그자는 벽을 뚫고 몸이 반쯤 박혔다.

 

북궁천은 그에게 일장을 펼친 후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러나 은화원에는 천하에서 고수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자들이 몇 명이나 있었다.

 

게다가 사야승이 강화한 경비조도 무시할 수 없는 고수들이었다.

 

그들은 북궁천이 상대를 처박은 찰나의 순간에 날아들며 공세를 취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놈을 잡아라!”

 

북궁천은 허공에 떠 있던 상태에서 좌수로 허공을 치고 몸을 틀었다.

 

솟구치던 몸이 옆으로 튕겨 나가듯 방향을 틀며 날아갔다.

 

그 바람에 그를 공격했던 자들의 공세는 허공만 가르고 말았다.

 

“너는 아무 데도 못 간다!”

 

“이놈!”

 

이번에는 북궁천이 날아가는 앞쪽에서 두 사람이 날아오르며 공격했다.

 

호연유와 도를 든 오십 대 중반의 중노인이었다.

 

중노인은 장로 중 하나로, 혼자서 연안 적가장을 피로 씻어 냈다는 광혼도마 벽주청이었다.

 

북궁천은 쌍장을 뻗어서 두 사람의 공격에 대응했다.

 

콰과광!

 

세 사람의 경력이 충돌하며 천둥소리가 어둠을 뒤흔들었다.

 

호연유와 벽주청은 북궁천의 장세를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겨우 중심을 잡고 땅에 내려선 벽주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하에 자신과 소존을 혼자서 물리칠 수 있는 자가 있다니!

 

반면 호연유는 괴이한 표정으로 북궁천을 노려보았다.

 

‘체격이 그놈과 비슷해.’

 

체격만 비슷할 뿐 얼굴과 전체적인 인상이 달랐다. 펼치는 무공도 다르고, 옆구리의 검도 다르고.

 

그래서 더 어이가 없었다.

 

북궁천 외에 이렇게 강한 자가 또 있었단 말인가?

 

북궁천도 두 사람에게 막혀서 더 날아가지 못하고 땅에 내려섰다.

 

그 때였다.

 

스스스스.

 

소리 없는 공세가 북궁천의 전후좌우와 머리 위로 밀려들었다.

 

전각에 은잠해 있던 자들의 공격이었다.

 

숫자는 모두 여섯. 공세가 빠르고 강력하긴 하나 북궁천의 눈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철저히 암습과 암행에 단련된 그들의 합공은 무척이나 사납고 날카로웠다.

 

쿵!

 

패왕일보를 펼친 북궁천은 한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 전면에서 다가오는 자를 튕겨 냈다.

 

동시에 좌우를 향해 앙천회류장을 펼쳤다.

 

콰아아아!

 

가공할 장력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그의 몸을 감쌌다.

 

이어서 빙글 몸을 돌린 그는 허공을 향해 권을 내지르고, 뒤를 향해 장을 내쳤다.

 

그 모든 동작이 일수유의 순간에 행해졌다.

 

떠더더덩!

 

연속된 충돌음과 함께 달려들던 자들이 뒤로 날아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십 대 중노인 둘이 그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한 사람은 검을, 다른 한 사람은 편을 사용했다.

 

천사교의 십호법 중 둘. 탈혼객(奪魂客)과 귀찰편(鬼紮鞭)이라는 별호를 지닌 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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