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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44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44화

 

144화

 

 

 

 

 

 

 

동철귀는 대충 주의 사항을 말하고 말미에 으름장을 놓았다.

 

“들어가지 말라는 곳 들어갔다가 죽으면 너희들만 손해다. 그러니 조심해.”

 

지송문이 그쯤에서 넌지시 물었다.

 

“대주, 좀 전에 나갔을 때 말이오. 고양이가 우는 소린지, 아기가 우는 소린지 몰라도 이상한 소리가 은화원이라는 곳에서 나던데, 웬 울음소리요?”

 

“아기 우는 소리를 들었나 보군.”

 

“아기요? 누구 아기인데 전쟁 한복판에 있는 거요?”

 

“왜 그 일이 궁금한 거냐?”

 

“아니, 이런 곳에 아기가 있다는 게 하도 이상해서 물어본 것뿐이오.”

 

“신경 꺼.”

 

“그러죠, 뭐.”

 

아기가 있기는 있나 보다. 문제는 정확한 위치였다.

 

‘제기랄, 들어가면 들킬 거 같고…… 별수 없이 주군께서 오시기를 기다려야 하나?’

 

 

 

* * *

 

 

 

“놈들은 노굉화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어요.”

 

사야승은 사미산의 보고를 받고 이마를 찌푸렸다.

 

간자가 모르고 있다면 정파연합은 노굉화의 납치와 관련이 없다는 뜻이었다.

 

또 다른 조직이 저지른 짓이라 해도 최소한 비슷한 정보라도 알고 있어야 했다.

 

노굉화는 혈문의 추혈당주. 그를 제압해서 흔적도 없이 납치할 만한 자가 누구란 말인가?

 

‘화산파나 종남파가 움직인 것 아닐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천사교 무리가 우글거리는 상남까지 들어와서 노굉화를 납치할 만한 배짱이 없었다.

 

그럴 배짱이 있다면 산속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정파연합을 믿고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지만.

 

느낌이 이상했다.

 

‘누가 본 교와 정파연합 간의 싸움에 끼어들었나?’

 

납치가 확실하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럴 만한 자들이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결코 개인은 아니다. 정파연합에 또 다른 세력이 끼어든 걸까? 아니면 호북의 전검문이?

 

정사 중간인 전검문은 항상 북쪽으로의 진출을 궁리했다. 천사교를 무너뜨리는 데 힘을 보태면 북진에 탄력을 받을 터. 더구나 그들은 혈문과 좋지 않은 관계가 아닌가.

 

가능성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사야승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전검문이 움직였다는 정보는 없었다. 게다가 노굉화가 당주이긴 해도 그다지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날지도 모르는데 그를 납치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으음, 대체 어떤 놈들이 노 당주를 납치했는지 모르겠군.”

 

사야승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사미산이 한마디 했다.

 

“혹시 노굉화가 여자를 밝히거나 하진 않나요?”

 

“여자를 탐하기 위해 몰래 빠져나갔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그가 비록 성격이 급하긴 해도 상황을 분간 못 할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야.”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오라버니 말대로 누군가가 납치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건데, 필요한 게 있으니 그를 납치했을 것 아니에요?”

 

“그거야 그랬겠지.”

 

“그를 필요로 할 만한 자로 누가 있죠? 혈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은 건 아닐 것이고, 기껏해야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정도일 텐데.”

 

철은보의 정보를 필요로 하는 자?

 

그 때 문득 사야승의 뇌리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혹시 단화린, 아니, 북궁천이?’

 

하지만 그는 내향에 있다. 그에게 보낸 자가 말을 전했다 해도 날아서 오지 않는 이상 아직 도착할 때가 아니다.

 

‘아냐, 그자의 무공이라면 충분히 올 수 있어!’

 

범인이 그라면 즉시 소존에게 알려야 한다.

 

문제는 그일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소존은 북궁천에게 정신적으로 눌려 있는 상태. 아기로 인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찾긴 했으나 아직 완전하진 않았다.

 

공연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봐야 신경만 날카로워질 뿐. 사야승은 확실치도 않은 이야기를 꺼내서 신경질적인 소존을 대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의 선에서 대책을 세우는 게 낫지.

 

‘그가 진짜 범인이라면 이곳에 몰래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감시를 지금보다 늘리고 언제든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놓아야 했다.

 

“미산, 가서 초마를 오라고 해라.”

 

사미산의 이마에 골이 파였다.

 

초마는 사밀영 일조 조장으로 성격이 목석같아서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자였다.

 

“그 감정도 없는 살귀는 왜요?”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경비를 강화해야겠어.”

 

 

 

* * *

 

 

 

북궁천은 구자강을 남겨 소동동을 돕게 하고 당화점을 나왔다.

 

어차피 모두가 철은보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많은 사람이 들어가면 그만큼 발각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장추람과 냉호, 철교신과 임표도 바깥에 대기시켜 놓고 필요할 때 부를 생각이었다.

 

장추람과 냉호가 따라서 들어가겠다고 우겼지만 한마디로 눌러 버렸다.

 

“진아가 잘못되면 너희들이 책임질래?”

 

장추람과 냉호는 책임질 만한 배짱이 없었다. 책임질 방법도 없고.

 

철교신과 임표는 처음부터 북궁천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다.

 

꼭 안으로 들어가야만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밖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철은보에서 이백여 장 떨어진 곳에 도착한 북궁천은 전면을 응시했다.

 

술시가 거의 다 지나가는 시각.

 

철은보 곳곳에서 화톳불이 타오르며 일대를 불그스름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송문과 담운이 나오면 밖에서 저들의 이목을 끌어라. 적당히 하고 물러서. 욕심내다 포위되면 골치 아파지니까.”

 

“걱정 마십쇼, 주군.”

 

장추람은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는 듯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마음은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최대한 적의 이목을 끌어야 주군이 그만큼 편해지는 것이다.

 

북궁천이 왜 그 마음을 모를까?

 

“나를 수하나 버리고 가는 나쁜 놈으로 만들지 마라, 추람.”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걱정 마십쇼.”

 

북궁천은 못 미더운 눈으로 장추람을 째려보고는 철은보를 향해 몸을 돌렸다.

 

“냉호, 너라도 내 말대로 해. 그럼 이따가 관운묘에서 보자”

 

“소군을 꼭 구하십쇼.”

 

“그래야지.”

 

북궁천은 나직이 답하고 철은보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철은보 담장에서 백여 장 거리까지 무사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으로는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북궁천을 발견할 수 없었다.

 

심지어 머리 위를 날아가는데도 경비무사 누구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유령처럼 접근해서 담장을 넘은 북궁천은 정원의 어둠 속에 숨어서 내부를 둘러보았다.

 

경비 상황은 노굉화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곳곳에서 화톳불이 타오르고 있고 경비무사들이 오갔지만 그다지 경비에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설마 누가 이곳에 침입하랴 하는 마음인 듯했다.

 

북궁천은 전각의 처마 밑 어둠과 지붕 위를 넘나들면서 은화원으로 향했다.

 

은화원은 전쟁에 휩쓸리기 전까지 보주인 전추양이 가족과 함께 지내던 곳이다. 천사교가 장악했을 때는 소존이 지냈던 곳이고.

 

지금도 소존이란 자는 은화원에 있을 터. 노굉화는 그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또한 유모가 불려 와서 들어갔다고도 했다.

 

진아는 그곳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다섯 개의 전각을 지나친 북궁천은 지붕 위 그림자 속에서 은화원을 응시했다.

 

낮은 담장이 둘러쳐진 은화원만큼은 경비가 다른 곳과 달랐다.

 

겉으로는 별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고수들이 은잠해 있었다.

 

‘제 놈 목숨은 철저히 챙기는군.’

 

진원보에서 도주한 것만 봐도 그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안 되겠다 싶으면 체면이고 뭐고 내팽개칠 수 있는 자.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일천 명의 목숨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 자. 그게 소존이다.

 

그만큼 상대하기가 쉽지 않은 자였다.

 

북궁천은 정신을 집중해서 은잠해 있는 자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모두 열두 줄기의 기운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그중 넷은 북궁천조차도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로 완벽히 주위와 일체가 되어 있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

 

저들을 뚫고 단숨에 아기를 취해야만 한다.

 

은화원의 전각은 모두 세 채. 방은 일곱 개. 그중 하나에 아기가 있을 것이다.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은 다섯 곳.

 

남은 두 곳 중 하나에서 강하진 않아도 탁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무공을 익힌 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곳은 좌측 전각의 끝 쪽 방뿐.

 

아기가 그곳에 혼자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방에?

 

‘일단 송문을 만난 뒤에 부딪쳐 보자.’

 

다행이라면 전각 끄트머리 쪽의 경비가 다른 곳보다 덜하다는 것이다. 잘하면 감시망에 걸리지 않고 살펴볼 수 있을 듯했다.

 

 

 

* * *

 

 

 

서평에서 상남까지의 천사교 감시망은 철은보에서 오십 리 떨어진 곳까지 펼쳐져 있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감시망은 모두 열한 곳. 그중 여섯 곳만 무너뜨리면 천사교의 눈은 외눈이나 마찬가지였다.

 

등조립이 이끄는 육조는 그중 북쪽에 있는 서궁산의 감시조를 책임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광원산장을 나선 육조는 세상이 어둠으로 짙게 물들었을 때 천사교의 감시조를 발견했다.

 

그들은 서궁산을 관통하는 계곡 길이 환히 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인원은 모두 열하나. 숫자는 육조에 비해서 배가 넘었지만 우려할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내가 오행 중 금의 방위를 맡겠소. 임 아우가 수의 방위를 맡고, 육 형이 목 방위를, 두 분 경 형이 화와 토 방위를 맡아 주시오.

 

등조립의 전음에 네 사람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공격 방위를 정한 육조원 다섯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감시조를 공격했다.

 

등조립이나 임강령이야 말할 것도 없고, 현천문의 문주인 육지광과 대별산에서 이름을 떨친 대풍쌍객도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었다.

 

전격적인 그들의 공격에 감시조 무사 대여섯이 대항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런데 등조립이 맡은 금의 방위 서쪽에서 무사 하나가 등조립의 손을 피해서 도주했다.

 

혼자서 셋을 맡았던 등조립이 삼초를 허비하고서 두 번째 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도주하는 자는 이미 이십여 장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 때 기다렸다는 듯 임강령이 쏜살같이 그를 쫓아가며 거리를 좁히고는 전력을 다해서 검을 던졌다.

 

그가 지닌 절기 중 하나인 비월검(飛越劍)이었다.

 

공력이 실린 검은 도주하는 천사교도의 등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쉬이이이익!

 

뭔가를 느꼈는지 천사교도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코앞까지 다가온 검을 보더니 반사적으로 칼을 휘둘렀다.

 

쩡!

 

심장을 향했던 검이 방향을 틀면서 어깨를 꿰뚫었다.

 

천사교도는 화살 맞은 노루처럼 비틀거리며 바닥을 두어 바퀴 굴렀다.

 

그 틈을 이용해서 거리를 지척까지 좁힌 임강령은 쌍장을 휘둘러서 그를 제압하려 했다.

 

천사교도는 맞받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몸을 굴려서 피했다.

 

바로 그 때 등조립이 도착해서 그자의 가슴을 향해 일양신장을 내쳤다.

 

쾅!

 

일양신군의 장력은 일개 천사교도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가슴을 격중당한 천사교도는 입에서 피를 뿜으며 이 장을 날아가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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