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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36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36화

 

136화

 

 

 

 

 

 

 

“제길, 아침부터 미친놈이 와서 기분 잡치게 하는군. 꺼져!”

 

“단화린이 아기를 구해 왔다고 했어. 어디에 있지?”

 

“여기에는 아기가 없다니까! 몽둥이로 맞기 싫으면 썩 꺼져, 미친놈아.”

 

점소이가 주먹을 흔들며 위협하자, 구양우경이 정색하고 지팡이를 흔들면서 소리쳤다.

 

“이놈! 단화린이 아기를 구해 왔다는 말을 분명 듣고 왔는데 어디서 거짓말이냐?”

 

삼성궁의 소궁주로 살아온 그였다. 정색하고 소리치자 자연스럽게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 기세에 눌린 점소이는 찔끔하며 다시 한번 구양우경을 훑어보았다.

 

‘어디서 이런 미친 병신 새끼가 와서…….’

 

점소이도 단화린이라는 이름을 모르지 않았다. 그가 아기를 구했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신풍객잔에는 그들이 없었다.

 

구양우경을 빨리 보내고 싶은 그는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짜증이 가득한 투로 말했다.

 

“그 사람들 찾으려면 저쪽에 있는 영화객잔으로 가 봐. 거기에 있으니까.”

 

 

 

신풍객잔에서 영화객잔까지는 이십 장밖에 되지 않았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한달음에 달려간 구양우경은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어서 아직 손님이 없었다. 점소이도 보이지 않았다.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이 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발을 디뎠다.

 

뒤늦게 주방에서 나오던 점소이가 그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이보쇼! 어디 가는 거요?”

 

“아기를 찾으러 왔어!”

 

마주 소리친 구양우경은 멈추지 않고 이 층으로 올라갔다.

 

절룩거리며 이 층으로 올라선 그가 두리번거리며 북궁천 일행이 머무는 곳으로 다가가자, 경비 임무를 맡고 있던 구자강이 그의 앞을 막았다.

 

“멈춰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우리 아기는 어디 있지?”

 

구양우경의 뜬금없는 소리에 구자강이 이마를 찌푸렸다.

 

“무슨 말이냐?”

 

“우리 아기. 어디 있지? 이곳에 있다고 들었는데.”

 

“네 아기를 왜 여기서 찾는단 말이냐? 썩 물러가라.”

 

“아냐, 분명히 여기 있다고 했어. 저쪽 객잔의 점소이가 그랬어. 여기에 우리 진아가 있다고 했어! 어디 있어! 우리 진아 어디 있어! 내놔아아!”

 

구자강은 청년이 미친 사람처럼 악을 쓰자 눈살을 찌푸렸다.

 

“미친놈이군.”

 

“내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어서 우리 진아를 내놔!”

 

구양우경이 눈을 치켜뜨고는 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난데없는 소란에 여기저기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에이, 어떤 놈이 아침부터 지랄이야?”

 

“어젯밤에 했으면 열 달을 기다려야지, 벌써 아기를 찾으면 어떡해, 미친놈아!”

 

구자강은 더 망설이지 않고 청년의 마혈과 아혈을 짚었다.

 

그 때 방문이 열리고 몇 사람이 고개를 내밀었다. 동호량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고개를 내민 그는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비친 구양우경의 얼굴을 알아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저게 누구야? 구양우경이잖아?”

 

한편.

 

북궁천은 누가 진아와 동명인 아기를 찾는가 보다 했다.

 

목소리가 완전히 달라져 있어서 설마 구양우경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어떤 놈이 새벽부터 미친 짓을 하나 싶었다.

 

그런데 구양우경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급히 밖으로 나가 보았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고 흙이 여기저기 묻어서 지저분했지만 진짜 구양우경이었다.

 

눈을 반쯤 뒤집은 채 덜덜 몸을 떠는 그를 보고 북궁천의 이마에 깊은 골이 파였다.

 

그가 아기와 함께 있었다는 말을 초강에게 듣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게다가 저 꼴은 또 뭐란 말인가?

 

누가 뭐래도 구양우경은 삼성궁 궁주의 아들. 삼성궁이 제정신도 아닌 그를 내버려 두었을 리 없었다.

 

‘그럼 혼자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북궁천은 의아해하면서 구자강에게 말했다.

 

“자강, 혈도를 풀어 줘라.”

 

구자강은 토를 달지 않고 구양우경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구양우경은 혈도가 풀리자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으허헝! 진아를 돌려줘! 우리 진아를 돌려줘!”

 

“네 진아가 아니라 내 진아다, 구양우경.”

 

북궁천이 냉랭한 어조로 말하자, 구양우경이 이번에는 지팡이로 바닥을 쿵쿵 치며 노성을 내질렀다.

 

“아냐, 아냐! 내 진아야! 흥! 단화린, 네가 감히 내 진아를 훔쳐가려고 하다니. 썩 내놓지 못할까!”

 

그는 북궁천을 알아보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아기에 대한 집착만 할 뿐 자신을 미치광이로 만든 것에 대한 원망의 빛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북궁천은 미쳐 버린 구양우경을 서릿발 같은 눈빛으로 직시하며 냉랭히 말했다.

 

“죽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돌아가라, 구양우경.”

 

털썩.

 

구양우경이 주저앉더니 또 울먹거렸다.

 

“진아는 나를 좋아해. 제발, 제발 진아를 돌려줘. 제발…….”

 

“그렇게는 못 한다. 돌아가!”

 

북궁천은 더 말할 것 없다는 듯 매몰차게 고개를 돌렸다.

 

“어허엉! 우리 진아는 내가 없으면 죽도 안 먹고 젖도 안 먹는단 말이야. 그러면 병이 도질지도 몰라. 그러니 진아를 나에게 돌려줘, 단화린!”

 

“웃기는 소리 마라. 진아는 네가 없어도 젖만 잘 먹고 있다. 아픈 곳도 없고.”

 

“뭐? 거짓말하지 마! 진아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지? 누가 모를 줄 알고? 진아의 절맥증이 나으려면 아직 삼 년은 있어야 한다고 했어!”

 

“절맥증? 훗, 진아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걱정 마라.”

 

“그,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거짓말이야. 진아는 며칠 전에도 막 토하고 얼굴이 시퍼렇게 변해서 큰일 날 뻔했는데…….”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만 가라, 구양우경. 진아는 아무 이상 없으니까.”

 

구양우경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거짓말! 거짓말이야! 네가 날 속이려고 거짓말을 하는 거야! 진아가 발작하면 내가 있어야 돼! 제발 진아를 나에게 돌려줘!”

 

그 때 객잔 아래쪽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리더니 몇 사람이 이 층으로 올라오며 소리쳤다.

 

“대공자!”

 

북풍사객 중 임표와 지송문이 그들의 앞을 막았다.

 

“멈춰라!”

 

올라온 자들은 모두 다섯으로 소광산을 비롯한 검신대와 수룡위사대원들이었다.

 

소광산이 앞으로 나서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대공자를 모셔 가려고 왔소. 대공자를 보내 주시오.”

 

동호량과 나란히 서 있던 이조량이 그들 중 수룡위사대원이 섞여 있는 걸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삼성궁 사람들입니다. 구양우경을 데리러 왔나 봅니다.”

 

북궁천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소광산을 노려보았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다음에 또 온다면 오늘처럼 그냥 보내지 않을 거다. 데려가.”

 

북궁천의 정체를 눈치챈 소광산은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북궁천의 싸늘한 말투에도 함부로 하지 못하고 포권을 취했다.

 

“알겠소.”

 

그러고는 구양우경을 향해 다가갔다.

 

“대공자, 가십시다.”

 

구양우경이 앉은 채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발작하듯이 악을 썼다.

 

“싫어! 진아를 데려갈 거야! 진아는 내가 있어야 돼!”

 

“아기는 더 이상 대공자와 살 수 없습니다. 그만 가시지요.”

 

“아, 안 돼. 병이 발작하면 큰일 난단 말이야. 빨리 저놈들을 죽이고 진아를 찾아 줘! 응? 빨리…….”

 

“대공자…….”

 

보다 못한 북궁천이 다시 한번 싸늘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구양우경. 분명히 말하지만 진아는 아무 이상도 없다. 그러니 보내 줄 때 가 봐라.”

 

“거짓말하지 마! 진아는 내가 너보다 잘 알아!”

 

북궁천은 슬슬 짜증이 났다.

 

구양우경을 밑에다 던져 버리고 싶었다.

 

“내가 화내기 전에 꺼져라, 구양우경. 뭐 하는가? 빨리 데려가라니까!”

 

버럭 소리친 그는 구양우경을 더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소광산이 재빨리 손을 뻗어서 구양우경을 일으켜 세웠다.

 

“가십시다, 대공자.”

 

“놔! 놓으란 말이야!”

 

바로 그 때, 초강이 회랑 끝에 서 있는 수룡위사대원에게 물었다.

 

“이보쇼. 당신네 공자는 멀쩡한 아기가 아프다고 하는데, 무슨 말이오? 뭘 잘못 안 것 아니오?”

 

수룡위사대원 중 하나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대답했다.

 

“당연히 아프니까 아프다고 하는 거 아니오?”

 

“그럼 정말 아프기라도 하단 말이오?”

 

“그렇소. 적어도 천사교 놈들이 아기를 데려가기 전까지는 삼사 일에 한 번씩 아파서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소.”

 

돌아섰던 북궁천이 그 말에 멈칫했다.

 

아기를 구한 지 만 사흘째. 처음에만 힘들어한 기색이 있었을 뿐 아픈 기미도 없었다. 안색이 파랗게 변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하지만 수룡위사대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곧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말이 아닌가?

 

“그게 사실이냐?”

 

대답은 소광산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던 구양우경이 했다.

 

“맞아! 진아는 아프기 전에 얼굴이 하늘처럼 파랗게 변해!”

 

북궁천은 그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기가 아플 때 어떤 징후를 보이지?”

 

“젖을 토하고 숨결이 거칠어진다. 나에게 진아를 보여 줘. 그럼 언제 아플 것인지 알아볼 수 있어!”

 

북궁천이 본 아기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내가 미처 몰랐던 게 있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방곡추는 절맥증일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천조혈심기로 아기의 몸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정말 아프다 해도 방곡추에게 데려가면 치료할 수 있을 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수룡위사대원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기, 대공자의 말씀은 사실이오. 대공자께선 희한하게도 아기가 아플 시기를 귀신처럼 맞혔소.”

 

구양우경의 청을 거절하려던 북궁천은 이마를 찌푸렸다.

 

보여 주기 싫었지만 수룡위사대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 번쯤 보여 줘서 나쁠 것도 없을 듯했다.

 

“좋아, 구양우경. 아기를 보여 주지. 대신 아기를 보고 이곳을 떠나라.”

 

구양우경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보면 순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맑은 웃음이었다.

 

북궁천은 미간을 좁히며 그를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서 아기가 있는 방을 바라보았다.

 

“유모, 아기를 데리고 나오시오. 냉호, 방문을 열어라.”

 

아기가 있는 방 앞에 서 있던 냉호가 방문을 열었다.

 

유모는 밖의 소란 때문에 이미 깨어나 있었다.

 

그녀는 방문이 열리자 아기를 안은 채 쭈뼛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진아야!”

 

구양우경이 소리치며 유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고 하자, 장추람이 손을 뻗어서 앞을 막았다.

 

“멈춰.”

 

“비켜라, 돼지 같은 놈아!”

 

“뭐야?”

 

난데없이 욕을 얻어먹은 장추람이 눈을 치켜떴다.

 

“보긴 제대로 봤군.”

 

냉호가 얇은 입술을 비틀며 장추람을 약 올렸다.

 

그사이 유모가 눈치를 보며 아기를 돌려서 구양우경이 볼 수 있게 했다. 그녀도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다 들은 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구양우경이 아기를 바라보더니 눈을 부릅뜨고 악을 썼다.

 

“진아를 보여 달란 말이야! 우리 진아를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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