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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35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4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35화

 

135화

 

 

 

 

 

 

 

구양환은 아들이 안정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착잡한 와중에도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아기가 북궁천의 손에 들어갔으니 또다시 제정신이 아닌 아들을 마주해야 할 판이었다.

 

“다른 아기를 구해 보라고 해라. 비슷한 아기를 안겨 주면 마음이 안정될지도 모르니까.”

 

“저, 잘못하면 저번과 같은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궁주.”

 

농원에는 헌원려려의 아기만 있던 게 아니었다.

 

다른 고아 아기가 하나 더 있었다. 유모가 두 아기에게 젖을 주었는데, 구양우경이 그 아이를 지팡이로 내리쳐서 팔이 부러지는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고아들만 있고 포원산장 관할이어서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만약의 경우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방법을 찾아봐라. 우경이를 저대로 살게 할 순 없다.”

 

“알겠습니다, 궁주.”

 

그 때 밖에서 침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궁주, 날세.”

 

늙수그레한 목소리. 구양환의 숙부인 구양은의 목소리였다.

 

“들어오십시오, 숙부.”

 

곧 구양은이 일곱 사람과 함께 들어왔다.

 

천광호와 선우명, 관호명, 백리진, 남궁원, 백화청, 그리고 철군성의 진왕리까지.

 

하나같이 한 세력을 주도하는 대표들이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 구양환이 굳은 표정으로 구양은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숙부?”

 

구양은이 얼굴을 두어 번 씰룩이더니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들 본 궁 무사들의 지휘권을 천 가주에게 넘겨주길 바라고 있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본 궁 무사들의 지휘권을 넘겨주다니요?”

 

그에 대해선 관호명이 대답했다.

 

“서평을 공격할 생각이오. 천사교와의 본격적인 싸움을 앞두고 혹시 모를 잡음을 막자는 취지라 생각해 주시오.”

 

구양환이 관호명을 바라보았다.

 

“내가 본 궁을 이끌면 잡음이 생기기라도 한단 말이오?”

 

“궁주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지만, 이미 구양우경 사건과 이번 아기 납치 사건으로 인해서 궁주에 대한 신망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외다. 그 점은 궁주도 부인하지 못할 거요.”

 

“본 궁주가 단화린을 이용한 것은 모두 천사교를 물리치기 위함이었소. 그게 공은 될지언정 과는 아닐 것 같소만.”

 

이번에는 남궁원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궁주의 공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그러나 어쨌든 아기가 납치되었고, 그 바람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었소. 지금이 전쟁에서 무척 중요한 고비라는 것을 궁주도 알 터. 우리는 지금 상황에서 또 하나의 강적을 만들고 싶지 않소.”

 

구양환은 이를 지그시 악물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결국 북궁천을 적으로 삼지 않기 위해서 자신에게 물러나라는 말이다.

 

“천하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단화린을 그렇게 어려워할 줄은 미처 몰랐구려.”

 

약간의 조소가 섞인 말투.

 

그는 단화린이 북천마제라는 걸 말해 주지 않았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만 더욱더 궁지에 몰릴 것 같았다.

 

그런데 백리진이 냉정한 어조로 맞받아 쳤다.

 

“그에 대해선 궁주께서 누구보다 잘 아실 거요. 더구나 그에게는 뛰어난 조력자들이 있소. 진원보에 있던 천사교 무리가 어떻게 당했다는 걸 모르진 않을 것 같소만?”

 

“그거야…….”

 

그에 대해선 구양환도 할 말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관호명이 몰아붙였다.

 

“어떻게 하시겠소? 결단을 내려 주시오. 궁주가 잠시 지휘권을 내려놓는다면, 그가 아기에 대한 일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도록 설득해 보겠소.”

 

구양환의 시선이 천군호와 신도명을 향했다.

 

“그대들도 같은 생각이오?”

 

천군호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이러니 어쩌겠소? 그렇다고 해서 궁주의 자리를 내놓으라는 게 아니오. 전쟁이 끝날 때까지 무사들의 지휘권만 내려놓으라는 것이니, 지금 상황으로선 그게 최선 같소, 궁주.”

 

선우명은 그 말을 들으며 슬그머니 눈길을 돌렸다.

 

 

 

* * *

 

 

 

구양우경은 살아남은 수룡위사대원들과 함께 아기를 찾겠다며 일대를 들쑤시고 다녔다.

 

하지만 무공을 잃은 데다 한쪽 다리까지 못 쓰는 그가 다닐 수 있는 거리는 한정되어 있었다.

 

수룡위사대원들은 그를 궁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그는 진아를 찾아내라며 막무가내로 대원들만 다그쳤다.

 

그렇게 이틀째 되던 날, 사용화의 명을 받고 파견된 검신대 부대주 소광산이 그를 찾아냈다.

 

당시 구양우경의 행색이나 행동은 반미치광이나 마찬가지였다.

 

소광산은 돌아가지 않겠다는 구양우경을 설득했다.

 

“대공자, 그만 궁으로 돌아가시지요.”

 

“잔소리 말고 진아를 찾아! 진아를 찾기 전에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야!”

 

“제가 애들을 시켜서 찾아보겠습니다. 대공자께서 찾으시는 것보다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나쁜 놈들이 진아를 해칠지 몰라. 빨리 찾아내야 해.”

 

“놈들도 아기를 해치려고 데려간 것이 아니니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말 그럴까?”

 

소광산이 차분하게 설득하자 구양우경의 광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제 말을 믿으시고 마차에 타십시오, 대공자.”

 

“찾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 명심해, 소광산.”

 

“책임지고 찾아내겠습니다.”

 

겨우겨우 구양우경을 설득한 소광산은 그를 마차에 태우고 삼성궁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는 도중에도 아기를 왜 찾아내지 못하냐며 어찌나 떼를 쓰는지 하루면 충분한 거리를 이틀이 지났는데도 도착하지 못했다.

 

 

 

구양우경을 찾은 지 이틀째 되던 날.

 

삼성궁으로 가던 호위대는 적미진을 삼십여 리 남겨 놓고 이동 중인 삼성궁 무사들과 조우했다.

 

모두 오십 명 정도. 그들은 도웅당 무사들로 서평에 가는 길이라 했다.

 

그런데 도웅당 무사들을 이끄는 부당주 이적성이 마차에 구양우경이 타고 있다는 걸 알고 뜻밖의 말을 했다.

 

“아기는 지금 내향에 있소이다, 부대주.”

 

아기를 찾아내라며 종일 닦달하는 구양우경에게 짜증이 나 있던 소광산은 그 말이 반갑기만 했다.

 

“그래요? 찾아냈다니 다행이군요. 어떻게 찾은 거요?”

 

“단화린 일행이 천사교 놈들을 죽이고 되찾았다 하오.”

 

그 때 마차의 문이 열리고 구양우경이 고개를 내밀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향 어디에 있는데?”

 

아무리 소궁주의 자리에서 물러났고 음마로 취급받는다 해도 구양우경은 검신가의 대공자다.

 

이적성은 그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대공자를 뵙습니다. 아기는 현재 내향의 객잔에 머물고 있다 합니다.”

 

구양우경의 얼굴이 오랜만에 활짝 펴졌다.

 

“그래? 그럼 진아를 보러 가자, 소광산!”

 

“대공자, 일단 궁에 돌아가서 치료를 받으시고…….”

 

“치료는 내가 아니라 진아가 받아야 해. 어서 가자니까 뭐 해?”

 

“아기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런 걱정 마시고 일단 궁으로 돌아가시지요.”

 

“진아와 함께 갈 거야. 진아를 데려가지 않으면 나도 안 가!”

 

소광산은 슬쩍 이적성을 째려보았다.

 

왜 그 말을 해서 자신을 곤욕스럽게 한단 말인가?

 

이적성은 그제야 괜한 말을 했다는 후회를 하며 입장이 곤란해지기 전에 작별을 고했다.

 

“험, 그럼 저희는 바빠서 그만 가 보겠습니다. 출발해라!”

 

그들이 빠르게 멀어지자, 소광산도 마부를 재촉했다.

 

“우리도 가자!”

 

구양우경은 마차가 내향으로 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한참을 지나도 마차가 계속 삼성궁 쪽으로 향하자 악을 쓰며 다그쳤다.

 

“진아가 있는 곳으로 가자니까? 이 길이 맞아? 설마 나를 속이려는 건 아니겠지? 내가 모를 줄 알고? 네 이놈! 너희들이 감히 본 공자를 속이겠다는 거냐? 당장 마차를 돌려라!”

 

소광산은 슬쩍 마부에게 전음을 보내서 구영우경이 아무리 뭐라 해도 방향을 틀지 못하도록 했다.

 

구양우경은 소광산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질척한 흙 위를 구른 그는 온통 흙이 묻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어나서 절룩거리며 달렸다.

 

소광산이 그 모습을 보고 짜증 내듯이 소리쳤다.

 

“대공자를 모셔라!”

 

검신대 무사들이 그를 붙잡아서 다시 마차에 넣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모두 죽여 버리겠어! 아기와 나를 떼어 놓으려는 놈들은 가만 안 두겠어! 너희들도 죽을 줄 알아! 어디서 감히 나를 진흙탕에 처박아? 어서 방향을 틀지 못할까! 지금 본 공자의 명령을 어기겠다는 거냐?”

 

정신이 오락가락한 구양우경은 반 시진 동안 광분하며 악을 썼다.

 

소광산은 꾹 참고 적미진까지 도착해서야 마차를 멈췄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서 밤길을 재촉하기도 애매했다.

 

구양우경도 지쳤는지 조용해진 상태였다.

 

‘이제는 포기했겠지.’

 

그렇게 생각한 소광산은 적미진에서 밤을 보낸 후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하고 객잔에 들어갔다.

 

구양우경은 이상할 정도로 말이 없었다.

 

그래도 또 모르는 일. 소광산은 수하들에게 교대로 구양우경을 철저히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말이 보호지 감시나 마찬가지였다.

 

구양우경은 무공을 잃은 상태여서 무사 둘씩 교대로 감시하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다행히 밤이 다 지나가도록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 새벽 묘시 무렵.

 

구양우경이 너무 조용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수룡위사대원 하나가 방문을 열고 안을 살펴보았다.

 

구양우경이 보이지 않았다.

 

 

 

소광산은 왈칵 짜증이 밀려들었다.

 

구양우경이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고 객잔 근처는 물론 적미진 일대를 다 뒤져 보았다. 하지만 구양우경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제기랄. 대체 어디로 가신 거지?”

 

수룡위사대원 하나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혹시 내향으로 가신 것 아닐까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었다.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가 보다.

 

그래서 소광산은 더욱더 짜증이 났다.

 

‘미치겠군.’

 

내향까지 오십 리.

 

무공을 잃고 제정신도 아닌 구양우경이 가기에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더구나 아기를 구한 사람은 단화린. 구양우경을 병신으로 만든 자가 아닌가?

 

만에 하나 삼성궁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단화린이 구양우경을 죽일지 모른다.

 

마음이 다급해진 소광산은 검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내향으로 가자!”

 

 

 

 

 

 

 

5장.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밖에

 

 

 

 

 

막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이른 아침.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머리와 옷이 마른 흙으로 범벅된 청년 하나가 신풍객잔을 기웃거렸다.

 

하품을 하며 청소를 하던 점소이 하나가 그를 발견하고 짜증 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수?”

 

행색이 엉망이었지만 점소이는 말을 조심했다.

 

흙이 잔뜩 묻어 있긴 해도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밤새 술에 취해서 바닥을 뒹굴던 자가 아침 해장을 하겠다고 찾아온 것일지도 몰랐다.

 

청년이 안을 둘러보면서 초조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여기에 우리 진아가 있다면서?”

 

“예?”

 

“우리 진아, 객잔에 있다는데.”

 

청년은 구양우경이었다. 창문을 통해 객잔을 빠져나와서 내향까지 밤길을 달려온 것이다.

 

점소이는 구양우경을 흘겨보며 침을 퉤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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