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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34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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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정록 134화

 

134화

 

 

 

 

 

 

 

이정한은 창백한 얼굴로 빙그레 웃었다.

 

상대는 마도의 절정고수 흑성마수 연학도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아마 똑같은 경우가 다시 생긴다 해도 망설이지 않고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덕분에 아기를 무사히 구했지 않은가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부상에 대가는 충분했다.

 

“아기는 괜찮습니까?”

 

“아직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계속 지켜봐야겠지. 아무래도 내가 고수들의 싸움 중앙에 있었으니까.”

 

“호량이와 초강은 어떻습니까?”

 

“두 아우는 내상이 심하지 않아서 이삼 일이면 나을 거다. 기진이도 심한 상처는 아니고.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네 걱정이나 해.”

 

이정한은 머쓱하게 웃으며 성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방을 나온 북궁천은 아기가 있는 방으로 갔다.

 

아기는 유모로 데려온 여인이 먹여 준 죽을 실컷 먹고 잠들어 있었다.

 

그가 잠들어 있는 아기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임강령이 들어왔다.

 

“잘 자는군.”

 

“아기도 지쳤겠지요.”

 

임강령은 아기를 지그시 내려다본 뒤 한쪽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북궁천이 맞은편에 앉자 그가 입을 열었다.

 

“총군사가 서평까지 공격해서 천사교 놈들을 상남으로 몰아냈다고 하네.”

 

“잘됐군요. 소존이라는 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는 서평에 없었다고 하네. 상황이 좋지 않은 걸 알고 미리 상남으로 내뺀 것 같다고 하더군.”

 

“역시 여우 같은 놈이군요.”

 

“궁주는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

 

“구양환은 아기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것으로 약조는 파기되었습니다.”

 

“그 점은 나도 인정하네.”

 

“내주지 않고 버티다 아기를 위험한 지경에 빠뜨린 걸 생각하면, 당장 쫓아가서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임강령의 입가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내 어찌 궁주의 마음을 모르겠나?”

 

“설마 이 상황에서 제가 도와주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

 

“나도 그런 부탁을 한다는 게 염치없다는 걸 모르진 않네. 그래도 당분간만 도와주게나. 놈들의 주력을 무너뜨릴 때까지만이라도.”

 

“하하하하, 임 대협께선 제가 누군지 잠시 잊으셨나 보군요. 아마 북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당장 삼성궁을 피로 씻어 버렸을 겁니다.”

 

“궁주.”

 

“지금 참고 있는 것도 그나마 임 대협과 유 원주 같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자꾸 말씀해 보셔야 눌러놓았던 분노만 살아나니 그 이야기는 그만하시지요.”

 

임강령도 그쯤에서 물러났다.

 

아기를 되찾은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 감정이 냉정하게 가라앉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언제 상남을 공격할지 모르니, 나는 이제 그곳으로 가 봐야 할 것 같군. 언제라도 마음이 있으면 연락 주시게.”

 

조무성도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이 기회에 천사교와 싸우면서 가슴에 쌓인 자괴감을 털어 버리기로 적정한 것이다.

 

“가실 때 황보 아우와 종리 아우도 데려가십시오. 어차피 저는 정한이가 낫는 대로 떠날 것이니까요. 가시거든 유 원주께도 저에 대해선 미련을 버리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북궁천의 단호한 대답에 임강령은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전하지. 그럼 쉬시게나.”

 

 

 

북궁천은 임강령이 나간 방문을 차갑게 식은 눈으로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진아를 납치한 죄를 천사교에 반드시 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은 당신들 뜻에 따르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나의 뜻으로 하게 될 것이다. 나만의 방식대로.’

 

그는 식은 차를 한입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 뒤에서 아기의 울음이 들렸다.

 

“으아아앙!”

 

북궁천은 허둥지둥 일어나서 아기에게 갔다.

 

“어이구, 이 녀석. 왜 벌써 깬 거냐?”

 

그는 아기를 안고 흔들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아기가 울음을 멈추곤 했다. 처음 해 봐서 어색했지만, 아기 울음 멈추게 하는 일이 뭐 어려울까 싶었다.

 

그러나 아기는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진아야, 내가 누구게?”

 

“으아앙!”

 

“내가 네 아버지다. 북천의 주인, 마제 북궁천. 하하하하! 잘 기억해 두도록 해라, 알았지?”

 

“으아아아앙!”

 

“어허, 계속 울면 호랑이 나온다? 음산의 호랑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으아아앙!”

 

이렇게 해 보고 저렇게 해 봤지만 아기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조금 줄어드는가 싶으면 또 울고, 잠시 멈춰 서 안도하면 또 울고.

 

“이 녀석이 왜 이러지? 또 배가 고픈가? 싼 것 같진 않은데? 혹시 아픈 것 아냐?”

 

시간이 가면서 북궁천의 방 안을 오가는 동작도 빨라졌다.

 

아기의 울음도 더욱 커졌다.

 

“으아아앙!”

 

“인마, 그만 좀 울면 안 되냐? 대체 왜 그러는 거냐? 말을 해야 알 수 있지. 답답해 죽겠군.”

 

그 때 철교신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기가 왜 그렇게 울어 댑니까?”

 

“글쎄, 나도 모르겠다.”

 

“제가 한번 안아 볼까요?”

 

“그래 볼래?”

 

계속 우는 바람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북궁천이 아기를 철교신에게 넘겼다.

 

무뚝뚝한 철교신의 표정을 보고 더 크게 울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오랫동안 아기의 울음을 듣다 보니 조금은 지친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철교신이 건네받자마자 아기가 거짓말처럼 울음을 멈췄다.

 

“빠아아, 엄…….”

 

“울다가 지쳤나 봅니다, 주군. 소군께서 주모님이 보고 싶은가 봅니다.”

 

“후우, 다행이군. 이리 줘. 눕혀 놓게.”

 

북궁천이 안도하며 손을 뻗었다.

 

아기가 다시 북궁천의 손으로 넘어갔다.

 

“으아아앙!”

 

아기가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뭐, 뭐야? 왜 또 울어?”

 

“이리 줘 보십시오.”

 

철교신이 뺏다시피 아기를 안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철교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북궁천은 어이가 없는 한편으로 은근히 약이 올랐다.

 

왜 자신이 안으면 울고, 저 무뚝뚝이 철교신이 안으면 안 운단 말인가?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자식, 아직 내가 제 아버지라는 걸 모르니까 그러나 보군.’

 

그가 뚱한 표정으로 아기를 노려보는데 유모가 들어왔다.

 

“아기가 운다고 해서 왔습니다. 제가 볼 테니 이리 주세요.”

 

유모는 북궁천과 철교신의 눈치를 보면서 손을 뻗었다.

 

철교신은 주기 싫은 표정으로 아기를 건넸다. 무뚝뚝해서 감정이 없을 것 같은 철교신이 그런 표정을 짓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북궁천은 아기가 유모에게 넘어간 후로도 울지 않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유모, 내가 안으면 아기가 울고 교신이 안으면 안 우는데, 왜 그런다고 생각하시오?”

 

아기를 어르고 있던 유모가 무심결에 말했다.

 

“그야 저분 인상이 더 유순하게 보여서…… 아니, 저, 꼭 그런 게 아니고…… 아기도 저분이 자기와 닮아서 좋아하는 것이 아닌지…….”

 

유모가 뒤늦게 말을 얼버무리며 눈치를 봤다.

 

북궁천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그 녀석. 저 바윗덩이 같은 교신의 얼굴이 더 마음에 드나 보군. 그럼 진아를 부탁하겠소.”

 

“예, 나으리.”

 

“교신, 우린 나가자. 사객이 올 때가 됐는데 늦는군.”

 

북궁천은 담담한 표정으로 철교신을 몰고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선 후에야 북궁천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내 인상이 뭐가 어때서?’

 

 

 

* * *

 

 

 

“총군사! 아기를 되찾았답니다.”

 

“휴우우우.”

 

천종원의 보고를 받은 유원당은 의자 깊숙이 등을 묻고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기가 천사교 무리로 보이는 자들에게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암담했다.

 

서협의 승리를 바탕으로 천사교 무리를 상남까지 밀어내고 서평을 되찾았다.

 

이제 겨우 전세를 뒤집을 기틀을 마련했는데, 이 상황에서 북궁천이 등을 돌리면 최악이었다.

 

겉으로는 침착함을 보였지만 속은 위장에 바위가 들어찬 것처럼 답답했다.

 

하루가 십 년처럼 느껴질 지경. 피가 말랐다.

 

그는 그 와중에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했다.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면서.

 

그런데 아기를 되찾았다고 하자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축 처졌다.

 

“그는 어디에 있는가?”

 

“내향에 있다고 합니다.”

 

아기를 본인이 구한 이상 구양환과의 약조는 끝났다고 봐야 했다.

 

아기를 데리고 그냥 돌아갈까?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아기를 데리고 다니며 싸우진 않을 테니까. 아기를 인질로 삼은 정파연합을 위해 나서 줄 리도 없고.

 

오히려 구양환은 물론 자신들에게까지 칼을 들이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다.

 

최악은 면했지만 특별히 좋아질 것도 없는 상황.

 

유원당은 그쯤에서 북궁천의 도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천사교 무리와의 전쟁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서협에서 큰 피해를 본 이상 천사지존도 더 이상 뒤에서 보고만 있진 않을 터.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마음을 정리한 유원당은 굳은 표정으로 허리를 세웠다.

 

“비룡가의 가주님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으니 조용히 만나자 전해 주게.”

 

“가주 형님을 말입니까?”

 

유원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무회와 무림맹, 백검회, 철군성의 대표를 한 사람씩 모셔 오게. 삼성궁은 검신가의 구양은 장로와 선우 가주를 모셔 오고.”

 

천종원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각 세력의 대표를 말하는데 구양환이 빠져 있는 것이다.

 

“궁주님은……?”

 

“구양 궁주 문제 때문에 대표들을 모셔 오라는 거네.”

 

 

 

별원의 거처에 있던 구양환은 북궁천이 아기를 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두 주먹을 움켜쥔 채 이를 악물었다.

 

아기를 구한 것은 다행이었다. 자신에게 화풀이하겠다고 날뛸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질 테니까.

 

그렇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상대가 마제인 것이다.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감정대로 행동하진 못하겠지.’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고개를 들어 사용화에게 물었다.

 

“우경이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게 저…… 아기를 찾겠다며 수룡위사대원들과 함께 돌아다니고 있다 합니다.”

 

“바로 데려올 것이지, 왜 놔두고 있단 말이냐?”

 

“사람을 보냈으니 곧 궁으로 모실 것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궁주.”

 

“썩을 놈. 이 애비 체면을 얼마나 더 깎아 먹겠다는 것인지, 원…….”

 

구양환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뱉고는 나직이 물었다.

 

“그 아이 상태는 어떠하다더냐?”

 

사용화가 슬쩍 구양환의 눈치를 보고 답했다.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보고된 바로는, 아기가 납치당한 후부터 이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구양환의 꾹 다문 입술이 잘게 떨렸다.

 

처음에는 치료를 위해서 구양우경을 궁으로 옮겼다. 영약과 뛰어난 의원을 초빙해서 전심전력으로 치료한 덕에 겨우 앉은뱅이는 면했다.

 

그런데 구양우경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도 아기만 계속 찾았다. 구영환은 그 말을 듣고, 어느 정도 몸이 괜찮아진 구양우경을 몰래 아기가 있는 곳으로 보냈다.

 

놀랍게도 구양우경은 아기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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