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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32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32화

 

132화

 

 

 

 

 

 

 

“말도 안 되네. 구양환이 마누라 무서워서 아들을 숨겨 둔다? 그것도 고아들이 사는 곳에? 그게 말이 된다고 보나?”

 

“하긴 그렇군. 그럼 누구 아들이지?”

 

“누구 아들이든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야 맡은 일만 해 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키가 작고 통통해 보이는 장한이 별걱정 다 한다는 듯 말했다. 생긴 거와 달리 성격이 잔인한 그는 벽마도 동화중으로 구량을 따라서 천사교에 들어온 자였다.

 

구량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화중의 말이 맞네. 우리야 아기만 무사히 도착시키면 되네. 그런데 날씨가 왜 이래? 비만 안 와도 괜찮겠는데 말이야.”

 

그 때였다.

 

저 앞쪽 숲에서 싸늘한 기운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양곡진이 먼저 그 기운을 눈치채고 소리쳤다.

 

“추적해 온 놈들 같네!”

 

구량은 도를 뽑아 들고 살소를 지었다.

 

‘죽고 싶다면 모조리 죽여 주지.’

 

한 발 앞으로 나선 그가 좌우를 향해 나직이 소리쳤다.

 

“철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게!”

 

보따리를 멘 중년인이 중앙에 섰다.

 

얼굴이 유난히 하얀 그는 수염도 거의 없는 데다 눈매가 날카로워서 왠지 섬뜩하게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나머지 다섯이 중앙에 그를 두고 빙 둘러쌌다.

 

긴장감이 감돌며 일대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그 때 낭랑한 목소리가 새벽의 고요를 깼다.

 

“저기다!”

 

찰나였다.

 

다가오던 기운이 기름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거세게 피어나고, 다가오는 속도도 빨라졌다.

 

“온다!”

 

구량이 소리치며 도를 사선으로 들었다.

 

순간, 대여섯 명이 숲 속에서 몸을 날리며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제일 먼저 내려선 사람은 다름 아닌 황보청이었다.

 

뒤이어 검을 든 종리기진과 이조량, 태극문 제자들이 그의 좌우로 날아내리고, 천기룡을 비롯한 삼성궁 무사와 무림맹 무사 등 추적대가 좌우에서 나타났다.

 

우여곡절 끝에 남소에서 태극문 제자들과 만난 후 납치범에 대한 소식을 듣고 전력을 다해 달려왔다.

 

그런데 마침내 천사교 무리 중 일조를 찾아낸 것이다.

 

그들을 둘러보던 구량의 입가에 조소가 맺혔다.

 

숫자는 자신들보다 배도 더 되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새파란 청년들이었다.

 

“겁대가리 없는 애송이들이 죽을 자리를 찾아왔구나!”

 

“아기를 놓고 가라! 그럼 목숨은 살려 주마!”

 

황보청이 중앙의 보따리 멘 자를 보며 다그치듯 말했다.

 

“건방진 놈. 네놈 따위가 감히 나 염천마도의 목숨에 대해 운운하다니.”

 

구량은 자신의 별호를 밝혀서 상대의 기를 꺾으려 했다.

 

그의 의도대로 황보청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염천마도 구량?”

 

“오냐, 내가 구량이다. 지금이라도 조용히 물러가면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황보청은 물러설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아직 노망들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아기를 납치하는 일에 나서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구량!”

 

“뭐야? 이 찢어 죽일 놈이 감히 어디서!”

 

분노를 토하는 구량의 도에서 붉은빛 도기가 일렁거렸다.

 

천기룡이 먼저 도발하듯이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일단 놈들을 제거하고 봅시다!”

 

구양화와 능상악, 고원설이 그와 함께 원강과 동화중을 공격했다.

 

“우리가 우측을 맡겠소!”

 

명우와 남궁성, 지광, 제갈기도 우측으로 달려들어서 양곡진과 도평산이란 자를 상대했다.

 

황보청은 아기가 걱정되었지만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기진, 너는 나와 함께 구량을 맡자!”

 

종리기진에게 소리친 그는 구량을 향해 몸을 날리며 쌍권을 휘둘렀다.

 

움직인 것은 그가 먼저였지만 종리기진의 벼락같은 쾌검이 먼저 구량을 향해 뻗어 갔다.

 

쉬아악!

 

구량은 전광처럼 뻗어 오는 쾌검을 향해 도를 맹렬히 휘둘렀다.

 

“오냐, 이놈들! 네놈들의 목을 잘라 주마!”

 

순식간에 혼전이 벌어졌다.

 

구량을 비롯한 천사교 무리의 무위는 예상외로 강했다.

 

개개인이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청년 고수 둘을 상대하면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아니, 밀리기는커녕 구량과 양곡진은 미세하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이조량과 태극문 제자들은 바로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적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아기를 무사히 되찾는 것이었다.

 

그들은 보따리를 메고 있는 자가 도망칠까 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퇴로를 지켰다.

 

그렇게 격전이 점점 더 치열해져 갈 때였다.

 

“크흡!”

 

종리기진이 신음을 삼키며 물러섰다.

 

구량의 도가 어깨를 스친 듯 갈라진 옷자락 사이로 피가 비쳤다.

 

그 모습을 보고 이조량이 뛰어들었다.

 

“제가 돕겠습니다!”

 

이조량의 검은 태극문 제자들보다 한 수 위였다. 면산의 수련 이후로는 종리기진보다도 강해진 상태였다.

 

그가 끼어들어서 날카롭게 파고들자 구량도 마음대로 초식을 펼치지 못했다.

 

“이 애송이 새끼가!”

 

분노한 구량은 공력을 구성까지 끌어 올려서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패도적인 황보청의 권과 변화막측한 이조량의 검, 거기에 간간이 뻗는 종리기진의 쾌검이 조화를 이루자 거꾸로 구량의 도세가 흔들렸다.

 

막상막하의 격전이 벌어지는 사이 세상이 좀 더 밝아졌다.

 

바로 그 때, 구양화와 함께 원강을 몰아붙이던 능상악이 몸을 빼서 보따리를 멘 자를 공격했다.

 

태극문 제자들은 언제든 뛰어들 수 있도록 공력을 끌어 올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능상악은 수룡위사대의 대주, 절정 경지에 이른 고수였다.

 

그라면 보따리를 멘 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고, 그리되면 보따리를 멘 자도 가운데에 있지만은 못할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따리를 멘 자가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능상악도 아기가 염려되어서 함부로 손을 쓰진 못했지만, 상대를 한쪽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성공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태극문 제자들의 손에 땀이 찼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 달려들어서 아기를 빼앗아야 했다.

 

그런데 궁지에 몰린 것처럼 보이던 보따리를 멘 자가 갑자기 능상악의 검세 속으로 뛰어들었다.

 

능상악이 흠칫하며 멈칫한 순간, 보따리를 멘 자가 쌍장을 휘둘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능상악이 뒤로 튕겨 나갔다.

 

갑작스런 상황에 태극문 제자들의 눈이 커졌다.

 

“킬킬킬! 어리석은 놈. 내가 그리 만만하게 보였더냐?”

 

보따리를 멘 자가 검은빛이 일렁거리는 쌍장을 들어 올리며 킬킬거렸다.

 

정통으로 가슴을 맞은 능상악은 일어나지 못하고 버둥거렸다. 땅을 짚고 몸을 일으키던 그가 입에서 핏물을 쏟아 내며 다시 꼬꾸라졌다.

 

이정한은 능상악이 쓰러지자 다급히 소리쳤다.

 

“안 되겠다! 놈을 공격해!”

 

동호량과 초강이 먼저 보따리를 멘 자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정한도 검을 움켜쥐고 공격에 가담했다.

 

“조심하시오! 그자는 흑성마수 연학도요!”

 

천기룡이 보따리를 멘 자의 정체를 눈치채고 경악한 목소리로 외쳤다.

 

보따리를 메고 있어서 제일 약할 거라 생각했던 그가 구량이나 양곡진에게 뒤지지 않는 대파산의 마두 연학도였던 것이다.

 

그가 펼친 장력은 흑살마장으로 마도의 십대장공 중 하나로 평가되는 절기였다.

 

하지만 태극문 제자들도 과거의 그들이 아니었다.

 

염구악을 곤욕스럽게 만들 만큼 강해져 있었고, 아기를 되찾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었다.

 

세 사람이 철저히 연수합공을 하며 공격하자 연학도도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 때 원강과 격전을 벌이던 구양화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으윽!”

 

길게 갈라진 그의 옆구리에서 핏물이 번졌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옆구리를 움켜쥐고 검을 늘어뜨린 그의 눈빛이 은은한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구양 형, 물러서시오!”

 

천기룡과 함께 동화중을 상대하던 고원설이 구양화를 구하기 위해 황급히 몸을 날렸다.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동화중의 끝이 휘어진 기형검이 구양화의 어깨를 갈라 버렸다.

 

“크억!”

 

비명을 내지른 구양화가 검을 떨어뜨리고 주저앉았다.

 

그나마 고원설이 적시에 원강을 막아서 목이 잘리는 것만은 면할 수 있었다.

 

그사이 천사교 쪽에서도 부상자가 나왔다. 명우와 남궁성의 협공을 받은 도평산이 팔이 반쯤 잘린 것이다.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진 도평산은 그래도 기가 죽지 않고 욕설을 퍼부었다.

 

“크윽! 이 빌어먹을 놈들이……!”

 

남궁성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력을 다해서 도평산에게 살수를 펼쳤다.

 

도평산의 가슴이 길게 갈라졌다.

 

그는 그 와중에도 반격을 펼쳐서 남궁성의 어깨를 갈랐다.

 

“윽!”

 

“남궁 도우!”

 

놀라서 소리친 명우가 전력을 다한 일검으로 도평산의 심장을 꿰뚫었다.

 

마침내 팽팽하던 격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직 어느 쪽이 유리하다 말할 순 없었다.

 

하지만 격변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한순간일 터, 어느 누구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

 

그 때 천기룡의 검이 동화중의 어깨와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검의 위력은 구양가만 못해도 신법에 관한 한 천하에서 첫째 둘째를 다투는 비룡가였다.

 

동화중과 실력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신법의 우세가 승부를 결정지은 것이다.

 

도평산이 죽고 동화중마저 부상을 당하자 구량이 악을 썼다.

 

“연가야! 놈들을 떨치고 이곳을 빠져나가!”

 

그 소리를 듣고 양곡진이 먼저 전력을 다해서 쌍수를 휘둘렀다.

 

도평산이 쓰러진 이상 명우와 남궁성마저 자신을 공격할지 몰랐다. 그 전에 결단을 내려야 했다.

 

쏴아아아!

 

핏빛 장영이 허공에 퍼지며 제갈기와 지광을 뒤덮었다.

 

떠더덩!

 

연이어 굉음이 터져 나왔다.

 

제갈기와 지광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양곡진은 그 틈을 이용해서 신형을 날리고는 연학도를 공격하고 있는 태극문 제자들을 덮쳤다.

 

태극문 제자들이 강해졌다 해도 마도의 절정고수 둘을 상대하기에는 무리였다.

 

삼초 만에 동호량과 초강이 내상을 입은 듯 창백해진 얼굴이 되어서 주춤거렸다.

 

두 사제가 부상을 당하자 이정한도 일단 물러서면서 양곡진의 공세를 피했다.

 

그 틈을 이용해서 연학도가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놈을 쫓아!”

 

황보청이 악을 쓰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양곡진이 앞을 막는 바람에 태극문 제자 중 이정한만이 겨우 연학도를 쫓을 수 있었다.

 

대신 제갈기와 지광이 연학도를 쫓는 일에 가세했다.

 

하지만 도주하기로 마음먹은 연학도를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양곡진이 연학도의 뒤를 따라가며 제갈기와 지광을 견제해서 이정한만이 쫓아가는 형국이었다.

 

황보청 등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들의 목표는 아기였다. 그런데 연학도가 아기가 든 보따리를 메고 도주하자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다.

 

그들은 연학도를 쫓기 위해서 구량과 원강에 대한 공세를 늦추었다.

 

구량과 원강이 그 틈을 이용해서 몸을 뺐다.

 

황보청과 종리기진, 이조량, 천기룡, 고원설은 기다렸다는 듯 그들의 뒤를 쫓았다.

 

구량과 원강은 놓치더라도 아기가 든 보따리는 반드시 뺏어야 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삼백 장 이상 이어졌다.

 

양곡진이 간간히 손을 쓰며 방해하는 통에 제갈기와 지광이 멈칫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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