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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125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125화

 

125화

 

 

 

 

 

 

 

그제야 황보청을 비롯해서 연합 세력 무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럼 자네 말은 그들이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는 건가?”

 

초강이 고개를 돌리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기랄! 그럼 놈들이 어디로 간 거지?”

 

“무량수불, 그들에게 허를 찔린 것 같소.”

 

명우가 이마를 찌푸리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허를 찔렸다?”

 

명우의 말을 되뇌던 황보청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로 날아서 가지 않았다면, 남쪽으로 내려갔단 말이군.”

 

정말 빌어먹을 일이었다.

 

다시 되돌아간다면 한 시진 이상 차이가 난다.

 

그 시간이면 적이 백 리는 도망갔을 터. 그만큼 따라잡기가 어려워질 것이었다.

 

그런데 삼성궁의 대표로 따라온 천기룡이 의견을 내놓았다.

 

“저들은 어차피 섬서로 들어가려고 할 겁니다. 그렇다면 무작정 뒤를 쫓을 게 아니라 앞서가서 막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게 좋겠소.”

 

구양환의 조카인 구양화가 천기룡의 의견에 찬성표를 던졌다.

 

황보청도 마땅한 대책이 없던 터라 천기룡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좋소. 그럼 일단 돌아가서 저들의 앞을 가로막을 계획을 세워 봅시다.”

 

 

 

황보청 일행은 계곡 길을 거의 다 빠져나와 갈림길에 도착했을 때, 암경회 무사의 말을 듣고 달려오던 이정한 일행을 만났다.

 

그들은 인사를 나눌 틈도 없었다.

 

초강에게 사정을 들은 이정한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젠장! 그게 사실이면 정말 큰일이군. 빨리 갑시다.”

 

그런데 그들이 출발하기 직전, 또 다른 사람들이 합류했다.

 

“구양 공자!”

 

누군가가 외치면서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들을 본 구양화가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능 대주!”

 

이정한 등도 달려오는 사람을 알아보고 표정이 굳었다.

 

달려오는 자는 수룡위사대 대주인 능상악과 수룡위사대원 셋이었다.

 

능상악은 흑의인들과 초강이 지나간 흔적을 추적하던 중에 황보청 일행을 발견했다.

 

그런데 모여 있는 자들 속에 천기룡과 구양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만나야 할지 아니면 피해 가야 할지 갈등이 일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당장은 아기를 찾는 게 급선무.

 

그는 그들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아기를 찾는 게 나을 거라 판단했다.

 

 

 

“흥, 아기를 뺏기고 나니 똥줄이 타나 보군.”

 

이정한이 코웃음 치며 능상악을 노려보았다.

 

능상악의 얼굴은 초상을 워낙 많이 봐서 몇 번이나 만난 사람 같았다.

 

그 말을 들은 능상악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입장. 이를 악물고 분노를 참았다.

 

“나도 내 잘못을 잘 안다. 하지만 내가 왜 그대에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군.”

 

“모른다고? 우리는 헌원 소저의 부탁을 받고 단 대형과 함께 아기를 찾으려고 온 사람이오. 당연히 당신에게 뭐라고 할 자격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오. 구양 궁주의 명령으로 헌원 소저의 아기를 숨겼으면 제대로 지키기라도 해야지, 왜 천사교 놈들에게 빼앗긴 거요? 흥, 아기를 뺏기고도 그런 말은 듣기 싫은가 보군.”

 

이정한이 강하게 구석으로 몰아붙이자, 능상악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 때 천기룡이 나서서 말했다.

 

“그만하시오. 지금은 아기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오. 우리끼리 싸울 시간이 없소이다.”

 

능상악은 차대 삼성궁주로 내정된 천기룡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소궁주.”

 

“이 형도 참으시오. 능 대주는 궁주의 명을 수행했을 뿐이오. 그렇다고 해서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일은 나중에 따져도 되지 않겠소?”

 

이정한도 그쯤에서 물러났다.

 

“알겠소. 하지만 이 점만은 분명히 아셔야 할 거요. 아기를 찾지 못하면 삼성궁에 날벼락이 떨어질 거라는 걸.”

 

천기룡은 삼성궁을 얕보듯이 말하는 이정한의 말에 기분이 조금 상했지만 당장 따지지는 않았다.

 

“그만하고 출발합시다. 능 대주도 자신의 잘못을 안다면 최선을 다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 * *

 

 

 

북궁천도 황보청 일행과 비슷한 시점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철교신 때문이었다.

 

평소 둔하게 보이는 그가 가끔은 사람의 뒤통수를 때리는 말을 하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놈들이 길을 잘 몰라서 엉뚱한 곳으로 갔으면 어떡하지?”

 

그가 냉호에게 걱정된다는 투로 하는 말을 듣고 북궁천이 갑자기 멈춰 선 것이다.

 

“어? 주군, 저는 그냥 걱정되어서 한 말일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철교신이 지레 놀라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북궁천이 멈춰 선 것을 그를 야단치기 위함이 아니었다.

 

“엉뚱한 곳으로 간다? 만약 길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인 거라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그가 임강령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급해서 소존이 여우 같은 자라는 걸 깜박했습니다. 더구나 그의 곁에 혈뇌마저 있거늘…….”

 

“그럼 궁주는 그들이 북쪽으로 가지 않았다고 보는가?”

 

“그자들을 소존이나 혈뇌가 직접 보냈다면, 아기를 얻었을 때의 퇴로까지 지시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빤히 예측할 수 있는 북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퇴로로 정했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북궁천의 말뜻을 이해한 임강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침음을 흘렸다.

 

“으으음.”

 

“그걸 또 역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장추람이 슬쩍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상대는 정파 연합 세력을 곤란하게 만든 자들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임강령이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지나친 역발상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지. 그걸 모를 자들이 아니야. 궁주는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

 

북궁천은 고개를 돌려 남쪽을 바라보았다.

 

진아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그 역시 방향을 튼다는 게 모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오가면서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큰 곳을 택하는 게 최선이다.

 

이를 지그시 악문 그가 결단을 내렸다.

 

“남양 쪽으로 갑시다. 놈들이 남쪽으로 향했다면 아직 남양 일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쪽으로 갔을 경우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사객은 계속 북쪽 길로 가라. 이틀을 쫓았는데도 놈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으면 적미진의 객잔으로 가서 연락을 기다려라.”

 

“예, 주군!”

 

 

 

* * *

 

 

 

푸드드득.

 

회색빛 비둘기 한 마리가 창가에 있는 비둘기집으로 들어왔다.

 

암경회 밀사당(密事堂) 당주 한초상은 비둘기 발목에 매달린 전통을 보고는, 구멍 속으로 손을 넣어서 먹이를 먹는 비둘기를 꺼냈다.

 

전통에 붉은 실이 매어져 있었다. 지급(至急)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는 뜻.

 

반 시진 전에도 지급 서신이 왔는데 또 왔다.

 

‘그 일과 연관 있는 건가?’

 

한초상은 전통을 열고 그 안에서 작은 서신을 빼냈다.

 

비둘기를 다시 안에 넣은 그는 서신을 보지도 않고 방을 나섰다.

 

지급으로 온 서신이었다. 펼쳐서 읽는 시간도 줄여야 했다.

 

 

 

왕두평은 서신을 펴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젠장!”

 

“왜 그러십니까, 회주?”

 

왕두평은 한초상의 궁금증을 바로 풀어 주지 않고 일단 질문부터 던졌다.

 

“능상악을 찾는 우리 애들, 얼마나 풀어 놓았지?”

 

“이백 정도 됩니다.”

 

“남양에 남은 인원은?”

 

“정무사만 말입니까?”

 

“그래.”

 

암경회의 인원 구성은 무공을 익힌 정무사와 단순히 암경회를 따르는 흑도의 건달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중 정무사에는 온갖 군상들이 다 모여 있었다. 문파에서 파문당한 자, 죄를 짓고 도망 다니는 자, 돈이 필요해서 팔려오다시피 들어온 자 등등.

 

특히 왕두평이 욕심내서 끌어들인 몇 명은 도검이 난무하는 강호에서도 능히 한가락 할 수 있는 고수들이었다.

 

바로 그들이 있었기에 암경회가 환락방을 누르고 남경의 흑도 세력을 장악한 것이다.

 

“백오십 정도 남았습니다.”

 

“다 끌어모아. 최대한 빨리! 밖에 나가 있는 애들도 연락해서 돌아오라고 하고.”

 

평소 느긋하던 왕두평이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붙이자, 한초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회주님, 무슨 큰일이라도 있습니까?”

 

“읽어 봐.”

 

왕두평은 서신을 한초상에게 넘겨주었다.

 

한초상은 서신을 빠르게 읽어 보았다.

 

서신을 읽는 그를 향해 왕두평이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마차를 산 놈들이 아무래도 아기를 납치한 놈들 같군요.”

 

“놈들이 왜 방성으로 가서 마차를 샀을 거라고 보나?”

 

“그야 마차를 타고 이동하겠다는 생각이겠지요.”

 

“그럼 어디로 갈까?”

 

“마차를 몰고 가니 관도를 따라서…… 이런! 이쪽으로 올지도 모르겠군요.”

 

뒤늦게 왕두평의 말뜻을 알아들은 한초상이 눈을 크게 떴다.

 

왕두평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남양 일대에 비상을 걸고 방성 쪽에서 오는 마차를 잘 살펴보라고 해. 놈들을 발견하면 철저히 감시만 하고,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 덤벼들면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줘라.”

 

“예, 회주!”

 

 

 

* * *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수상하다 싶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봄비가 본격적으로 내릴 즈음, 마차 한 대가 당하 외곽을 지나갔다.

 

다리가 짧은 말 두 마리가 모는 쌍두마차였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을을 비켜 가더니 외곽에 있는 마지막 객잔 앞에 멈췄다.

 

하지만 마차 안에 탄 사람은 나오지 않고 마부만 내렸다.

 

그나마도 한 사람만 객잔으로 들어가고 한 사람은 마차 옆에서 서성거렸다.

 

마치 마차를 지키듯이.

 

일각도 되지 않아서 객잔 안으로 들어간 자가 음식이 담긴 보따리를 들고 나왔다.

 

그들은 다시 마차에 타더니 말 머리를 돌려 당하에서 멀어졌다.

 

밖으로 나와 봄비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던 점소이가 그들을 보고 중얼거렸다.

 

“뭐가 그리 급해서 비 오는 길을 재촉하는 거지? 저러다 땅이 질척해지면 마차가 오갈 수도 없을 텐데 말이야.”

 

 

 

점소이의 저주(?)를 받은 마차는 이십 리를 채 벗어나지도 못하고 멈췄다.

 

바퀴가 진창에 빠지면서 축이 부러진 것이다.

 

“조장, 축이 부러졌습니다. 아무래도 걸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마부석에 내린 흑의인 하나가 바퀴를 살피더니 안에 대고 말했다.

 

안에 타고 있던 사밀영의 삼조장 마응초는 와락 짜증이 났다.

 

싼 맛에 사긴 했지만 처음부터 마차가 마음에 안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는 내내 계속 속을 썩이더니 끝내 말썽이다.

 

‘차라리 잘된 것인지도 모르겠군.’

 

사람들이 아기를 보면 의심할지 모르니 등주까지는 마차를 타고 이동하라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마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것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이놈의 말이 당나귀인지 말인지 모를 정도로 느렸다.

 

나중에 마차를 판 늙은이를 만나면 단칼에 목을 잘라 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마차가 달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니 사야승도 그를 탓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마음을 정리하고 아기를 챙겼다.

 

바퀴의 축이 부러지면서 마차가 한쪽으로 쏠린 바람에 아기가 든 보따리가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보따리를 구석에서 들어낸 그는 천을 들추고 아기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응?’

 

그는 손가락을 아기의 코에 가져다 댔다.

 

순간적으로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손가락에 아무런 느낌도 없는 것이다.

 

‘뭐야? 아기가 숨을 안 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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