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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록 23화

무료소설 마정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정록 23화

 

23화

 

 

 

 

 

 

 

한 사람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급히 땅을 박차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러나 두 사람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순간, 이 장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의 가슴이 쩍 갈라지고, 낫에 잘린 볏단처럼 무너지는 그들의 가슴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큭!”

 

“꺼억!”

 

북궁천은 일자패천검(一字覇天劍)으로 두 복면인을 처리하고 허공에서 떨어지는 자를 향해 좌권을 뻗었다.

 

후웅! 쾅!

 

“크억!”

 

일 장 허공에서 검을 내려치려던 그자는 비명을 내지르며 튕겨졌다.

 

북궁천이 청의복면인들을 쓰러뜨리는 동안 나머지 청의복면인들이 장대한 체구의 복면인 바로 뒤까지 다가왔다.

 

북궁천은 뒤로 미끄러지듯이 물러나며 공손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제법 먼 거리를 달린 그녀를 순식간에 따라잡은 북궁천은 그녀의 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잘했어. 꽉 잡아.”

 

공손설은 기다렸다는 듯 찰싹 달라붙어서 북궁천이 신법을 펼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저 죽일 놈이……!”

 

장대한 체구의 복면인은 이를 갈며 다시 그를 추적했다. 뒤따라온 복면인 열두 명도 그를 따라서 또 달렸다.

 

그리고 잠시 후. 북궁천은 또 공손설을 먼저 보내고는 앞서 달려오는 장대한 체구의 중년인을 맞이했다.

 

“자, 또 한 번 해볼까?”

 

그 후의 결과는 전과 비슷했다.

 

 

 

똑같은 상황이 세 번 연속되자 청의복면인의 숫자가 여섯으로 줄었다.

 

장대한 체구의 중년인도 복면 사이로 가느다란 피가 흐르고, 터져 나간 옷 여기저기가 붉게 물든 상태였다.

 

그는 북궁천과 공손설이 면산을 벗어나자 더 이상의 추적을 포기하고 걸음을 멈췄다.

 

분노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잡을 수 없는 놈을 잡겠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는 없는 일.

 

으드득, 이를 간 그는 저 멀리 서 있는 북궁천을 노려보며 가슴이 펄펄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간다. 오늘의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것이다.”

 

 

 

북궁천은 언덕 위에 서서 그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흐음, 눈치가 빠르군. 한 번만 더 쫓아오면 깨끗이 청소하려고 했더니…….”

 

바짝 붙어서 있던 공손설은 힐끔 북궁천을 올려다보았다.

 

북궁천이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어쩌다 저렇게 독한 자들과 싸우게 된 거냐? 누구야?”

 

청의복면인들은 동료의 죽음을 보고도 눈빛 한 점 변하지 않았다.

 

냉혈을 지닌 사람처럼.

 

게다가 그들이 지닌 기운에서는 마기마저 느껴진 터였다.

 

그런데 공손설이 보기에는 그가 몇 배 더 지독했다. 저 지독한 자들에게 악몽을 선사한 사람이 아닌가.

 

“저도 어떤 자들인지 모르겠어요. 그보다 낭랑과 엽 아저씨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녀는 긴장이 완전히 풀어지자 두고 온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너무 걱정 마라. 복면을 뒤집어쓴 놈들이 전부 우리를 따라왔잖아?”

 

“그래도 부상이 심하셨는데.”

 

“아우들이 그들을 도왔을 거야.”

 

“아, 맞아. 단 공자께 일행이 있었죠?”

 

그제야 공손설의 표정이 밝아졌다.

 

“저를 집까지 데려다 주시면 아버님께서 큰 상을 내리실 거예요.”

 

그녀는 당연히 북궁천이 함께 갈 거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북궁천은 큰 상도 반갑지 않았다.

 

“내가 왜 너를 집에까지 데려다줘야 한단 말이냐?”

 

“강호의 협사가 연약한 여자를 위험한 곳에 그냥 놔두시겠다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가슴이 뜨끔한 북궁천은 대답을 얼버무렸다.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런데 협사면 너를 집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 거냐?”

 

“그야 당연하죠. 더구나 자신의 입으로 대협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셨잖아요. 대협이 되려면 나이 어린 여자를 보호하는 것 정도는 기본이죠.”

 

말 한마디를 꼬투리 삼아서 족쇄를 채우려 하다니.

 

북궁천은 공손설이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이제 보니 겉은 새끼 양처럼 순한데, 속은 여우군.’

 

그는 일단 상황을 돌리기 위해서 고개를 면산 쪽으로 돌렸다.

 

“놈들이 떠났으니 가 보자.”

 

 

 

협곡의 입구에 도착할 무렵, 저 멀리서 이정한 등이 내려오는 게 보였다.

 

이정한이 능소소를 업고, 초강이 엽청문을 업고 있었는데, 북궁천과 공손설을 보고는 환한 표정으로 걸음을 빨리했다.

 

 

 

 

 

 

 

9장. 황하는 도도히 흐르고

 

 

 

 

 

공손설 일행과 함께 평요로 들어간 북궁천은 일단 추룡당의 무사를 찾아보았다. 그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추룡당 무사 두 사람이 평요의 성문 근처에서 오가는 사람을 감시하고 있었으니까.

 

북궁천은 그들에게 범인의 인상착의가 육대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사마주광에게 자신이 그냥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하라고 했다.

 

북궁천이 그 일을 마무리하는 동안 동호량이 쌍두마차 한 대를 구했다. 당연히 돈은 철군성 쪽에서 지불했다.

 

마차를 구한 후 간단히 식사를 마친 그들은 마차에 공손설과 능소소, 엽청문을 싣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북궁천은 철군성까지 갈 마음은 없었다.

 

임분(臨汾)에 철군성 지부인 옥검문이 있다고 했다. 그곳까지만 가면 공손설 일행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북궁천이 장대한 체구의 복면인에 대해서 들은 것은 하루가 지난 후, 냇가에서 잠시 쉴 때였다.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른 능소소가 북궁천에게 물었다.

 

“공자와 싸운 자가 누군지 아세요?”

 

그녀는 이제 북궁천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스스로 아랫사람인 것처럼 북궁천을 대했다.

 

“짐작 가는 자라도 있소?”

 

“아무래도 웅산검호(熊山劍豪) 곽전유 같아요.”

 

그녀의 말에 북궁천을 제외한 모두가 해연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특히 엽청문은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웅산검호 곽전유는 하남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의 고수를 꼽을 때 항상 이름이 거론되는 고수였다. 또한 정파의 검객으로 알려진 자였다.

 

“그게 정말이야, 소매?”

 

“아직 확실치는 않아요. 다만, 그가 천천히 검을 뻗을 때 무명지 마디 하나가 잘린 걸 봤어요. 제가 알기로 곽전유는 과거 검왕 백리진과의 대결에서 손가락 한 마디가 잘렸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가 아닐까 생각한 거죠.”

 

검강을 자연스럽게 펼칠 줄 아는 검의 고수는 강호 전체를 통틀어도 이삼십 명에 불과하다. 그러한 고수 중 무명지가 잘린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그런데 그자가 왜 산서까지 와서 아가씨를 납치하려고 한 거지?”

 

엽청문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에 대한 대답은 공손설이 했다.

 

“아버지께서 언젠가부터 고민하시던 일이 있는데, 그 일과 관련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북궁천의 눈이 그녀를 향했다.

 

“무슨 고민인데?”

 

“저도 잘 몰라요. 제가 무슨 고민이냐고 여쭤볼 때마다 쓴웃음만 지으시며 걱정 말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왜 그 일과 관련되었을 거라 생각한 거지?”

 

“그냥 예감이 그래요. 왠지 좋지 않은 예감 같은 거…….”

 

북궁천이 그녀의 말에 입술을 비틀었다.

 

“쪼그만 게 예감은 무슨…….”

 

“피이, 오빠는…… 아니, 단 공자님은 제 예감이 얼마나 뛰어난지 몰라서 그런 말씀하시는 거예요.”

 

“뛰어나 봤자 꼬마 계집아이의 예감이 얼마나 뛰어나겠냐?”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도 열여섯 살이나 된단 말이에요.”

 

“열여섯? 훗, 스무 살 되면 할망구 흉내 내겠군.”

 

“쳇, 남들은 이제 시집가도 되는 나이라고 하는데…….”

 

“네가 아무리 그래 봐야, 내 눈에는 그냥 막내 동생 같은 꼬마일 뿐이야.”

 

순간 공손설의 눈빛이 샛별처럼 반짝였다.

 

“좋아요, 그럼 앞으로는 저도 단 공자라고 안 부르고 오빠라고 부를 거예요. 그래도 괜찮죠?”

 

뭔가 이상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싫지는 않으니 그러라고 했다.

 

“맘대로 해. 없던 여동생 하나 생긴 셈 치지 뭐.”

 

형제 하나 없이 살아온 그로선 항상 형제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웠다. 이정한 등과 쉽게 호형호제한 것도 그래서였는데, 여동생이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열여섯 소녀에게 ‘여동생과 오빠’가 어떤 의미라는 것도 모르면서.

 

 

 

* * *

 

 

 

공손설 일행을 태운 마차는 평요를 출발한 지 사흘 후 임분에 도착했다. 다행히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의 습격은 없었다.

 

임분으로 들어간 그들은 철군성 지부인 옥검문으로 향했다.

 

이정한이 마차를 몰았는데, 그는 옥검문을 잘 아는 듯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도 알아서 방향을 잡았다.

 

마차가 옥검문의 정문 앞에 멈추자 정문 위사 두 사람이 목에 잔뜩 힘을 주고 다가왔다.

 

“무슨 일이오?”

 

이정한은 그보다 더 목에 힘을 주고 대답했다.

 

“공손설 소저께서 당도하셨소. 안에 부상당한 분이 타고 계시니 정문을 활짝 열고 문주께 보고를 올리시오!”

 

위사는 눈을 껌벅이더니 곧 공손설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깨닫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공손설 소저라면…… 본 성의 넷째 소저?”

 

“어허! 어서 문을 열지 않고 뭐하는 거요?”

 

정문 위사는 부랴부랴 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더니 정문을 활짝 열었다.

 

이정한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마차를 몰았다.

 

그 모습을 보고 북궁천이 피식 웃었다.

 

“제법인데?”

 

 

 

정문을 통과한 마차는 연무장을 가로지른 다음 옥검전 앞에 도착해서야 멈췄다.

 

“소저, 다 왔습니다. 내리시지요.”

 

동호량이 재빨리 마차 문을 열어 주자 공손설이 밖으로 나왔다. 뒤를 이어 엽청문이 나오고, 능소소가 힘겨운 표정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때 언제 마부석에서 내렸는지 이정한이 그녀를 향해 척, 팔을 내밀었다.

 

“제 팔을 잡으십시오.”

 

“고마워요.”

 

동호량과 초강이 힐끔거리며 쳐다봤지만 이정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많은 사람들이 마차를 향해 몰려왔다. 그중에는 옥검문의 문주인 이웅조도 있었다.

 

“허허허, 우리 아름다운 조카께서 이곳에 어인 일이실까?”

 

공손설을 향해 웃으며 다가가던 그는 부상당한 엽청문과 능소소의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어! 엽 위사와 능 위사는 어쩌다가……?”

 

공손설은 씁쓸한 표정으로 답을 미뤘다.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해요, 이 숙부님.”

 

“그, 그러자꾸나. 안으로 들어가자.”

 

이웅조가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돌아서자, 공손설은 뒤를 돌아다봤다.

 

북궁천이 무거운 짐을 내린 사람처럼 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들어가 봐라.”

 

“왜요? 오빠는 안 들어가세요?”

 

“우리? 우리는 객잔에 가서 쉬면 되니 걱정 마라.”

 

“무슨 말씀이세요? 은인을 어떻게 그냥 보내요?”

 

“갈 길이 바빠서 그런다. 촌각이 아깝거든.”

 

“그래도 이렇게 보낼 순 없어요.”

 

“대가로 마차를 받았으니 그 정도면 충분해. 빨리 들어가 봐. 사람들이 기다리잖아.”

 

“정말로 그냥 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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