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풍전설 2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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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천풍전설 246화
246화
금귀옥?
단리욱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그가 모르는 사람 중 금귀옥을 들먹일만한 사람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럼 네놈이 그때 그놈……?”
풍천은 그와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저승에 가거든 염왕에게 말해. 내가 보내서 왔다고.”
찰나였다. 풍천의 손이 들리고, 묵전의 검첨에서 묵광이 번쩍였다.
단리욱은 등골이 오싹한 느낌에 급히 몸을 틀며 도를 휘둘렀다.
쩡!
도가 묵뢰를 후려친 순간, 그의 도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도만 날아간 것이 아니었다. 도를 잡은 그의 손도 팔꿈치에서 잘린 채 위로 튀어 올랐다.
“크어억!”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단리욱은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바로 그 순간, 한 줄기 묵뢰가 그의 심장을 관통했다. 그리고 핏줄기가 전면으로 뿜어졌다.
단리욱은 부들부들 떨면서 비칠비칠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세 걸음 만에 주저앉더니 풍천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너……, 너…….”
“나도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바빠서 안 되겠어.”
풍천은 냉랭히 말하며 몸을 돌렸다.
저만치에서 초웅이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광풍폭우가 따로 없었다. 초웅의 칠 척 대도가 휘둘러질 때마다 서너 명이 피를 뿌리며 지옥으로 달려갔다.
“정말 굉장하군. 과연 우리 천풍장의 문지기로는 최고야.”
흐뭇한 웃음을 지은 풍천은 전장을 훑어보았다.
공손무백이 누군가와 일대일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게 보였다. 굳이 상대가 누군지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마도의 무리 중 공손무백과 접전을 벌일 자는 두셋밖에 안되었다. 혁련궁과 섭위릉, 구인창 정도.
그런데 모습으로 봐서는 혁련궁인 듯했다.
“미안한데 말이야, 둘 중 누가 이겨도 승리는 당신들 것이 안 될 거야.”
섭위릉은 풍천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가 아는 풍천은 괴물이었다. 혁련궁이라 해도 막을 수 없는 천하제일의 괴물.
게다가 그의 곁에는 자신에게도 밀리지 않는 고수가 몇이나 있었고, 다른 자들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가 일행들과 함께 나타난 이상 승산이 없다 생각한 그는 혁련후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혁련후와 대결하고 있는 공손문을 향해 쌍장을 뻗었다.
콰르르릉!
공손문은 느닷없는 섭위릉의 공세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혁련후만 해도 버거운 판이었다. 그에 뒤지지 않는 고수가 협공한다면 혼자서 상대할 수 없었다.
“흥! 역시 마도 놈들이라 비겁하구나!”
혁련후는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섭위릉을 바라보았다.
“물러서시지요, 대장로. 저자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그럴 시간이 없네.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게!”
“무슨 말입니까?”
섭위릉은 답답했지만 길게 말할 여유가 없었다.
“내 말대로 하게! 어서!”
혁련후를 향해 소리친 그는 전 공력을 끌어올리고 앞으로 나섰다.
혁련후는 눈살을 찌푸린 채 섭위릉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묵광이 감도는 검을 든 청년이.
기이하게도 다가오는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접근을 하지 못했다. 아니 접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있는 것조차 모르는 듯했다.
“저자가 누군데 그러십니까?”
“시간이 없네! 어서 가게!”
바로 그때, 허무정의 말처럼 긴 얼굴이 혁련후의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대장로의 말씀대로 할 수 없을 것 같군요. 이자는 대장로께서 맡아주십시오.”
“소성주!”
섭위릉이 흠칫하며 혁련후를 불렀다.
하지만 혁련후는 들은 척도 않고 허무정을 향해 몸을 날리며 냉랭히 소리쳤다.
“허무정, 누님을 농락한 죄를 모르진 않겠지?”
허무정은 혁련후의 말뜻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기에 할 말이 많았다.
“흥!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싫다는 사람 붙잡아 놓은 놈들이 누군데 헛소리를 하는 거냐?”
그는 혁련후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갔다.
그러나 그의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해도 아직 혁련후의 맞상대는 되지 못했다.
허무정은 사오 초 만에 뒤로 밀리기 시작하자 얼굴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아직도 안 되나?’
그때였다. 풍천이 건들거리며 혁련후에게 다가갔다.
“허 형은 다른 곳이나 도와주쇼. 저자는 제가 처리할 테니까.”
그러고는 훌쩍 몸을 날리더니 혁련후를 향해 검을 뻗었다.
우르르릉!
나직이 울리는 벽력음.
혁련후는 숨이 턱 막히는 가공할 압력에 두 눈을 부릅뜨고 급히 뒤로 물러섰다.
풍천은 뇌정명으로 혁련후를 물러서게 만들고는 여전히 건들거리는 투로 말했다.
“어이, 당신이 혁련후요? 저기 저 양반이 도망가라고 할 때 도망가지 왜 버티는 거요? 허 형하고 웬수 진 일이라도 있수?”
섭위릉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자가 마침내 나섰다.
말투나 행동은 영락없이 건달 같거늘, 그런 자의 일검에 물러서다니!
울컥, 자존심이 상한 혁련후는 풍천을 향해서 신형을 날렸다.
“얼마나 강해서 그따위 건방을 떠는지 한 번 보자, 이놈!”
그 광경을 본 섭위릉이 대경해서 외쳤다.
“안 돼!”
풍천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혁련후를 보며 묵전을 들어 올렸다.
상대는 남천신마 혁련궁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혁련후였다.
사정을 봐주면서 상대할 수 없는 자.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찰나였다.
우르르릉.
뇌음이 이는가 싶더니, 한줄기 묵광이 쭉 뻗어나갔다.
혁련후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숨이 턱 막히자, 전력을 다해서 도를 내리쳤다.
혈왕기가 실린 혈왕마도가 그의 손에서 펼쳐지며 풍천의 검세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아앙!
주르륵, 여섯 자를 밀려난 풍천은 묵전검에 십성의 공력을 주입했다.
반면 혁련후는 이 장을 훌훌 날아갔다.
내려선 후에도 두 걸음을 물러나서 겨우 중심을 잡은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두 눈을 부릅떴다.
바로 그때, 풍천의 묵전검 끝에서 시커먼 벼락이 휘몰아쳤다.
“피하게!”
섭위릉이 대경해서 소리치며 신형을 날렸다.
찰나였다. 풍천의 모습이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곧 허공 삼 장 위에서 시커먼 벼락이 대기를 갈기갈기 찢으며 그물처럼 떨어져 내렸다.
쩌저저적!
처음으로 펼쳐진 뇌정천결의 삼초, 뇌정망(雷霆網)이었다.
혁련후는 섭위릉과 함께 풍천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콰과광!
또다시 굉음이 울리면서 섭위릉과 혁련후의 몸이 뒤로 튕겨졌다.
이번에는 풍천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는지 이 장 정도 날아간 다음 땅에 내려섰다.
섭위릉은 이를 악물고 몸을 세웠다. 속이 울렁거리고 온몸의 뼈가 부서진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몸을 세우고 혁련후를 다그쳤다.
“소성주! 내가 막을 동안 이곳을 빠져나가게!”
혁련후는 숨이 턱 막히고,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그자리에 주저앉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순간, 한쪽에서 귀청을 찢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홱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뒤로 물러나는 혁련궁이 보였다.
“아버님!”
그가 악을 쓰듯 외쳤다.
그때 혁련궁이 십이마영에게 명령을 내렸다.
“십이마영은 후아를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라!”
흩어져서 다른 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던 십이마영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혁련후를 향해 몰려갔다.
혁련후는 십이마영이 둘러싸자 노성을 내질렀다.
“비켜라!”
그때 공손무백과 대치하고 있던 혁련궁이 전 공력을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이 아비의 마지막 명령이다! 어서 가라!”
혁련후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그는 혁련궁이 무슨 뜻으로 자신을 보내려는지 알기에 가슴이 먹먹했다.
십이마영은 혁련궁이 이십 년에 걸쳐서 특별하게 기른 비밀호위무사들이었다.
그들이라면 최악의 경우라 해도 혁련궁의 목숨을 구할 수 있거늘,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그들을 떠나보내려는 것이다.
‘아버님!’
하지만 감상에 젖어 있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마도연합 무사들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섭위릉도 몇 초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지체하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핏발 선 눈으로 혁련궁을 바라보던 그는 홱 몸을 돌렸다.
“가자!”
풍천은 혁련후가 도주하려는 걸 알고 섭위릉을 향해 검을 뻗었다. 승광에 이어서 탄유가 연속으로 펼쳐지며 묵빛 뇌전이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섭위릉을 노렸다.
아연해진 섭위릉은 전력을 다해서 쌍장을 휘둘렀다.
하지만 내상이 심한 그의 몸으로는 자유자재로 날아드는 검세를 온전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쾅!
그의 장세와 부딪힌 묵빛 검강이 사선으로 꺾어지며 그의 어깨를 뚫었다.
“크억!”
섭위릉은 신음을 흘리며 뒤로 정신없이 물러섰다.
그의 앞섬이 온통 시뻘건 피로 물들었다.
풍천은 유령처럼 다가가며 재차 검을 뻗었다.
눈을 치켜뜬 섭위릉은 동귀어진이라도 하겠다는 듯 풍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풍천의 신형이 좌우로 흔들리며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섭위릉은 머리 위에서 풍천의 기색을 느끼고 허공을 향해 손을 저었다.
그러나 내상이 극심한 그의 손은 전과 같은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그가 풍천의 공세를 걷어내기 전 등줄기를 타고 벼락이 떨어졌다.
퍼벅!
떼굴떼굴 두어 바퀴를 구른 섭위릉은 땅을 짚고 몸을 반쯤 일으킨 채 고개를 들었다. 풍천을 바라보는 그의 입에서 허탈감마저 느껴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 정말 강하구나. 세상에 너 같은 놈이 있다니…….”
한 마디 한 마디 흘러나올 때마다 그의 입에서 선홍빛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풍천은 더 이상 섭위릉을 상대하지 않고 도주하는 혁련후를 향해서 몸을 날렸다.
십이마영 중 셋이 그의 앞을 막았다.
묵전검이 그 중 한 사람의 검을 튕겨내고 목을 베어버렸다.
천라신수가 일 장의 거리를 두고서 또 다른 자의 가슴을 함몰시켰다.
단숨에 십이마영 둘을 무너뜨린 풍천은 남은 하나를 놔둔 채 천풍무영류를 펼쳐서 혁련후를 쫓았다.
혁련후는 섬뜩한 느낌이 다가오자 십이마영을 향해 소리쳤다.
“허공이다! 막아라!”
십이마영 중 여섯이 망설이지 않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은 풍천을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목숨을 던져서라도!
그들의 뜻은 헛되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신마비원의 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자들이었다. 더구나 여섯이나 되었다. 그들의 목숨을 건 합공을 막아낼 수 있는 자는 천하를 통틀어도 다섯을 넘지 않을 것이었다.
“젠장! 더럽게 달라붙네!”
풍천은 투덜거리며 그들을 향해 묵전을 휘둘렀다.
그 사이 혁련후는 거리를 삼십여 장으로 벌였다.
여섯 명의 마영 중 넷을 벤 풍천은 혁련후를 쫓아갔다.
혁련후는 젊다는 것만으로도 혁련궁보다도 위험한 자. 반드시 제거해야만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혁련후가 도주하는 앞쪽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본 풍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타난 사람들은 공손무헌과 천상선원의 원로들이었던 것이다.
방향을 틀기도 어정쩡한 상황. 십이마영 셋은 길을 뚫기 위해서 그들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공손무헌과 천상선원의 원로들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결국 십이마영의 나머지가 피를 뿌리며 쓰러지자 혁련후는 걸음을 멈추고 광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하!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아버님! 죄송합니다! 소자가 먼저 가겠습니다!”
그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상황, 잠력을 폭발시켜서 선천진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화르르르르!
가공할 진기를 온몸에 퍼뜨린 그는 공손무헌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너는 우리가 상대해주마!”
공손무헌의 좌우에 서 있던 쌍위가 앞으로 나서서 혁련후를 막았다.
혁련후는 선천진기를 끌어올림으로써 절대지경에 오른 상태였다.
쌍위는 오초를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천상선원의 원로 둘이 더 나섰다.
혁련후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퍼버벅!
십여 초 만에 삼 장을 날아간 혁련후는 피를 토해내고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하지만 선천진기마저 모조리 쏟아낸 그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후아야!”
혁련궁이 그 모습을 보고 절규하듯 외쳤다.
그 바람에 진기가 흐트러져서 공손무백의 용화신공이 가슴으로 파고드는 걸 제때에 차단하지 못했다.
콰광!
“크으으윽!”
공손무백의 용화신공에 가슴을 얻어맞은 혁련궁은 입에서 피를 뿜으며 훌훌 날아갔다.
“성주!”
뒤로 처진 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사우가 날듯이 달려가며 피를 토하듯 외쳤다.
그는 공손무백이 또다시 검을 쳐드는 걸 보며 혼신을 공력을 다 쏟아내서 검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