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풍전설 116화

무료소설 천풍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78회 작성일 24-05-07 00:52

소설 읽기 : 천풍전설 116화

<div class="viewer_text" style="font-size: 18px; line-height: 28px; color: rgb(0, 0, 0); font-family: Gothic;"> 116화      관추양은 두 사람이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무공을 익힌다는 걸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 ‘무공을 남 앞에서 함부로 익히다니. 저 잠풍이란 청년도 그렇고, 상관 성을 쓰는 사람도 순수하군.’ 그는 더 이상 밖의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눈을 감았다. 하루라도 빨리 어깨를 낫게 해야 했다. 그래야 친구를 찾아가서 왜 그래야만 했는지 물을 수 있었다. ‘종화, 부디 진실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나로 하여금 친구에게 칼을 겨누지 않게 해다오.’ 그런데 운기행공에 전념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라니까요? 귀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단 말입니다.” “글쎄 이명(耳鳴)일 수도 있다니까?” “제가 이명과 천둥소리도 구분 못하는 사람인 줄 아세요?” “어허, 믿을 걸 믿으라고 해야지. 익히기 시작한지 두 시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뇌명이 울린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믿겠는가?” “참나, 속고만 사셨나…….” “마음을 비우고 좀 더 집중하게. 집중하지 않으니 귀에서 소리만 들려도 뇌명처럼 생각되는 거네.” “그게 아니라 진짜라니까요?” “자네가 검에 대해서 나보다 잘 아나?” “뭐 그건 아니지만…….” “그럼 내 말 듣게.” “에이, 진짠데…….” 그때였다. 배에 힘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아래쪽에서 우렁찬 천둥소리가 울렸다. 부우웅. 어둠을 뒤흔드는 방귀 소리.  풍천은 상관경의를 힐끔거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상관경의는 입꼬리를 비틀고 겨우 웃음을 참았다. “이제 보니 뱃속에서 난 천둥소리를 들었나 보군. 하여간 자네 엉뚱한 것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 상황에서 방귀라니…….” 이제는 풍천조차 헷갈렸다. “이상하네.” ‘뱃속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울린 것 같았는데. 검에서도 울렸고.’ 산신당에서 운공을 하던 관추양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천둥이 어쩌고 하는 걸 보니 뭔가 거창한 무공을 익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풍천이 익히려는 무공이 이름만 거창할 뿐 별 볼 일 없는 것일 거라 확신했다. 그렇게 대단한 무공을 남 앞에서 저렇게 말다툼하면서 익히는 사람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게다가 방귀까지 뀌면서.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자세는 괜찮군.’ 풍천과 상관경의가 어떤 사람들이란 걸 상상도 못 한 그는 언제 기회가 되면 풍천에게 한 수 가르쳐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풍천에게 치료비를 반밖에 주지 못한 것도 갚을 겸.   3   “출발하겠습니다, 아버님.” 육 척에 이르는 당당한 체구, 가라앉은 눈빛에서 은은한 묵광이 쏟아지는 장한이 혁련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혁련궁에게 아버님이라 호칭할 만한 남자는 신마성에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신마비영 혁련후! 그랬다. 그가 바로 혁련궁의 단 하나뿐인 아들, 혁련후였다. “자근자근 밟아서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하라.” “그리 할 것입니다.” “수상한 놈들이 끼어들지 모른다. 경계를 철저히 해라.” “어쩌면 지금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상관치 않겠습니다. 강호는 힘으로 말하는 곳, 놈들이 앞을 막는다면 천하를 놓고 놈들과 한판 벌여보지요.” 혁련후는 담담히 말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의 두 눈 깊은 곳에서 은은한 묵광이 흘러나왔다. 혁련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신마대전을 둘러보았다. 신마성의 주요간부들이 숨소리도 내지 않고 도열해 있었다. “가라, 가서 천하에 신마성이 왜 천하제일마세인지 알려줘라!” 혁련궁의 목소리가 신마대전을 뒤흔들자 오십여 명의 간부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존명!” “신마천하를 위하여!”   4   날이 밝자 풍천 일행은 곧장 당하로 향했다. 풍천과 상관경의도 어차피 지나가야 할 길이었기에 당하까지 관추양과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 풍천은 당하까지 가면서 시도 때도 없이 뇌정천결을 떠올렸다. 어떤 때는 빠르게 걷다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기는 바람에 상관경의와 관추양이 한참을 앞서가다가 되돌아온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사흘 째 되던 날이었다. 조양에서 북쪽으로 백리 쯤 올라가서 다전령(多電嶺)이라는 언덕을 넘어가는데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비가 쏟아졌다. 갑작스럽게 비를 만난 세 사람은 비를 피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다전령은 죽어가는 고목나무와 삐죽삐죽한 바위만 산재해 있어서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별수 없이 세 사람은 고개를 넘어 마을이 있는 곳까지 가기로 하고 걸음을 빨리했다. 쩌저적! 콰과광! 하늘에서 번갯불이 번쩍이고 귀청을 찢는 광폭한 굉음이 울린 것은 그들이 고개 정상을 막 넘은 직후였다. “멀지 않은 곳에 번개가 떨어진 것 같네. 어서 이 자리를 피하세.” 상관경의는 굳은 표정으로 말하며 고개를 빠르게 내려갔다. 관추양도 챙이 넓은 모자를 한 손으로 잡고 뒤를 따라갔다. 그러나 풍천은 발바닥이 자석에 달라붙은 것처럼 정상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십여 장을 앞서 내려가던 상관경의는 풍천이 또 따라오지 않자 뒤를 돌아다보았다. “자네 지금 뭐하는가?” 풍천은 정상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비 맞는 걸 즐기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닐 터. 아무래도 벼락을 보고 뇌정천결을 깨닫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상관경의는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이보게, 잘못하면 벼락에 맞을지 모르네! 어서 가세!” “잠깐만요. 벼락 떨어지는 거 몇 번만 구경하고 가죠.” “죽을지 모른다니까! 그거 구경한다고 뇌정천결이 금방 깨달아지는 줄 아는가?” 그때였다. 번쩍! 또다시 하늘이 하얗게 변하더니 벼락이 떨어지고 고막을 터트릴 것 같은 굉음이 울렸다. 쩌저저적! 쾅! “우와! 진짜 멋지군요! 벼락이 저기에 떨어졌습니다!” 풍천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좋아했다. 하늘에서 갈지자를 그리며 내리꽂힌 벼락이 백여 장쯤 떨어진 곳의 바위를 때렸다. 전에는 별생각 없이 봐서 벼락이 멋지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깜짝깜짝 놀라게 해서 귀찮기만 했지. 그런데 뇌정천결을 익히는 입장에서 보니 짜릿할 정도로 멋지게 보였다. 그러나 상관경의와 관추양은 좋아할 수가 없었다. 벼락에 눈이 없는 이상 언제 자신들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몰랐다. 맞으면 그 자리에서 끝장이었다. “벼락 맞고 살아났다는 사람 보지 못했네! 어서 가세!” “몇 번만 더 보자니까요.” 관추양이 짜증 나는 투로 물었다. “이보게, 이 고개 이름이 왜 다전령인 줄 아나?” “벼락이 많이 떨어지나 보죠 뭐.” “그렇다네. 그리고 벼락 맞고 죽은 사람도 많지.” 찰나였다. 하늘이 하얗게 변하더니 풍천의 등 뒤로 새하얀 빛줄기가 내리꽂혔다. 상관경의와 관추양은 입을 반쯤 벌린 채 눈을 크게 떴다. 풍천도 오싹한 충격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짜자자자작! 천신이 노해서 하늘을 찢어발기는가! 괴이한 느낌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통하면서 고막이 터질 것처럼 먹먹해졌다. 머리끝이 쭈뼛쭈뼛 서고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어, 어떻게 된 거죠?” “자네 뒤쪽의 고목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네.” 풍천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보았다. 십여 장쯤 떨어진 죽은 고목나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제야 스멀스멀 겁이 났다. 번개를 보고 뭔가 깨달음을 좀 얻어볼까 했더니 구경하다가 벼락 맞아 죽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 그만 가죠.” 상관경의는 풍천이 좌우를 둘러보며 고개를 내려오자 관추양과 함께 먼저 내려갔다. 바로 그때였다. 고개를 돌리던 풍천의 눈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이 보였다. 하늘을 갈기갈기 찢으며 세 줄기로 떨어지던 벼락이 각기 다른 곳으로 흐르며 떨어지는데 마치 뇌정천결의 초식이 그대로 펼쳐지는 것 같았다. 풍천은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눈으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몸속에서 우렛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뇌전낙류산(雷電落流散)!’ 일명 뇌정락(雷霆落)이라 이름 붙인 두 번째 초식의 가장 중요한 요결이 목 안에서 맴돌았다. 사실 상관경의가 워낙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니 말하지 않았지만, 천둥소리를 귀청이 터질 것처럼 들으면서 첫 번째 초식인 뇌정명(雷霆鳴)에 대한 깨달음을 눈곱만큼이나마 얻은 터였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거늘, 두 번째 초식인 뇌정락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광경을 봤다는 것은 엄청난 성과였다, 풍천은 당장 환호를 지를 것 같은 표정으로 상관경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부르지는 않고 혼자 몰래 웃었다. 어차피 말해봐야 믿지도 않을 터, 어느 정도 익힌 다음 콧대를 콱 부러뜨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정말로 몸속에서 천둥소리가 난다니까, 방귀 소리와 분명 달랐다니까 왜 사람 말을 못 믿는 거야?’   5   구화장의 장주인 구화신검 나종화는 서신을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았다. “추양, 모른 척할 것이지 왜 나서서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들려는 거냐?” 서신에는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인 관추양에 대한 행적이 적혀 있었다. 관추양이 부상을 입은 채 수주에 들렀다가 광마방과 마찰을 빚었다는 것, 그곳에서 두 명의 일행을 만나서 함께 북상 중이라는 것까지. 나종화는 관추양이 왜 북상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비록 자신과 가는 길이 다르긴 하지만 관추양은 자신의 하나뿐인 어릴 적 친구가 아니던가. 그는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스스로 죽음을 향해 뛰어드는 걸 보니 곤혹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인정에 휘둘려서 자신의 길을 돌아설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도 못했겠지.’ 그는 서신을 손 안에 움켜쥐고 비볐다. 서신이 가루가 되어서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때 방 밖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장주,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나종화는 손을 털고 밖을 향해 말했다. “누구라 하시더냐?” “저, 하늘 밖에서 오셨다면서 그렇게만 말하면 아실 거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순간 나종화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이 무슨 일로 온 거지?’ 그가 당하에 터를 잡은 지난 오 년간 그들이 직접 찾아온 적은 한 번뿐이었다. 그로 인해서 그는 보다 강해졌고 삼 년 만에 당하 제일을 넘어 하남 남서부에서 손꼽히는 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동안 그들은 어떤 부탁도 하지 않았고 찾아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기에 직접 찾아왔단 말인가? 어쨌든 그들을 오랫동안 밖에 세워둘 수는 없는 일. “기정, 그분을 정중하게 안으로 모셔라.”     제7장. 버마재비를 노리는 참새     1   풍천 일행이 당하에 도착한 것은 석양이 지기 직전이었다. “여기까지 찾아온 걸 보니 친한 친구인가 보죠?” 마을을 관통하는 대로로 들어서며 풍천이 물었다. 관추양의 얼굴에 씁쓸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봐야겠지. 일곱 살 때부터 십 년 이상 친구로 지냈으니까.” 어째 어감이 묘했다. 풍천은 더 묻지 않았다. 물으면 엉뚱한 일에 휘말릴 것 같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의 그런 쪽 감각은 하늘도 놀랄 만큼 정확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상관경의가 불쑥 물었다. “무슨 일로 친구를 찾아온 것인지 알면 안 되겠나?” 관추양은 상관경의를 바라보았다. 지난 사흘간 함께 지냈으면서도 아직 상관경의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성이 ‘상관’이라는 것, 잠풍이라는 청년이 노형이라고 부른다는 것, 내상이 심하고 왼손을 못 쓴다는 것, 검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 그게 그가 아는 전부였다. 그럼에도 그는 상관경의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보면 볼수록 커 보여서 자꾸 보고 있으면 산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석양이 지는 하늘을 향해 시선을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 친구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관추양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겨울바람처럼 차가웠다. “좋은 일은 아닌 것 같군.” “제 귀로 직접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 친구가 그랬는지, 그랬으면 왜 그랬는지 알아볼 생각이지요.” 풍천이 두 사람의 대화를 끊기 위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디 객잔이라도 가서 배부터 채우고 봅시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관경의는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친구 사이에 의가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절대 죽어선 안 될 사람이 죽었습니다.” “혹시, 자네 친구라는 사람이 구화장의 주인 아닌가?” 관추양이 서늘한 눈빛으로 상관경의를 직시했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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