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풍전설 1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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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천풍전설 110화
110화
다른 사람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도 전력을 다해서 배 앞에 있는 신마성 무사들을 공격했다.
소문광과 신마성 무사들은 도주할 줄 알았던 자들이 오히려 전보다 더 사납게 달려들자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 사이 선창가로 들어선 이십여 명의 신마성 무사들이 십오륙 장 거리까지 다가왔다.
바로 그때 선창가 지붕 위에서 기왓장이 화살처럼 날아갔다.
쒜에에엑!
풍천은 지붕을 모조리 뜯어내야 성이 찰 것처럼 손에 잡히는 대로 기왓장을 뜯어내서 신마성 무사들을 향해 날렸다.
어둠 속에서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드는 시커먼 기왓장은 신마성 무사들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공력마저 실려서 그 위력이 쇳덩이나 다름없었다.
쩡! 퍽! 퍼벅! 와장창!
“크억!”
“켁!”
순식간에 대여섯 명이 기왓장에 얻어맞고 돌 맞은 개구리처럼 엎어지고 튕겨졌다.
신마성 무사들은 끊임없이 날아드는 기왓장을 피해서 정신없이 뒤로 물러섰다.
화청백은 그 사이 소문광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그의 검은 전에도 위태곤과 시마충을 곤경으로 몰아넣었을 만큼 강했다. 팔대신마조차 얕보지 못하고 신중하게 상대할 정도였다. 하물며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강해진 상태였다.
오초가 흐를 즈음 화청백의 검이 소문광의 팔을 잘라내고 심장을 갈랐다.
“크으윽, 네놈이…….”
소문광은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화청백은 소문광을 처리하자마자 배 위로 올라갔다.
신마성 사람들도 상대하던 자들을 물리치고 훌쩍 배를 향해 몸을 날렸다.
화청백은 사람들이 모두 배에 오르자 밧줄을 검으로 자르고 노로 바닥을 힘껏 밀었다.
배가 쏜살같이 강심을 향해 나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온갖 방법을 다해서 배의 속도를 더했다. 개중에는 노를 대신해 검면으로 강물을 젓는 사람도 있었고 장력으로 강을 후려치는 자도 있었다.
풍천은 화청백 등이 탄 배가 빠르게 나아가는 것을 보고 지붕 위에서 내려갔다.
신마성 무사 이십여 명 중 성한 자는 칠팔 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기왓장이 더 이상 날아오지 않고 지붕 위에서 한 사람이 날아내리자 눈을 치켜뜨고 달려들었다.
“저 새끼를 죽여!”
“씹어 먹을 놈!”
하지만 그들은 사람이 기왓장보다 더 무섭다는 걸 미처 몰랐다.
풍천은 내려서기 무섭게 한 사람을 천라신수로 날려버리고 그의 검을 뺏었다.
그러고는 그 동안 상관경의에게 배운 것을 시험해보기라도 하듯 검법만으로 신마성 무사들을 공격했다.
순식간에 세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남은 자들은 두려움에 질려서 뒤로 주르륵 물러섰다.
그때 저 멀리서 호각소리가 울리며 신마성 무사들이 또 나타났다. 이번에는 숫자도 삼십 명에 이르렀고 그중에는 고수라 할 만한 자들도 상당수 끼어 있었다.
풍천은 남은 자들을 놔두고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마음만 먹으면 그들을 모두 죽일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신검문 사람들과 함께 남창을 떠났다는 것을 증명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풍천은 화청백 등이 탄 배가 흘러가는 곳으로 날아간 다음 사람들 눈에 안 뜨이는 곳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배를 징검다리 삼아 강을 거슬러 올라간 후 다시 남창 안으로 스며들었다.
‘나중에 오늘의 수고비를 꼭 받아낼 거요, 화 공자.’
풍천은 해동산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갈대밭의 초옥으로 갔다.
아무래도 빠른 시일 안에 남창을 떠나야 할 것 같았다. 그 전에 진호량이 왜 초옥의 중앙을 파라고 했는지 알아봐야 했다.
설마 고생시키려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
위태곤은 수상한 자들이 선창에서 배를 훔쳐 도주했다는 보고를 받고 즉시 비상을 걸었다.
“수혼신마대는 선단을 동원해서 즉시 포양호를 뒤지고, 귀혼신마대와 마혼신마대는 강을 건너서 구강까지 간다! 즉시 움직여!”
위태곤의 명이 떨어지자 수십 척의 배들이 일제히 닻을 올리고 노를 저어서 신검문 사람들의 뒤를 쫓았다.
제4장. 계산은 철저히
1
초옥은 당시의 싸움으로 인해서 주저앉아 있었다.
풍천은 초옥의 중앙이 되는 지점에 깔려 있는 나무와 갈대를 치웠다. 곧 맨바닥이 나왔다.
진호량은 여기에 무엇을 묻은 걸까?
풍천은 직경 다섯 자 정도를 파기로 하고 제법 굵은 나무로 땅을 찔렀다. 땅은 뻘과 모래가 굳은 것이어서 쉽게 파였다.
그가 원하는 물건은 한 자 정도 팠을 때 나왔다.
그는 모래땅에서 축축한 가죽주머니를 꺼냈다. 크기는 주먹 두 개를 합친 것만 했는데 제법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게가 묵직해서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진호량이 감사의 대가는 확실하게 계산하는군.”
풍천은 주머니에 묻은 모래와 흙을 털어내고 주머니를 묶은 매듭을 풀었다.
달빛 아래 반짝이는 물체가 보였다. 주머니 안에는 눈처럼 하얀 은자와 달빛을 받아 더욱 황금빛으로 빛나는 금자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만족한 표정을 지어야 할 풍천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금자와 은자는 반도 안 되었고 나머지는 처음 보는 철패들이었던 것이다.
손가락 두 개를 합친 것만 한 크기의 길쭉한 철패는 모두 열한 개였다. 한쪽에는 일에서 이십까지 다양한 숫자가 쓰여 있고, 다른 한쪽에는 ‘천외·단천(天外·斷天)’이라는 글자가 전자체로 쓰여 있었다.
‘천외, 단천? 그럼 이게……?’
상관경의의 수하들이 지녔던 신분패 같았다. 자신이 죽인 세 사람에게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 했더니 아마도 진호량이 모아서 갖고 다닌 듯했다.
잡히거나 죽었을 때 적에게 신분을 알릴 무엇도 지녀서는 안 되기 때문인가?
‘정말 철저하군.’
그런데 서로를 잘 아는 사람들이 왜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철패를 갖고 다닌 걸까? 귀찮지도 않나?
풍천은 철패를 달빛에 비추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하오문에 팔면 제법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문득 소지환이 금귀옥에 들어갈 때의 일이 떠올랐다.
워낙 경계가 철저해서 장로인 소지환조차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은패를 내밀지 않았던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진 풍천은 철패를 바라보며 히죽거렸다.
‘크크크, 맞아. 그래서 갖고 다닌 거야!’
노출의 위험을 무릅쓰고 갖고 다닐 때는 반드시 필요한 곳이 있다는 뜻. 그리고 이 철패의 주인은 천외천의 사람들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천외천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신분패가 있어야만 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정말 고맙수, 진 형. 내 당신의 부탁을 반드시 들어주겠수.’
2
남창으로 돌아온 풍천은 거리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리고 천라지망이 해제되었음을 알고 해동산의 집으로 돌아갔다.
“신마성이 천라지망을 풀었습니다. 내일 새벽에 이곳을 떠나죠.”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신검문 사람들이 도주하면서 신마성과 한바탕 싸웠습니다. 덕분에 신마성은 그들을 쫓느라 정신없는 상황이죠.”
풍천은 돌아가는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물론 자신이 끼어들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초옥에서 가죽주머니를 얻은 것도.
묻지 않는데 이야기해줄 이유가 없었다. 물었어도 사실대로 대답하지 않았겠지만.
“구강까지 가려면 쉽지 않겠군.”
“경덕진으로 넘어가죠.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귀찮은 것보단 나을 겁니다.”
“그것도 괜찮겠군. 한데 경덕진의 동마부에도 비상이 걸렸을 것이 아닌가?”
“그들은 어차피 사공도 없이 떠났습니다. 뱃길을 모르니 포양호를 가로질러서 갈 수가 없죠. 그럼 결국 강을 건넌 후 구강으로 가는 길을 택하든가 아니면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 서쪽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신마성의 눈을 완전하게 속이지는 못할 겁니다. 그럼 신마성은 포양호에서 일단 철수할 수밖에 없죠.”
그럴 경우 포양호는 당분간 안전지대가 된다. 경덕진 쪽의 동마부도 구경만 할 것이고.
풍천은 단순한 몇 가지 정황만으로 정확한 추측을 해냈다.
상관경의는 그것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풍천을 다시 보았다.
풍천의 겉모습만 보고 풍천을 판단한다면 그 사람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될 터였다.
하긴 자신 역시 이미 그런 어이없는 판단을 한 적이 있는 판이니…….
‘강호가 잠풍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것 아닐지 모르겠군.’
그때 풍천이 넌지시 한 가지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런데 말이죠, 오면서 들으니까 신마성이 구룡회를 칠 모양입디다.”
상관경의의 표정이 바위처럼 굳어졌다.
“그게 사실인가?”
“뭐 정확한 것은 더 알아봐야겠지만 신마성 무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죠. 혁련궁의 아들인 혁련후가 나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화청백도 그 소문을 들었나 봅니다. 그러니 무리를 해서라도 급하게 남창을 떠난 거겠죠.”
상관경의는 눈을 감았다. 앞으로 벌어질 광경이 눈에 선했다.
천주께서 바라시는 대로 흐르는 건가?
‘문제는 대공이다. 그분은 이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제발 엉뚱한 생각은 품지 않으셔야 할 텐데…….’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눈을 뜨고 풍천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자네, 하늘 밖이 어딘지 궁금하지?”
풍천은 심장이 벌떡거렸다.
하지만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백초령을 찾아야 하니까. 뭐 상관 노형의 조카가 백초령을 천외로 데려갔을 때 이야기지만. 아!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조카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요. 조카의 이름이 뭐죠?”
상관경의의 질문을 듣고 이제 그 정도는 말해주지 않을까 해서 물은 것이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상관경의는 더 이상 그 이름을 숨기지 않았다.
“공손천우라고 하네.”
‘헛! 공, 소오오온? 역시 천외가 천상신문이었어!’
풍천은 심장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붙들고 공손천우의 이름을 되뇌었다.
“공손천우라…….”
‘그 자식이 초령이를 납치했단 말이지? 나쁜 놈!’
풍천의 마음을 모르는 상관경의는 풍천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가 백초령을 찾게 해줄 테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나?”
“무슨……?”
“승낙하는 건가?”
풍천은 잠시 생각해보고는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해서 냉정하게 대답했다.
“보수가 좀 비싼데요.”
“보오오수?”
“제 직업이 해결사거든요. 아무리 상관 노형과 사이가 좋아졌다고 해도 공짜로 해줄 수는 없죠.”
뜬금없는 말에 상관경의의 턱이 잠깐 굳었다.
“자네가…… 살수란 말인가?”
“살수가 아니라 해결사라니까요? 한번은 노인 부부의 강아지를 찾아준 적도 있죠.”
진짜다. 비록 다른 일을 하던 중에 덤으로 맡은 일이고 보수로 개고기 한 근 값 정도에 불과한 동전 이십 문밖에 받지 못했지만.
“해, 해결사라…….”
상관경의는 왠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정의를 목숨처럼 존중하는 마음을 지닌 정파의 협사까진 바라지 않았다. 그래도 마음 씀씀이가 괜찮아서 아직 길을 찾지 못한 청년이라면 자신이 한번 끌어들여 볼까 생각했거늘, 하찮은 해결사라니…….
‘아니지.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도 아니다.’
그렇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풍천, 잠풍이 정말 해결사라면 천하제일의 해결사가 아닐 수 없다. 그 말인 즉 적절한 보수만 주어지면 거래가 성사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그럼 보수를 얼마나 주면 되겠나?”
풍천은 일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했다.
백초령도 구하고 돈도 벌고, 닭도 잡고 꿩도 잡고. 기왕이면 두 마리 다 잡는 게 나은 법이었다.
거기다 아극사의 부탁까지 들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그야 일의 중요성에 따라 다르지요. 일과 보수에 대한 것은 노형과 저와의 친분관계를 떠나서 정확해야 하거든요.”
“제일 어려운 일을 맡긴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