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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제 85화

무료소설 암천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2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암천제 85화

 

85화

 

 

 

 

 

 

“마, 맞아. 그놈이 맞아! 조심해!”

 

“뭐야? 물러서! 가까이 접근하지 말고 철저히 합공해서 상대해!”

 

검혼단과 도혼단의 무사들은 독고무령을 직접 대해본 자들.

 

‘사신’이라는 말이 그들에게 더욱더 커다란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그래봐야 놈은 혼자다! 놓치지 마라!”

 

실눈의 중년인, 도혼단주 위불군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검혼단주 마후릉도 씹던 칡을 뱉어내고 검을 잡아 뽑았다.

 

“일반무사는 멀찌감치 포위하고, 조장 이상만 놈을 상대하라!”

 

두 사람이 전장으로 뛰어들자 검혼단과 도혼단의 일반무사들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독고무령은 물러나는 자들을 따라가며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쉬이익!

 

“크억!”

 

“이, 미꾸라지 같은 놈……. 켁!”

 

어둠속에서 암향호접류를 펼치며 움직이는 독고무령의 모습은 유령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적 사이를 누비며 찰나의 기회도 놓치지 않고 피를 뿌렸다. 

 

정녕 사신이 강림한 것인가!

 

포위망을 구축할 겨를도 없었다. 또다시 십여 명이 무너지며 마른 풀밭이 검붉게 물들었다.

 

결국 검혼단과 도혼단의 무사들은 포위하는 것을 포기하고 칠팔 명씩 뭉친 채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내심은 독고무령이 자신들을 향해 오지 않기만을 바랐다.

 

독고무령은 제왕성의 무사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자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자신이 먼저 적 가운데로 뛰어들 이유는 없었다.

 

그때 마후릉과 위불군이 독고무령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제 끝이다!”

 

“죽어라, 이놈!”

 

독고무령은 마주 신형을 날리며 뇌정진천세와 뇌정파혼세를 연이어 펼쳤다.

 

콰르릉! 쩌저정!

 

뇌음이 일며 세 사람이 이 장가량 튕겨졌다.

 

마후릉과 위불군은 충격으로 인해 튕겨진 것이었지만, 독고무령은 자의에 의해 물러선 것이었다. 언제든 물러설 구멍을 뚫어놓기 위해서.

 

독고무령은 튕겨진 힘을 이용해 뒤로 신형을 날리고는, 뒤쪽을 막고 있던 자들을 향해 벼락같이 검을 떨쳤다.

 

“막아!”

 

“으악!” 

 

악다구니와 비명이 터져 나오고, 대여섯 명의 무사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저 여우같은 놈이!”

 

위불군이 먼저 이를 갈며 달려들었다. 독고무령이 죽인 자들이 도혼단의 무사들이었던 것이다.

 

독고무령은 혼자 달려드는 위불군을 보며 스르르 뒤로 미끄러졌다.

 

위불군은 악에 받친 듯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렸다.

 

“어딜 도망가려고! 어림없다, 이놈!”

 

독고무령은 무심한 눈으로 위불군을 보며 검을 들어 올렸다.

 

적의 수장 중 하나가 자신을 쫓느라 외따로 떨어졌다.

 

강적을 하나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일순간, 태천일심의 기운이 검첨으로 몰리며 한 줄기 맑은 청광이 번쩍였다.

 

천뢰무적파천검 중 다섯 번째 검식, 천뢰광혼(天雷光魂)이었다.

 

두 사람의 도검에서 흘러나온 검강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쾅!

 

일성 굉음이 울리며 위불군의 몸뚱이가 뒤로 튕겨졌다.

 

이 장을 튕겨지고도 서너 걸음 더 물러선 위불군은 핏발 선 눈을 부릅뜬 채 독고무령을 노려보았다.

 

“이, 이……. 여태 무공을 숨기고……!”

 

그때 칠팔 장가량 그의 뒤쪽에 있던 마후릉이 대경해 소리쳤다.

 

“조심하게!”

 

독고무령이 다섯 치 깊이로 박힌 발을 빼내고는, 검과 하나가 되어 위불군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던 것이다.

 

위불군은 독고무령의 공격을 막기 위해 도를 들어올렸다.

 

하필이면 그때, 충격으로 인해 고였던 핏덩이가 목구멍을 콱 메우고 치솟았다.

 

일시지간 진기의 흐름이 끊기며 눈앞이 흐릿해졌다.

 

순간, 뜨거운 불기둥이 위불군의 심장을 관통했다.

 

화끈한 충격!

 

위불군의 입이 쩍 벌어지며 핏덩이가 입 밖으로 뿜어졌다.

 

“커억!”

 

“불군! 이노오옴!”

 

마후릉이 노성을 내지르며 날아들었다.

 

독고무령은 위불군의 몸뚱이를 발로 차내고는, 그 힘을 이용해서 뒤로 몸을 날렸다.

 

마후릉은 일단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위불군의 몸뚱이를 받아냈다.

 

그 사이 독고무령은 십여 장의 거리를 벌이고 끓어오른 내력을 가라앉혔다.

 

하루사이에 치열한 격전을 두 번이나 치렀다. 이곳에서만 해도 팔성 이상의 공력을 끌어올린 채 쉼 없이 수십 명을 베었다. 특히 적의 수장을 죽이면서는 상당한 공력을 소모했다.

 

특별한 내외상은 없어도 공력이 사 할가량 소모된 상태. 반면에 적은 아직 백수십 명이나 남아 있었다.

 

죽기 살기로 끝장을 볼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독고무령은 땅을 박차고 어둠 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죽고 싶으면 얼마든지 따라와 봐라.”

 

내력이 실린 묵직한 목소리가 어둠을 짓누르자, 뒤쫓으려던 자들은 발이 얼어붙은 듯 꼼짝하지 못했다.

 

그때 위불군의 시신을 안고 있던 마후릉이 악을 쓰며 수하들을 윽박질렀다.

 

“놈이 도주한다! 막아라!”

 

십여 명이 몸을 날려 독고무령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사신을 막기 위해 진심으로 움직이는 자는 거의 없었다. 명이 떨어졌으니 마지못해 쫓는 시늉을 하는 것일 뿐.

 

오히려 그들 중 대부분은 독고무령을 쫓으면서도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진사혁과 전유곤, 사공화정, 한무종은 비명과 신음에 이어 싸우는 소리가 들리자 당장 전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물론 자신들이 합류한다고 해서 저들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적은 숫자가 이백이나 되는 제왕성의 정예무사들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도 독고무령이 빠져나오는데 도움은 될 거라 생각했다.

 

마음이 일치한 그들은 일단 오십여 장거리까지 접근했다.

 

어둠과 풀숲으로 인해서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싸움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걸까?

 

그냥 무작정 달려가 볼까?

 

그들이 이를 악물고 망설이고 있을 때, 마후릉의 고함소리가 어둠을 흔들었다. 그리고 곧 독고무령이 나타났다.

 

진사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무사했군.”

 

한무종은 독고무령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쫓아오는 자는 없었다.

 

그제야 안도한 그가 물었다.

 

“괜찮소?”

 

전유곤과 사공화정은 독고무령의 몸을 살펴보았다.

 

몇 군데 옷이 찢어져 있고, 여기저기 피가 보였다. 그러나 독고무령의 피는 아닌 것 같았다.

 

독고무령은 네 사람을 둘러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일단 일행들과 합류합시다.”

 

진사혁이 그제야 엉덩이에 불붙은 사람마냥 서둘렀다.

 

“그렇군. 놈들이 쫓아오기 전에 빨리 가세.”

 

“놈들은 쫓아오지 않을 거네.”

 

쫓아오지 않는다고? 왜?

 

네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독고무령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독고무령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그곳을 벗어났다.

 

네 사람이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였다.

 

 

 

* * *

 

 

 

제왕성 무사들은 동료들의 시신을 대충 가매장하고는 동 트기 직전에야 움직였다.

 

그들은 전과 달리 철저히 경계하며 빠르게 남쪽으로 내려갔다.

 

삼대는 백여 장가량 뒤처진 채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대원들도 이제 밤에 벌어진 상황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다. 제왕성의 무사들이 가매장한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대체 얼마나 죽은 걸까?

 

땅을 파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는 일. 

 

그래도 한 가지만큼은 분명했다. 

 

제왕성의 무사들이 추적을 포기할 만큼 많은 숫자가 죽었다는 것.

 

그들은 생각지도 못했다.

 

제왕성의 무사들이 추적을 포기한 것은, 죽은 무사들의 숫자보다 사신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는 걸.

 

 

 

독고무령은 걸음을 옮기면서도 운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새벽까지 운기해서 되찾은 공력은 팔 할 정도다.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빠른 시간 안에 소모된 공력을 최대한 복구해야 했다.

 

‘공력이 모두 회복되면 직접 공격도 가능할 것 같은데…….’

 

저들의 움직임은 전서구로 알렸다. 뒤쫓고 있으면 오전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지시가 떨어질 터였다.

 

하지만 그 전에 몸이 회복된다면, 아예 저들을 직접 칠 작정이었다.

 

그렇게 적의 뒤를 쫓은 지 반시진이 지나자, 숲이 사라지고 바위와 누런 황토만이 존재하는 황토구릉이 나왔다.

 

그때부터는 가까이 쫓아가기가 애매해졌다. 은폐물이 없으니 들킬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한 형, 이 근처의 지리를 잘 아시오?”

 

“남들만큼은 알고 있소.”

 

“그럼 한 형이 앞장 서시오. 우리는 한 형의 뒤를 따라가겠소.”

 

“알겠소, 대주.”

 

한무종이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전유곤이 곤혹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주, 이제 태원이 얼마 남지 않았소. 언제까지 쫓을 거요?”

 

독고무령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자신의 공력이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다. 적은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 적을 쳐서 어찌어찌 이긴다 해도 삼대 역시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한 시진 정도만 시간이 더 있어도 될 텐데, 아쉽군.’

 

그는 완전치 않은 몸으로 잔여 병력을 죽이기 위해서 무리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일단 거리를 두고 따라만 갑시다. 놈들은 절대 태원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요.”

 

“태원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요?”

 

전유곤만이 아니라, 바로 뒤를 따라오던 사공화정과 진사혁 등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독고무령은 간단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저들은 제왕성에서 다음 지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소. 그렇다면 함부로 남 앞에 모습을 보이려하지 않을 게 분명하오. 그런데 태원으로 가면 자신들의 행적이 드러날 것 아니겠소?”

 

“저들이 뭐가 두려워서 행적을 감춘단 말이에요? 대주가 너무 깊게 생각한 거 아니에요?”

 

구양소현이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독고무령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 쫓는 것이다.”

 

진사혁이 입을 삐죽이는 구양소현을 잡아 당겼다.

 

“누님…….”

 

“왜 당겨? 옷 찢어져.”

 

독고무령은 옷 걱정을 하는 구양소현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구양소현 때문에 한바탕 싸운 걸 생각하면 당장 돌려보내고 싶었다. 만일 피해가 있었다면 정말 돌려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야 어찌 만들어졌든, 그 덕에 별 피해 없이 적의 숫자를 줄였지 않은가.

 

그래서 봐주었더니 계속 앙알거려?

 

“한 번만 더 그러면 정말로 돌려보낼 거다.”

 

찔끔한 구양소현은 고개를 숙이고 죄 없는 돌멩이만 툭툭 걷어찼다.

 

“누가 뭐래…… 요?”

 

 

 

그렇게 대여섯 개의 구릉을 넘어갔을 때였다.

 

한무종이 더 전진하지 않고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독고무령은 사람들을 정지시키고 한무종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그는 전유곤과 사공화정과 진사혁이 뒤따라오는데도 그대로 놔두었다. 하지만 구양소현이 따라오려 하자 전음을 보내 윽박질렀다.

 

<오지 말고 대기해!>

 

구양소현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는 홱, 소리가 나게 돌아섰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몸을 돌리고 입을 달싹거렸다.

 

<곰! 너도 이리 와!>

 

진사혁은 달려가다 말고 재빨리 돌아섰다. 그리고 함박웃음을 지은 채 구양소현에게 달려갔다.

 

 

 

독고무령은 한무종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제왕성 무사들이 언덕 저 아래쪽에 모여 있었다. 모두가 서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이상했다. 

 

‘단순히 쉬기 위해서 멈춘 것이 아니다.’

 

잔뜩 긴장한 표정.

 

그 중 한 사람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게 보인다.

 

-제왕성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한 느낌이 독고무령의 뇌리를 번개처럼 스쳤다.

 

바로 그때, 모여 있던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쪽으로, 빠르게!

 

지금까지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 행동이었다.

 

명령이 떨어진 게 분명했다. 문제는 그들이 향한 방향이었다.

 

독고무령은 그 모습을 보고는, 등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들의 계획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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