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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제 73화

무료소설 암천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3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암천제 73화

 

73화

 

 

 

 

 

 

요극한은 멀리서 비무를 구경하다가 진행자의 말을 듣고 벌떡 일어섰다.

 

옆에 있던 진사당주 최중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요 당주, 왜 그러나?”

 

“조금 전에 철검보의 독고무령이라고 했지?”

 

“그랬던 것 같군. 그런데 왜? 아는 자인가?”

 

“빌어먹을! 비무를 말려야 돼!”

 

“왜 비무를 말려? 한 번만 더 이기면 되는데?”

 

“이공자는 못 올라가. 저자를 이기지 못해.”

 

확고한 요극한의 대답에 최중이 허리를 세웠다.

 

“그게 무슨 소린가? 그럼 이공자가 철검보의 일개 무사에게 질 거란 말인가?”

 

“그렇다니까!”

 

최중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어제 볼 때부터 표정이 안 좋던데,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진 거 아닌가?”

 

요극한이 입술을 씹으며 대 위로 올라가는 독고무령을 직시했다.

 

“나도 저자를 못 이겨. 무슨 말인지 아나?”

 

그제야 최중의 표정이 굳어졌다.

 

방주조차 알아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요극한이다. 그런 사람이 스스로 패배를 자인하다니. 

 

“자세히 좀 말해주게.”

 

“그럴 시간이 없어. 이공자를 말려야 돼.”

 

“그럴 수 있다고 보나? 자네가 말린다고 이공자가 내려올까? 어림없는 소리네.”

 

그건 최중의 말이 옳았다. 자신이 말한다고 내려올 서문도가 아니었다.

 

요극한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제기랄,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너무 마음 쓰지 말게. 설령 저자가 자네 말대로 강해서 이공자가 패한다 해도 그것으로 끝날 일이네. 안 그런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그리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서문도가 독고무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공자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거다. 아마 악착같이 승부를 내려고 할 거야.’

 

문제는 그럴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비무대의 뒤쪽에 앉아 있는 서문태강을 바라보았다.

 

그도 비무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미간을 찌푸린 것이 뭔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

 

‘설마 무슨 일이 벌어진다 해도 방주께서 좌시하지는 않겠지.’

 

 

 

 

 

 

 

제8장 비무(比武), 하나의 파편을 얻다

 

 

 

 

 

독고무령은 천천히 비무대 위로 올라가 서문도의 맞은편에 섰다.

 

“검을 뽑지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군.”

 

마치 너 따위는 검을 쓰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말투다.

 

서문도의 두 눈에서 악독한 빛이 떠올랐다.

 

‘이 건방진 놈이!’

 

그는 씩 웃으며 도를 뽑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대신 후회하지는 말게나.”

 

“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야.”

 

독고무령은 무심하게 말하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살짝 안쪽으로 구부렸다.

 

“시작할까?”

 

서문도의 두 눈이 역팔자로 꺾어졌다.

 

‘개자식!’

 

그는 속으로 욕을 씹어 뱉으며 도를 위로 그어 올렸다.

 

쉬익!

 

독고무령은 슬쩍 한 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서문도의 도를 피했다. 서문도는 독고무령이 너무나 간단히 자신의 도세를 피하자, 이를 악물고 처음부터 은혼십삼도를 펼쳤다.

 

‘어디 또 도망가 봐라! 네놈만큼은 반드시 팔다리를 잘라버리고 말겠다!’

 

쉬쉬쉬쉭!

 

도광이 번뜩이며 도기가 그물처럼 펼쳐졌다.

 

도기의 그물은 찰나 간에 독고무령의 전신을 뒤덮었다.

 

순간 독고무령의 몸이 움찔하며 앞뒤로 흔들렸다. 남이 보기에는 마치 겁먹은 듯 보이는 몸짓이었다.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피를 뿌릴 것 같은 모습의 독고무령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저, 저런! 저러다 큰일 나는 거 아냐?”

 

“신법이 아무리 뛰어나도 저런 도세에서는 위험한데…….”

 

그러나 서문도의 눈에는 독고무령이 갑자기 둘로 보였다.

 

눈을 홉뜬 서문도는 도세를 끌어당겨 독고무령의 환영을 베어버렸다.

 

‘죽엇!’

 

독고무령은 나비가 춤추듯 몸을 흔들고 앞으로 한 발을 내딛었다.

 

서문도의 도가 세 치 거리를 두고 그의 몸을 스쳐갔다.

 

순간!

 

한 발을 내딛은 독고무령의 손이 서문도의 가슴어림을 소리 없이 두들기고 빠져나왔다.

 

귀월인의 수법이 찰나 간에 펼쳐진 것이다.

 

서문도는 숨이 콱 막히는 충격에 황급히 두 걸음 물러섰다.

 

‘흐읍!’

 

이미 독고무령을 난도질할 것 같던 도세는 사라진 뒤였다.

 

서문도는 자신이 일격을 맞고 물러섰다는 것에 부아가 치밀었다. 

 

충격이 작지 않았지만, 견딜 수 없을 만큼 강하지도 않았다. 이 정도라면 몇 대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을 듯했다.

 

몇 대 맞고 독고무령의 사지 중 하나를 잘라낼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닐 터.

 

“하아앗!”

 

서문도는 전력을 다 끌어올려 은혼십삼도의 후반육식을 펼쳤다. 다시 도광이 번쩍이며 독고무령을 향해 밀려갔다.

 

쒜에에엑!

 

독고무령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서문도를 응시했다.

 

그러다 번쩍이는 도광이 전면으로 다가온 순간, 스윽 앞으로 나아가며 도광 속으로 우수를 집어넣었다.

 

동시에 도의 흐름을 따라가던 우수의 검지와 중지로 도면을 후려쳤다.

 

쩡!

 

맑은 소리와 함께 도광이 흩어졌다.

 

서문도는 웅웅거리며 흔들리는 도를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뒤로 물러서고 싶어도 충격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독고무령은 멈칫한 서문도의 가슴을 향해 좌수를 뻗었다.

 

퍽!

 

나직한 격타음이 울렸다. 다른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였다.

 

서문도는 얼얼한 가슴을 만지며 다시 달려들었다.

 

‘한 번만 걸려라, 개자식!’

 

바로 그 순간, 서문도가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주춤거렸다.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파열될 것처럼 지독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허억!’

 

독고무령은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서문도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요극한이 그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멈춰라, 독고무령!”

 

독고무령은 요극한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쌍수를 연달아 뻗었다.

 

퍼버벅!

 

나직한 격타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서문도는 입을 쩍 벌리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억지로 도를 휘둘러보지만, 그의 도는 이미 기세를 잃은 지 오래였다.

 

묘한 광경이었다. 미친 듯이 도를 휘두르던 서문도가 경련을 일으키며 물러난다.

 

군웅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저러다 은성도가 저 철검보의 무사에게 패하는 거 아냐?”

 

뒤늦게 이상함을 느낀 심판관들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독고무령의 일 장이 기묘한 각도로 비틀리며 서문도의 가슴에 꽂혔다.

 

‘평생 고통을 겪으며 살아라, 서문도!’

 

퍼억!

 

나직한 격타음이 서문도의 가슴에서 울렸다.

 

독고무령은 자신의 기운이 서문도의 내부를 사정없이 부수는 걸 느끼고 손을 떼었다.

 

거의 동시에 심판관들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공격을 멈춰라!”

 

독고무령은 순순히 손을 멈추고는, 무심한 눈으로 서문도를 응시했다.

 

비칠거리며 물러나던 서문도가 입을 달싹거렸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심판관들의 삼 장 뒤쪽에 앉아 있던 서문태강이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도아야!”

 

독고무령은 가만히 서서 서문태강이 날아드는 것을 직시했다.

 

서문태강은 단숨에 팔 장을 날아와 서문도의 앞에 내려섰다.

 

때맞춰 서문도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도아야, 괜찮으냐?!”

 

서문태강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서문도를 붙잡았다.

 

“아, 아버…….”

 

서문도는 몸을 떨며 서문태강을 불렀다.

 

“무리하지 말고 내기를 다스려라!”

 

서문태강의 말에 서문도가 힘들게 고개를 저었다.

 

“아, 안…… 저…… 놈…….”

 

서문태강은 황급히 서문도의 몸을 살펴보았다.

 

서문도의 내부는 엉망이 되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단전마저 파괴되었다는 것이었다.

 

홱, 고개를 돌린 서문태강은 분노한 눈으로 독고무령을 노려보았다.

 

“이놈! 네가 감히!”

 

독고무령이 무심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뭐라? 어쩔 수 없었다?”

 

“서문도는 패배를 자인하지 않았고, 심판관들도 정지시키지 않았지요. 저로선 서문도를 쓰러뜨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 괘씸한……!”

 

서문태강은 분노로 머리가 하얗게 타들어갔다.

 

그러나 독고무령의 말은 잘못된 게 없었다.

 

물론 그도 독고무령이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모르지는 않았다.

 

그는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독고무령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독고무령의 무심한 눈과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내가 네놈의 마음을 모를 줄 아느냐? 솔직히 말해라! 구양손 때문에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더냐!”

 

독고무령의 입가에 차디찬 웃음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서문태강이 먼저 그 말을 꺼낸 이상 자신도 입을 닫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마침 심판관들도 급변하는 상황에 어떻게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 만인에게 이번 일의 정당성을 설파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나 비무 규칙을 어기지 않았으니 방주께서 화를 낼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만.”

 

“련의 화합을 위한 비무를 네놈은 사적인 복수의 도구로 삼았다! 그러고도 잘못이 없단 말이더냐?”

 

당장 손을 쓸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몰아붙인다.

 

대답하는 독고무령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구양 대주께선 두 조장을 지키기 위해서 방주의 장력에 무방비로 맞았습니다. 그리고 무공을 잃을 지경에 놓였지요. 그 일에 비하면, 저는 정당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자부합니다.”

 

독고무령의 목소리가 대연무장 곳곳을 울리자, 상황을 대충 짐작한 군웅들의 웅성거림이 조금씩 커졌다.

 

당황한 서문태강은 코웃음을 치며 말도 안 된다는 듯 소리쳤다.

 

“흥! 그는 자신의 잘못을 대신해 그렇게 되었다! 그걸 핑계로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들다니! 네놈의 죄를 스스로 인정하는구나!”

 

“대주께서 무슨 잘못을 했단 말입니까? 대주께서 지키려던 두 조장은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들의 말만 믿은 방주께선 그분에게 중상을 입혔지요. 그렇다면 잘못은 두 조장과 대주가 아니라…… 방주와 방주의 아들이 저지른 것 아니겠습니까?”

 

“뭐라!”

 

서문태강의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독고무령은 그런 서문태강을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지금이라도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고 대주께 사과하시지요. 그게 옳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방주?”

 

“네놈이 감히! 네 이놈!”

 

서문태강은 독고무령의 격장지계에 더 참지 못하고 쌍장을 휘둘렀다.

 

“방주! 참으시지요!”

 

“어헛! 방주!”

 

심판관들 중 두어 명이 놀라 소리쳤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서문태강의 장력이 독고무령을 덮친 후였다.

 

독고무령은 맞부딪칠 것처럼 쌍장을 들어올렸다. 그러다 서문태강의 장세가 휘어지며 들어오자 맨몸으로 받아냈다.

 

쾅!

 

주르륵, 대여섯 걸음을 물러선 독고무령은 흔들리는 몸을 세웠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작심하고 금강불사공을 펼친 터였다.

 

금강불사공으로 인해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이를 악물고 서문태강을 노려보았다.

 

한쪽에서 진행되던 비무는 이미 중지된 상태.

 

열 명의 심판관뿐만이 아니라 무천련의 모든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는 상황이었다.

 

독고무령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에서 서문태강의 가슴에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방주께선 말로 안 되면 손을 먼저 쓰나 보군요. 대주님께서도 그렇게 당한 것이겠지요?”

 

서문태강의 눈에서 불길이 다시 일었다.

 

“네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그는 일갈을 내지르고 다시 독고무령을 향해 쌍장을 휘둘렀다. 은은한 백광이 번뜩이며 그의 손이 두 배는 커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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