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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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90화
190화
강무진은 고운강의 말에 그제야 검을 통해서 느껴지는 기운의 정체를 알 수가 있었다.
“치잇!”
강무진이 얼얼한 어깨를 몇 번 돌리며 풀어주었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고운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쉬쉭!
강무진은 크게 아래로 내려 그음과 동시에 위로 올려 그었다. 그러나 고운강은 옆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여유롭게 피해냈다.
사실 강무진이 기다리고 있던 것이 그거였다.
“흐아앗!”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도를 쥐고 있지 않은 다른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수십여 개의 암기가 고운강을 향해 날아갔다.
“흥! 얕은 수!”
고운강은 거리가 가까운 데서 던진 암기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두 쳐냈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강무진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그러자 또다시 수십여 개의 암기들이 고운강에게 날아갔다. 그런데 무조건 고운강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운강이 쳐낸 암기들을 목표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차차차차창!
암기와 암기가 서로 부딪치면서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암기가 제멋대로 방향을 바꿔 튀기 시작했다.
“……!”
고운강은 강무진이 설마 이렇게 암기를 사용할 줄은 몰랐기에 약간 당황을 했다. 그러나 수라십삼검을 펼쳐 그것을 빠르게 쳐내기 시작했다.
“아직이다!”
그때 강무진이 크게 외치면서 또다시 손을 움직여 암기를 날렸다. 이번에는 암기의 수가 수십여 개가 아니라 100여 개가 넘었다.
그 암기들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고운강이 쳐내고 있는 암기들과 부딪치고 튕겨져 나가면서 다시 다른 암기들과 부딪치고 있었다.
그러자 이제는 고운강도 암기가 어떻게 튀어 날아올지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몸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많은 수의 암기들이 서로 부딪치며 날아들고 있었던 것이다. 완벽한 천변결이었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강무진이 그 암기들과 함께 고운강을 향해 짓쳐들어갔던 것이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스스로 죽자고 달려드는 것 같이 보였다. 저렇게 달려들면 자신이 던진 암기에 자신도 당하지 않는가?
그러나 강무진이기 때문에 그런 수가 가능했다. 강무진은 금강불괴신공에 의해 몸이 보호되고 있었기 때문에 암기에 맞아도 이상이 없었던 것이다.
“하압!”
까까까깡!
퍼억!
“크윽!”
순간 두 사람의 몸이 겹치는가 싶더니 두 사람의 몸이 빠르게 뒤로 튕겨 나갔다. 그 상태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몸은 멀쩡하지가 않았다.
고운강은 가슴 앞섶이 쫙 갈라져 있었고, 어깨와 팔, 그리고 다리에 암기가 하나씩 박혀 있었다. 그에 비해 강무진은 멀쩡해 보였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였다.
떵그랑!
강무진의 도가 그의 손을 떠나 바닥에 떨어졌다.
고운강은 그 짧은 찰나에 검으로 아까 공격했던 강무진의 어깨를 다시 찔렀던 것이다. 주위에서 날아드는 수많은 암기를 쳐내는 것은 물론 같이 달려드는 강무진까지 공격을 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냥 찔러낸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펼친 수였다.
사람들은 보기에 강무진이 외상은 전혀 없는데도 그렇게 도를 떨어트리자 모두들 이상하게 여겼다.
그러나 강무진은 지금 오른팔을 전혀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일은 강무진으로서도 처음이었다. 지금 강무진의 오른팔은 완벽하게 점혈을 당한 것이었다.
그동안 금강불괴신공으로 인해 한 번도 점혈을 당해본 적이 없는 강무진은 속으로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고운강을 노려봤다.
“제법이군. 크큭! 확실히 자네하고 싸우면 즐겁군. 지루하지가 않아.”
고운강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허벅지에 박힌 암기를 단숨에 뽑아냈다. 그러고는 옷을 찢어 묶었다. 팔에 박힌 암기도 단번에 뽑아내고 묶었다. 고운강이 그러고 있는데도 강무진은 그저 그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오른팔이 움직이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다.
‘칫!’
강무진은 고운강이 상처를 모두 감자 그제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운강은 강무진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검을 쭉 뻗어냈다. 그것을 강무진이 피해내며 열화마결을 펼쳤다. 그러나 고운강이 검으로 왼쪽 어깨를 노려오자 재빨리 물러섰다.
여태까지와는 다른 반응이었다. 오른팔을 당하기 전이라면 고운강이 뻗어내는 검은 무시하고 그대로 열화마결을 계속 펼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지를 못했다. 왼팔마저 당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큭큭! 아직 멀었다!”
고운강이 그렇게 말하면서 수라십삼검을 펼쳐 빠르게 찔러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강무진이 피하고는 있었으나 세 번 중에 한 번은 몸에 맞고 있었다.
쩡!
“크윽!”
강무진도 나름대로 몸을 움직이며 공격을 했다. 그러나 열화마결의 초식은 고운강도 모두 알고 있는 것이어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다시 천변결을 펼치고 싶어도 이제 남은 암기가 없었다. 결국 남은 것은 아수라패왕권뿐이었다.
‘니미… 결국 이렇게 되는군.’
고운강의 검을 피해 뒤로 급하게 물러서던 강무진이 왼손을 펼쳐 고운강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고운강이 더 이상 따라붙지 않고 멈칫했다.
“이대로 가면 결국 내공싸움이다. 누가 오래 버티는가가 되겠지. 어때? 옛날처럼 해보는 것은?”
강무진의 말에 고운강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설마 강무진이 저런 제의를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또 그걸 펼치려고 하나? 그때는 운 좋게 살아났지만 이번에는 힘들 텐데.”
“그건 해봐야 아는 거지. 무서우면 말고.”
“큭큭! 천만해. 한 번 해보지.”
고운강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걸 보고 있던 사람들은 고운강이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심각하게 자세를 잡는 강무진을 보면서 두 사람만의 뭔가 있다고 여겼다.
사실이 그랬다. 그때 갈대숲에서 두 사람은 단 일격으로 모든 것을 결정지었었다. 그 결과 두 사람 다 팔이 엉망이 되어 강무진은 적영령을 만날 때까지 그 팔을 쓸 수가 없었다.
지금 두 사람은 그때의 그 싸움을 다시 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무진이 천천히 고운강과의 거리를 좁혔다. 오른팔을 쓰지 못해 왼손으로 아수라패왕권을 펼쳐야 했지만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몸속에 남아 있는 열화마결의 화기였다. 이 상태로 아수라패왕권을 쓰면 자신은 그때처럼 또 몸이 엉망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처럼은 되지 않아.’
강무진은 속으로 그렇게 마음먹으며 고운강과 거리를 완전히 좁혔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 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되자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멈추어 섰다.
“흐아앗!”
그때 강무진이 기합을 지르며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뜨거운 화기가 주위로 확 번져가면서 화룡이 그의 몸을 타고 돌기 시작했다.
“하아아!”
고운강 역시 마찬가지로 내공을 끌어올리자 강무진처럼 그의 몸에서도 화룡이 나와 몸을 타고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운강의 화룡은 전신에 푸르스름한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열화마결에 마력진패강기의 기운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극한까지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강무진이 왼손을 한껏 뒤로 젖히며 아수라패왕진결을 돌리기 시작했다.
웅웅웅!
그러자 강무진의 주먹이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크으윽!’
이를 악물고 있는 강무진의 입가로 핏물이 흘러내렸다. 전신의 혈맥이 터져 나가려는 듯,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이대로는 버티지 못해. 이대로는…….’
“크아아악!”
“하아아압!”
콰콰콰콰콰쾅!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쳤다. 그러면서 고운강의 열화마결과 마력진패강기와, 강무진의 열화마결과 아수라패왕권이 부딪쳤다.
두 개의 기운이 부딪치는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기의 폭풍이 일었다. 단상 밑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단상도 남아나지를 못했다.
두 사람의 기운이 부딪친 여파로 인해 완전히 부서져 날아가 버렸다.
“대사형!”
“안 돼!”
강무진은 의식이 흐릿해지는 가운데 볼 수가 있었다. 왕이후가 자신을 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왕이후가 패왕폭풍대를 이끌고 와 있다는 보고는 아까 받았었다. 그런데 이제야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유빙화가 보였다. 강무진은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이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인연이 닿다>
안휘성(安徽省)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팔공산(八公山).
이곳에는 한때 팔공채라는 산적들이 있었으나 북해의 사람들에 의해 싹 전멸했었던 일이 있었다. 그 후로 한동안 산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최근에 새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벙하게 생긴 얼굴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사내 한 명이 느긋하게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가 산의 중턱에 다다랐을 때, 어디에선가 덩치 좋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 다섯 명이 나타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네놈이 선택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있는 것을 그냥 다 내놓고 가든가 아니면 산을 넘을 동안 우리한테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다. 물론 그랬을 경우 당연히 돈이 든다!”
인적 드문 산속에서 이런 대사를 읊는 사람들은 딱 한 종류뿐이다. 통행세를 명목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주머니를 터는 산적뿐이었다.
그러나 산적치고는 하는 말이 뭔가 이상했다. 무조건 족쳐서 모두 털어버리면 그만일 텐데 뜻밖에도 상대한테 선택권을 주지 않는가?
어벙해 보이는 사내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곤란한 듯이 대답했다.
“가진 거… 없는데…….”
“뭐야? 이 자식이 없으면 없는 거지 어따 대고 반말이야?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지? 앙? 죽을래?”
산적질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초반에 상대편의 기세를 팍 눌러놓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으면 상대가 겁을 먹고 쉽게 돈을 내놓기 마련이다.
그러지 못했을 경우 상대가 반항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직접 몸을 움직여야 했다. 크게 소리 몇 번 지르면 될 일을 몸을 움직여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때 그들의 저항이 심하면 자칫 다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니 초반에 상대의 기세를 완전히 죽여놓는 것이 최고였다. 지금 소리치고 있는 이 산적도 오랜 경험으로 인해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면 안 되는 일이었다. 최근에 그들의 영업 방침이 바뀌었던 것이다. 이에 산적이 헛기침을 몇 번 하며 말했다.
“험! 험! 소리를 쳐서 미안하다만, 네놈은 우리가 누구인 줄 아느냐?”
산적의 말에 어벙해 보이는 사내가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몰라.”
“헛! 이놈이 또 반토막짜리 말을…….”
산적은 일이고 뭐고 당장에 눈앞에 있는 놈을 패대기치고 싶었다. 그러나 문득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 옆에 있는 부하한테 슬쩍 귓속말로 물었다.
“야! 저놈 혹시 고수 아니냐?”
“에이 참, 딱 보면 모르십니까? 고수들은 눈빛이 날카로워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헌데 저놈의 눈을 한번 보십시오. 썩은 동태눈깔처럼 흐리멍덩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