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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89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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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9화

 189화

 

“그럴 필요가 뭐가 있어요. 어차피 대사형이 오면 다 알게 될 텐데.”

강무진은 여인의 말을 들으면서 누군가가 또 온다는 것을 알고는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간다고 느꼈다. 지금 구소단은 부상을 당해 의식이 없었고, 같이 온 일행은 소마방 사람들에게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자신은 어떻게 빠져나간다고 해도 나머지 사람들이 문제였다.

‘치잇! 너무 방심했어. 보아하니 저들이 소마방의 뒤를 봐주던 사람들이로군.’

언제 왔는지 소마방의 방주인 양 국주가 단상 위로 올라와 그 두 사람에게 굽실거리고 있었다. 여태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강무진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태도였다.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강무진은 순간 머릿속에 뭔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설마…….’

그때였다. 한 사내가 공중에서 가볍게 단상으로 내려선 것은…….

“대사형.”

“사형.”

그가 단상으로 올라서자 사내와 여인이 그를 보고 인사를 했다. 그러나 사내는 그런 두 사람을 거들떠도 안 보고 강무진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를 보고 있는 강무진은 놀라움이 가득했다. 설마 했는데 자신의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지금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사내는 바로 고운강이었다.

그때 도백광이 강무진에게 패했을 때, 패왕성에서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었다. 패왕성에 맞서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목숨을 살려주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때 도백광을 따르던 자들이 패왕성의 주세력들이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을 모두 죽이면 당장에 패왕성이 무너질 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적운휘가 성주가 되고 패왕성이 좀 안정되어 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죄를 물어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신들은 뒤로 물러났었다.

그 와중에 도백광의 제자였던 고운강과 방산, 호지, 그리고 장가연은 아무도 모르게 모습을 감추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설마 자신들까지 살려주리라 여기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모여서 힘을 기르고 있었다. 패왕성에 맞설 힘을 기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패왕성의 힘이 가장 덜 미치는 이곳 절강성에서부터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소마방은 그런 그들의 세력 중 한 곳이었다.

그런데 절강성에 있는 흑마련의 힘이 생각보다 대단했다. 이에 흑마련을 밀어버릴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강무진이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고운강은 그때 다시 못해본 승부를 내고 싶었다. 근래에 들려오는 강무진의 소문을 들으니 무림인들이 모두 강무진을 천하제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 강무진만 꺾는다면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크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래서 아직 때가 아닌데도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고운강…….”

“오랜만이군.”

고운강이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군.”

“요즘 자네 명성이 크게 올랐더군.”

“…….”

“그래서 내가 그 명성을 좀 가져가려고 한다네.”

“인질을 잡아놓은 상태로?”

“응? 하하하하. 아닐세. 아직도 나에 대해서 모르는군.”

“그럼 일단 같이 온 사람들을 풀어줘라.”

“후훗! 이거 왠지 그때가 생각나지 않는가?”

고운강의 말에 강무진은 그때 갈대숲에서 고운강과 처음으로 싸웠던 일이 생각났다.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초연이 죽지 않았던가?

“그럼 사람들을 보내줘라.”

“후훗! 그럴까? 그럼 그때의 기억을 살려서, 이렇게 하지. 딱 한 명만 보내주마. 선택은 네가 해라. 누구를 보낼 거냐?”

고운강의 말에 강무진이 잠시 갈등을 했다. 지금 고운강이 나타난 이상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결국 각자의 힘으로 이 난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었다.

강무진은 잠시 유빙화와 하은연, 그리고 남궁소희를 바라봤다. 유빙화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있었으나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조금 긴장한 모습이었다.

‘일단은 형님의 상처가 심하니 형님부터 살려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강무진이 고운강을 향해 말했다.

“여기 형님을 먼저 보내줘라.”

“훗! 사랑하는 여인들보다 의형이 더 중요했단 말이지? 좋아. 그렇게 하지.”

고운강이 그렇게 말하자 뒤에 있던 양 국주가 다가와서 곤란한 듯이 말했다.

“저, 저기 그를 지금 살려주면 나중에…….”

“됐다. 흑마련 따위는 언제든지 밀어버릴 수 있다.”

고운강의 말에 양 국주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고운강이 지시를 했다.

“저자를 데려다 줘라.”

“네.”

그렇게 구소단이 밖으로 실려 나가자 강무진이 고운강을 향해 말했다.

“시작할까?”

“큭큭! 물론일세.”

고운강이 손을 한 번 젓자 단상 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려갔다.

“이런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네.”

“나는 별로 반갑지 않은걸.”

강무진이 천천히 도를 뽑아 들며 그렇게 말하자 고운강이 미소를 지었다.

“어디 천하제일이라는 그대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볼까?”

고운강이 내공을 끌어올리자 양손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맺히기 시작했다.

마력진패강기였다. 이어서 그의 몸을 뜨거운 화기가 타고 돌기 시작했다. 마력진패강기의 기운에 열화마결의 기운이 더해졌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과거의 그와 비교해서 기운이 더 강해진 것을 빼고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사실 그때 사부님과 자네의 대결을 보면서 충격이 대단했었네. 마지막에 자네가 썼던 그 무공은 정말 온몸이 떨릴 지경이더군. 하지만 실망이었네. 목숨을 담보로 펼쳐야 하는 무공이라니 말이야.”

“…….”

강무진 말없이 조용히 도를 겨누었다. 그것을 보고 고운강이 여전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어쨌든 대단하기는 대단한 무공이었지. 그래서 나도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네. 내 평생에 그렇게 땀을 흘려보기는 처음이었지. 훗! 그 결과 나름대로 약간의 성취감이 있었지.”

고운강이 그때를 생각하는지 스스로 만족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이거 내 이야기만 했군. 이제 슬슬 시작해 보지.”

고운강이 그렇게 말하면서 뜻밖에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강무진이 알기로 고운강은 분명 마력진패강기와 열화마결을 익혔었다. 그런데 어째서 검을 뽑는단 말인가?

‘설마…….’

강무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운강의 말에 강무진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알고 할 말을 잃었다.

“훗! 설마라고 생각하는가 보군. 맞네. 수라십삼검일세.”

그랬다. 고운강은 패왕성의 사대비기 중 무려 세 가지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것이었다. 그의 사부였던 도백광도 이루지 못했던 것을 그가 해낸 것이었다.

‘니미… 뭐가 약간의 성취감이냐?’

강무진은 도를 움켜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고운강의 무공은 예전에 싸웠던 도백광 이상이었다.

‘이거 잘못하면 오늘 여기서 죽겠는걸.’

과거에 무리를 해서 간신히 도백광을 이겼었다. 그 후유증으로 1년이나 정신을 잃고 지낸 것도 모자라 기억상실까지 일으키지 않았었던가?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란 장담이 없었다.

강무진은 슬쩍 유빙화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훗! 나를 앞에 두고 한눈을 팔다니…….”

쉭!

깡!

고운강이 일검을 질러오자 그것을 강무진이 막아내면서 싸움은 시작되었다.

패왕성의 사대비기 중 하나인 수라십삼검은 그 변화가 굉장히 심했다. 그에 비해 강무진이 익힌 붕마도법은 변화는 거의 없으나 빠르기와 힘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고운강이 1초식을 펼칠 때 강무진은 서너 번씩 공격을 했다. 그러나 모두 고운강의 검에 막혀 안으로 뚫고 들어가지를 못했다. 고운강은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초식에 변화를 심하게 주면서 방어와 공격을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까까까깡!

연이어 검과 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의 신형이 서로 엉키면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며 자리를 옮겨 갔다.

단상 아래에서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난생처음 보는 절정의 고수들의 싸움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고 현란해서 눈이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고운강의 사제인 방산이나 장가연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오직 한 사람, 그나마 유빙화만이 대충이나마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앗!”

강무진이 기합을 지르며 순식간에 세 번이나 도를 휘둘렀다. 고운강의 상, 중, 하를 노리고 휘둘렀는데 고운강이 검을 빙글 돌리면서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모두 걷어냈다.

그러자 강무진이 한 발을 크게 디디며 고운강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일장을 쭉 뻗어냈다.

그 일장에는 열화마결의 뜨거운 화기가 가득 실려 있었다.

그러나 고운강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같이 맞받아쳤다.

콰아아아앙!

“큭!”

두 사람의 장력이 부딪치자 폭음이 울리면서 강무진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고운강도 뒤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강무진에 비하면 밀렸다고도 할 수가 없었다.

‘제길! 내공이 나보다 위인가? 붕마도법도 통하지가 않아. 역시 수라십삼검에는 안 되는 건가?’

강무진이 속으로 그리 생각했으나 모두 옳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강무진의 내공이나 고운강의 내공이나 서로 비슷했다. 다만 강무진은 열화마결 하나만의 기운을 쓸 수 있는데 반해 고운강은 열화마결에 마력진패강기까지 더해서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 위력이 더 뛰어났을 뿐이다.

‘열화마결의 모든 초식은 저자도 알고 있을 테니 이제 남은 수는 천변결과 아수라패왕권뿐이군. 또 그 방법을 써야 하나?’

강무진은 예전에 도백광을 쓰러트렸던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접었다. 죽으면 죽었지 다시 그 꼴이 되기는 싫었던 것이다.

‘할 때까지는 해보자.’

그렇게 마음을 정한 강무진이 다시 고운강에게 짓쳐들어가며 도를 휘둘렀다.

“흥!”

고운강은 코웃음을 치며 강무진의 공격을 쳐내며 검을 휘둘렀다.

쉬쉬쉬쉭!

퍽!

이번에 펼친 고운강의 공격은 여태까지와 완전히 달랐다. 검에 실린 힘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강무진은 어깨를 맞고 뒤로 물러났다. 다행히 금강불괴신공이 보호를 해줘서 큰 상처는 없었다.

그것을 보고 고운강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 그렇지. 자네 그 몸은 보통 공격은 통하지가 않았지. 깜빡 잊고 있었군.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몸이 단단하다고 해도 계속 두드리면 깨지게 되어 있다네.”

고운강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아까와 같은 기세로 검을 뻗어냈다. 그것을 피해내며 움직이던 강무진은 겨우 3초식 만에 다시 아까와 같이 어깨에 검을 맞았다.

쩡!

“크윽!”

고운강의 검을 통해 날카로운 기운이 어깨를 파고들자 강무진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맞은 어깨가 얼얼하면서 팔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놀란 눈으로 고운강을 보자 그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놀랐나? 훗! 내가 그냥 수라십삼검만 하나 더 익힌 것이 아닐세.”

그랬다. 고운강은 지금 마력진패강기와 열화마결의 기운으로 수라십삼검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완벽하게 세 가지 무공을 융합시킨 것이었다. 그러니 그 위력이 굉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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