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8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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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6화
186화
그렇게 모두가 보타사로 돌아와 예전에 강무진이 처음 이곳으로 찾아왔을 때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작은 정자에 둘러앉았다. 그리고 차가 나오자 구해신니가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 검성은 무고하신가?”
“네. 저도 패왕성에 들른 지 오래되어 소식은 잘 모르지만 건강하실 겁니다. 워낙에 정정하신 분이라……. 하하.”
“훗!”
강무진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지었다. 예전에 본 검성 부형승의 성격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무슨 일로 왔는가? 설마 나를 보려고 온 것은 아닐 테고…….”
구해신니가 그렇게 말하면서 유빙화를 바라봤다. 그러자 유빙화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아닙니다. 하하. 실은…….”
그렇게 말하던 강무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구해신니에게 넙죽 절을 했다.
“빙화를 데려가고 싶습니다.”
강무진의 말은 그냥 데려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절까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강무진은 그렇게 엎드려서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구해신니가 아무 말도 안 하자 슬쩍 고개를 들어 구해신니를 바라봤다. 그녀는 밝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걸 보고 강무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됐다!’
“훗! 그냥은 안 되지.”
“에?”
허락할 줄 알았던 구해신니가 뜻밖의 말을 꺼내자 강무진은 약간 당황하다가 그제야 구해신니의 성격이 생각났다. 예전에 구해신니를 만났을 때도 저랬었다. 겉으로는 웃고 있는데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요즘 자네 명성이 천하를 울리고 있더군. 도성 북리단천은 물론이고 괴성 나악태를 이긴 북해의 고수도 이겼다고 하는 이야기 때문에 모두들 자네를 천하제일의 고수로 인정하고 있다네.”
“에?”
그건 강무진으로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물론 모두 사실이기는 했지만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일들이 이렇게 빠르게 돌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사실 강무진의 이야기를 퍼트린 것은 바로 하은연이었다. 그녀가 하오문을 이용해서 소문을 퍼트렸던 것이다. 그러니 소문이 도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하은연이 그런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남자가 천하제일임을 자랑하고 싶은 생각에 그리했던 것이다.
“뭘 그리 놀라나? 모두 거짓인가?”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네. 자, 이제 나와 겨루어보세.”
“예?”
구해신니가 그렇게 말하면서 정자 옆의 공터로 나섰다. 예전에 강무진과 한 번 싸운 적이 있는 그 장소였다.
강무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유빙화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강무진이 구해신니에게 다가갔다.
“예전에는 봐주면서 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겠군.”
“하아… 잘 부탁드립니다.”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도를 뽑아 들었다. 예전에 유빙화가 준 얇은 도였는데 아직도 그때 유빙화가 달아준 수실이 달려 있었다. 그것을 보고 유빙화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오게. 선공은 양보하지.”
구해신니가 도를 겨누면서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이 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구해신니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하압!”
순간 강무진이 먼저 기합을 지르며 도를 휘둘렀다. 강무진의 붕마도법은 이미 경지에 올라 있었다. 예전에 유빙화의 도움으로 붕마도법의 경지가 깊어지기는 했었으나 그때는 내공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적영령의 도움으로 내공이 넘쳐나고 있었다.
쉬쉬쉬쉭!
빨랐다. 강무진의 도는 눈으로 판별해 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이에 구해신니는 감각을 최대한 살려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강무진이 휘두르는 도를 모두 피해내지는 못했다. 구해신니의 옷자락이 몇 군데 잘려 나갔던 것이다.
“흥!”
구해신니가 코웃음을 치면서 도를 휘둘렀다. 구해신니의 도법은 강무진과 같은 빠르기는 없었으나 교묘했다. 단순해 보이는데도 교묘하게 강무진의 빠른 공격을 모두 파헤치며 뚫고 들어가고 있었다. 참뢰항마도법을 이미 극성까지 익힌 구해신니는 마음대로 모든 초식을 펼쳐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은 도법에 관해서는 천하제일이라는 도성 북리대성을 꺾은 사람이었다. 구해신니의 도법이 아무리 교묘하다 해도 강무진이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10여 초식의 공방이 오갔을 때였다.
“하압!”
강무진은 크게 앞으로 한 걸음을 디디면서 구해신니의 하체를 쓸어갔다. 구해신니가 그것을 피해 몸을 띄우자 다시 한 걸음을 디디면서 여전히 구해신니의 하체를 노리고 도를 휘둘렀다.
까까까까깡!
구해신니로서는 공중에 몸이 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공격을 일일이 쳐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너 번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안 구해신니의 소매가 잘려 나갔다.
강무진은 구해신니가 땅으로 내려서는데도 더 이상 쫓지 않았다. 만약 구해신니가 적이었다면 땅에 내려서기 전까지 계속 몰아붙여서 끝을 봤을 것이다.
구해신니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도를 거두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법이구나.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더니……. 헐, 나도 이제 늙었구나.”
“아닙니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흥! 입에 발린 소리!”
“사부님.”
그때 유빙화가 구해신니를 부르며 다가왔다. 그러자 구해신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강무진을 바라봤다.
“진작에 찾아오지 그동안 어디서 뭘 했더냐?”
마치 강무진을 나무라는 것 같은 말투였다. 이에 강무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간 사정이 있었습니다.”
“너는 그때 왜 내가 너와 싸우자고 했는지 아느냐?”
“모릅니다.”
“그때도 마찬가지고 오늘도 그렇다. 나는 나를 이기지 못하는 약한 사내에게 빙화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아! 그러면…….”
“그래. 그때 내가 겨루자고 한 것은 네게 자격이 있는지를 보고 싶어서였다. 지금은…….”
잠시 말끝을 흐리던 구해신니가 유빙화를 보고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자격이 충분하군.”
“가…감사합니다.”
강무진이 다시 그 자리에서 넙죽 엎드리며 절을 하자 구해신니가 다가가 강무진을 일으켰다.
“일어나게나. 이제는 한집안 사람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우리 빙화를 잘 부탁하네.”
“예!”
강무진이 크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유빙화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유빙화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부인 구해신니조차도 여태까지는 볼 수 없었던 그런 환한 미소였다.
‘녀석. 저리도 좋을까? 하긴 그동안 그렇게 기다려왔으니……. 훗!’
<대회에 참가하다>
보타사에서 며칠을 더 머문 강무진은 유빙화와 함께 항주로 출발했다. 구해신니와 정소옥, 그리고 용보아가 그들을 배웅했다. 특히 용보아는 눈물을 굉장히 많이 흘렸다.
항주로 돌아오는 동안 강무진은 조심스럽게 하은연과 남궁소희의 일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유빙화는 평소처럼 그저 무표정하니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강무진으로서는 그런 유빙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나 일단 화를 내지도 않고 이해해 주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구소단의 장원에 도착했을 때였다.
남궁소희와 하은연은 강무진이 돌아왔다는 말에 후다닥 뛰어나왔다. 그런데 강무진의 옆에 웬 늘씬한 미인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두 사람이 곱지 못한 시선으로 유빙화를 살펴봤다.
유빙화는 보기 드문 미인이기는 했으나 풍기는 기운이 냉랭했다. 지금도 그저 무표정하게 서 있을 뿐이었는데 뭔가 위험한 분위기가 풍겨왔던 것이다. 금방이라도 자신들을 베어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이에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위험해.’
그때 구소단이 와서 유빙화를 반겼다.
“하하하. 어서 오시오, 유 소저. 정말 오랜만이구려. 그래, 사부님은 안녕하시오.”
구소단의 말에 유빙화가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어찌 보면 예의가 없는 행동이기도 했으나 그녀에 대해서 알고 있는 구소단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유빙화는 그러면서도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 시선은 남궁소희와 하은연을 향해 있었다. 두 사람은 그런 유빙화의 시선에 등줄기로 뭔가 찌릿하는 것을 느꼈다.
‘위험해. 위험해.’
“우리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들어가서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합시다.”
구소단이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과 유빙화를 안으로 데리고 가자 자연스럽게 남궁소희와 하은연이 따랐다.
남궁소희와 하은연은 구소단이 또 강무진과 술을 먹는다는 말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있다가 강무진과 구소단이 취하면 유빙화를 어떻게 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은 어이없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구소단과 강무진은 술자리가 깊어지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개가 되어갔다. 갑자기 옷을 벗으면서 이상한 춤을 추다가 두 사람이 동시에 달려들어 남궁소희는 물론이고 하은연에게까지 억지로 술을 먹이려고 했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술이 떡이 되어 제정신이 아닌 강무진과 구소단은 급기야 유빙화에게도 달려들어 억지로 술을 먹이려고 했던 것이다.
그 순간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뻐억!
“크악!”
와장창창!
유빙화는 망설임 없이 도를 뽑았다. 그리고 도의 옆면으로 술병을 들고 자신에게 덤벼드는 구소단을 먼저 후려쳐서 날려버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강무진 역시 딱 한 방에 날려버린 것이다.
뻐억!
“켁!”
콰장창창!
구소단과 강무진이 날아가면서 술상을 엎고 구석에 처박혔다.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생각지도 못한 유빙화의 행동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때 유빙화가 바닥에 떨어진 술병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옆으로 휙 던져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강무진과 구소단이 있는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때 풍기는 기세가 얼마나 살벌한지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를 죽이기 위해 가는 것 같았다.
이에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유빙화의 기세로 봐서 강무진과 구소단을 단번에 베어버린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빙화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에 무표정한 얼굴로 사정없이 도를 휘둘렀다. 물론 도의 날로 벤 것이 아니라 아까와 마찬가지로 도의 옆면이었다.
뻐억!
“켁!”
빠악!
“크아악!”
유빙화는 인정사정없이 도를 휘둘러 두 사람을 후려 팼다. 강무진은 금강불괴신공에 의해 몸이 보호되고 있어서 그나마 나았지만 구소단을 그렇지 않았다.
유빙화가 몇 번 도를 휘두르지도 않았는데도 그 끔찍한 고통에 구소단은 술이 확 깨며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유빙화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도를 휘둘렀다.
평소의 구소단이었다면 이렇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신 데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부터 계속 맞았기 때문에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가 않았다. 이에 계속 거품을 물고 얻어터져야 했다.
빠악!
“크악!”
뻐억!
“켁!”
결국 구소단은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유빙화는 강무진을 일으켜 세웠다. 강무진의 몸이 단단하다는 것은 유빙화도 알고 있었다. 이에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참뢰항마도 최고의 초식인 참뢰항마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