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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85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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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85화

 185화

 

퍼억!

그것을 남궁소희가 쌍장을 뻗어내서 막아내자 하은연이 이번에는 발로 세 번이나 연속으로 차올렸고, 남궁소희는 내력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다시 쌍장을 후려쳤다.

콰아앙!

우지끈!

강무진은 끈 떨어진 연처럼 방문을 부수고 나가떨어졌다. 그러건 말건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이를 악물고 계속 싸우고 있었다.

“…….”

두 사람이 그렇게 싸우고 있는데도 강무진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하은연과 남궁소희의 싸움은 나중에 연락을 받고 온 구소단이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말리면서 좀 진정이 되었다. 그때까지도 강무진은 한쪽에 널브러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끙!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이상하게 몸이 찌뿌드드하군요.”

강무진이 목과 어깨를 주무르면서 그렇게 말하자 구소단이 크게 박장대소를 했다. 지금은 방 안에 강무진과 구소단 밖에 없었다.

“하하하하.”

“아니,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아닐세. 아니야.”

남궁소희와 하은연이 싸우면서 강무진을 개 패듯이 팼다는 이야기를 차마 할 수가 없는 구소단이었다.

“그나저나 자네도 고생이 많구먼.”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여자에 대해서는 형님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음… 방법이라… 글쎄…….”

구소단이 그렇게 말하면서 앞에 있는 찻잔을 입에 가져다댔다.

“그러지 말고 알려주세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다만 자네가 좀 노력을 해야 하네.”

“무슨 방법입니까?”

“큭큭. 간단하지.”

구소단이 그렇게 말하면서 마시던 차를 내려놓았다.

강무진은 구소단이 은근히 뜸을 들이면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챘다.

“쳇! 뭔가 원하는 것이 있죠?”

“험! 아닐세. 내가 아우에게 뭘 바라거나 그런 것은 없다네.”

역시나 저 너구리 같은 성격은 변한 것이 없는 구소단이었다.

“뭡니까? 빨리 말해 보십시오.”

“음, 험! 그러니까 말이지. 이 형님이 마음에 둔 여인이 한 명 있는데 말이지…….”

“아 나 정말……. 악 소저 얘기하는 거 아닙니까? 말 돌리지 말고 원하는 것만 말을 하세요.”

“하하하, 역시 눈치가 빠르구먼.”

강무진이 결코 눈치가 빠른 것은 아니었다. 구소단이 그렇게 거의 대놓고 이야기하는데 눈치 채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험! 자네가 이번 일을 해결하면서 그녀하고 나를 잘 엮어주었으면 하네.”

“참나… 어젯밤에 뭐 했습니까? 마음에 들면 그냥 확 덮치지는…….”

강무진의 말에 구소단이 짐짓 화난 모습을 했다.

“무슨 소리? 악 소저는 그런 여자가 아닐세.”

‘니미… 형님이 저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완전히 씌웠군.’

여자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구소단이다 보니 강무진이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나서서 일을 잘 해결해 보겠습니다. 그럼 됩니까?”

“물론일세.”

“그럼 이제 그 방법을 이야기해 주세요.”

“험! 그러지. 자네는 혹시 이런 속담을 알고 있나?”

“무슨 속담이요?”

“호랑이가 없는 산에서는 여우가 왕이라고 말일세.”

“끙. 그게 무슨 말입니까?”

“크큭, 잘 생각해 보게. 내가 보기에 하 소저나 남궁 소저는 그저 여우들일 뿐이네.”

“음… 그럼 호랑이가 따로 있다는 겁니까?”

“그렇지. 그 호랑이가 산으로 돌아오면 평화가 찾아올 걸세. 여우가 아무리 대단해 봤자 호랑이한테는 안 되는 법이지.”

“알 수 없는 말만 자꾸 하깁니까?”

“잘 생각해 보게나. 원래 산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말일세.”

“흐음… 호랑이라… 호랑이…….”

강무진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구소단을 노려보다가 갑자기 뭔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 형님 말은 그럼…….”

“이제야 생각났나. 하하하. 둔하기는……. 당연히 그녀밖에 없지 않나? 그녀라면 저 두 여우는 상대도 되지 않을 걸세.”

“끙.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서 어찌 해야 할지를 모르겠군요. 사실 이곳으로 오면서도 계속 걱정이었습니다. 하 누이와 남궁 소저를 보면 그녀가 뭐라고 할지…….”

“이렇게 하게나.”

“에?”

그때부터 구소단은 강무진이 어떻게 해야 할지 조목조목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이었다.

강무진은 하은연과 남궁소희를 놔둔 채 보타문(普陀門)이 있는 보타산(普陀山)으로 향했다.

하은연과 남궁소희는 강무진이 보이지 않자 구소단을 찾아가서 물었다. 그러자 구소단이 강무진이 간 곳은 알려주지 않고 알 수 없는 대답만 했다.

“하하하, 아우는 지금 호랑이를 잡으러 갔답니다.”

호랑이라니?

도대체 갑자기 호랑이를 왜 잡으러 갔단 말인가?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구소단은 더 이상 알려주지 않고 그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강무진은 보타산 근처에 다다르자 옛날에 절강삼화와 함께 이곳으로 왔던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조금 더 산을 오르자 밑에 보타사가 내려다보였다. 이에 강무진은 걸음을 재촉해서 보타사로 향했다.

보타사에 도착한 강무진은 참배하러 온 사람들 속에 섞여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와서 봉양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댕! 댕! 댕!

어디에선가 타종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의 안색이 바뀌었다.

“뭐야?”

강무진도 심상찮은 분위기에 종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다 몸을 날려 앞에 보이는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섰다. 그러자 한쪽에서 무기를 든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서 담을 넘는 모습이 보였다.

“아!”

강무진은 그들 속에 눈에 익숙한 몇몇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구해신니와 함께 유빙화, 정소옥, 그리고 용보아가 보였던 것이다.

“그렇구나.”

강무진은 그제야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저렇게 종소리가 울렸을 때 구해신니나 절강삼화가 급히 자리를 떴었다. 왜구가 침입했던 것이다.

‘왜구가 아직도 침입해 약탈을 하나 보군.’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날렸다. 구해신니와 사람들을 도와 같이 싸우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경공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강무진이었기 때문에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느렸다.

한참이나 경공을 펼쳐서 달려가자 앞쪽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왜구와 싸우고 있는 보타문의 사람들이 보였다. 왜구들은 얼핏 보기에 무려 100여 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이 타고 온 작은 배들의 수만 해도 열 척이 넘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보타문 사람들은 겨우 3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밀리지 않고 왜구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강무진은 달려가면서 도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왜구 한 명을 단번에 베어버렸다.

가가각!

“컥!”

그 순간 옆에서 두 명의 왜구들이 같이 짓쳐들어왔다. 왜구들은 여전히 저돌적이고 과감한 공격을 하고 있었다.

강무진은 그들이 어떻게 공격해 오든 신경 쓰지 않고 도를 휘둘렀다. 그러자 그들의 검은 강무진의 금강불괴신공 때문에 모두 튕겨 나갔으나 그들은 강무진의 도에 피를 뿌려야 했다.

그런 식으로 싸우며 강무진이 유빙화 앞에 도달했을 때는 무려 30여 명이 넘는 왜구들을 베어버린 후였다. 왜구들은 그런 강무진을 보며 선뜻 달려들지 못했다.

“오랜만이오.”

“아! 다…당신은…….”

유빙화는 싸우는 도중에 강무진을 보고 그만 자신도 모르게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자 유빙화와 싸우고 있던 왜구가 그녀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그것을 보고 강무진은 한쪽 손으로 유빙화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도를 밑에서 위로 그어 올렸다.

서걱!

“끅!”

쾌도였다. 너무나 빨라 피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왜구가 그 자리에서 꼬꾸라지는 동안 강무진은 유빙화를 바짝 당겨 품에 안았다. 그러자 유빙화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러면서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보고 싶었어.”

강무진의 말에 유빙화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왜구 두 명이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둘러왔다. 그것을 보고 옆에서 싸우던 정소옥이 놀라서 소리쳤다.

“조심해요!”

강무진은 유빙화를 안은 상태 그대로 몸을 살짝 띄웠다. 그리고 앞에서 달려드는 왜구의 어깨와 머리를 차례대로 발로 짓밟으며 날아올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의 손에 들려 있던 도는 이미 다시 허리 뒤쪽으로 집어넣은 상태였다.

강무진은 한 팔로 유빙화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손이 하나밖에 없었으나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강무진의 손이 수없이 많은 잔영을 남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천수관음의 천 개의 팔을 보는 듯했다.

마홍이 전수해준 천변결의 비기였다.

쏴아아아아!

마치 굵은 소나기가 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이나 셀 수 없이 많은 암기들이 정확히 왜구들만 노리고 쏘아져 나갔다.

그냥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커다랗게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그런데도 위력이 엄청나 그것을 막아내는 왜구들의 검이 튕겨져 올라올 정도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암기들은 왜구들의 앞에서 서로 부딪치며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날아왔다. 이에 반응이 늦은 왜구들이 그 자리에서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졌다.

퍼퍼퍼퍽!

“크아아악!”

“으아아악!”

강무진은 유빙화를 안은 채 땅으로 내려설 때까지도 쉬지 않고 천변결을 펼쳤다. 그때마다 왜구들은 계속해서 쓰러졌고, 이내 멀쩡히 서 있는 왜구는 아무도 없었다.

보타사의 사람들은 그런 강무진의 신기를 보고 모두들 놀란 얼굴을 했다. 한순간에 자신들은 젖혀둔 채 왜구들만 쓰러트린 그 놀라운 암기술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던 것이다.

“이제 좀 조용하군.”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유빙화가 다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강무진은 그런 유빙화가 굉장히 귀엽게 여겨졌다. 원래 유빙화는 귀엽기보다는 차가우면서도 지적인 분위기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랜만에 강무진을 만난 반가움과 생각지도 못한 대단한 무공에 넋을 잃고 있었다. 더구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강무진의 품에 안겨 있으니 얼굴이 마치 홍시처럼 붉어져 수줍어했던 것이다.

“앗! 강 소협!”

용보아가 강무진을 알아보고 소리치면서 후다닥 달려왔다. 뒤이어 정소옥과 구해신니도 웃으면서 다가왔다.

“모두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강무진이 모두를 향해 그렇게 말하자 그들도 웃으면서 강무진을 반겼다.

“오랜만이에요, 강 소협.”

“아미타불. 무공이 대성을 했군. 축하할 일일세.”

그때 용보아가 뚱한 표정으로 있다가 버럭 소리쳤다.

“그런데 왜 대사자(大師姉)를 안고 있어요?”

“응?”

강무진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여전히 한 팔로는 유빙화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아! 하하하. 워낙 경황이 없어서…….”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제야 팔을 풀자 유빙화가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났다. 얼굴이 화끈거려서 남들이 볼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구해신니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왔으니 다 같이 본사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세나.”

“예.”

구해신니는 옛날과는 다르게 강무진을 살갑게 대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간 들려오는 그에 대한 소문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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