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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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74화
174화
“헉! 헉!”
단번에 가진 내공을 거의 쏟아 부어 열화마염풍을 펼친 강무진이 숨을 약간 몰아쉬었다. 그러다 노승들을 보면서 말했다.
“지금 아수라패왕권을 펼쳐 보이겠습니다.”
강무진은 말이 끝나자 곧 아수라패왕진결을 돌리며 주먹을 쳐들었다. 그러자 들린 강무진의 주먹이 진동을 하기 시작하더니 곧 온몸으로 그 진동이 번져갔다.
강무진은 아수라패왕진결이 완전히 돌자 힘껏 주먹을 땅으로 내리꽂았다.
“하아아압!”
콰아아아앙!
귀청을 때리는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날아올랐다. 동시에 직경이 무려 3장 가까이나 되는 반원이 파였다. 그 중심에는 강무진이 한쪽 무릎을 꿇고 주먹을 땅에 박아 넣은 모습으로 있었다.
그것을 보고 노승들은 아까보다 더 놀란 얼굴을 했다. 어찌나 놀랐던지 어떤 노승은 입을 벌린 채 입만 벙긋거리고 있을 정도였다.
사실 이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소림사에서 배분이 높은 고승들이 연공을 하는 장소였다. 그들이 연공을 하면서 땅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훨씬 단단했다. 그런 땅을 이 정도로 눌러버릴 정도이니 위력에서는 가히 천하제일이라 할 수가 있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자신들이 금종조를 극한으로 펼쳐도 과연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허… 대단하군. 대단해. 이야기로만 듣던 것을 실제로 보니 결코 과장이 아니었군.”
공지 대사가 감탄을 한 듯,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오늘 크게 눈을 넓혔소이다.”
“무엇이든 막아내는 금강불괴신공과 이런 막강한 위력의 아수라패왕권이 있으니 그대의 무공이 천하제일일세.”
노승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강무진의 무공을 칭찬했다.
강무진은 연달아 기술을 펼치자 이제 서 있을 힘도 없었다. 이에 풀썩 주저앉으면서 말했다.
“휴… 죄송합니다. 잠시 좀 쉬어야겠습니다.”
“허허, 괜찮네. 괜찮아. 괜한 늙은이들의 호기심으로 그대를 힘들게 했군.”
“그래. 그대로 좀 쉬게나.”
노승들이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강무진에게 그렇게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대사님.”
강무진이 방장인 공지 대사를 보며 말했다.
“말해 보게나.”
“금강불괴신공의 비급은 원래 소림사의 것이니 패왕성에 돌아가면 곧바로 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지 대사로서는 내심 바라고 있었던 일이었으나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들었었다. 아무리 그것이 소림사의 무공이라고는 하나 소림사 내에서는 그 맥이 완전히 끊겨버린 것이었다.
소림사 밖에서 저렇게 온전하게 맥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서 대뜸 비급을 달라고 하기에는 염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강무진이 먼저 그렇게 말을 꺼내자 사양하지 않고 되물었다.
“허! 그리해 주겠는가?”
“네. 무고에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찾아보고 없으면 제가 적어 드리겠습니다.”
“허허, 고맙네. 고마워. 이제야 만족들 하시는가?”
공지 대사가 노승들을 보며 그렇게 말하자 노승들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 그럼요.”
“우리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자리를 옮깁시다. 내 저 젊은이에게 곡차라도 한 잔 대접해야겠소.”
“자네가 마시려는 것은 아니고?”
“하하하.”
강무진은 그날 소림사 최고 배분의 고승들과 둘러앉아 밤새워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해신궁의 궁주를 만나다>
아침이 되자 강무진은 유무화를 데리고 일행과 함께 북해신궁의 궁주인 유양천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소림사 안에 있는 작은 암자였는데, 고승들 몇 명만이 묵고 있는 곳으로 배분이 낮은 스님들은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암자 앞에는 작은 평상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서 두 명의 장년 사내들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한 명은 어제 강무진도 봤던 노승들 중 한 명이었고, 다른 한 명은 하얀색과 은색이 나는 머리를 단정히 넘기고 역시 하얀색과 은색이 나는 수염을 덥수룩하니 기른 사내였다.
그는 몸에서 뿜어내는 기세나 바둑판을 내려다보고 있는 눈빛이 깊어 한눈에도 절정에 오른 고수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북해신궁의 궁주 유양천이었다.
유무화는 아버지인 유양천을 보자 반가운 얼굴을 하며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이 앞을 막아서면서 유무화에게 말했다.
“내가 허락할 때까지 여기 있어. 알았지?”
유무화는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여태까지 자신을 보호해 준 강무진의 말이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강무진은 자신의 두목이 아니던가?
“그래. 착하구나.”
강무진이 유무화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 준 후, 바둑을 두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누가 이기고 있는 겁니까?”
강무진의 물음에 유양천이 힐끔 그를 쳐다봤다. 그러나 곧 다시 바둑판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때 노승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사실 세력은 유 시주가 더 강하지만 이익은 내가 좀더 챙기고 있다네.”
“흐음… 그럼 대사님이 이긴 거나 다름없군요.”
강무진의 말에 유양천이 기분이 안 좋은 듯,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다. 아직 끝나지도 않은 바둑의 승패를 그렇게 마음대로 단정 짓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패했다고 하지 않는가?
노승이 그런 유양천의 기분을 헤아렸는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지는 않네. 유 시주가 힘으로 계속 밀어온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그동안 이익을 더 많이 챙기시면 되잖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쉽지가 않군.”
노승이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눈을 빛내더니 한 점에 바둑돌을 내려놓았다.
딱!
“……!”
그 한 수가 중요했던 듯, 유양천의 이마에 깊게 주름이 잡혔다. 그리고 바둑판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노승은 강무진의 말대로 방금 그 한 수로 실리를 더 많이 챙겼던 것이다. 이대로 가면 노승이 이기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유양천은 노승을 어떻게 밀어붙여야 하나 하는 생각에 바둑판을 구석구석 훑으며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유양천이 갑자기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돌을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딱!
“엇! 이런, 이런… 큰 실수를 했군. 어허…….”
노승이 안타깝다는 듯이 탄성을 냈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강무진은 그런 노승의 모습을 보며 방금 한 수로 인해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는 것을 짐작했다.
“지신 겁니까?”
“음… 방금 한 수가 크군. 방법이 없네. 방법이 없어. 허허. 다 이긴 바둑을… 쯧쯧. 하하. 졌습니다, 유 시주.”
노승이 들고 있던 돌을 놓으면서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자 유양천이 웃으면서 말했다.
“한판 더 두시지요. 제가 이겼다고는 하나 이번 판은 순전히 요행으로 이긴 것입니다.”
“하하하. 그것 역시 다 실력 아니겠습니까? 여기 젊은 소협이 유 시주에게 볼일이 있는 듯하니 바둑은 다음에 다시 두시지요.”
노승의 말에 유양천이 그제야 강무진을 제대로 바라봤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에 역시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유양천의 기억에는 없는 사람이었다.
“흐음… 내게 볼일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말해 보게나.”
“무화야, 이리 와.”
강무진이 뒤쪽에 있던 유무화를 부르자 유양천이 놀란 눈을 했다.
“무… 무화가…….”
“아버님…….”
유무화가 작은 목소리로 유양천을 부르며 다가왔다. 그것을 보고 유양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무화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이 그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안 됩니다.”
“이게 무슨 짓인가?”
강무진의 행동에 유양천이 기분 나쁜 투로 물었다. 얼마 만에 보는 아들인데 앞을 막아선단 말인가?
여기가 북해신궁이었다면 당장에 손을 썼을 것이다.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전에는 안 됩니다.”
“뭐야?”
강무진의 말에 유양천이 화가 나는 듯, 소리치다가 곧 뭔가 생각이 나자 목소리를 좀 낮추면서 말했다.
“빙정이라면 걱정하지 말게. 약속대로 건네줄 테니.”
유양천은 강무진이 빙정을 받을 수 없을까 봐 자신의 앞을 막아선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그러나 강무진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빙정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
“무화와 소호 때문에 그럽니다.”
“뭐? 소호도 찾았단 말인가?”
“아닙니다. 소호는 지금 이 자리에 없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음…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무화를 지금 보내면 안전한지를 알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제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지금 북해신궁 안에서 후계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화하고 소호가 중원으로 도망 나왔다는 것도 알고 있죠. 그렇게 도망 나올 정도면 필시 생명에 위협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면 여전히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강무진의 말에 유양천이 기분 나쁜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말했다.
“그건 자네가 상관할 일이 아닌 것 같군.”
“그렇지 않습니다. 무화와 소호는 제 부하들입니다. 부하를 사지로 보낼 수는 없는 일이죠.”
“뭐? 부하?”
“그렇습니다.”
강무진이 미소 지으면서 하는 말에 유양천은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있어 감히 자신의 자식들을 부하로 삼을 수 있단 말인가?
“자네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가?”
“알고 있습니다. 북해신궁의 궁주님이잖습니까?”
“허! 배짱이 좋군.”
“제가 아무리 배짱이 좋기로 궁주님만 하겠습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천하의 소림사를 상대로 장난을 치시고 협박까지 하셨더군요. 저도 배짱이 좋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강무진의 말에 유양천의 안색이 험악하게 바뀌었다. 금방이라도 강무진을 향해 손을 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화가 시종일관 분위기를 살벌하게 이끌어가자 나서서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유양천이 급기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정도가 지나치구나! 무화를 데리고 와서 고마움에 예로 대접하려고 했건만 죽고 싶으냐?”
유양천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주위로 뿜어져 나갔다. 이에 그들을 말리려고 했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그러나 강무진은 오히려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같이 큰소리를 쳤다.
“말 돌리지 마십시오! 자식들 하나 못 챙겨서 서로 죽이고 도망 다니게 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 뒤처리도 하지 못해 그런 꼼수나 쓰고. 그게 남자로서 할 짓입니까?”
“뭐야? 꼼수?”
“그렇습니다. 꼼수! 상대 입장은 생각도 하지 않고 세력과 무공만 믿고 벌인 일 아닙니까? 그러게 마누라들 잘 챙기고 자식들 교육 잘 시켰으면 될 일 아닙니까?”
강무진의 말에 유양천은 기가 막혔다. 누가 감히 자신에게 이리 말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노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지 마라! 본궁의 일에 네가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경쟁 속에서 자라왔다!”
“그게 무슨 경쟁입니까? 저 조그마한 아이가 뭘 경쟁한다는 겁니까? 그저 어른들의 권력 욕심에 희생되고 있는 것뿐이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