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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71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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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71화

 171화

 

유소호가 대답을 하자 유정이 그대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유소호가 유정을 불렀다.

“오라버니.”

“응.”

“나는… 나를 죽일 거죠?”

“뭐?”

유소호의 뜻밖의 질문에 유정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도 다 알아요. 내가 살아 있으면 안 되잖아요.”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방을 나가려던 유정이 다시 침상으로 와서 걸터앉으며 그렇게 물었다.

“나도 이제 어린애가 아닌걸. 내가 살아 있으면 오라버니가 아버님의 뒤를 이어서 궁주가 되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유정이 약간 화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오라버니.”

“응.”

“나 그냥 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부두목이랑 사람들이랑 같이 살 테니까……. 그러니까… 그냥 살려주면 안 돼요?”

유소호가 그렇게 말하면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잡아당겨 올렸다. 떨고 있는, 울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이다.

유정은 이불을 잡고 있는 유소호의 손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어여쁘던 유소호였다. 거기에 총명함도 남달랐다. 이에 궁주인 유양천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그것이 조금 샘이 나기는 했지만 그때 이미 유정은 그런 것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아버지인 유양천처럼 유소호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유소호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었다. 유양천이 그렇게 유소호를 아끼면 형제자매들 중에 싫어하는 아이가 하나쯤은 있을 법도 했는데 그 누구도 유소호를 싫어하지 않았었다.

그만큼 유소호는 예뻤고, 총명하게 행동했었던 것이다.

유정이 여자를 아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는 유소호가 친동생인 것이 원망스러웠다. 그만큼 유소호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던 것이다. 그런 유소호가 없어졌을 때 얼마나 방황을 하면서 찾아 헤맸던가?

나중에 어머니가 중원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망설임 없이 동행을 했다. 유소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사람들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것은 유소호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사실이었다.

유정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유소호를 만나 그가 잠든 틈에 확인을 해보니 사실이었다. 기가 막혔다. 그러면서도 유소호가 측은하게 여겨졌다. 분명 자신의 어머니 때문이리라.

유정도 커가면서 어머니인 월계지가 그동안 무슨 짓을 해왔는지 어렴풋이 짐작을 하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것을 그가 모를 리가 없었던 것이다.

유정은 그런 것들을 모두 무시했었다. 사실을 알고 어머니를 나쁘게 생각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소호가 남자라는 사실을 안 순간, 그간 덮어두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유소호가 남자라는 것을 속이고 여자로 커야 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그 아버지까지 속이면서 말이다.

그때부터 유정은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유소호가 여자건 남자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동생이었다. 그러니 어머니 손에 죽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리라고 다짐을 했던 것이다.

“소호야.”

“흑… 흑…….”

유정이 부르는데도 유소호는 대답 없이 울고만 있었다.

“걱정하지 마. 누구도 너를 죽일 수 없어. 내가 널 보호해 줄 거다. 설사 어머니라 해도 너한테는 손을 대지 못하게 할 거야.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알았지?”

유정이 부드럽게 달래자 유소호가 이불을 조금 내려 눈만 내놓은 채 물었다.

“정말?”

“훗! 그래. 내 착하고 예쁜 동생을 어떻게 죽게 놔두겠어.”

유정이 유소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조금 마음이 놓이는 유소호였다.

“오라버니…….”

“그래. 그러니까 걱정 말고 푹 자. 내일도 또 한참이나 이동해야 하니까 미리 쉬어 두어야 해.”

“응. 잘 때까지 옆에 있어줘요.”

“그래. 그럴게.”

유정이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지 대사를 만나다>

 

강무진 일행이 소림사에 도착하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장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 방장님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장의 말에 공문 대사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소림사 안으로 들어가니 공양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그런 손님들을 스님들이 안내하고 있었다. 그러한 것을 보면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방문한 사람들이 뜸해지면서 스님들만 보였다.

공터 곳곳에서 무공을 수련하거나, 경전을 놓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이곳부터는 공양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말로만 듣던 소림사를 직접 와보니 일반 사찰과 다를 것이 없군요.”

강무진이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하자 공문 대사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수양하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지 않겠나.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조금 이름이 알려져 있으면 뭔가 대단한 곳이라 여기고 착각을 하는 것이지.”

“그래도 역시 소림사라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스님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하은연 역시 소림사에 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는 길에 봤던 연공을 하는 스님들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었다.

“무공 역시 스스로를 닦아가는 하나의 방편일세. 하지만 힘을 가지게 되면 반드시 쓰고 싶어지는 법. 내 생각에는 그저 몸을 건강히 하는 정도면 족하네. 무공을 익힐 시간에 차라리 덕을 쌓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정진하는 것이 훨씬 더 이롭다네.”

무공이 이미 절정에 달해 있는 공문 대사가 그런 말을 하니 오만으로 보일 수도 있었으나 공문 대사의 인품을 아는 모두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건물 모퉁이를 돌아가던 공문 대사와 무장이 그쪽에 있는 방문 앞에서 멈추어 서자 뒤따르던 강무진 일행도 멈추어 섰다. 그러자 무장이 일행이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려고 했다.

그때 방 안에서 먼저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을 안으로 드시게 하여라.”

“네.”

무장이 대답하면서 방문을 열고 일행들에게 안을 가리켰다.

“그럼 저는 이만…….”

무장이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자 모두가 같이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에 가만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노스님이 보였다.

하얀 수염이 가지런히 가슴까지 내려와 있고 인상은 공문 대사와 비슷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옆집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노스님이 현재 소림사의 방장인 공지 대사였다.

공지 대사는 깨달음이 깊어 사람들이 살아 있는 부처라 불렀다. 그리고 무림인들은 불성(佛星)이라 부르며 천하제일의 고수가 누구인가를 논할 때면 빠지지 않고 그를 꼽으며 이야기할 정도로 무공이 대단했다.

“먼 길 오시었소. 앉으시게나.”

공지 대사가 자리를 권하자 모두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공지 대사가 미소를 지으면서 먼저 말을 꺼냈다.

“무장에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번거롭게 예를 차리지는 맙시다.”

공지 대사는 나이가 지긋한데도 일행들에게 존대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성격이 소탈한 듯, 예법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 아이가 북해신궁 유 시주의 아들이겠군요.”

왕이후 옆에 쭈뼛거리며 서 있는 유무화를 보고 공지 대사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유무화가 왕이후의 옷깃을 잡았다.

“무서워하지 마라. 조금 있으면 네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게다.”

공문 대사의 말에 유무화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인연이 닿아 중간에 서로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덕분에 곤란한 일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 모두가 시주들 덕분입니다.”

“아닙니다. 이야기하신 대로 어쩌다 보니 인연이 닿았을 뿐입니다.”

“그대가 패왕이라 불리는 시주이군요.”

“부끄러운 칭호입니다. 강무진이라고 합니다.”

“아닙니다. 전에 검성, 그 늙은이가 찾아와서 한참이나 칭찬을 하기에 어떤 분인지 궁금했었습니다. 하하.”

그렇게 말하던 공지 대사가 잠시 강무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에 강무진이 약간 무안해했으나 공지 대사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다 모두를 보고 말했다.

“먼 길을 와서 피곤할 테니 오늘은 일단 푹 쉬십시오. 마침 유 시주도 잠깐 출타 중이니 그가 돌아오면 다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눕시다.”

“예.”

방을 나오자 공문 대사가 직접 일행들을 각자가 묵을 방까지 안내를 해주었다.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려던 강무진은 문밖에서 나는 기척에 문을 바라봤다. 그러자 낮에 들었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이 한밤중에 소림사의 방장인 공지 대사가 찾아온 것이다.

“강 시주, 아직 안 자고 있으면 잠시 이야기를 좀 나누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 예…….”

생각지도 않았는데 공지 대사가 찾아오자 강무진이 허둥지둥 가서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공지 대사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괜찮다면 같이 좀 갑시다.”

“예? 예.”

강무진이 얼결에 대답하자 공지 대사가 먼저 앞장서서 휘휘 걷기 시작했다.

강무진은 갑자기 공지 대사가 이러는 이유가 궁금했으나 그저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공지 대사는 강무진을 데리고 커다란 몇 개의 건물을 지나 마지막으로 작은 산문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숲에 둘러싸인 공터가 하나 나왔는데 그곳에는 10여 명의 스님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노스님들이었는데 그중에는 공문 대사도 끼어 있었다.

“강 시주.”

“네, 말씀하십시오.”

“늦은 밤에 시주를 이리로 데리고 온 것은 그대가 익힌 무공 때문입니다.”

공지 대사가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도 그제야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익힌 금강불괴신공 때문에 자신을 이리로 불러낸 것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내 사형제들입니다.”

공지 대사의 사형제들이라면 모두 공 자 돌림이라는 이야기였다. 속세를 등지고 은거해 있는 고승들을 제외하면 현재 소림사에서 최고로 배분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무진이라고 합니다.”

강무진이 노승들을 향해 예를 취했으나 받아주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강무진이 속으로 그것을 이상하게 여겼으나 그냥 배분이 높은 고승들이라 그렇겠지 하고 넘겨버렸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강무진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예를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금강불괴신공이라면 소림사 최고의 호신기공이었다. 익히기가 괴이하고 까다로워서 제대로 익힌 사람은 그 긴 역사 속에서도 겨우 세 명뿐이었다.

그것을 외지인이 익혔다고 하니 믿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명성까지 있으니 몇몇 노승들은 익히지도 않은 것을 사칭하고 다니는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천하의 모든 무공은 소림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듯이 이들은 무공에 대한 자존심이 굉장히 높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 고집이 세지고 편협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욱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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