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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60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7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패왕전설 160화

 160화

 

‘저 녀석이 정말 풍수개를 잡았단 말이냐?’

창 밖에 있는 자가 왕이후를 유심히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왕이후는 제갈용화 같은 뛰어난 미모의 여인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기분이 좋았다. 또한 제갈무용의 둘째 형인 제갈무한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학식이 굉장히 풍부하고 점잖은 사람이어서 왕이후의 기분을 좋게 하고 있었다.

그때 왕이후는 창가 쪽에서 뭔가 느껴지자 재빨리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왕이후의 행동에 제갈용화와 제갈무한이 놀라며 물었다.

“무슨 일이죠?”

“헛!”

왕이후는 창문 밖에 아무도 없자 자신이 잠시 착각을 했다고 여겼다.

“아닙니다. 제가 착각을 했나 봅니다.”

“어머! 그러고 보니 먼 길을 오셨다고 들었어요. 피곤하실 텐데, 이만 쉬는 게 좋겠어요.”

“그렇군. 벌써 시간이 이리되었나?”

제갈무한까지 그렇게 말하자 왕이후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오늘 두 분을 만나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럼 내일 봅시다.”

“네. 쉬세요.”

그렇게 세 사람이 인사를 하고 각자의 방으로 가고 있을 때, 창 밖에 있던 그림자는 벽을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는 무엇을 찾고 있는지 가면서 방마다 나 있는 창문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불이 아직도 켜져 있는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멈칫했다.

“뭐야? 그 아이가 북해신궁의 아이란 말이냐?”

“네, 숙부님.”

“그럼 저들만 어떻게 하면 우리가 빙정을 얻어낼 수도 있겠구나.”

“그것은… 어렵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곳은 호북성이다. 이곳에서 본가가 못 해낼 일이 뭐가 있단 말이냐?”

약간 나이가 있어 보이는 사내의 말에 창 밖에서 듣고 있던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그때 목소리가 좀 젊어 보이는 사내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강 형에게 덤빈다고 해도 그의 몸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할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강 형이라면 그 패왕이라는 자를 말하는 거냐?”

“그렇습니다.”

“허! 그가 그리 강하더냐?”

잠시 말이 없이 침묵이 흐르자 창 밖에 있는 그림자도 더욱 궁금증이 일어 귀를 바짝 들이댔다.

‘누구기에 제갈세가의 인간이 저렇게 인정을 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는 북리세가의 가주인 도성 북리단천을 꺾었습니다.”

“뭐?”

나이 든 사내가 놀랐는지 한동안 방 안에서는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이, 그 말이 정녕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옆에서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허, 과연 패왕성이다. 과연…….”

‘뭐야? 패왕성의 인간들이 여기에 와 있나? 그럼 아까 풍수개를 잡았다던 그놈이 북리단천을 꺾은 건가? 놈. 그럼 그때는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그림자가 그런 생각을 하며 여태까지보다 좀더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창문을 통해 방 안을 들여다보며 뭔가를 찾던 그가 순간 멈칫했다.

‘찾았다.’

그는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침대 위에서는 한 쌍의 남녀가 서로 껴안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그걸 보고 그가 살짝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나 말고도 그런 취미를 가지고 있는 놈이 있었군. 하긴 어린것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법이지. 크크. 이미 남자를 안다면 한동안 재미를 볼 수도 있겠군.’

그때였다. 정말 우연이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사내의 품에서 잠들어 있던 어린 소녀(?)가 몸을 뒤척이며 움직이다가 침대 밑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쿵!

“아야!”

잠결에도 아픈지 하은연이 머리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체구가 작아 마치 소녀 같은 그녀의 알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림자는 그것을 보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태까지 자신이 건드렸던 아이들 중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때 두 사람의 눈이 딱 마주쳤다.

 

 

<살인마를 만나다>

 

하은연은 깜깜해서 잘 보이지 않는 방 안에서 뭔가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 꺄악!”

“아뿔싸!”

그때까지도 하은연의 몸을 보며 넋을 놓고 있던 그가 순식간에 하은연을 덮쳐가며 그녀의 입을 막음과 동시에 그녀의 혈을 짚었다. 그러자 하은연은 목소리가 안 나오면서 몸이 뻣뻣하게 마비가 되어오는 것을 느꼈다.

사내는 그런 하은연을 옆구리에 끼고 곧바로 그곳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어디에선가 날카로운 뭔가 날아드는 느낌에 재빨리 하은연을 놓고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방금까지 그가 있던 곳에 10여 개의 암기가 지나가서 벽에 박혔다.

파파파팍!

강무진이 침대 머리맡에 있는 암기를 일순간에 집어 천변결을 펼친 것이었다.

사내는 하은연이 소리를 질러 사람들이 곧 몰려올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눈앞에 강무진이 있는데도 마찬가지였다. 하은연에게 몸을 날려 그녀를 다시 잡아채려고 했다. 그러나 강무진이 그 앞을 막아서며 주먹을 휘두르자 어쩔 수 없이 하은연을 잡아채려던 손을 회수해서 강무진의 공격을 막았다.

파팍!

어둠 속에서 순식간에 손이 오갔다. 그러다 상대가 등을 돌리자 강무진은 그가 도망가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급히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상대는 도망가는 척하면서 강무진을 가까이 끌어들이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방금 손을 나눌 때도 본심으로 전력을 다하지 않았었다. 자신의 실력이 낮아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려 했던 것이다.

강무진이 방심하며 그렇게 달려들자 사내가 등을 보이고 있는 겨드랑이에서 갑자기 검이 하나 쑥 튀어나와 강무진을 찔렀다. 그리고 뒤이어 사내가 뒤로 힘껏 뛰며 등으로 강무진을 쳤다.

퍼억!

“크윽!”

우직!

강무진이 뒤로 날아가서 침대 위의 벽에 부딪쳤다. 그사이에 사내는 움직이지 못하는 하은연을 어느새 옆구리에 끼고 창문을 부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나 이미 밖에서는 하은연의 비명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모두 깨어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기다! 지붕 위야!”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그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흥! 별 볼일 없는 것들이…….”

사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3층에서 가볍게 땅으로 날아 내렸다.

“공격해!”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밑에 있던 제갈세가의 사내들이 무기를 휘둘러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아앗!”

“흐아앗!”

그러나 그들은 무기를 휘둘러보기도 전에 사내가 휘두른 검에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멈춰라!”

그때 제갈산이 크게 일갈하며 객잔의 문에서 달려 나왔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마치 독수리발톱처럼 구부려 사내의 어깨를 짚어갔다. 그러자 사내가 그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나면서 검을 휘둘러 제갈산의 목을 베려고 했다. 그 초식이 어찌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것을 제갈산은 육감적으로 간신히 피해냈다. 만약 그간 쌓아온 경험이 없었다면 절대로 피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사내는 제갈산이 자신이 휘두른 검을 피해내자 코웃음을 치면서 손목을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검이 세 개로 보이면서 제갈산을 찔러 들어갔다.

“헛!”

제갈산은 상대가 검을 휘두른 상태에서 회수하지 않고 곧바로 그 같은 공격을 펼치자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그의 가슴 앞섶을 상대의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검이 가슴을 뚫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제갈산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서야 상대를 정확히 바라봤다. 뚱뚱한 체구에 스산한 웃음을 짓는 상대를 확인한 순간 제갈산이 놀란 눈을 하며 말했다.

“설마……. 인간백정 광마…….”

“저쪽이다!”

그때 객잔에서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뛰쳐나오면서 그를 향해 공격을 하려고 했다. 그것을 보고 제갈산이 크게 놀라며 외쳤다.

“안 된다! 물러나라!”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었다. 벌써 제갈강은 검을 뽑아 들고 광마의 지척에서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제갈산도 뒤늦게 몸을 날렸다. 그때 광마의 검이 제갈강의 목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안 돼!”

제갈산이 그렇게 크게 외칠 때였다.

“흐아아압!”

하늘에서 기합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그들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광마의 검이 그의 몸을 찔렀다. 그러나 사내는 그런 건 상관도 하지 않으며 광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흐아아앗!”

“흥! 단단하긴 단단하군.”

광마는 이미 강무진의 몸이 생각 이상으로 단단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광마는 강무진 일행이 숲에서 설인대와 싸우기 전부터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무진이 설인대의 대주와 싸우는 것을 숨어서 모두 봤었다. 그때 하은연을 발견하고는 흑심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태까지 하은연을 어떻게 해보기 위해 기회를 엿보며 몰래 그들을 따라왔다.

그러나 강무진 일행이 갈수록 제갈세가로 향하자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자신이 벌인 일 때문에 그렇잖아도 제갈세가 근처는 그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강무진 일행이 자꾸 그곳으로 향하는데다 제갈세가의 사람들까지 만나자 조금 무리해서 손을 쓴 것이었다.

“하 누이를 내려놔!”

강무진이 그렇게 외치면서 들고 있던 도를 횡으로 그었다. 지금 강무진의 손에는 예전에 유빙화가 준 마치 왜구들의 검처럼 약간 휜 얇은 도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으로 붕마도법을 펼치자 극쾌로 도가 광마를 베고 지나갔다.

그러나 광마는 이미 목적을 달성한 상태였다. 굳이 강무진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지금 그는 오로지 하은연을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꺼져라!”

광마가 절초를 펼치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검이 순식간에 강무진의 도를 두드리며 타고 들어가 강무진의 오른쪽 어깨를 찔렀다.

퍼억!

“크윽!”

강무진은 금강불괴신공으로 인해 보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끔찍한 고통이 일자 순간 주춤하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났다. 그사이에 광마는 이미 몸을 날려 도망가고 있었다.

“거기 서!”

강무진이 크게 외치며 경공을 펼쳐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이후가 어느새 옆으로 와 같이 가려고 했다. 그걸 보고 강무진이 그를 제지하면서 외쳤다.

“너는 가서 유무화를 지켜!”

“하지만 대사형!”

“저놈은 내가 잡는다! 빨리 가!”

강무진이 무서운 눈을 하며 그렇게 소리치자 경공을 펼치던 왕이후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대사형의 저런 모습은 처음이군.”

왕이후는 강무진의 말대로 일단 유무화를 보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제갈산을 중심으로 빠르게 경공을 펼치며 왕이후를 스쳐 지나갔다.

그들 중에 섞여 있던 제갈용화와 제갈무한은 왕이후가 광마를 쫓지 않고 가만히 서 있자 의아한 눈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대로 경공을 펼쳐 지나가 버렸다.

뒤이어 황보란과 황보린이 경공을 펼쳐 지나갔고 마지막으로 화화가 유무화를 안고 달려왔다.

“왕 소협, 무슨 일이죠?”

“광마가 나타났소. 같이 가봅시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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