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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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58화
158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설인대 사람들이 한두 명씩 공격을 멈추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강무진 일행을 공격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겹겹이 포위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들의 눈은 모두 강무진과 설인대 대주의 싸움을 좇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자 왕이후를 비롯한 일행 모두 한숨 돌리며 자연스럽게 설인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싸움을 보고 있었다.
“크아앗!”
설인대 대주가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것을 배에 정통으로 맞은 강무진의 몸이 뒤로 주르륵 조금 밀려나며 발이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아까는 상대의 힘을 뒤로 어느 정도 흘려버리려 했기 때문에 한 대 맞을 때마다 3장 가까이 뒤로 밀려났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버리고 버티면서 맞받아치고 있었던 것이다.
“흐아앗!”
강무진이 힘껏 기합을 내며 주먹을 한껏 뒤로 젖혔다가 설인대 대주의 옆구리를 쳤다. 그러자 설인대 대주의 그 커다란 덩치가 휘청하면서 옆으로 두 걸음이나 물러났다.
“우오오!”
퍼억!
“크윽! 하압!”
퍼억!
“끅!”
무식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여태까지 이렇게 무식하게 싸움을 하는 이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무식한 싸움에, 자신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싸움에 그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끓어오르는 피를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보고 있는 상상을 깨는 이 무식한 싸움이, 남자답고 강인한 그들의 싸움이 보고 있는 모두를 그렇게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사람은 바로 유무화였다. 유무화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강무진이 꼭 이길 거라는 생각으로 두 사람의 싸움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체의 방어 없이 상대의 공격을 모두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충분히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서로 한 번 공격을 할 때마다 혼신을 다해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주먹을 완전히 뒤로 젖혔다가 치는 건 예사였고, 뒤로 서너 걸음을 물러나 달려오면서 그 힘을 이용해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보통의 싸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동작이 저렇게 크면 누구나 막거나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러지 않았고 이에 서로 전혀 망설임 없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가 휘두르는 주먹에 한 대, 한 대 맞을 때마다 마치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느낌에 정신이 아찔해지며 혼백이 달아날 정도였지만 이를 악물고 서로 그것을 버티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1각 정도를 더 싸우자 두 사람은 이제 지쳐서 주먹을 들고 있지도 못한 채 양팔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아무리 호신기공으로 몸을 보호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싸웠는데 그 충격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이에 두 사람 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서 있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눈에 투지를 불태우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헉! 헉!”
“헉! 헉!”
‘괴물 같은 놈…….’
‘중원에 이런 놈이 있었다니…….’
“오늘은……. 헉! 헉!”
강무진이 여전히 눈에 힘을 주고 설인대의 대주를 쏘아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설인대의 대주가 그 말을 이었다.
“그만 하자……. 헉! 헉!”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쉬던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설인대의 대주가 손을 들자 설인대가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 제갈무용을 상대하던 부대주가 빠르게 다가와 그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나 설인대의 대주는 그런 부대주의 손길을 거부했다. 마지막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자존심이었다.
강무진 역시 그를 걱정하며 다가와 부축하려는 하은연의 손을 저지했다.
“내 이름은 마항달이다.”
설인대의 대주가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움직이며 수하들과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버티고 서 있던 강무진은 그제야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것도 모자라 그대로 하늘을 향해 대자로 뻗어버렸다.
“대사형!”
“강 소협!”
그런 강무진을 걱정하며 모두가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 그러자 강무진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잠깐만……. 잠깐만 이대로 쉬자.”
강무진은 벌써 내공이 완전히 바닥난 상태였다. 그랬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아수라패왕권을 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왠지 그 무식하고 고지식한 마항달이라는 사내에게는 아수라패왕권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훗!”
‘아직까지 나도 많이 무르군. 예전에 그렇게 당했으면서…….’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으나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이 누워 있는 강무진의 몸을 식혀주며 지나갔다.
그런 그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눈빛이 있었다. 그 눈빛은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그는 그들 중에서 황보란과 황보린은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화화를 보다가 하은연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딱 그의 취향이었던 것이다.
그는 어린 소녀들을 좋아했다. 하은연의 나이가 어린 것은 아니었지만 체구가 작고 얼굴도 굉장히 귀엽고 동안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나이보다 배는 어려 보였다.
“크크크.”
설인대와 그런 싸움이 있은 이후 일행이 의성현(宜城縣)에 도착할 때까지 유무화를 노리는 사람들은 없었다.
의성현에서 제갈세가가 있는 융중산(隆中山)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이에 사람들이 제갈세가에 잠깐 들렀다 가자는 의견을 말했지만 제갈무용이 그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제갈무용은 제갈세가로 돌아가기 싫어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모두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의성현의 한 객잔에서 머물고 있는데 뜻하지 않게 제갈세가의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그것도 제갈무용과 같이 제갈세가의 직계가족을 말이다.
“앗! 무용 오라버니!”
제갈무용을 처음에 알아보고 소리를 친 사람은 제갈효명이라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제갈무용의 사촌동생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그녀의 오라비인 제갈강과 제갈무용의 둘째 형인 제갈무한이 같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20여 명의 제갈세가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
“앗!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제갈무용은 제갈효명을 보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제갈무용이 형제들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제갈효명이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제갈무용을 따라다니면서 제갈무용을 바보라고 놀리며 골탕을 먹이던 주요 인물 중 하나였던 것이다. 지금 이렇게 커서도 그녀는 여전히 제갈무용을 괴롭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뭐야? 뭐야? 난 다 봤어. 거기 여자들하고 같이 뭐 하고 있었던 거예요? 세가에서 오라버니가 돌아오지 않아 숙부님들이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나중에 남궁 언니한테 다 일러줄 테다.”
“앗! 그러지 마. 아니야. 이 사람들은 그냥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야. 특히 여기 여자들은…….”
제갈무용이 당황하며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장난기가 동한 하은연이 제갈무용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호호. 오라버니, 어젯밤에는 너무 좋았어요.”
“무, 무, 무슨 말이야? 어젯밤에 뭐가……. 헉!”
하은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제갈무용이 말을 더듬다 못해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때 제갈효명이 손가락질을 하며 다가왔다.
“아앗! 그것 봐! 그것 봐! 어쩐지 안 돌아온다 했어. 바람피우고 있었지? 내가 다 일러줄 테다.”
“아니야! 아니야! 하 소저,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요?”
제갈무용은 이제 머리가 터져 나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한단 말인가?
“깔깔깔깔.”
제갈무용을 제대로 놀려먹었다는 생각에 하은연이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강무진과 눈이 마주치고는 웃음을 멈추었다. 강무진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으로 울먹이며 그녀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눈빛은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런 강무진에게 왕이후가 다가가 어깨를 다독여주며 말했다.
“대사형,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그… 세상에 널린 게 여자들입니다. 기억도 되찾으셨으니 성으로 돌아가면 주 사매나 영령이도 있으니까…….”
그러나 강무진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듯했다. 그걸 보고 하은연은 속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생각했다.
“강 오라버니, 제가 농담한 거예요. 전 어젯밤에 저기 화화하고 같이 있었는걸요. 오라버니도 아시잖아요. 제갈 공자가 우리를 모른 체 하려는 것 같아서 괘씸한 마음에 놀려주려고 그런 거예요.”
“그런 거지?”
하은연의 말에 강무진이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물었다.
‘나 참……. 이래서 남자들은…….’
“그럼요. 저한테는 오라버니밖에 없어요.”
하은연이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에게 안기자 강무진이 그녀를 꼭 안아줬다. 그것을 보고 있는 황보란은 슬쩍 황보린의 눈치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겉으로 내색은 안 하고 있지만 한쪽 눈썹이 자꾸 꿈틀거리는 것이 어지간히 화를 참고 있는 듯 했다.
‘에휴……. 그러게 그때 본가로 돌아갔으면 됐지. 너는 너무 순진해서 저런 여우하고는 싸움이 안 된다니까.’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제갈세가의 사람들과 강무진 일행이 갑자기 소란을 떨자 모두 그들을 바라봤다. 그때 객잔의 입구에 한 노인과 여인이 들어섰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그 여인에게로 향했다. 여인은 청초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그녀의 미모는 객잔 안에 있는 사내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숙부!”
제갈효명이 노인을 부르며 다가갔다. 그 노인의 이름은 제갈산으로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웅의 사촌동생이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절세의 미모를 가진 여인은 그의 딸인 제갈용화였다.
“마침 잘 오셨어요. 무용 오라버니가 글쎄요.”
“시끄럽다.”
제갈산이 일갈을 하자 여태까지 쉬지 않고 수다를 떨던 제갈효명이 입을 다물었다.
제갈산은 객잔 안에 있는 제갈무용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그와 함께 있는 일행을 한 사람, 한 사람씩 둘러봤다.
황보란과 황보린 자매는 쌍둥이라서 워낙에 유명해 단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 외에 눈에 뜨이는 사람은 단연 왕이후였다. 다부진 체격에 굳게 다문 입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당당하고 사내다운 기세가 은연중에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피하지 않고 있었다.
‘제법이로군.’
제갈산이 그런 생각을 하며 그 옆에 있는 강무진을 봤다. 그는 자신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체구가 작은 여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그런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그때 제갈무용이 그에게 다가가 먼저 인사를 했다.
“숙부님.”
“그래. 패왕성으로 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저들이 패왕성 사람들인가 보구나.”
“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자.”
제갈산이 그렇게 말하며 객잔 주인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자 객잔 주인이 몇 번이나 허리를 굽히며 굽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