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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전설 156화

무료소설 패왕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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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패왕전설 156화

 156화

 

그러나 지금은 마음속으로 완전히 패배를 인정하고 있었다. 자신은 죽었다 깨어난다 해도 이런 위력의 공격을 막아낼 자신이 없었다. 마지막에 강무진이 바닥을 치지 않았다면 자신은 흔적도 없이 날아갔을 것이다.

“…….”

북리단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들고 있던 도를 천천히 거두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그렇게 가자 남아 있던 북리세가의 사내들이 그 뒤를 조용히 따라 사라졌다.

그리고 유무화를 납치했던 사내들은 언제 사라졌는지 이미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헉! 헉!”

강무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유무화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유무화 앞에 쭈그리고 앉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이제야 다시 찾았군, 내 부하.”

“흑…….”

유무화는 울먹울먹하다가 강무진을 꽉 껴안으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아아앙!”

그런 유무화를 강무진이 가만히 다독여 주었다.

 

“아버님이 패했다고?”

젊은 나이에도 머리가 하얗게 샌 잘생긴 사내가 못 믿겠다는 듯이 물었다. 그가 바로 북리세가의 소가주인 북리대성이었다.

“그래요. 그렇게 들었어요.”

긴 머리를 수십여 가닥으로 땋아서 내리고 흰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궁장을 입은 젊은 여인이 대답을 했다. 여인의 이름은 하은소로 하오문 사람이었다.

“상대는 누구였지?”

“남쪽의 패왕이라더군요.”

“…….”

하은소의 말에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북리대성이 그녀를 향해 다시 질문을 던졌다.

“북해신궁의 궁주가 소림사에 있다고 했나?”

“그래요.”

“음……. 몇 명이나 들어왔지?”

“한 20명 정도 될걸요. 훗! 그를 직접 칠 생각인가요?”

“글쎄…….”

북리대성이 말끝을 흐리자 하은소가 그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북해신궁의 궁주는 무공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당신 아버님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거예요. 더구나 지금 북해신궁의 수많은 사람들이 중원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그래?”

“그래요. 하지만 조금 이상한 것이 그들은 궁주가 있는 소림사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남쪽으로만 내려오고 있다고 해요.”

“누가 이끌고 있지?”

“북해신궁의 좌호법인 구혁상이에요. 냉혈군자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죠.”

“재미있군.”

북리대성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하은소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하은소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패왕이라는 자의 위치를 알아봐. 구혁상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정확히 알아보고.”

“알아보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그때 북리대성이 하은소의 허리에 손을 두르며 끌어당겼다. 그러자 하은소가 가볍게 끌려가 북리대성의 품에 안겼다.

“단순히 몸을 원하는 것이라면 놓아주세요.”

“아니. 네 모든 것을 원한다.”

북리대성의 말에 하은소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북리대성의 목을 끌어안았다.

 

 

<소림사로 향하다>

 

강무진은 공안현(公安縣)에 도착하자 일행들과 같이 객잔을 하나 잡아서 들어갔다. 그곳에서 방을 잡아 유무화를 재운 후에 모두가 모여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상의를 했다.

“소호를 납치해 간 자들은 못 찾았나?”

강무진이 왕이후를 보며 묻자 왕이후가 강무진을 바라봤다.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성에서 사람들을 풀어 백방으로 찾고 있으니 금방 무슨 소식이 있을 겁니다.”

“하 누이도 항아한테 말해서 그 아이를 찾아보도록 해줘. 한 명이라도 더 찾아 나선다면 그만큼 도움이 되니까.”

“알았어.”

사실 항아가 자신보다 직위가 낮기 때문에 자신이 바로 지시를 내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강무진은 아직도 하은연을 항아의 시비로 알고 있었고, 하은연도 아직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 싫었기 때문에 간단히 대답만 했다.

“제갈 형하고 두 분 소저한테는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소.”

“하하. 아니오, 강 형. 덕분에 천하제일고수라는 북리세가의 가주하고 싸우는 행운을 누렸지 않았소. 하하.”

제갈무용이 크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강무진도 미소를 지었다. 그때 황보린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 소협만 괜찮다면 저희는 유소호를 찾을 때까지 계속 강 소협을 돕고 싶어요.”

“뭐, 린아?”

황보란이 놀라며 황보린을 바라봤다.

사실 황보란은 이제 황보세가로 돌아가려고 했다. 어차피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빙정은 이미 물 건너간 일이었다. 호기심 때문에 패왕성으로 가기는 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 있기가 싫었다. 무엇보다 하은연이 강무진에게 계속 꼬리치며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되오. 더 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소. 이미 유무화는 찾았고, 소호는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뭘 해도 할 수 있으니 지금은…….”

“저도 돕겠어요!”

강무진이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황보린이 발끈하며 소리치자 강무진이 입을 닫았다.

“…….”

황보란은 그 얌전하던 황보린이 이런 모습까지 보이자 그냥 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 그래요, 강 소협. 우리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아……. 예. 그럼 고맙소. 하하.”

강무진이 약간 어색해진 분위기 때문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황보린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 소협, 듣기로는 북해신궁의 궁주가 소림사에서 머물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그쪽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 다른 아이를 누가 데리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그들도 빙정이 목적일 거예요. 그렇다면 어차피 소림사로 갈 테니 그곳으로 가면서 찾아도 될 것 같군요.”

황보린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그도 그렇군.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꼭 빙정이 아닐 수도 있소. 만약 그들이 노리는 것이 그 아이의 목숨이라면…….”

“그렇다면 납치를 하지 않고 벌써 죽였을 거예요. 납치를 했다는 것은 이용가치가 있기 때문이에요.”

“음…….”

그때 여태까지 조용히 있던 화화가 슬쩍 끼어들었다.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화화는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자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면서 말했다.

“저 아이를 납치해 온 자들은 북리세가가 공격해 왔을 때 저 아이를 보호하지 않았어요. 마치 그들 손에 죽기를 바라는 것 같았어요.”

“……!”

“그것 이상하군. 그럼 뭣 때문에 납치를 해서 이곳까지 온 거지?”

왕이후가 의아해하며 물었으나 누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하은연이 눈을 살짝 빛내면서 말을 꺼냈다.

“이런 추측은 가능하겠군요. 먼저 상황을 짚어보죠. 저 아이가 북해신궁의 후계자가 될 아이라고 했죠?”

하은연이 스스로에게 묻듯이 물음을 던지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중원으로 왔어요. 그리고 그 아이를 찾기 위해서 북해신궁의 궁주가 중원으로 와서 아이를 찾아주면 빙정을 준다고 했죠. 그렇다면 누구나 저 아이를 데려다가 빙정을 받으려 할 텐데, 그러지 않고 저 아이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죽이기보다는 중원 사람들의 손에 죽기를 바란다면 그런 경우가 생길 수도 있죠. 거기에 한 가지 더, 그들을 피해 저 아이가 중원으로 왔다면 앞뒤가 맞죠. 다시 말해서 북해신궁의 누군가 궁주 몰래 저 아이를 죽이려는 거예요.”

“후계자 싸움인가?”

강무진의 말에 하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보기에는 그래요. 흔히 있는 일들이죠. 그 과정에서 지금 찾고 있는 다른 아이까지 휘말렸을 거예요. 그 아이는 여자아이라고 했죠? 그러니 그럴 가능성이 커요. 그리고 제 생각에 그 아이는 안전할 것 같아요. 여자아이가 북해신궁의 후계자가 될 수는 없으니 굳이 죽일 이유가 없죠.”

하은연의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강무진은 순간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혹시 그 아이가 남자아이라면 어떻게 되지?”

“위험하겠죠.”

하은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무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바로 소림사로 가야겠다.”

“에?”

갑작스러운 강무진의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강무진이 다시 한 번 모두를 향해 말했다.

“한시가 급해. 지금 당장 소림사로 가서 북해신궁의 궁주를 만나야 돼.”

“대사형, 갑자기 왜 그럽니까?”

“그런 게 있다. 빨리 준비해.”

일행들은 강무진이 계속 재촉하자 이유도 모른 채 일단 그의 말대로 소림사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소림사가 있는 하남성은 호북성 바로 위에 있기는 했지만, 지금 강무진 일행은 호북성의 최남단에 있었기 때문에 꽤 먼 거리였다. 더구나 유무화와 같이 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동 속도가 자연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는 동안에도 패왕성에서 속속들이 정보가 들어왔다. 그리고 강무진이 전에 사용하던 무기도 배달이 되었다. 또한 하오문에서도 전서구가 계속 날아왔다.

“대사형.”

“응?”

왕이후의 부름에 강무진이 왕이후를 바라봤다. 지금 일행들은 호북성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형문현(荊門縣)을 지난 상태였다.

“이걸 잠시 보십시오.”

왕이후가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 전서구를 통해 받은 쪽지를 강무진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보던 강무진의 인상이 살짝 굳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후의 물음에 강무진이 굳은 인상을 풀지 않으며 말했다.

“뭐라고 쓰여 있는지 모르겠다.”

“헉!”

그랬다. 거기에는 암호로 글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에 강무진은 읽을 수가 없었다. 강무진은 한때 그 지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무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무공을 익히기 바빠 그런 쪽의 공부는 등한시했던 것이다.

강무진의 말에 왕이후는 창피한 마음이 들어 주위 사람들을 살폈다. 아니다 다를까?

하은연은 대놓고 깔깔대고 웃고 있었고, 황보란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강무진을 보고 있었다.

제갈무용만은 동병상련을 느끼는지 강무진을 이해한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제갈무용 역시 그런 쪽으로는 강무진과 마찬가지로 젬병이었던 것이다.

“크으, 대사형! 그런 기본적인 것은 공부를 좀 하십시오.”

“알았어, 알았어. 사실 다 알고 있었는데……. 그것만 기억이 안 나네. 아직 완전히 기억이 안 돌아왔나 봐.”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으면 되었을 것을 누가 봐도 그것은 강무진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됐습니다. 휴……. 유소호가 남궁세가에 있답니다.”

“뭐?”

왕이후의 말에 강무진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놀란 얼굴을 했다.

“흥! 항상 성인군자인 척하면서 그럴 때는 정말 발 빠르게 움직인단 말이야.”

황보란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제갈무용이 반박을 했다.

“아니오, 황보 소저. 남궁혜인은 그렇지 않소.”

“나 참……. 그 여우 같은 계집이 제일 심하거든요. 항상 예쁜 척, 도도한 척, 착한 척은 혼자 다하면서 알고 보면 뒤로 안 하는 짓이 없다고요.”

“험! 그럴 리 없소.”

“으그……. 말을 말아야지. 당신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요.”

황보란이 답답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버리자 제갈무용이 약간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할 거예요? 남궁세가로 갈 건가요?”

하은연의 그렇게 묻자 강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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