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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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54화
154화
‘어차피 내가 아는 초식은 두 가지뿐이다. 광인도 풍수개와 싸울 때처럼 그게 안 통하면 달라붙어서 붙잡고 늘어지는 수밖에 없어.’
강무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화마염풍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그걸 본 북리단천이 순식간에 강무진 앞으로 달려들면서 도를 휘둘렀다.
“늦다!”
퍼어억!
북리단천은 초식이고 뭐고 없이 그저 단순히 도를 횡으로 휘둘렀을 뿐이다. 그러나 너무나 빠르고 너무나 강했다. 그 한 수에 강무진은 오른쪽 팔을 그대로 베이면서 뒤로 튕겨 나가 몇 번이나 땅을 굴렀다.
‘놈. 나를 상대로 처음부터 동작이 큰 초식을 펼치려고 했단 말인가?’
지금 강무진은 북리단천의 생각대로 삼류들이나 할 법한 일을 하려고 한 것이다. 고수들 간의 싸움에서 처음부터 그렇게 큰 초식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큰 초식을 사용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보통은 서로 어느 정도 탐색전을 벌이다가 기회를 잡아 큰 초식을 사용한다. 간혹 처음부터 단번에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큰 초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건 어느 한쪽이 초식을 펼치기까지의 시간이 빠를 때의 이야기였다.
이것을 모르고 하수들은 간혹 고수를 상대할 때 그저 대단한 초식이면 통할 줄 알고 처음부터 무리를 하는데 지금 강무진이 그랬던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은 지금 쓸 줄 아는 것이 열화마염풍과 아수라패왕권뿐이었다. 더구나 예전의 싸움 방식은 기억을 잃어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간 몇 번 싸움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고수하고 정식으로 겨뤄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크윽!”
강무진은 오른쪽 팔이 아직도 찌르르 하니 울리는 것이 잘 움직이지가 않았다. 그러나 꼴사납게 계속 누워 있을 수가 없어 일단 일어났다.
그러자 주위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강무진을 바라봤다.
“아!”
하은연은 강무진이 북리단천의 1초식에 나가떨어지자 갑자기 심장이 덜컥했다. 그러나 곧 강무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자 놀라움과 함께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황보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실 그녀들보다 더욱 놀란 사람은 바로 북리단천이었다.
‘놈. 호신강기인가?’
북리단천은 그런 생각이 들자 강무진을 얕잡아 보던 마음을 완전히 버렸다.
사실 강무진이 아무리 패왕이라 하더라도 그의 나이를 보건대 방금 자신의 10초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왕이후보다 약간 높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호신강기를 쓸 정도라면 자신과 거의 동급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때였다.
“흐아아앗!”
강무진이 잘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고 하늘로 올리자 그의 몸을 타고 뜨거운 기운의 화룡이 돌기 시작했다.
북리단천이 놀라는 그 약간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강무진은 열화마염풍을 펼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뿔싸!’
순간 북리단천의 몸이 움찔했다. 단번에 강무진에게 달려들어 그가 펼치려는 초식을 끊으려다가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들자 튀어나가려는 몸을 멈춘 것이다. 동시에 북리단천은 내공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강무진의 열화마염풍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받아라!”
강무진이 북리단천에게 한 걸음 크게 내디디며 하늘로 향하고 있던 오른손을 그에게 쭉 뻗었다. 그러자 그의 몸을 타고 돌던 화룡이 북리단천을 덮쳐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놀라움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은연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며 속으로 생각했다.
‘됐다!’
멀리 있는 자신에게까지 뜨거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실제로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하은연은 북리단천이 저것을 막아내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강무진과 함께 온 사람들 모두가 하고 있었다.
북리단천은 아직 내공을 다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화룡이 눈앞에서 이글거리고 있는데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다. 이에 기합을 지르며 도를 힘껏 내려쳤다.
“하아앗!”
콰콰콰쾅!
북리단천은 과연 천하제일이라 할 만했다. 그는 내공을 미처 다 끌어올리지 못해 도의 위력이 부족하자 뒤로 물러나면서 도를 휘둘렀다. 그렇게 함으로써 강무진이 뿜어낸 열화마염풍을 상쇄시키려 했던 것이다.
쉬쉬쉬쉭!
콰콰콰쾅!
연이은 공기를 찢는 굉음이 울리면서 북리단천의 몸이 무려 10장이나 튕겨 나가듯이 밀려났다. 그가 밀려난 곳의 바닥은 강무진의 열화마염풍으로 인해 까맣게 그을린 자국과 북리단천의 발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헉! 헉!”
강무진이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헉!”
북리단천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그의 입가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제법이구나!”
그때 북리단천이 크게 외치면서 한 발을 앞으로 디디자 그의 몸이 흐릿해졌다. 그러더니 어느새 강무진의 앞에 나타나 그의 어깨를 향해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퍼억!
“크윽!”
강무진은 북리단천이 휘두른 도를 그대로 어깨에 맞았다. 그러자 그 힘의 여파로 인해 몸이 마치 팽이처럼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았고, 힘이 빠져 있는 오른팔이 북리단천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북리단천은 설마 강무진이 자신의 공격을 받고 반격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처 도를 회수해서 방어를 하지 못하고 팔로 강무진의 공격을 막아냈다.
퍼억!
“흡!”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자신이 공격한 힘을 받아 몸을 회전시켜 그 위력이 고스란히 돌아온 격이었다. 더구나 웬만한 보검으로는 생채기도 낼 수 없는 강무진의 팔이었다. 그러니 그 위력이 대단했던 것이다.
옆으로 튕겨 나간 북리단천을 보고 의외였던지 강무진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방금 강무진이 북리단천을 쳐낸 것은 스스로의 의지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었다. 열화마염풍을 쓰고 나서 몸에 힘이 없는 상태에서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우연히 이루어진 공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강무진은 거기에서 크게 깨닫는 것이 있었다.
‘뭐야? 그렇군. 이런 방법으로도 싸울 수가 있구나. 좋았어. 그럼 틈을 만든 후에 한 방에 끝내주마.’
그렇게 마음먹은 강무진은 북리단천에게 빠르게 접근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북리단천이 그것을 피하며 도를 휘둘러 강무진이 뻗은 팔의 겨드랑이를 올려치려고 했다. 그러나 방금 강무진의 공격을 막았던 팔에 아직도 충격이 남아 있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후웅!
퍼억!
강무진이 더 빨랐다. 그러나 북리단천은 고개를 틀어 그의 주먹을 피해냈다. 반면에 강무진은 북리단천의 공격을 피해내지 못하고 겨드랑이를 그대로 맞았다. 그러나 위력이 없었기 때문에 강무진의 몸이 잠시 움찔했을 뿐 처음처럼 뒤로 튕겨 나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좋았어!’
강무진은 그 상태에서 뻗은 주먹을 재빨리 회수해 겨드랑이를 조이면서 북리단천의 손을 잡았다. 그의 도를 봉쇄하려고 했던 것이다.
북리단천은 그런 강무진의 수법을 무시하며 왼손바닥을 쭉 뻗어 강무진의 가슴을 쳤다. 북리단천은 도법뿐만이 아니라 장법에도 조예가 깊었던 것이다.
“흐압!”
퍼어엉!
“크으윽!”
가슴을 제대로 맞은 강무진이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런 강무진에게 북리단천이 바짝 따라붙으며 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가슴은 욱신거리고 뒤로 튕겨 나가는 상태라 어떻게 그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아까 처음으로 북리단천을 밀어냈던 것이 생각났다.
“흐아앗!”
강무진이 왼손을 휘둘렀다.
퍼퍼퍽퍽!
북리단천은 강무진이 튕겨 나가는 그 짧은 시간에 무려 여섯 번이나 도를 휘둘렀다. 그리고 강무진은 왼팔을 휘둘러서 그것을 모두 쳐냈다. 왼팔을 마치 무기처럼 사용했던 것이다.
그러자 북리단천이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넋 놓고 있으면…….”
그때 강무진이 한쪽 발로 땅을 디디자 튕겨 나가는 힘 때문에 주르륵 밀리면서 그 발을 따라 고랑이 깊게 파였다. 그 상태에서 땅을 박차며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안 되지!”
카아앙!
사람의 주먹과 도가 부딪치는데 마치 병기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북리단천은 강무진의 강한 공격에 도를 잡고 있던 손이 튕겨서 올라가며 가슴이 활짝 열렸다. 그것을 놓칠 강무진이 아니었다.
“하앗!”
기합과 넣으며 열린 북리단천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쭉 뻗어냈다. 그렇게 북리단천의 가슴을 치는 순간 머리에 엄청난 충격이 왔다.
퍼어억!
“크악!”
북리단천의 무릎이 어느새 강무진의 머리를 쳤던 것이다. 더구나 몸을 살짝 띄운 상태에서 몸을 틀며 찼기 때문에 강무진의 주먹을 맞았으나 그 위력이 대부분 전해지지 않았다. 그에 비해 강무진은 북리단천의 공격을 제대로 맞고 옆으로 반 바퀴를 돌며 땅에 처박혀 버렸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그렇게 싸우는 것을 보고 모두 멍하니 할 말을 잃고 있었다. 강무진의 과격하고도 망설임 없는 저돌적인 공격에 비슷한 방식으로 싸우는 제갈무용과 왕이후는 자신들도 피가 끓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황보란과 황보린은 강무진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설마 천하제일이라는 북리단천과 호각을 이룰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대, 대단해…….’
그런 생각을 하는 여인들이 또 있었다. 그들은 바로 하은연과 화화였다. 그동안 어수룩해 보이던 강무진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은 짐작도 못 했던 그녀들이었다. 패왕이라고는 하지만 어벙해 보이는 모습 때문에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건만 직접 싸우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은 1초도 제대로 받아낼 수 없을 것 같은 공격을 강무진은 모두 받아내며 북리단천을 밀어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흐아아압!”
북리단천이 쓰러진 강무진을 향해 도를 내려쳤고, 강무진은 미처 일어나지도 못한 채 앉은 자세에서 양팔을 휘둘러 그 공격을 모두 쳐냈다.
‘보통 공격은 안 통하는 건가? 그렇다면!’
북리단천은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강무진을 쓰러트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곧 조금씩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강무진을 향해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것은 북리단천과 같은 절정에 오른 고수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보통은 지금과 같이 연이어 초식을 펼치면 끌어올린 내공을 자연스럽게 소모하게 된다. 그러나 북리단천은 그 소모하는 내공을 줄이고 내공을 끌어올리는 데 더 많은 힘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위력이 큰 초식을 펼치는 데 필요한 그 약간의 시간이 필요 없어지게 된다.
‘놈! 이제 그만 가라!’
“하아앗!”
내공을 다 끌어올려 초식을 펼칠 준비가 되자마자 북리단천이 기합을 지르며 도를 쭉 밀었다. 그러자 강무진의 눈에 북리단천의 도가 마치 산처럼 거대해지며 밀고 들어오는 것처럼 보였다.
“젠장!”
이미 피하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이에 강무진은 고개를 숙이고 그 앞에 팔을 교차시켰다. 그러자 북리단천의 도가 그곳을 때리며 밀고 들어왔다.
퍼퍼퍼퍽!
“크으으윽!”
북리단천의 도는 교차해서 막고 있는 강무진의 팔을 헤집고 들어가 풀어버렸다. 그러자 강무진의 팔이 양쪽으로 활짝 벌어졌다. 그 상태에서 아직도 힘이 남아 있는 북리단천의 도가 숙이고 있던 강무진의 머리를 쳤다.
퍼어억!
“큭!”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강무진의 머리가 뒤로 확 젖혀지면서 그의 몸이 떠올랐다.
그 순간 강무진의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뭔가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