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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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8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52화
152화
‘예현(澧縣)? 치잇! 길을 잘못 잡았어. 게다가 예상외로 빨라. 화화 이것이 아주 작정을 했군. 이러다가 놓칠 수도 있겠어.’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으나 하은연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들이 이미 호북성의 코앞까지 가 있다고 하는군요.”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겨우 하루 차이였다. 게다가 본성에서 그들을 잡으려고 사람들을 그렇게 풀었는데도 벌써 호남성을 벗어나려 한단 말인가?”
왕이후의 말에 황보란이 맞장구를 치면서 말했다.
“그래요. 말이 안 되는 일이에요. 아무리 빨리 움직였다 해도 어떻게 여태까지 물길로 배를 타고 이동한 우리보다 빠를 수가 있는 거죠? 혹시 그들을 그대로 보내주려는 것 아닌가요?”
“흠, 이런 상황에서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바로 그녀의 능력이에요. 하오문의 능력이기도 하고요. 패왕성에서 그들을 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이가 있다는 것, 우리 측 사람이 한 명 붙어 있다는 것뿐이죠. 그러니 아무리 패왕성에서 그들을 찾으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이죠. 게다가 출발하기 전에도 말했지만 그들을 안내하고 있는 길잡이는 일류 중에서도 일류예요. 나조차도 감당하기 힘들다고요.”
하은연의 말에 황보란이 다시 되받아쳤다. 그녀는 아침부터 안 좋았던 기분을 지금 하은연에게 쏟아 붓고 있었다.
“그럼 애초에 따라잡을 수 없었단 이야기잖아요. 역시 우리를 속인 거군요.”
“그렇지는 않아요. 계획을 조금만 바꾸면 돼요. 원래는 이곳 호남성 내에서 그들을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역시나 길잡이가 너무 뛰어나요. 그러나 그 길잡이가 떨어져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약속한 것은 호남성을 벗어날 때까지만이에요. 게다가 이미 그들이 어디로 움직였는지 본문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호북성으로 미리 가서 기다리면 되요.”
하은연의 말에 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렇군.”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시간싸움이에요. 지금까지는 길 안내가 본문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이렇게 따라올 수 있었지만 호북성에서 그녀가 임무를 완수하고 떨어져 나가면 그들이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때가 되면 정말로 그들을 놓치는 거예요.”
하은연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에 모두 수긍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디로 가면 되나?”
왕이후의 질문에 하은연이 눈을 반짝이면서 대답했다.
“호북성의 공안(公安)이에요.”
“좋아. 그럼 빨리 움직이자.”
강무진이 그렇게 말하는데 황보란이 하은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제 당신은 따라올 필요가 없겠군요. 어차피 목적지를 알았으니까요.”
“어머! 무슨 말을……. 여기서 제가 빠질 수는 없어요. 본문은 한 번 책임지기로 한 것은 끝까지 책임을 진답니다. 더구나 일이 중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들을 만날 때까지는 계속 같이 갈 생각이에요.”
하은연이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을 향해 눈을 한 번 찡긋했다. 그것을 보자 아침부터 은근히 밀려오던 짜증이 한층 더해가는 황보란이었다.
화화는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최단 시일 내에 호남성을 가로지르다니, 그것도 패왕성이라는 거대한 적의 눈을 피해서 그 같은 성과를 올렸다는 것에 가슴이 뿌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신이 안내한 일행들을 보자 기분이 나빠졌다. 그들은 여전히 필요한 몇 마디 말을 빼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이 데리고 온 아이를 보고 있으면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꾸 짜증이 밀려왔다.
아이는 여자아이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아이였는데 하는 짓을 보면 생긴 것처럼 여자아이와 똑같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항상 우물쭈물하며 툭하면 눈물을 흘리고 징징댔다. 심지어 오줌을 싸고 싶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해 옷에다 싸는 경우도 있었다.
화화는 그런 아이를 보면서 처음에는 납치된 상황이라 무서워서 그렇겠지 하며 측은한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사내들 몰래 몇 마디 대화도 나눠보고 그간 하는 행동을 보니 원래 그런 아이였다. 원래부터 성격이 그렇게 유약했던 것이다. 화화는 그런 아이들이 제일 싫었다. 그래서 사내들 중에서도 유약한 성격의 서생들을 가장 싫어했다.
그런데 가는 내내 그런 성격의 아이를 보고 있어야 하니 답답하다 못해 짜증이 자꾸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여기서 끝이었다.
이미 호남성은 어젯밤에 벗어났고 지금은 호북성에 들어와 있었다. 조금만 더 가서 공안(公安)에 도착하면 화화는 임무 완수였고 그러면 그 짜증나는 아이와 무뚝뚝하니 재미없는 사내들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기분이 다시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관도(官途)를 타고 공안으로 향하던 일행은 앞에서 한 10여 명의 사내들이 마주 오자 길을 한쪽으로 비켜주었다. 사내들은 모두 짙은 남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한 명, 한 명이 뿜어내는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에 고개를 숙이고 한쪽으로 걸어가던 화화는 문득 그들이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봤더라…….’
화화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서로 간에 아무 일도 없이 지나쳐 가나 했는데 돌연 남색옷을 입은 자들이 도를 뽑아 들고 화화와 사내들을 공격해 왔다. 그제야 화화는 그들이 누구인지 생각이 나 크게 소리쳤다.
“앗! 북리세가!”
까깡!
화화는 재빨리 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단검을 뽑아 상대의 도를 막았다. 그러자 상대의 힘에 밀려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그사이에 아이를 데리고 있던 사내들과 북리세가의 사내들도 서로 맞부딪치고 있었다.
까까깡!
“크윽!”
북리세가의 수십여 명의 사내들이 단숨에 기습을 가하자 사내들은 수세에 몰려 공격을 막기에 여념이 없었다.
“조심해요!”
그때 아이를 업고 있던 사내가 급하게 몸을 틀자 아이가 떨어지며 땅을 굴렀다. 그것을 보고 화화가 자신에게 덤벼드는 사내들에게 양 소매를 떨치자 소매에서 가는 침들이 그들에게 쏘아져 나갔다.
“조심해! 암기다!”
북리세가의 사내들이 그 암기를 막아내고 있는 틈에 화화는 아이에게 몸을 날렸다. 그러나 미처 아이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또 다른 북리세가의 사내가 도를 휘둘러오자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야 했다.
“치잇!”
화화는 눈앞의 사내를 상대하면서 아이를 힐끔 바라봤다. 아이를 업고 있던 사내가 아이를 보호하고 있기는 했지만 화화가 보기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아 보였다.
‘뭐야? 아이를 납치해 왔으면 잘 보호를 해야지 뭐 하는 거야?’
화화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상대의 도가 화화의 어깨를 노리고 떨어져 내렸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틈을 보인 것이라 피할 여유가 없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단검으로 도를 막았다.
깡!
“크윽!”
역시 짧은 단검으로 도를 막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상대의 도는 막고 있는 화화의 단검까지 밀어붙이며 결국 그녀의 어깨를 베고 지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화화는 그렇게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어깨가 베이면서 통증이 오자 이를 악물고 어깨가 베인 쪽으로 몸을 띄워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리고 손으로 땅을 짚으면서 그 반동으로 날아올라 아이를 잡아채려는 북리세가의 사내를 향해 단검을 날렸다.
깡!
그것을 북리세가의 사내가 쳐내는 사이에 화화는 아이의 뒤로 내려서며 아이를 뒤쪽으로 당겼다.
“헉! 헉! 뭐 하고 있는 거예요?”
화화가 여태까지 아이를 보호하고 있던 사내들을 향해 소리쳤으나 그들은 북리세가의 사내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화화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통은 이렇게 아이를 납치했으면 아이를 보호해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마치 죽이려면 죽이라는 태도였던 것이다. 그들이 그런 태도인데 비해 오히려 북리세가의 사내들이 아이가 다칠까 봐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아이를 포기한 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그러나 화화가 보기에 사내들은 그런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의 움직임을 보면 아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죽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아이를 포기했다면 그냥 도망을 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설마 이 아이를 여기서 죽이려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 고생을 하며 여기까지 온 거야? 진즉에 죽여버리지…….’
화화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싸움에 집중하지 않고 그렇게 딴생각을 하며 상대하기에는 북리세가의 사내들이 너무 강했다.
한 사내가 화화의 단검을 도로 쳐내면서 장을 쭉 뻗어 화화의 어깨를 쳤다.
퍼펑!
“꺄악!”
그렇잖아도 아까 베였던 어깨였다. 상대의 장력에 피분수가 솟으면서 화화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끝인가?’
“이놈들! 손을 거두어라!”
그때 내공이 실린 쩌렁쩌렁한 외침이 울리면서 덩치가 커다란 사내가 질풍같이 달려오며 도를 휘둘렀다.
까까깡!
파지지직!
“크으윽!”
“크아아악!”
단 한 번 휘둘렀을 뿐이다. 그 사내는 단 한 번 도를 휘두름으로 세 명이나 되는 북리세가 사내들을 뒤로 날려버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 세 명 중 두 명은 사내를 막아내는 순간 짜릿한 기운이 몸을 파고들어 자신들도 모르게 도를 놓치고 말았다.
그 사내는 왕이후였다. 왕이후의 뇌전폭풍도는 병기가 서로 부딪쳤을 때 상대의 병기를 타고 어느 정도의 뇌기가 흘러 들어간다. 그래서 방비하고 있지 않으면 지금과 같이 공격을 막아내도 무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여기도 있다. 으랴랴랴아!”
뒤이어 제갈무용이 공중에서 봉을 빙글빙글 돌리며 날아 내렸다. 그 기세에 밑에서 싸우고 있던 사내들이 재빨리 옆으로 몸을 피했다.
그렇게 왕이후와 제갈무용이 북리세가의 사내들과 아이를 납치했던 사내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고 있을 때 황보란과 황보린이 합세를 하자 단번에 북리세가의 사내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먼저다. 아이를 보호하시오!”
왕이후가 좌우에서 덤벼드는 사내들을 향해 거칠게 도를 휘두르며 외치자 황보란과 황보린이 아이를 잡고 있는 북리세가의 사내를 향해 쌍검을 휘둘러갔다.
“흐아압!”
그 앞을 옆에 있던 두 명의 사내들이 막아섰으나 금방 황보란과 황보린의 합격에 밀리면서 다리를 베이고 말았다.
화화는 갑자기 사람들이 늘어나 모두 정신없이 엉켜 싸우기 시작하자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관도를 따라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사람을 보고는 기쁜 표정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언니…….”
멀리서 강무진과 함께 하은연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강무진 일행은 화화 일행보다 더 일찍 호남성을 벗어나 공안에 도착해 있었다. 밤잠을 자지 않고 강행군을 하며 이동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