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전설 1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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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755회 작성일소설 읽기 : 패왕전설 149화
149화
세력이 크기는 했으나 점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모이기가 힘들어 큰 힘은 발휘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왕이후는 주위 사람들을 한 번 쓸어본 후 항아를 향해 무서운 눈으로 쏘아보면서 말했다.
“네가 간이 부었구나. 귀엽게 봐주었더니 감히 대사형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아닙니다, 공자님. 제가 사람을 못 알아보고 큰 결례를 했습니다.”
항아는 여태까지 강무진을 대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왕이후를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내 전에 말했었다. 분에 넘치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웬만한 것은 눈을 감아주겠다고. 하지만 이번은 네가 큰 실수를 했다. 대사형이 패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기만하려 들다니, 흥! 이후로 이곳 월궁루는 폐쇄를 할 것이다. 또한 너희는 이대로 떠나라. 향후 10년 동안 호남성에는 얼씬도 하지 마라. 그렇지 않고 만약 눈에 띄었을 시에는 이곳뿐만이 아니라 패왕성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하오문의 씨를 말릴 것이다.”
왕이후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제야 항아를 비롯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커다란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처음에 강무진이 패왕이라고 했을 때 그대로 믿고 그와 대화로 풀어나가야 했을 일이었다. 패왕성의 지척에서 감히 누가 스스로 패왕이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모두들 이 점을 간과하고 강무진을 시험하려 들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공자님, 소녀가 이렇게 용서를 빌겠습니다. 제발 그 명만은 거두어 주십시오.”
항아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말했으나 왕이후는 그런 항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사형, 어디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성에서 벽력탄이 터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아니야. 난 괜찮아. 하하. 그런데 저 사람들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야? 들어보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아닙니다. 대사형에게 이리 대한다면 나중에는 성주님에게도 이리 대하려 할 것입니다. 저런 자들이 패왕성을 무시하고 들면 주위의 수많은 곳에서도 우리를 업신여길 겁니다.”
“아닙니다, 공자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를 바랍니다.”
항아가 다시 절규하듯이 부탁을 하자 강무진이 왕이후를 향해 부탁조로 말했다.
“그러지 말고 여기까지만 하지. 나도 그리 잘한 것은 없으니까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대사형.”
“아아. 그냥 그렇게 하자고. 내가 정말 대사형이라면 이 정도 부탁은 들어줘야지. 안 그래?”
강무진의 말에 왕이후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아까 한 말은 모두 취소다. 운이 좋은 줄 알아라. 하지만 이후에 또다시 이런다면 그때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항아가 그렇게 말하며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미소를 짓고 있는 강무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괜찮으시다면 소녀가 차를 한잔 올리고 싶습니다.”
“그러지. 들어야 할 이야기도 있으니까.”
강무진이 그렇게 선뜻 승낙을 하자 항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사람들에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어서 국을 데리고 가서 치료해 주세요. 그리고 매와 난은 차를 준비해라. 나머지 분들은 이곳의 정리를 부탁합니다.”
그렇게 모두에게 지시를 한 항아가 강무진에게 정중하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항아의 안내로 간 곳은 수수하고 깔끔한 방이었다. 방 안의 탁자에 일행이 모두 앉자 항아가 밖으로 나갔다가 잠시 후에 직접 차를 들고 들어왔다.
“결례가 많았습니다.”
항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강무진에게 차를 따라주자 강무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사제…하고는 아는 사이인가 보군.”
왕이후가 자신의 사제라 하면서 사제라 부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르고는 있었지만 기억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영 어색한 강무진이었다.
“네. 사실 처음으로 네 가지 관문을 모두 돌파하신 분이 바로 왕 공자입니다.”
“응?”
항아의 말에 강무진이 약간 의외라는 듯이 왕이후를 바라봤다. 그러자 왕이후가 멋쩍어하는 모습으로 말했다.
“일이었어요, 일. 성 앞에 갑자기 수상한 기루가 생겼다기에 조사하러 왔다가 그렇게 된 겁니다.”
“흐음…….”
강무진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왕이후가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정말이라니까요.”
“알았어. 알았어. 그보다 이제 대답해 줘야지. 어제 아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던 놈이 있었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럼 성에서 아이들을 납치한 자들이 이곳으로 왔단 말입니까?”
왕이후가 놀라며 묻자 강무진도 의외라는 듯 말했다.
“몰랐어? 알고 여기로 온 거 아니었어?”
“아닙니다. 저 역시 놈들을 찾고 있기는 했지만 이곳에 있는 줄은 몰랐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이 근처를 지나다가 대사형에게 뿌려둔 천리향이 나기에 온 것입니다.”
“뭐? 천리향?”
천리향은 자객들이 주로 쓰는 향으로 일단 뿌려만 두면 천 리 밖에서도 그 향을 알아차릴 수가 있는 것이었다. 다만 그 제조법이 상당히 까다로워 구하기가 힘들어서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이 흠이었다.
“네. 전에 대사형이 말없이 사라진 것과 같이 또 사라질까 봐 성주님의 지시로 대사형의 몸에 천리향을 뿌려두었습니다.”
“킁! 킁!”
왕이후의 말에 강무진이 자신의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왕이후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천리향은 일반 사람들은 그 향을 맡을 수가 없습니다.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면 향을 맡을 수가 없어 뿌려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 그것보다 이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해 줘야지?”
강무진이 여전히 킁킁거리면서 항아를 보며 말하자 항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체념한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이제 와서 숨길 수도 없으니 모두 말하겠어요. 의뢰가 들어온 것은 두 달쯤 전이었어요. 그쪽에서 한 가지 일을 의뢰하면서 생각지도 않은 거금을 내놓았어요.”
“무슨 일이지?”
“혹시나 자신들이 다시 찾아오게 되면 무사히 호남성 밖까지 길 안내를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들은 그들이 설마 패왕성을 상대로 뭔가 일을 벌이려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랬다면 의뢰를 받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 녀석은 어디 있지?”
“어젯밤에 이미 떠났어요.”
“어디로?”
“우리가 의뢰받은 것은 호남성을 벗어날 때까지의 길 안내와 호위였어요. 그들은 호북성으로 갔어요.”
“호북성? 잘됐군. 그쪽이라면 본가가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오.”
제갈무용이 나서면서 말했으나 왕이후가 달갑지 않은 투로 말했다.
“어젯밤에 출발했다면 아직 호북성까지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오. 그들이 어디로 움직였는지 길 안내를 할 사람이 필요하군.”
“네. 모르고 한 일이라고는 하나 어쨌든 우리도 동조를 한 셈이니 책임을 지겠어요.”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지.”
강무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여인을 만나다>
길 안내로 나선 것은 귀여운 얼굴에 체구가 굉장히 작아 나이가 어려 보이는 여인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여인은 항아의 시비인 매, 난, 국 이렇게 세 명의 여인들보다 나이가 많은 듯 그녀를 배웅하러 나온 세 여인들이 그녀에게 모두 언니라 부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죽(竹)으로 항아의 네 명의 시비 중 하나였다. 만약 강무진이 그대로 계속 겨루었다면 마지막에 부딪쳐야 할 여인이 바로 이 여인이었던 것이다.
“이미 수하들에게 전서구를 날렸습니다. 이곳에서 호북성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막으라고 지시했으니 그리 쉽게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겁니다.”
왕이후가 강무진에게 하는 말을 듣고 있던 죽이 미소를 지으면서 끼어들었다.
“왜 우리가 안내로 나섰는지 모르고 계시는군요. 이번에 길 안내로 나선 사람은 이곳 호남성 지부 최고의 실력자예요. 그들이 그만큼의 돈을 냈기 때문에 그가 나선 거예요. 솔직히 하루나 차이가 난다면 저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그럼 그들이 움직일 예상 경로를 알려주면 도움이 되죠?”
황보란의 말에 죽이 고개를 저었다.
“정해진 경로가 없어요. 안내자의 그때그때의 판단에 따라 경로는 수도 없이 변해요.”
“그럼 당신이 안내로 나서도 별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왕이후가 죽에게 묻자 죽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도움은 될 거예요. 지금 그들을 안내하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저니까요. 가면서 그들의 흔적을 잡아낼 수 있다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흠…….”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무진은 어젯밤에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을 후회했다. 겨우 하루 차이였기 때문에 어디로 향하는지만 알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여겼었다. 게다가 그들과 기루의 사람들이 모두 한패라고 생각했지 설마 이렇게 일을 의뢰받은 관계였을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갑시다. 가면서 당신은 수시로 그들이 갔을 법한 경로를 사제에게 알려주면 사제가 수하들에게 연락을 해 그곳을 막고 있으라고 하면 되겠군.”
“네.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죽이 강무진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 눈길에는 묘한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화화는 오늘따라 계속 짜증이 났다. 지금까지는 길을 안내하는 데 있어서 별로 신경 쓸 일이 없었다. 호남성 지리야 어디든 눈감고도 찾아갈 정도로 빠삭했고, 특별히 자신들을 찾거나 쫓아오는 이들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침나절이 되면서 갑자기 패왕성의 무인들이 눈에 많이 뜨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모습으로 보아 분명 자신들을 찾는 것 같았다.
‘치잇! 어쩐지 돈을 너무 많이 준다 했다. 이 자식들 패왕성을 건드렸구나.’
화화가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는 세 사람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세 사람 다 이곳까지 오면서 한마디 말도 없었다. 서로 간에도 대화하는 모습을 화화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의 몸에서 언뜻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일반 무인들의 것이 아니었다. 화화는 이런 자들을 늘 보아왔다. 하오문에는 이런 자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하오문에서 하는 일처럼 청부업을 주로 하는 자들의 특색이 바로 저러했던 것이다.
그때 화화의 눈이 한 사내의 등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아이 한 명이 업혀서 자고 있었다.
‘보나마나 납치인 것 같은데……. 하필 패왕성이야. 어떻게 한다…….’
화화는 망설였다. 상대가 패왕성이라면 지금이라도 발을 빼야 한다. 패왕성의 바로 코앞에 지부를 세워놓고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패왕성에서 자신들을 잘 봐주기 때문이었다. 아니, 사실 자신들 하오문의 지부 하나쯤은 언제라도 지워버릴 수 있을 테니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제대로 된 이유일 것이다.